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51) 장송을 홀대한 조조의 진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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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251) 장송을 홀대한 조조의 진짜 속내
장송을 만나던 조조가 화를 발칵 내며 내실로 들어가 버리자 좌우에 시립해
있던 시중들이 은근히 걱정하며 장송을 꾸짖는다.
"그대는 어찌하여 사신의 몸으로서 예의를 모르고 함부로 입을 놀려, 승상을
진노하게 한단 말이오. 더 이상 실언을 했다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니 어서
빨리 돌아가시오 !"
그 말을 듣고, 장송은 조소를 머금으며,
"당신네들은 어찌하여 아첨만 좋아하오 ?"
그러자, 승상부 주부 양수가,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나하고 애기좀 하십시다."
하며, 장송을 별실로 데리고 들어간다.
양수는 장송을 별실로 인도하더니 새삼스럽게 예의를 갖추며,
"험한 길을 멀리 오시는라 고생을 하셨습니다."
하고, 말한다.
장송은 머리를 수그리며 대답한다.
"군명(君命)을 받든 몸인데 불 인들 사양하며 물 인들 뛰어들지
못하겠습니까 ?"
"옳은 말씀이오. 귀국의 풍토는 어떠하오 ? 파촉에 대해서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나, 아직 한번도 가본 일이 없으니, 파촉의 이야기나 좀
들려주시오."
"파촉은 대륙 서부에 위치하는데, 금강(錦江)의 험한 것과 검각(劍閣)의
웅장함이 이백팔 정(程)이나 되고, 그 크기는 가히, 종횡(縱橫)으로 삼만
여리에 이른다오. 이렇게 산수는 험하나 수려하고, 인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고, 땅은 살 찌고, 나무는 무성하여,
홍수와 가뭄의 걱정이 없다 보니, 백성은 넉넉하고, 군대는 강하며, 음률이
발달하여 백성들이 노래와 춤을 즐기니, 가히 지상의 낙원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오."
"말씀만 들어도 꼭 가보고 싶구려. 그런데 장 대인께서는 그 나라에서 어떤
벼슬을 지내시오 ?"
"부끄러운 미관(微官)에 불과하오. 서천에는 주군 밑에 별가(別駕)라는
벼슬이 있는데 나는 지금 그자리에 있소...양 대인은 명문 대가의 후예라고
들었는데, 어찌하여 조정에 들어가 천자를 보필하지 아니하고 조조의
그늘에서 주부(主簿)에 연연해 지내시오 ?"
양수는 그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고 얼굴을 붉힌다.
"승상께서 나에게 군교 전량(軍校 錢糧)을 함께 맡기시는 고로, 여러가지를
배우려고 이 자리에 있는 중이오." 하고, 대답한다.
장송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 거린다.
"허허. 조조에게 무엇을 배우겠다는 말씀이오. 듣건대 조조는 문(文)에 있어서는
공맹지도(孔孟之道)에 밝지 못하고, 무(武)에 있어서는 손오지기(孫吳之機)조차
모르면서 잔꾀로 대위(代位)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배운단
말씀이오 ?"
"그건 너무도 심한 말씀이오. 변방에 있는 대인께서 어찌하여 남에 말만 듣고,
승상의 대재(大才)를 알 수 있으리오 ?"
"그런게 아니오. 조조는 자기 도취에 빠져서 본위로써 세상을 평가할 뿐,
실상은 세상의 민심 변화를 모르고 있는 사람이오. 만약 그에게 그런 재주가
있다면 나에게 증거를 보여 주시오."
"좋은 말씀이오. 그러면 내가 그 증거를 보여 드리리다."
양수는 장송이 자신이 섬기는 조조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소리를 듣자,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고(書庫)로 가더니, <맹덕신서(孟德新書)>라는
책을 장송에게 갖다 준다.
"이 책은 승상께서 친히 저술하신 책이오. 한번 읽어 보시면 반드시 놀라실
것이오."
장송은 그 책의 내용을 대강 훝어보고 나서,
"이 책이 누가 쓴 책이라구요 ?"
하고, 묻는다.
"조 승상께서 직접 쓰신 병서(兵書)요."
그러자 장송은 별안간 소리내어 웃는다.
"하하하, 이건 우리 촉국(蜀國)에서는 어린아이들 조차 그 내용을 다 외우고
있는 책인데, 이게 어찌 조조가 쓴 책이란 말이오 ?"
"그게 무슨 소리요 ? 그러면 이 책은 조 승상께서 남의 글을 표절(剽竊)한
것이란 말이오 ?"
양수가 격하게 노하며 묻는다.
장송이 태연히 대답한다.
"물론이오. 춘추 전국시대에 이미 이와 비슷한 책이 있었는데, 다만
저자(著者)가 누군지 모를 따름이었소. 조조가 그런 점을 알고서 무식한
무리에게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데 불과할 뿐이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대인이 이 책을 한번 암송(暗誦)해 보시오."
"하하하 ! 우리 서천에서는 삼척동자도 외우는 책을 내가 어찌 못 외우겠소 ?"
"그러니까 거짓이 아니라면 이 자리에서 한번 외워 보란 말씀이오."
"그러면 내가 외워 보일 테니 들어 보시오."
장송은 눈을 감고 몸을 좌우로 흔들어 가며 책의 내용을 좔좔 외우는데,
그 내용이 <맹덕신서>와 한자도 틀리지 않는다.
양수는 크게 놀라 즉시 승상부로 돌아와, 정욱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고,
두 사람이 함께 조조에게 들어가 장송을 다시 만나보도록 앙청하였다.
그러나 조조는 고개를 흔든다.
"그런 난장이 같이 못생긴 놈을 무슨 필요로 또 만난단 말인가 ?"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다가는 현자(賢者)를 놓치기가 쉽습니다.
승상께서는 예전에 예형이라는 못난이를 높게 쓰셨던 일도 계시지
않았습니까 ?"
"예형은 문재(文才)가 높아 배울 점이 많았네, 그러나 장송에겐 무엇을
배울 수가 있단 말인가 ?"
"아니옵니다. 장송은 <맹덕신서>를 단 한번 훝어보고선, 일자일구(一字一句)
도 틀리지 않게 외우더이다. 그리고 그 책은 춘추 전국시대부터 전해오는
책이란 말도 하면서, 승상의 저서는 아니란 말과 함께, 자국에서는
삼척동자들도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외운다고 하였습니다."
조조는 그 소리를 듣자, 매우 불쾌한 기색이 된다.
"산골에 사는 놈이 중원에 나와 보고 얼이 빠져서 잠꼬대를 하는 모양이구나.
정욱 !"
조조는 갑자기 화가 동한 어조로 정욱을 불러댔다.
"예, 승상 !"
정욱이 조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즉각 대답하였다.
"이틀 후에, 허창의 각 군(軍)에서 정예병 삼만을 서교장(西校場)에 집합시키게,
내가 친히 열병식에 참석할 테니, 양수는 그때 장송이란 자를 데리고 나와,
우리 군용(軍容)의 위용과 성대함을 보이라. 그리고 그 자가 서천으로 돌아
가거든 내가 강남을 깨뜨리고 곧 서촉을 거둘 것이라는 두려운 소문이
퍼지도록 해라."
그러자 먼저 정욱이 곤란함을 아뢴다.
"아, 승상 ! 허창에는 사만 군사 뿐인지라, 교대를 하면 고작 이만 군사만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삼만까지는 어렵습니다."
"그럼, 업송이나 낙양에서 밤새 달려오라구 해 ! "
"아... 현재 병사들이 모두 지친 상태 입니다."
"암만 지쳤어도 훈련는 해야지 ! 오늘 밤 적군이 기습하면, 우리가 지쳤다고
적군이 내일 오겠나 ?
장수들에게 전하게 ! 훈련은 기세가 있어야 하며, 늦거나 기백이 없는 자는
패전에 준해 처벌한다고 !"
"알겠습니다."
조조가 워낙이 화를 내며 핏대를 올리며 말하는 바람에, 정욱은 더이상 말을
못하고, 조조의 명을 각군 예하 장수들에게 즉시 전하였다.
"快点, 快点 ! .."
"hubba hubba !..."
"빨리 빨리 !..."
...
이틀후 정오. 양수는 장송을 청하여 서교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조조군 삼만 병사가 기세를 한껏 뽐내며 거창하고 웅장한 열병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군마를 앞세운 정예병은 질서 정연하게 전진하였고, 창검으로 무장한 병사들은
든든한 위용을 유지하며 기세를 드높이고 있었다.
진고는 귀청이 떨어지게 울리고 있었으며, 열병식에 참여한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이런 무시무시한 조조군의 위용을 감탄과 경애의 눈으로 바라본 장송은
그 위용에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런 눈치를 양수가 알아 채고, 서교장에
설치된 군막으로 장송을 안내한다.
거기에는 조조가 좌정하고 있었다. 조조를 발견한 장송이 예를 차리고 말한다.
"익주 별가 장송이 승상을 뵈옵니다."
그러자 역시 조조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어조로 묻는다.
"장 별가 ? 서천에서 이렇게 위용있는 군마를 본 적이 있나 ?"
"서천의 명군 유장은 인의로 다스리는 까닭에 이런 군은 없습죠. "
"무슨 뜻이지 ? 난 인의가 없다는 말인가 ?"
"허허. 승상의 유세 앞에서 그럴 리가요 ?..."
"장송, 난 천하 제후들을 우습게 보네, 아군이 가는 길엔 그 어느 곳이라도
승리뿐이지. 그러니 날 따르면 살고, 거역하면 죽는다. 그걸 아는가 ?"
"알지요. 승상의 뛰어난 용병술에 대군이 가는 곳엔 언제나 승리 뿐이라는
것을 소인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 예를 들어 과거 북양에서 여포를 칠 때와,
완성에서 장수를 칠 때를 비롯해, 주유와의 적벽대전과 화용도에서 관우와의
만남, 동관에서 마초와의 결전중 수염을 자른 일과 화살을 피한 위수의
일까지..."
장송이 여기까지 말을 하였을 때 조조가 벼락같이 소리를 지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포를 칠 때에도 조조는 정면 공격보다는
적전분열(敵前分裂)을 일으키는 계교(計巧)를 썼으며(100편), 장수를 칠
때에도 장제의 처, 추씨와 염문을 뿌리다가 (93~95편) 맏아들 조앙(曺昻)을
잃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적벽대전에서 주유에게 참패를 당했으며
도망중에 화양도에선 관우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던가 ? (190편) 더구나
최근에 마초와의 싸움중 있었던 치욕어린 일 까지 들먹이니, 조조는 크게 노할
수밖에 없었다.
"건방진 놈 ! 저놈을 끌고가 당장 참하라 !"
그러자 양수가,
"고정하십시오. 승상 ! 장송이 무례했으나 조공을 바치기 위해 천리 길을
달려왔는데 그를 참하면 민심을 잃게 될 겁니다."
"승상 ! 교전중에도 사자는 면죄입니다. 하물며 장송은 유장의 특사입니다."
정욱도 함께 나서 장송에 대한 처분을 거두어 줄 것을 앙청한다.
"저런 하찮은 녀석이 잘난 척이라니, 무엄하도다 ! 두 사람이 말리지만 않았어도
참지 않았다.
여봐라 !"
"넷 !"
"저 놈을 곤장을 쳐서 내쫒아라 !"
"예 !"
장송에게 모욕을 당한 조조가 가차없는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이 곧 달려들어 장송을 끌어내 나갔다.
...
조조는 정욱의 배행을 받으며 승상부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욱에게 물었다.
"익주에서 온 별가는 갔는가 ?"
"장송은 승상께 크게 혼나고 역관으로 가서 짐을 꾸려서 바로 떠났습니다."
"헤헷 !..잘 ~ 갔다 ! 갈 놈은 반드시 가야지."
조조는 이렇게 말하면서 침상으로 가서 드러눕다시피 한다. 그러자 정욱이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저는 아직까지 승상께서 장송을 왜 그리 혼내셨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하하하하 ! 자네 마저 모르겠다면 내 계획은 성공한 셈이야."
"계획이라시니오 ?"
"생각해 보게, 마초가 패하고 한중의 장로에게 피신해 버렸는데, 장로가 한중을
지키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이지, 나 한테 투항하거나, 서천을 취하는 것이네.
이제, 장로가 마초를 거두었으니, 투항은 하지 않을 테고, 그럼, 서천을 취할
수밖에.. 익주의 유장은 조공이라곤 보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시기에 갑자기
특사를 시켜, 조공을 보내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속셈이 아니겠나 ?"
"아 ?...그럼, 유장은 장로가 혹시, 마초를 시켜 서천을 칠 까봐, 장송을 시켜,
승상께 장로를 쳐달라고 부탁하려고 보낸 거로군요."
"바로 그거지 ! 현재는 내가, 그걸 들어 줄 수도, 안 들어 줄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이니, 할수 없이 쫒아버린 것이지."
"헌데, 왜 거절하셨지요 ? 이때 서천과 결맹을 맺고, 한중을 공격하면, 손쉽게
한중 땅을 얻을 수가 있고, 숙적인 마초도 없앨 수가 있는 묘책인데요."
"음 !...우리는 이미 기본 방침을 정했잖나 ? 전쟁은 몇 년간 쉬겠다구, 적군
만 명당 아군 팔천의 손실이 있어왔네. 지금의 우리 역량으로 전력을 다한다면
한중의 장로와 마초를 없앨 수가 있겠지만, 만약, 이틈에 손권과 유비가 공격해
오면, 허창은 위험에 빠지네. 허니, 전쟁은 쉬면서 때를 기다려야 하지. 더구나
얼마 전에 기본 방침이 정해졌으니, 그에 따라야 해."
"아, 하 !~...전쟁을 원치 않지만 전쟁을 못 한다는 것을 알릴 수 없으니,
정예병의 훈련 모습을 통해, 겁을 준 거로군요 !"
"장송, 그 놈은 흉한 몰골에 심성도 불량하고, 잘난체 만 하며, 출세욕만
있어서 마음에 안 들어 !..."
조조는 이렇게 정욱에게 장송을 홀대한 진짜 속내를 드러내 말하고 자리에
누우면서 목덜미에 베개를 찾아 고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