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스페인의 클레이 영웅 라파엘 나달(2번 시드)과 첫 타이틀을 노리는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12번시드)가 나란히 2006 프랑스 오픈 8강에 합류했다.
5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에서 계속된 2006 ‘프랑스 오픈’(총상금 1729만 달러) 남자부 16강전에서 나달은 14번 시드의 레이튼 휴이트(호주)를 3(6-2, 5-7, 6-4, 6-2)1 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경기전까지 휴이트와의 상대전적에서 3전전패로 열세였던 나달이었지만, 3번 모두 하드 코트에서의 전적이었고 가장 최근의 대결은 2005년 1월로서 무려 17개월전의 일이었다.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의 연승 행진을 자랑이라도 하듯, 휴이트를 처음으로 제압하며 기록을 57연승으로 향상시켰다.
나달은 “토요일의 긴 경기로 인해 경기 초반 많은 피로를 느꼈고 나의 특유의 생기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달과 휴이트의 이날 경기는 매 포인트가 두 선수의 집념과 투혼으로 획득되는 명승부전이었다.
휴이트는 특유의 빠른 발과 수비력으로 나달의 날카로운 공격을 불가능해 보이는 각도에서도 리턴하며 나달을 끝까지 안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특히 행운이 따른 네트 코드 득점도 여러 개 뽑아내며 휴이트는 끝까지 접전 양상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이자 롤랑가로에서만 10연승을 거두고 있던 나달의 페이스는 중단되지 않았다.휴이트의 로브가 범실로 이어지며 3세트를 획득, 2-1로 세트스코어에서 앞서며 승기를 잡은 나달은 마지막 세트가 된 4세트에서도 휴이트의 백핸드가 베이스라인을 벗어나며 3시간 17분만의 접전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나달의 8강 상대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노박 됴코비치(63위)로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 됴코비치는 홈코트의 희망인 25번 시드의 가엘 몽피스 3(7-65, 7-65, 6-3)0 으로 제압하며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8강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또 한 명의 프랑스 선수인 줄리안 베네토(93위)는 스페인의 알베르토 마틴(68위)에 1세트 5-1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의 기권으로 인해 8강 진출을 확정, 홈팬들의 마지막 기대를 살렸다. 베네토는 남녀 8강이 모두 확정된 가운데 남아있는 유일한 프랑스 선수가 되었다.
베네토의 8강전 상대는 4번 시드를 받은 이반 루비치치(크로아티아). 루비치치는 루벤 라미레스 이달고(스페인, 80위)를 3(6-3, 3-6, 6-3, 6-2)1로 제치고 8강에 올랐다.
한편 여자부 마지막 4회전 경기에서는 힝기스가 샤하르 피어(31번 시드, 이스라엘)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2(6-3, 2-6, 6-3)1로 승리, 8강에 막차로 합류했다.
힝기스와 피어의 경기는 전날(4일) 세트올 상태에서 일몰로 경기를 다 소화하지 못하게 되어, 5일로 순연되었었다. 이것이 관록의 힝기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했음은 명백한 사실.
힝기스는 1세트를 따낸 후 피어의 과감한 공격과 에러없는 견실함에 오히려 당황하며 2세트를 내주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하지만 늦은 9시의 파리의 밤이 남아있던 햇빛마저 모두 거두어가며 힝기스에게 숨을 돌릴 겨를을 허락하였고, 힝기스는 이 날 별다른 어려움 없이 3세트를 마무리했다. 이틀에 걸치긴 했지만 총 2시간 8분간의 대접전.
힝기스의 8강전 상대는 2번 시드의 킴 클리스터스(벨기에). 5개월전 시즌 첫 그랜드 슬램 대회였던 호주 오픈 8강전에서 힝기스에게 패배를 안겼던 선수이다.
힝기스는 “호주 오픈때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나는 1월 이후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 당시에는 1회전 승리에 기뻐했지만, 지금은 16강에서 졌더라면 오히려 매우 실망했을 것이다. 클레이에서는 볼이 비교적 느리므로, 나에게 더 생각할 시간과 전략을 세울 기회를 많이 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힝기스는 잇다른 경기 순연으로 최근 몰아서 경기를 치르게 되자 체력적인 부담을 없애기 위해 혼합 복식 일정까지 취소하며 단식 우승에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남자부 8강 대진>
(1)로저 페더러(스위스) - (12)마리오 안치치(크로아티아) (3)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 - (6)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 줄리앙 베네토(프랑스) - (4)이반 루비치치(크로아티아) 노박 됴코비치(세르비아-몬테네그로) - (2)라파엘 나달(스페인)
<여자부 8강 대진>
(16)니콜 바이디소바(체코) - (11)비너스 윌리엄스(미국) (14)디나라 사피나(러시아) - (8)스베틀라나 쿠즈넷소바(러시아) (5)쥐스틴 에넹-아르덴느(벨기에) - (13)안나-레나 그뢰네펠트(독일) (12)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 (2)킴 클리스터스(벨기에)
사진 ⓒAP Photo 2006 프랑스 오픈 8강전에 합류한 남자부의 나달과 여자부의 힝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