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스토리문학 2016년 겨울호(통권97호) 발표작
여랑화(女郞花) 꽃을 보며 외 1편
임영석
여랑화꽃을 보면
오독오독 잘 영근 햇살이
소라껍데기 속의 게처럼
숨어 있다
꽃잎을 확 터트려 제 몸을 보여주기엔 불안하고
고개만 살짝 내밀어 바깥세상을 궁금해하는
찰랑찰랑한 숨소리가 숨어 있다
사흘 공복을 참고
바라보는 여랑화 꽃잎
내 첫사랑 귀밑머리에 꽂아주고 싶다
사이
너와 나 사이에는
‘와’가 있다
와!
와?
와…
감탄이 있고
물음이 있고
줄임 말들이 있다
감탄을 못 주면
궁금함이 생기고
궁금함을 풀어주지 못하면
말이 줄어들고
말이 줄어들면
너는 너,
나는 나,
간격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너와 나 사이
나는 너에게
무엇으로 감탄을 주고 있을까
임영석
1961년 충남 금산 출생. 1985년 <현대시조> 봄호 2회 추천 완료. 계간 <스토리문학> 부주간, 2009년 문예창작지원금 받음, 2011년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 수상, 2012년 강원문화재단 문화예술기금 받음
시집『이중 창문을 굳게 닫고』,『사랑엽서』,『나는 빈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 놓고 싶다』,『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배경』,『고래발자국』,『초승달을 보며』,『받아쓰기』
첫댓글 여랑화
확 터트려 좋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지요. 우리들'의' 사이 이런 답글 옳지 않어요 ㅎㅎㅎ
시상식에서 뵈었더라면 참 좋았을 시인님~내년에 시조동인으로 만나뵙기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