다음 달 29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될 5개 지역의 판세와 분위기를 점검했다. “아직 후보도 결정되지 않았는데”라는 것이 유권자 반응이라면, 공천이 임박한 정치권에선 치열한 막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각 당의 최종 공천 결과와 이에 대한 부동층의 평가에 따라 재선거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화로 실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의 표본은 성·연령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법으로 선정했다.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7%포인트(전주 덕진)와 4.3%포인트(4개 지역)이며, 5개 지역 평균 응답률은 19.0%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전주 덕진은 정 전 장관의 독주가 두드러진다. 본지가 덕진 주민 7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정 전 장관을 공천해야 한다”가 57.2%로, “공천해선 안 된다”(26.2%)의 두 배를 넘었다.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그를 찍겠다는 응답(45.2%)이 “(정 전 장관에 맞설)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20.8%)를 압도했다.
정 전 장관은 지지율 순위에서도 46.2%로 2위 임수진 예비후보(5.2%)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31.2% 나왔다. 재선거 성격에 대해선 ‘지역 일꾼 선발’(69.6%)이 ‘정권 중간평가’(22.8%)를 압도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59.6%로 1위였으나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도 27.1% 나왔다. 또 “투표를 꼭 하겠다”가 43.7%, “가급적 하겠다”가 29.6%를 각각 기록해 10명 중 7명(73.3%)이 투표 의욕을 나타냈다.
◆민주당 의원 13명 공천 촉구=이종걸·강창일·장세환·김희철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3명은 29일 “당이 대선 주자까지 지낸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정 전 장관도 일방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건 잘못이며,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뜻을 함께하는 충청·호남권 중진 의원 10여 명과 함께 30일 의원총회에서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촉구할 방침이다.
한편 27일 전주로 내려간 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전주 완산갑에 예비후보로 나선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31일 광주에서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28일 밝혔다. 당이 공천해주지 않으면 인근 완산갑에서 수위를 달리는 한 전 대표와 무소속으로 동반 출마할 수도 있다는 압박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 측도 “정 전 장관과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동반 당선되면, 민주당은 텃밭인 전주에서 완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 전 장관은 당분간 전주에 머물며 지도부 압박을 계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