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교육원 홈피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나누고자 올립니다.
도보순례
성년이 선포된 바오로의 해.
의정부교구에서 펴낸 [성년을 살다]를 읽은 후
본당에서 친교와 봉사를 통해 자주 만나던 형제자매와 함께
마음으로 벼르던 도보순례를 떠났습니다.
[성년을 살다] 236쪽에 소개되어 있는
전곡성당 – 연천성당 – 상리성당 – 대광리공소 – 신탄리역까지 26.2km 구간입니다.
특강과 개강연수를 통해 신앙의 예표로 더 깊이 다가오신 바오로 성인의 영성을 기리며
변변찮은 신심이나마 추스려서 거듭나고 싶은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5시 40분.
일어나긴 했지만 겨우 3시간도 못잔 탓인지 몸이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공들여 세수를 하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습니다.
일행과 만나 승용차 한대로 전곡성당에 도착하니 7시 20분.
본당수녀님을 통해 주님의 격려를 받은 후
성가정상 앞에 모여 순례에 임하는 기도를 바쳤습니다.
주모경 등 늘(?) 바치던 기도문이 새롭게 마음에 닿았습니다.
드디어 7시 30분에 출발.
세상을 향해 두팔 벌리고 계신 예수님 모습에 마음 든든해졌습니다.
오늘 베풀어주실 은총을 기대하며 벅찬 희망으로 가슴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성당문을 나서자마자 시작부터 곤혹스러웠습니다.
성당 바로 앞의 산만한 도로사정과 방향감각 때문에
[성년을 살다]의 안내문의 이해가 일행 사이에서 서로 엇갈려서였습니다.
첫걸음부터 이러니 초행길인 오늘 장거리 순례를 무사히 마칠수 있을지 불안해졌습니다.
그래도 전날 저녁까지 인터넷을 뒤져 프린트해두었던 지도에 의존하여 첫걸음을 놓았습니다.
출발은 그랬지만 우리는 곧 하느님에 의한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잠겨 걸을 수 있었으며
경관 좋은 곳이나 서늘한 그늘 밑에서는 휴식도 즐기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저희 5명의 도보순례는
가을이 물씬 내려앉고 있는 들판과 구비구비 유유자적 흐르는 개울을 지나며
10시 10분경에는 연천성당에 들려 순례기도를 바칠 수 있었고
11시 5분경에는 막 입당성가가 울려퍼지는 상리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그 미사는 의정부교구 인사발령에 의해 상리본당을 떠나시는 김동희 모이세 신부님께서
마지막 주일미사를 집전하는 교중미사였고 신부님을 송별하는 미사였습니다.
신부님은 모두의 마음에 신앙교육원의 교수신부님다운(죄송) 말씀을 아로새겨 주셨습니다.
미사. 특히 성찬례, 그 중에서도 찬미가에 진한 애정을 느끼신다며 들려주신 말씀.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디짐했던 신앙인의 생각과 말과 행위는
매순간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러야 할 것이며
그 모든 삶이 그리스도 안에서 열매 맺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도보순례에 나선 오늘뿐만 아니라
삶의 순례길에 있는 제 평생에 걸쳐 들려주시는
주님의 은총이자 영적 선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순례자들에게도 제공된 맛있는 점심식사.
그날은 마침 마르타회에서 상리성당 봉사를 하는 날이라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만나는 보너스까지 받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담소를 나눈후.
행장을 다시 정비하여 다음 순례지인 상리성당 대광리공소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후 3시 30분경 대광리공소 도착
대광리공소 마당에는 들어섰으나 성당문이 잠겨있어
부득이 성모상 앞에서 순례의 기도를 바치고 소박한 화단 앞에서 꿀맛같은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5시 10분경쯤 신탄리역에 도착했습니다.
20여km를 넘게 걸어서인지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진 탓도 있지만
중간 중간 개울로 내려가 시원한 물에 푹 잠기는 세례갱신(?)식도 갖고
맨발을 담그며 지친 몸을 달래는 시간을 두번 갖느라 게획보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도보순례의 마지막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이정표 앞에서의 기도였습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도보순례를 마친 제 마음에 일렁이는 기쁨이 믿음과 희망을 새롭게 하며
사랑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빌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한 컷을 남겼습니다.
장장 26.2km의 도보순례.
중간에 지도판독 착오로 두번 헛걸음 했던 것을 감안하면 장장 70여리를 걸은 셈이었습니다.
글로 다 전할 수 없는 장면들은 아주 쬐끔 사진으로 보충합니다.
그 역시 다함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습니다만…
저는 느낍니다.
여러모로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보살펴주시는 많은 은인들이 계심을.
오늘도 그 많은 은인들께 마음깊이 감사드리며 저의 은인들께도 주님의 은총과 축복을 빕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송요한 드림새록새록
전곡성당

전곡성당 성가정상

전곡성당 성모상

순례의 기도를 바치는 일행입니다.

전곡성당 입구 언덕에서 세상을 향해 두팔 벌리고 계시는 예수님

의견의 일치를 보고 드디어 출발(주의: 전곡방향으로 설명되어 있지만 북쪽으로 가야합니다.)

이정표(오른쪽으로)

[성녕을 살다]에서 언급된 굴다리를 지납니다.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이런 풍경이 펼쳐 집니다.
이런 풍경도 있고

왼쪽길로 들어서야 하는 갈림길

왕림교 - 여기까지는 2.6km입니다.

왕림교를 건너며 좌우에 펼쳐진 다리 아래 절경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바로 그 절경입니다.

보기만 해도 풍요로운 밤나무
왕림리 이정표
차도를 걷지만 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 길

자연 감상하느라 다음 이정표인 연천군청을 놓치는 바람에 1km 정도 헛걸음 했습니다.

바로 이 곳에서 보이는 곳으로 우회전해야 했는데 500m 정도 직진했다 되돌아와 이길로 들어섰지요.

한가로운 길을 걷는 제 마음도 저절로 넉넉해졌습니다.

농작물이 잘자라 풍요로운 밭길도 따라 걷지만 때론 이런 길도 걷습니다.

다시 봐도 시원한 느낌입니다.

창산수목원 앞을 지납니다.
오른쪽에는 채마밭(?) 왼쪽에는 율무밭

끝없이 이어지는 길
주님 부활의 현장으로 달려가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코스모스의 환영도 받으며

수수그림자 늘어진 길도 지나서
드디어 저 멀리 첫번째 도착지인 연천성당이 소재한 연천시가지가 보입니다.

햇빛은 어느 곳이나 쏟아지는데...

자연 안에 하나되어 차탄천 위를 축하비행(?)중인 한마리 백로

군자교를 지나

몇m 자를 대고 닦은 길일까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이런 저런 풍경이 다 정겹네요

저 다리를 가로질러 건너자마자

연천입성을 앞두고 달콤한 휴식과 짐 정리

국화전시회로 더욱 사랑받는 연천성당 - 여기까지 10.7km를 걸었네요.

연천성당 성모상
그림자

연천성당을 떠난 발걸음이 상리성당을 향하고 있네요.

이정표 - 상리삼거리

갈림길에서 신망리역을 향한 철길 왼쪽 옆으로 놓인 작은 길로 들어섭니다.

멀리서도 보이던 상리성당 지붕이 드디어 코 앞이네요.- 여기까지는 14.7km입니다.

입당성가와 함께 상리본당 주일교중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복음선포

성당을 구석구석 가득 메운 신자들 - 저희는 선채로 미사봉헌했습니다.

예물봉헌

집전 주례사제이신 김동희 모이세 신부님

세분 신부님들!!! 그리고 독서대 옆으로 신학생도 보이네요.

선교사님이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 신부님을 위한 공연(?) 중

그리고 강복 - 하느님. 감사합니다.

사제의 겸손한 인사에서 더욱 감동을 받습니다.

점심시간을 마치고 대광리공소를 향합니다.

잔디밭 휴식

다시 갈림길 - 여기서 왼쪽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눈 앞에 펼쳐진 자연 풍경에 피로도 잊었지요

아직은 체력이 버텨 줍니다.

행군대형으로

도보순례를 격려하기 위해 기차도 출연하네요.
시원한 개울물에 풍덩!

자매님들은 개울가에서 발담그고 뒤집기 묘기를 감상중입니다.

가을밭 사이로

일손이 바쁜 배추밭 옆을 지날 때는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그분들 짐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일사분란한 팀~웤~!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좋은 갈림길 - 지도에서는 반대쪽을 가리키지만 오른쪽 뚝방길 경치가 너무 좋았습니다.

뚝방길 오른쪽 아래로 믈흐르는 개천을 볼 수 있습니다.

시야도 트였고 주변 경관도 좋고 거리도 다소 단축되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기나긴 뚝방길

모처럼 만난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힙니다.

[성년을 살다]에 소개되어 있는 보막교

보막교를 지나면 멀리 대광리를 향해 최근에 만들어진 다리가 보입니다.

그 큰 다리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도신(3리) 삼거리 - 여기까지는 19.8km입니다.

큰 다리를 내려오면 곧 방아다리 삼거리 - 다리가 완공되며 구도로(자동차길)는 막혔다네요.

대광리역

상리성당 대광리공소

대광리공소 성모상

다시 도보순례의 종착점인 신탄리를 향해

주인의 부탁(?)을 받고 도토리 껍질벗기기 트위스트 한마당

쭉 뻗은 신작로를 따라서

코스모스 길 옆으로

아직 통렬히 피어 있지는 못한 코스포스길이지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중 언덕길

벼 이삭 위로 비쳐진 저의 그림자입니다.

신탄리 이정표

드디어 신탄리역 도착

이제 날아갈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형제

안나 자매

마지막 철로

리디아 자매와 골롬바 자매

드디어 저도 한 컷 담았습니다.

다시 기차를 타고 전곡성당으로 돌아와 바라본 노을도 감동이었습니다.
주님
도보순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멘
!
첫댓글 호응이 좋으면 그날 촬영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도 올려드리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길 빌며... 꿈새록새록
아효~멋있습니다.미사가 얼마나 꿀맛이었을지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여정...
까미노를 향해 첫발을 내 딛으셨군요. 얼마전부터 60세에 '까미노' 순례를 한 '조이스 럽'의 '느긋하게 걸어라'를 읽고 있지요. 그래선지 사진 한 장 한 장 보는 느낌이 특별하네요. 책속에서 만난 까미노 순례의 길이 자동적으로 연상이 되면서요.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도 다시 생각나고요. 저한테는 부러운 순례길 하신 것 축하합니다.
그러네요 정말 부러운 순례길을,,,사진한장한장 모두가 축복 받는 느낌입니다..도보 하시기도 힘든데 이렇게 사진까지 담느라 더 힘드셨을 거라 생각되구요 연천성당 새롭게 느껴져요 올해는 국화전시는 안하시보죠...그때가 그리워지네요....
격려로 함께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연천성당국화전시회는 올해도 열리지요. 저는 10월 19일 주일에 국화 감상하러 갑니다. 지난해처럼요. 누구나 환영하니까 거기서 우리 호스피스 사랑방 가족들도 많이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도보순례는 지금 생각해도 참 좋았습니다. 줄리아씨 말씀처럼 까미노를 선체험하는 시간도 되었구요.
도보순례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네요 건강이 좋지 않아 갈 수 없어 더 그렇겠지만 이렇게 사진 올려주셔서 같이 다녀온 듯 마음이 뿌듯합니다. 걷기도 힘드셨을텐데 사랑방 가족위해 사진찍고 올려 주셔서 감사하고요. 국화 전시회에 가려면 창동에서 출발 할건데 가는길 좀 알려주세요. 마침 18일날 제가 학교에 갑니다. 친구집에서 자고 국화 전시회 보고 싶어요. 아예 벙개를 하면 어떨까 싶네요. 건강은 어떠세요 다치셨다는 소식 며칠전에 들었는데 전화도 못드렸어요..죄송
벙개!!! 그래요. 국화도 감상하고 반가운 얼굴도 만나고... 좋겠네요. 함 주선해보세요. 가는 길은 전철 1호선 종점인 동두천역에 오셔서 경원선 기차로 갈아타시고 연천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거리에 국화전시회가 열리는 연천성당을 찾으시면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