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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유망주 53] 박정빈, U-14 대표팀의 중심 골잡이 |
[ 2008-08-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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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4 대표팀의 중심 골잡이 박정빈 ⓒ스포탈코리아 |
한국과 일본 U-14 대표팀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2008 한일 우수청소년 스포츠 교류전(주최:대한체육회, 주관:KFA, 후원: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국의 2연승으로 끝났다.
2경기 모두 1-0으로 승부가 끝났는데, 그 2골을 넣은 주인공이 바로 박정빈(광양제철중, 전남유스)이다.
박정빈은 23일 1차전에서 유승민(현대중, 울산유스)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트렸으며, 25일 2차전에서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기대에 부응했다. 박정빈은 경기를 지켜본 축구인들이 “한일 양 팀 선수를 모두 합쳐서 박정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라고 평할 만큼 스트라이커로서의 파괴력을 선보였다. 일부에서는 “패스게임에 능하지만 결정력이 떨어지는 일본에 박정빈 같은 스트라이커가 1명 있으면 두려울 게 없을 것”이라고 감탄했을 정도.
모든 사람을 감탄하게 만든 박정빈의 파괴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박정빈은 작년 11월 일본 J빌리지에서 있었던 U-13 한일교류전에서 일본 U-13 대표팀을 상대로 2경기에서 4골을 터트리며 맹위를 떨쳤었다.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일본을 5-0으로 대파하는데 일조했으며, 2차전에서도 1-0으로 승리하는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러한 기세는 올해 4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U-14 AFC 페스티벌에서도 이어졌다. 박정빈은 이 대회에서 9골-3도움의 맹활약을 펼쳤고, 한국 U-14 대표팀은 8승 1무의 호성적으로 일본, 중국, 북한 등을 따돌렸다. 한 마디로 이 연령대의 레벨을 뛰어 넘은 특급 공격수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U-14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김은철 감독 역시 “14세 연령대 선수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공격수로서의 볼 키핑력이나 감각, 드리블 능력 등이 탁월하다. 상대 수비수 1~2명은 제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일단 개인 기술이 좋으니까 쉽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체력적 부분이나 스피드를 이용한 플레이를 좀 더 보완한다면 대형 공격수로 성장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괴물 공격수’로 극찬 받고 있는 박정빈이지만,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은 역시 14세 앳된 소년이다. 잔뜩 부끄러워하면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면서 질문에 답하는 박정빈의 모습은 피치 위에서 저돌적으로 돌파를 시도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일본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제 플레이에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일단 팀이 이겨서 좋아요. 팀 승리가 우선이니까요. 아직 멀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골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소망대로 된 것 같아요”라면서 수줍게 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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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중(전남유스)에서의 박정빈 ⓒ스포탈코리아 |
전남의 유소년 시스템 속에서 성장하다.
박정빈이 처음 축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전주에서 자란 박정빈은 축구가 하고 싶어 광양제철남초(전남 U-12팀)으로 테스트를 받으러 갔고, 합격을 받아 ‘전남맨’으로서 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어요. 축구가 꼭 하고 싶었는데, 광양제철남초가 축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잖아요. 그래서 4학년 때 전주에서 광양까지 가서 테스트를 받았어요. 다행히 팀에서 같이 해보자고 해서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광양제철남초를 졸업한 박정빈은 자연스럽게 광양제철중(전남 U-15팀)으로 진학하게 된다. ‘될성 부를 떡잎’답게 1학년 시절부터 선배들을 따라 대회에 참가해 교체멤버로 뛰던 그는 2학년으로 진학한 올해부터는 팀의 주전 공격수로까지 성장했다. 2학년생이 주전으로 뛴다는 것, 더군다나 그 팀이 중학교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광양제철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학년 때는 형들을 따라 대회에 참가해서 경험 삼아 가끔 교체로 뛰고 그랬어요. 2학년이 되면서 주전으로 기용되기 시작했어요. 광양제철남초 시절부터 선생님들이 체계적으로 잘 가르쳐주셔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노력도 많이 했고요.”
어느덧 박정빈은 1년 위 선배들과 함께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광양제철중은 공격형 미드필더 오영준의 패스 공급을 바탕으로 이진재와 박정빈이 전방에서 마무리를 짓는 형태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오영준과 이진재는 현재 U-15 대표팀의 중심 멤버들. 그들과 함께 박정빈 역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중등부 최고의 대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리미어컵에서는 선배들 틈에서 대회 우수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오)영준이 형 패스가 너무 좋아서 부담되기도 해요. 좋은 패스가 들어오면 골로 보답해야 하니까요.(웃음)”
“아직 고쳐야할 점들이 많아요. 일단 드리블이 조금 많은 편이에요. 옆의 동료들을 이용하면 더 많은 찬스들을 얻을 수 있고, 저로서도 문전에서 좀 더 편하게 풀어나갈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더 보완해야할 것 같아요.”
“지금은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를 모델로 삼아 배워나가고 있어요. 루니는 정말 파워풀하고 결정력도 있어요. 활동폭도 엄청나고요.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열심히 노력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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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교류전에서 단연 돋보였던 박정빈 ⓒ스포탈코리아 |
가슴 속에 큰 꿈을 품고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박정빈이 14세 연령대에서 ‘괴물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유소년 시절 명성을 떨쳤던 많은 유망주들이 성장하면서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간 예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잘한다고 성인 레벨에서까지 돋보인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박정빈에게는 빛을 잃어간 유망주 선배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확신이 들었던 것은 인터뷰 마지막에 조금은 형식적으로 물었던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답한 박정빈의 똘망똘망한 대답 때문이었다. 14세 소년답지 않게 박정빈은 명확하고도 확고한 자신의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고등학교 올라가서 KFA에서 보내주는 해외유학프로그램을 통해 유럽무대로 나가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유럽 4대리그로 진출해 득점왕을 차지하는 것이고요.”
“이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언젠가 제 이름을 건 유소년 클럽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초-중-고-프로까지 클럽을 만드는 것이 최종적인 꿈이에요.”
정말 당찬 대답이 아닌가.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어린 선수들, 아니 성인 선수들을 통틀어서도 이런 당찬 목표를 갖고 있는 선수는 보지 못했다. 물론 이 목표들이 현실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기개와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친 뒤, 개인적으로는 이미 박정빈의 팬이 되어 버렸다. 14세 한국 축구 선수 중에, 아니 그걸 넘어 14세 아시아 선수들 중에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이 어린 유망주의 미래를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기대되고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인터뷰=이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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