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샤를 페로의 <상드리옹>을 중심으로 한 <신데렐라>의 대본과 동화
대본 야코포 페레티
초연 1817년 로마 테아트로 발레
배경 18세기경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 왕국의 왕궁과 근교 마을
<1988 잘츠부르크 축제 / 162분 / 한글자막>
빈 필 & 빈 국립극장 합창단 연주 / 리카르도 샤이 지휘 / 마이클 햄 연출
돈 라미로........살레르노 왕국의 왕자..................................프란시스코 아라이자(테너)
단디니............왕자의 하인...............................................지노 퀼리코(베이스, 바소 부포)
돈 마니피코.....마운트플라곤 남작......................................발터 베리(바리톤)
클로린다.........돈 마니피코의 큰 딸....................................안젤라 데닝(소프라노)
티스베............돈 마니피코의 둘째 딸.................................다프네 에반겔라토스(메조소프라노)
안젤리나.........체네렌톨라로 알려진 돈 마니피코의 의붓딸.....앤 머레이(메조소프라노)
알리도로.........철학자. 돈 라미로 왕자의 스승......................볼프강 쉐네(베이스)
---------------------------------------------------------------------------------------------------------------------
=== 프로덕션 노트 === <영상물 내지 해설>
<라 체네렌톨라 La Cenerentola)>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로시니 버전이다. 작곡가는 동화를 부드러운 풍자로 바꾸고 인간의 물질적 본능에 대한 코메디로 비꼰다. 초자연적인 장치물 대신에 계몽된 철학자 알리도로가 체네렌톨라의 사심 없는 관대한 정신이 그녀의 의붓아버지 돈 마니피코와 소름 끼치는 두 딸들, 클로린다와 티스베의 무시무시한 물질주의를 이겨내도록 이끌고 있다. 로시니의 이 매력적인 오페라에서는 예리한 위트와 깊은 신랄함 모두를 찾을 수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의 마이클 햄의 훌륭한 공연에는 코메디와 파투스, 콜로라투라의 격발, 가장무도회가 흥미롭게 뒤섞여 있다. 여기에는 벨칸토 창법의 전문가인 앤 머레이가 안젤리나 역으로, 프란시스코 아라이자가 왕자 역으로 캐스팅되었다.
"모든 면에서 이 <체네렌톨라>에 흥미를 더하는데다가 예상 외로 로시니를 모차르트에 한발 더 가깝게 만들어 준 것은 주연급 배역의 가수들이다. 영국인들에게 친숙한 앤 머레이는 수줍고 예민한데다가 가족의 무시와 구박으로 눈에 보이게끔 짓밟혀져 사회적 문제를 오페라에 폭로하며 어떤 사람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람의 얼굴을 한 체네렌톨라를 연기했다."(Financial Times)
로시니의 활기있고 고상한 총보는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했고 그가 능란하게 표현한 로시니의 스타일은 마우로 파가노의 매력적인 무대장치와 잘 어울린다.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발터 베리가 돈 마니피코를 부르고 잘생긴 바리톤 지노 퀼리코가 왕자의 시종, 단디니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극적인 놀라움과 굉장한 성악의 명민함을 보여주는 예외적으로 훌륭한 공연이다.
=== 줄거리 === <영상물 내지 해설>
1막
Scene 1
체네렌톨라의 의붓아버지인 돈 마니피코는 영락한 지주 중 한 사람이다. 체네렌톨라는 불쌍한 거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다가 그녀의 의붓 언니인 클로린다와 티스베에게 구박을 당하고 있다.
이웃 궁정에서 온 기사가 신부감을 찾고 있는 왕자가 곧 도착할 것을 알린다. 이 소식으로 인해 집안 전체가 소란스러워진다. 돈 마니피코가 거칠게 잠에서 깨어나고 그는 이것이 그의 딸들이 왕좌에 오른다는 길운의 계시라고 해석한다. 그들은 왕자를 맞을 준비를 한다.
마구간 소년이 비어있는 집으로 들어온다. 이 소년은 자신의 시종인 단디니로 분장한 라미로 왕자이다. 그는 스승이자 절대적인 섭정, 알리도로에게서 위치와 계급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성격을 알아보려면 변장을 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라미로 왕자와 체네렌톨라가 만나게 되고 급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든다.
변장한 라미로의 시종인 단디니, 즉 가짜 왕자는 화려한 행렬과 함께 들어가고 돈 마니피코와 그의 딸들에게 과분하고 성대한 환영을 받는다. 단디니(진짜 왕자)는 죽은 왕의 유서에 있는 유언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결혼해야 한다. 돈 마니피코와 그의 딸들은 기사를 따라 가짜 왕자의 명령을 받아 왕궁으로 간다. 그들은 이미 장차 왕좌에 오를 생각에 기고만장해 있다. 체네렌톨라가 자신도 왕자의 무도회에 데려가달라고 돈 마니피코에게 부탁하자 돈 마니피코는 그녀를 놀리고 크게 창피를 준다. 단디니와 라미로 왕자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
힘있는 섭정, 알리도로가 도착하고 그도 역시 서류에 등록되어 있는 셋째 딸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돈 마니피코는 그녀가 벌써 죽었다고 대답한다. 혼란스러워 하며 모두가 떠나고 체네렌톨라 혼자 남아 절망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떠난 것 같았던 알리도로는 놀라는 체네렌톨라에게 자신이 그녀에게 도움을 부탁했던 거지라고 밝힌다. 그는 왕자의 진정한 신부감을 찾아보기 위해 순례자로 변장했었다. 그는 체네렌톨라를 위로하고 영원한 정의가 그녀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를 왕자의 무도회에 데려간다.
Scene 2
왕자의 궁전에서는 모든 것이 돈 마니피코와 그의 딸들의 바람대로 될 것처럼 보인다. 모든 권력을 자신의 손에 쥐고서 가짜 왕자 역을 하는 단디니는 돈 마니피코에게 그가 30병의 왕실 와인을 마실 수 있으면 궁전의 포도주 담당 관리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왕자를 두고 싸운다. 각자 그녀 자신이 이미 미래의 왕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Scene 3
그사이 왕궁의 포도주 저장실에서 돈 마니피코는 시험을 통과하고 기사들은 장엄하게 그에게 새로운 임무의 휘장을 준다. 상상 속의 권력에 우쭐해져 그는 와인에 어떠한 불순물도 섞어서는 안된다는 엄격한 법령을 내린다.
Scene 4
돈 라미로는 단디니 왕자를 잠시동안 클로린다와 티스베의 관심 밖으로 끌고 나오는 데 성공하고 그에게 그들에 대해 묻는다. 라미로 왕자는 확실한 대답을 얻는다. 둘 중 누구도 아내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마침내 왕자를 찾아내고 둘 중 누구를 선택했는지, 또한 다른 한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묻는다. 가짜 왕자는 즉석에서 차선책으로 그의 마구간 소년을 제안한다.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미친 듯이 노여워하며 이 제안을 거절하고 돈 라미로가 진짜 왕자인 것을 모른 채 그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Scene 5
왕궁 무도회는 베일에 가린 신비로운 숙녀가 등장하면서 예상 외의 전개가 일어난다. 알리도로가 사람들에게 그녀를 소개한다. 그녀는 그녀의 외모가 아닌 그녀 자체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줄 것을 약속한다. 단디니의 요청에 응한 이 신비로운 미인은 자신의 베일을 벗는다. 체네렌톨라와 닮은 모습에 당황한 돈 마니피코와 그녀의 언니들을 제외한 그곳의 모든 이들은 그녀의 매력에 매료된다.
단디니의 왕실 만찬으로의 초대로 무도회는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흥겹게 떠드는 와중에도 모든 사람들은 지진을 예감하듯이 이 멋진 축제가 곧 비참하게 끝나게 될 것이란 것을 감지한다. 호화롭게 차려진 식탁이 이 악몽을 떨쳐버리게 할 수 있다.
2막
Scene 1
연회가 끝난 후 돈 마니피코와 그의 딸들은 기사들과 함께 공원으로 간다. 돈 마니피코는 자신이 조신들에게 조롱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의 의심은 클로린다와 티스베에 의해 사라진다. 돈 마니피코는 자신이 왕자의 장인이 되어 엄청난 부를 가져올 수 있는 궁정에서 다시 한번 영향력 있고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체네렌톨라는 자신에게 빠져버린 단디니의 관심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체네렌톨라가 가짜 왕자에게 자신은 왕자의 시종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을 라미로와 알리도로가 엿듣는다.
기쁨에 찬 라미로는 숨어 있던 곳에서 나온다. 그러나 체네렌톨라는 그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며, 그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와서 그녀를 찾아야 하며 그때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의 것이 되겠노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팔찌 중 하나를 증표로 준다. 알리도로의 충고에 힘입은데다가 마음이 동한 라미로는 다시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가고 그의 시종도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온다. 그는 귀족들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알려지지 않은 미인을 찾아내라고 명령한다. 알리도로는 체네렌톨라와 왕자가 만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거지로 변장한다. 시종의 모습으로 돌아간 단디니는 여전히 그가 왕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마니피코에게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힌다.
깜짝 놀란 돈 마니피코는 자신의 일생 일대의 꿈이 무너지는 것을 본다.
Scene 2
늦은 밤 체네렌톨라는 슬퍼하며 돈 마니피코의 빈 집으로 돌아온다. 기분이 매우 안 좋은데다가 체네렌톨라에게 앙심을 품은 돈 마니피코와 그의 딸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체네렌톨라의 비참한 생활이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인다. 팔찌만이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고 희망이다. 모두 잠자리에 들고 밖에는 폭풍이 친다.
Scene 3
체네렌톨라를 향한 열정에 들뜬 왕자는 단디니와 함께 마차를 타고 거친 폭풍 속을 달린다. 알리도로의 교묘한 계획은 성공하게 되는데, 돈 마니피코의 집 바로 앞에서 라미로는 사고가 나서 그곳에서 머물 수 밖에 없게 된다.
Scene 4
돈 마니피코의 집에서 돈 라미로는 자신이 진짜 왕자라고 밝힘으로써 돈 마니피코와 그의 딸들을 경악하게 한다. 체네렌톨라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다. 돈 마니피코와 그의 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기 위해 헛된 노력을 한다. 돈 라미로는 그가 시종으로 변장했을 때 그들이 어떻게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는지를 상기시켜주며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체네렌톨라를 아내로 맞는다.
체네렌톨라는 행복해하며 이전의 괴로웠던 생활을 떠난다.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실망한 채 남겨지고 알리도로는 그들에게 남은 인생을 불행하게 살지 아니면 새로운 공주에게 자비를 구할 것이지 선택하라고 한다. 알리도로는 만족해 하며 국사에서 물러나고 그의 피보호자였던 돈 라미로에게 권력을 물려준다.
Scene 5
체네렌톨라가 라미로 왕자 곁에 서서 궁전으로 들어오고 귀족들은 그녀에게 경의를 표한다. 왕자가 체네렌톨라에 대한 불공평한 대우를 이유로 돈 마니피코와 그의 딸들에게 벌을 주려고 하자 새로운 공주는 용서를 구한다.
이것으로 체네렌톨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의 관대함을 보여준다. 알리도로는 그의 소망을 이루었다. 체네렌톨라의 통치 하에서 권력과 미덕이 결합되고 결국 선한 것은 승리한다.
---------------------------------------------------------------------------------------------------------------------
=== 작품 해설 === <2011년 9월 14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로시니,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
우리에게 친숙한 동화에 이본(異本. 원본과 내용이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판본)이 여럿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요. 원래 옛 전래동화들은 훨씬 잔인하고 무시무시했는데, 아이들 잠 잘 때 읽어주는 이야기책으로 출판되면서 그 내용이 순화되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프랑스어 판 원전 제목은 ‘샹드리용Cendrillon’) 이야기도 나라마다 존재했다는군요. 주경철 저 [신데렐라 천 년의 여행]에는 9세기 중국의 [섭한 이야기]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베트남 등 수많은 나라의 다양한 신데렐라 버전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콩쥐팥쥐]도 비슷한 소재죠?
오페라 부파(opera buffa. 희극오페라)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는 열여덟 살에 볼로냐 음악원을 졸업하자마자 [비단사다리]를 비롯한 5편의 짧은 소극(笑劇, farsa. 교훈을 강조하는 희극보다 더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극) 오페라를 차례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음악적 실험을 토대로 곧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같은 본격적인 오페라 부파를 세상에 내놓기 시작하죠. 그런데 로시니와 대본가가 선택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주인공은 난롯가에서 혼자 울고 있는 청순가련형 소녀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씩씩한 신데렐라였답니다. 의붓어머니 대신 의붓아버지, 요정할머니 대신 철학자인 왕의 스승, 유리구두 대신 팔찌가 등장하고, 호박마차 따위는 나오지도 않는 버전이죠.
의붓 아버지의 구박, 철학자 스승의 구원
온종일 집안일에 시달리는 안젤리나(Angelina)는 의붓아버지와 두 여동생에게서 늘 ‘체네렌톨라(La Cenerentola.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재투성이 아가씨’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의붓아버지는 전처가 첫 결혼에서 낳아 데리고 온 큰 딸 안젤리나에게 유산을 주지 않기 위해 안젤리나를 아예 딸이 아닌 하녀로 부리고 있죠. 안젤리나가 ‘Una volta c'era un re’(옛날에 어떤 왕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하고 있을 때 걸인이 찾아옵니다. 의붓아버지의 두 딸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걸인을 매정하게 내쫓으려 하지만 안젤리나는 구석으로 데려가 몰래 먹을 것을 준답니다. 걸인으로 변장하고 찾아온 라미로 왕자의 스승인 철학자 알리도로는 안젤리나를 왕자의 신부감으로 점찍어둡니다.
라미로 왕자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시종 단디니와 옷을 바꿔 입고 이 집에 찾아와 청소하던 안젤리나와 마주치는데, 둘은 첫눈에 깊은 호감을 느껴 각자의 설레는 마음을 담은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곧 왕자로 변장한 시종 단디니의 행차가 이어지지요. 그는 ‘한 마리 벌처럼’이라는 신부감 찾는 노래를 부릅니다. 단디니는 이 온 가족을 궁전으로 초대하지만, 가족들은 안젤리나만 홀로 집에 남겨둡니다.
궁전에 간 돈 마니피코는 와인에 실컷 취합니다. 무도회에 초대받은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요란하게 꾸미고 단디니에게 다투어 아양을 떨지요. 두 딸 중 왕자의 신부가 되지 못할 한 사람은 시종 라미로와 결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단디니가 묻자 클로린다와 티스베는 둘 다 싫다고 펄쩍 뜁니다. 그때 왕자의 스승 알리도로가 눈부시게 치장시킨 안젤리나가 무도회에 나타납니다. 마니피코 가족들은 이 처녀가 안젤리나일 리 없다고 믿으면서도 너무 닮았다며 당황하죠. 왕자 라미로마저 이 처녀가 진짜 안젤리나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하게 됩니다.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오페라 관객들은 마법과 환상의 세계에 기꺼이 빠져들었지만, 1817년 1월 25일 로마에서 [신데렐라]가 초연되었을 때 이미 로마 관객들의 취향은 상당히 세련되어져서 마술봉이나 호박마차 같은 마법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원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로시니의 [신데렐라]는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동화’가 되었답니다.
미덕이 내 치장, 사랑이 내 재산
한편 돈 마니피코는 벌써 왕자의 장인이 된 듯한 기분으로 자신이 누리게 될 호사를 상상하며 ‘Sia qualunque delle figlie’(두 딸 중 누가 왕비가 되든 이 아버지를 잊지 말아라)라는 아리아를 노래합니다. 화려한 차림의 외모에 반한 단디니가 청혼하자 안젤리나는 그 청혼을 거절하며, 자신은 왕자가 아니라 왕자의 시종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시종 행세를 하는 라미로 왕자가 “높은 지위와 큰 재산이 그대에게는 아무런 매력이 아니란 말인가요?”라고 묻자 안젤리나는 “미덕이 내 치장이며 사랑이 내 재산”이라고 대답하죠. “그럼 나와 결혼해주겠느냐”고 라미로가 묻자 안젤리나는 “이렇게 잔뜩 꾸민 모습이 아니라 내 원래 모습을 보고도 사랑한다면 결혼하겠다”고 답하며 한 쌍으로 된 팔찌 하나를 빼서 그에게 줍니다. 왕자는 결의에 차서 고음과 기교가 상당히 어려운 테너 아리아 ‘Si, ritrovarla io giuro’(그녀를 다시 찾고야 말 거야)를 부릅니다.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을 떠나지만, 12시면 마법이 풀려 다시 재투성이로 돌아갈까 봐 서두르다 유리 구두를 떨어뜨리고 가는 건 아니죠. 당당하게 자기 의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왕자인지 모르는 채로) 선택하고 떠난 것이랍니다.
한편, 빨리 두 딸 중 신부감을 정하라고 재족하는 마니피코에게 단디니는 자신이 왕자가 아니라 시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마니피코는 기절 일보직전이 됩니다(‘Un segreto d'importanza’ 중대한 비밀이 있는데...). 마니피코와 두 딸은 안젤리나 혼자 일하고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천둥번개가 요란한 가운데 왕자의 마치 바퀴가 부서지면서 라미로와 단디니가 찾아오지요. 안젤리나의 팔찌를 보고 확신을 얻은 라미로는 자신이 왕자임을 밝히고 정식으로 안젤리나에게 청혼합니다.
궁전에서 시종들은 선의 승리를 예찬하는 합창을 노래합니다. 안젤리나는 운명의 반전을 돌이켜보며 의붓아버지와 두 여동생을 따뜻하게 용서한 뒤, 밝고 힘차게 ‘Non piu mesta’(설움은 끝나고)를 부릅니다. 이 유명한 선율을 로시니는 원래 한 해 전인 1816년 [세비야의 이발사]를 위한 테너 아리아로 작곡했지만, [신데렐라]를 1817년 1월 25일 로마에서 초연하면서 다시 갖다 썼답니다. 워낙 급하게 작곡을 하느라 초연 전날까지 서곡과 피날레 아리아를 미처 작곡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알마비바 백작의 아리아보다는 신데렐라의 아리아로 더 유명한 곡이 되었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신데렐라]의 안젤리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의 이사벨라 등 로시니를 대표하는 세 희극오페라의 여주인공은 모두 메조소프라노입니다. 순진하고 연약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대담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여주인공들이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총출동해 엄청난 혼돈을 연출하는 1막 피날레는 음량이 점점 커지며 템포가 빨라지는 ‘로시니 크레셴도’의 전형적인 장면입니다. 1막 초반에 두 자매가 서로 자기 치장을 도와달라며 ‘신데렐라, 이리 와 봐!’ 하고 안젤리나를 불러대는 장면은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을 듯한 빠른 템포로 관객을 포복절도(抱腹絶倒) 시킵니다. 내용을 모르고 듣는다 해도 랩보다 빠른 속도 때문에 저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기막힌 이 파를란도(parlando)가 이 작품에는 여러 번 등장합니다. 특히 고음가수들보다 바리톤이나 베이스 같은 저음가수들이 이런 파를란도로 노래하면 희극적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자기표절의 대가였던 로시니가 급조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음악 덕분에 [신데렐라]는 [세비야의 이발사]와 어깨를 겨룰 만한 불후의 명작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돈을 좇아 달려가는 우리 시대에, 돈이나 권력이나 꾸며낸 외모 등으로 결코 얻을 수 없는 인간의 가치를 보여주는 모처럼의 교훈극이기도 합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안젤리나-라미로-단디니-돈 마니피코 순)
[CD] 조이스 디도나토/호세 마누엘 사파타/파올로 보르다냐/브루노 프라티코 등, 알베르토 체다 지휘, SWR 라디오 오케스트라, 카이저스라우터른 및 프라하 체임버 합창단, 2005년, Naxos
[DVD]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프란시스코 아라이자/클라우디오 데스데리/파올로 몬타르솔로 등,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라 스칼라 가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장 피에르 포넬 연출, 1981년(영화판), DG
[DVD] 체칠리아 바르톨리/라울 히메네스/알레산드로 코르벨리/엔초 다라 등, 브루노 캄파넬라 지휘, 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합창단, 로베르토 데 시모네 연출, 1995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실황, Decca
[DVD] 엘리나 가랑차/로렌스 브라운리/시모네 알베르기니/알레산드로 코르벨리 등, 마우리치오 베니니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체자레 리에비 연출, 2009년 메트로폴리탄 실황(한글자막), DG
[네이버 지식백과] 로시니, 신데렐라 [Rossini, La Cenerentola] (클래식 명곡 명연주)
---------------------------------------------------------------------------------------------------------------------
=== 작품해설 === <2011년 1월 26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슬픔과 눈물 속에 태어나
로시니,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
[신데렐라 이야기]는 뻬로(샤를 페로, Charles Perrault, 1628~1703)의 유명한 동화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계모(繼母)와 그녀가 데리고 들어온 언니들에게 학대 받는 처녀가 요정(妖精)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임금님 성(城)에 가서 왕자가 첫눈에 반하나 12시까지 집에 돌아온다는 요정과의 약속에 서둘다가 그만 유리 구두를 벗어놓고 그 자리를 떠난다. 그 유리 구두가 증거가 되어 간악한 언니들을 제치고 왕비로 발탁된다는 것이 대강 줄거리이다. 그러나 로씨니(로시니, 1792~1868)는 이 유명한 동화를 오페라로 만들 때, 유리 구두나 생쥐가 끄는 호박 마차 같은 비현실적인 동화의 요소를 제거하고, 계모는 원작과는 반대로 지금은 죽고 없는 어머니의 두 번째 남편인 의부(義父)로, 또 요정은 왕자의 가정교사로 바꾸었다. 로씨니는 그들에게 학대 받는 불쌍한 아가씨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파악하여 오페라 붓화(오페라부파, opera buffa, 가벼운 희극적 오페라)형식으로 다루었다. 그는 다른 오페라 붓화에서는 자칫 부족하기 쉬운 풍부한 정서(情緖)를 그 다운 분명한 템포와 코믹한 약동에 결부시켜, 39개나 되는 그의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매력 있는 작품의 하나로 만들었다. [라 체네렌톨라(Cenerentola, 신데렐라)]는 1817년에 로마에서 초연되었으며 그 전해에 발표한「세빌리아의 이발사」와 함께 로씨니가 창작욕이 제일 왕성하던 시기의 오페라 붓화이다. 동화적인 분위기는 별로 없으나 싱싱한 성격묘사에 걸출한 음악이 매우 신선하다. 훼레띠(Giacomo Ferretti)가 전 2막의 대본을 만들었다.
오페라로 만들어진 신데렐라 이야기
왕자의 가정교사 알리도로는 왕자 돈 라미노의 결혼 상대로는 마음씨 착한 아가씨가 적격이라고 생각하였다. 세 딸을 가진 홀아비이며 가난한 돈 마니휘코(Don Magnifico) 남작네 집을 거지로 위장하고 찾아가 보고 체네렌톨라(=신데렐라)라고 불리는 막내 딸 안지올리나의 상냥함이 마음에 들었다. 가정교사의 권유를 받은 라미로는 시종 단디니를 왕자로 변장시켜 돈 마니휘코 집에 찾아가게 한다. 두 언니와 남작은 거짓 왕자에게 속아 있는 아양을 다 떨며 대접을 한다.
그리고 궁전 무도회에 초대되자 체네렌톨라에게 집 잘 보라고 지시하고 떠난다. 한편 가정교사 알리도로는 혼자 남은 체네렌톨라를 찾아가 그녀를 아름다운 공주로 치장하여 궁정무도회에 안내한다. 궁중에서도 가짜 왕자에게 착 달라붙어 아양을 떠는 돈 마니휘코와 두 딸들. 한편 체네렌톨라는 가짜 왕자의 결혼 신청을 뿌리치고 그 자리에서 재빨리 사라져 버린다. 다음 날, 라밀로는 체네렌톨라가 떨어트리고 간 팔찌를 들고 마니휘코 남작 집을 방문하여 자기가 진짜 왕자임을 밝히고 체네렌톨라를 아내로 맞이한다.
'슬픔과 눈물 속에 태어나'
슬픔과 눈물 속에 태어나,
조용히 참고 견디어 왔으나;
황홀한 마법으로
꽃 피는 내 나이에,
번개가 치듯이
내 운명은 갑자가 바뀌었습니다.
아니, 아니에요, 부디 눈물을 닦아 주셔요,
어째서 떠시나요, 어째서?
이 가슴으로 날아 오셔요;
딸이에요, 동생이에요, 친지들이에요,
나는 그 밖의 아무 것도 아니에요.
*
이제 더 이상 난로가에 홀로 슬퍼서
떨리는 소리로 노래는 안 할 겁니다.
아, 한 순간에 꿈과 농담이 되었습니다
내 오랜 괴로움도.
신부 옷을 입은 체네렌톨라가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는 의부와 언니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노래하는,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한껏 발휘하는 휘날레의 아리아이다. 파가니니(Nicolo Paganini, 1782-1840) 등이 이 선율을 주제로 하여 기악의 변주곡으로 작곡하였다. 가사는 되풀이될 때마다 기법이 화려해진다. 로씨니, 도니제티, 벨리니 등으로 대표되는 벨칸토(bel canto) 오페라는 노래의 기술, 즉, 아름다운 목소리와 완벽한 기교가 말의 뜻을 초월했을 때 드라마를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추천 CD 및 DVD
[CD] 샤이 지휘, 볼로냐 시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92) 바르톨리(Ms) Decca
볼로냐 가극장에 로씨니 전문 가수들을 모아 샤이(Riccardo Chailly)가 지휘한 이 오페라의 매력을 어느 음반보다도 여러 면에서 뛰어나게 살려 냈다. 샤이는 로씨니의 붓화 양식 오페라 연주에 필요한 약동감(躍動感)이며 유려한 노래를 살려낼 뿐 아니라, 이 작품 특유의 페이소스에도 유념하여 정밀하게 배려하여 등장인물들이 모두 싱싱한 존재감을 지니고 부각된다. 그것은 제타가 교정한 교정본의 보급으로 왕자의 가정교사 겸 신부(新婦) 담당부터 친 아버지 대신역도 연기하게 된 알리도로 역을, 인생의 예지(叡智)와 선의(善意)의 상징으로 각인(刻印)시키는 속 깊은 표현이다. 학대 받는 여자 주역을 맡은 바르톨리(Cecilia Bartoli)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명연이다. 원만한 속에 작곡가가 요구하는 빛과 음영(陰影)을 아울러 갖춘 미성(美聲)을 구사하여 아주 어려운 갖가지 콜로라투라 기교를 미처 기교라고 느끼지 못하도록 유창하게 소화해 나간다. 그리고 그 기교가 소박하고 따뜻한 서정(抒情)과 결부되어 연한 에로티시즘까지 풍기며 이상적인 신데렐라를 연기한다. 그녀와 맺어지는 왕자 라미로 역의 마테우찌(William Matteuzzi)도 기품이 좀 부족한 느낌은 있으나 기술적으로는 당대 최고의 로씨니 테너라고 할 만한 초절적 명창을 들려준다. 또 독선과 불평불만의 덩어리 같은 인물로 그려 웃음을 자아내는 어려운 역할인 신데렐라의 의부 돈 마니휘코 역이, 달리 따를 자가 없다는 다라(Enzo Dara)라는 점도 완벽한 포진이라 할 수 있다.
[DVD] 아바도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1) 폰 슈타데(Ms) 포넬 연출 DG
군데군데에 로씨니의 동상을 사용하거나 그림자를 활용한 효과 등 참신한 영화적 수법을 활용하는 등 폰넬(Jean-Pierre Ponnelle)의 연출은 무리가 없어 실황 연주를 좋아하는 애호가에게도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폰넬의 재주가 상큼하게 발휘된 영상도 좋지만 이 DVD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아바도의 지휘와 폰 슈타데(Frederica von Stade)를 비롯하여 뛰어난 가수진이다. 아바도(Claudio Abbado)는 1971년에 런던 교향악단과 이 오페라를 녹음했으며 그것도 가수진을 잘 갖춘 연주였으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의 반응은 한층 생생하며 서곡부터 휘날레까지 로씨니 음악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폰 슈타데의 신데렐라가 특히 우아하고 눈부신 아름다운 모습을 만끽한다. 아라이자(Francisco Araiza)의 왕자도 단아한 모습이 무대를 윤기 있게 만들고 있으며 신데렐라와 좋은 짝이 되어 있다. 아버지 역인 몬타르솔로(Paolo Montarsolo)의 콤메디아 델 아르테(commedia dell'arte=16-18세기에 유행하던 즉흥 가면극)가 연상되는 양식화(樣式化)된 코미칼한 연기와 왕자의 가정교사인 알리도로 역의 플리쉬카(Paul Plishka)의 장중(莊重)한 노래와 연기도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심술궂은 두 자매(姉妹)도 희극적인 역을 잘 소화하여 즐거운 웃음을 유발하는 등, 모두가 잘 갖추어진 공연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슬픔과 눈물 속에 태어나 - 로시니,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 (내 마음의 아리아)
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2권 / 박종호> ★★
1988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을 담은 것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계승하는 로시니 스페셜리스트인 리카르도 샤이가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작품의 지휘를 맡았는데, 그의 섬세한 지휘는 빈 필의 뛰어난 실력과 함께 경묘한 로시니의 완성품을 만들어낸다. 앤 머레이(안젤리나 역)는 저음보다는 고음부에 중심을 두면서 무난하게 공연을 수행한다. 프란시스코 아라이자(라미로 역), 지노 퀼리코(단디니 역), 발터 베리(마니피코 역) 등도 모두 호연이다. 연출과 무대가 고식적이며 디테일이 약한 것이 흠이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01 08:2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8.19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