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김군의 세상, 우리가 바꿉니다’ 우연히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지원하는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세상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이! 내가 속한 세상, 내 손으로 바꾼다! 라고 외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처음 그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오죽하면 아이들이 ....‘ 안타까운 마음과 아무것도 못해준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글을 읽자 마자 응원메세지를 남기고 기부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여러 번 곱씹을수록 과연 이것이 안타깝기만 한 일일까? 자신의 문제를 어른들의 손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고, 또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하는 게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특히 어린 학생들이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얼마나 더 힘든 일인지 알기에 일어선 아이들에게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세상에 맞서는 그들의 용기에 존경과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같이 응원하자고 여기 저기 지인들 톡방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퍼 날랐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가 응원하고 있다고, 힘든 길이지만 옳은 길이라고 용기 잃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듣기 싫었던 말이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학생 다움’은 결국 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 공부, 단정함, 순종하는... ’ 이런 것들이어서 싫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도 10대를 키우는 부모가 되었고 내가 ‘학생 다움’이란 단어를 왜 싫어했었는지 서서히 잊어버렸다. 어느새 나도 내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행동을 할 때마다 ‘학생 답기’를 바라라며 은근히 ‘학생다움’이라는 틀 안에 내 아이를 가두려고 했었다.
지금 아이들도 내가 그 시절에 이미 눈치 챈 것처럼 어른들이 강조하는 ‘학생 다움’이나 ‘다 너희들을 위한 거야!’ 라는 말 속에 숨겨둔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속셈’을 알고 있다. 마치 ‘너희는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가 너희에게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알아서 알려줄테니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학생은 학교에만 충실하고, 어른들 말씀 잘 따르면 돼!’ 결국 ’시키는 대로 해!‘ 이런 것?
"우리 사회는 학생 인권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어요."
"아동 인권 보장해야 한다고 하면 맞다고 하는데 학생 인권하면 약간 '학생이 무슨 인권?' 이렇게 얘기해요. 사람은 인권이라는걸 주면서 자유를 보장해주고 싶을 때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주고 싶어 해요. 학생은 본인들이 자각을 할 수 있는 나이고 권리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든 누려야겠다고 하니까 약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른들이 두려움이 있는 게 아닌가." _김지윤 정치학 박사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속에 나도 몰랐던 속마음을 깨달았고 부끄러웠다. 결국 나도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선까지만 아이들에게 선택권과 자유를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 이상을 원할 때는 언제나 부모로서, 먼저 살아 본 사람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
한 학생은 두발 자유관련 한 100분 토론에서 학생대표가 두발자유에 대해 아주 잘 이야기를 했는데 상대편측의 반응을 보고 기분이 안좋았다고 했다. 그 이유가 그분들이 ’아이고, 학생들이 말도 잘하네~‘ 하며 엄마 미소로 바라봤을 뿐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있지 않는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어른들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았고 진지하게 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순간 나도 뜨끔했다. 혹여 나도 이런 시선으로 이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학생들은 특성화고 학생의 기본권 보장을 담은 '특성화고 학생 10만 권리 선언'도, 납땜과 용접 실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도 자신들 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결국 교육부가 전국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대상으로 안전장비 비치 여부와 환풍기 설치 현황을 점검하게 되었고, 마스크도 없이 납 연기를 마셔왔던 학생들은 이제 행동하면 변화가 뒤따른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 날 내가 기부한 기부금은 특성화고 선후배 학생들이 자신들이 마주한 노동 현실을 함께 이야기하고 배우는 '특성화고 사회진출학교'를 진행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것도 미래의 노동자가 될 대부분의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응원메세지를 보내주시를 바란다.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것에 대해 함께 읽고 마음에 새기고 싶다.
“ 내일을 살 사람,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 청소년을 수식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내일과 미래가 아닌 오늘을 살고 싶어합니다. 먼 훗날이 아닌 지금, 독립된 인격체이자 시민으로 존중받길 희망합니다. ”
첫댓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 힘껏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