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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17장,
혜자는 심사가 뒤틀리고 있었다.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혜미가 무슨 재주가 있어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서 식구들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보살피고 있는지 심사가 뒤틀린다.
“너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나이 많은 남자의 첩년밖에 더 되냐?
어디다 대고 함부로 큰 소리야?“
혜미는 어이가 없다.
“언니!
심사가 꼬여도 왜 그렇게 꼬였어?
내가 어떻게 살든 언니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
그리고 우리 모두 보기 싫으면 언니가 이 집에서 나가면 될 것이 아냐?“
“뭐라고?
네가 돈 푼이나 좀 있다고 나를 이렇게 함부로 막 해도 되는 거니?
너 솔직히 말해봐!
저것들하고 나하고 누가 더 소중한지 생각해 보란 말이야!“
혜미는 이제 언니하고 어떤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없다.
무슨 말을 해도 어긋나고 심통을 부리는 언니하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혜미는 가지고 온 선물보따리를 엄마에게 내 준다.
“엄마!
이것은 엄마가 드실 영양제에요.
정성껏 드시면 몸이 많이 좋아질 겁니다.“
“뭐 하러 이런 것을 사오니?
이제는 내 건강도 많이 좋아졌으니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나 챙기거라.“
“그리고 이것을 윤석이하고 윤호 것이니까 이따가 나누어 주세요.”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니?”
혜자는 자신을 위해서 혜미가 더 좋은 것을 준비했으리라는 기대를 가진다.
그러나 혜미는 핸드백을 내 놓을 수가 없다.
아무것도 없는 언니에게 소용이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
“왜?
난 네 안중에도 없니?
하나뿐인 언니에게 너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언니!
언니에게는 이러한 선물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차츰 언니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나서 말을 합시다.“
혜미의 그 말에 혜자의 눈동자는 빛이난다.
“혜미야!
네가 나를 위해서 가게라도 하나 차려주면 좋겠다.
내가 이 집에서 있을 방도 없이 어떻게 여기서 있겠니?
방도 없이 이렇게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터질 지경이다.“
“언니!
생각해 볼 테니까 언니도 이곳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엄마에게 잘 해드리고 동생들을 사랑으로 대해 줘봐!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를 키워주신 우리 엄마라는 것을 잊지 말고.
그리고 동생들도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누어 가진 우리 동생들이라는 것을 잘 알잖아?“
“흥!
또 그놈의 훈시는?
잘난 척 그만하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가게라도 마련해 봐!“
혜자는 그 말을 하고는 윤석이가 쓰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혜자가 오고 나서 윤석이는 방을 빼앗기고 엄마 방으로 쫓겨난 것이다.
“엄마!
언니가 심하게 하더라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세요.
언니를 위해서나 가족들을 위해서나 제가 어떤 결단을 내릴 때까지만 참고 계세요.“
“혜미야!
우리가 너를 너무 고생을 시키는구나!
언니 걱정은 하지 말아라.
난 네 언니가 아무리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그것에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혜자가 어려서부터 그러는 것인데 이제 새삼 마음이 상할 이유가 어디 있겠니?
너무 신경을 쓰지 말고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여인은 혜미가 안쓰럽다.
이여인은 혜미의 생활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가족들을 위해서 자신의 젊은 청춘을 희생하고 나이 많은 남자의 여자로 살아가고 있는 혜미의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심한 아픔을 안고 있는 이여인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몸만 성하다면 무슨 짓을 해서든지 혜미의 생활을 막아주고 싶었다.
“혜미야!
이제 가족들 생각을 하지 말고 너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엄마는 이렇게 아무런 쓸모도 없이 너를 희생시키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엄마!
그런 말씀을 하지 마세요.
저도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아세요?
회장님께서도 아껴주시고 일본에 계시는 사모님께서도 너무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시는데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어요?
누가 뭐라고 하던 전 상관하지 않습니다.
회장님의 가족들이 한국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사모님께서도 허락을 하신 일이니까 이곳에서는 내가 회장님의 부인으로 살고 있으니 누가 뭐라던 무슨 상관이에요?“
“그래도 젊으나 젊은 것이 어디 할 일이더냐?”
“엄마!
윤석이나 윤호를 보고 사세요.
이제 조금 있으면 윤석이를 데리고 병원에도 가 보려고 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안 되면 일본으로라고 데리고 갈 생각이에요.
우리 윤석이의 몸이 조금이라도 고쳐질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 볼 생각이니까 엄마도 윤석이와 윤호를 바라고 살아가세요."
혜미는 아파트를 나서려고 하자 혜자가 방에서 나온다.
“혜미야!
나를 오래도록 기다리게 하지 마!
난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는 성격이 못 된다는 것을 잘 알지?“
혜자는 마치 자신의 것이라도 가져오라는 듯이 말을 한다.
혜미는 그런 언니의 말을 무시하고 아파트를 나선다.
혜미가 돌아가고 나자 혜자는 이여인에게 또 다시 포악을 떨기 시작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혜미에게 나를 도와주라고 해!
당신이 중간에서 어떤 이간질을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행여 그것을 막을 생각을 했다가는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니까!“
“혜자야!
혜미에게 무슨 돈이 있니?“
“흥!
그래서 당신들은 가만히 앉아서 이렇게 호강을 하고 있어?
혜미가 가져다주는 것을 앉아서 받아먹으면서 나는 안 된다고 말을 하는 거야?
무슨 권리로 당신이 뻔뻔스럽게 그런 말을 하지?“
“누나!
엄마에게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참고 있던 윤석이 말을 거들고 나선다.
“병신 주제에 뭘 안다고 나서?
병신이면 잠자코 주는 것이나 받아 처먹고 잠자코 있으면 밉지나 않지.“
“정말 말이면 다 하는 줄 알아요?”
윤석이 화가 나는 것을 이여인은 윤석을 말린다.
“윤석아!
큰 누나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잠자코 있지 못하니?“
“어휴!
정말 이 집구석에 오래 있다가는 나도 병신이 되겠다.
어서 먹을 것이나 내 놔요.“
윤석은 씩씩거리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이여인은 저녁을 차린다.
그러고 보니 모처럼 집에 온 혜미에게 따뜻하게 밥 한 끼도 먹여 보내지 못한 것이다.
가슴이 아파온다.
그러나 이여인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저녁을 차린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이여인은 집안일을 모두 다 해 내고 있었다.
“밥 먹자!”
이여인의 말에 혜자도 윤석이도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는다.
혜자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없이 수저를 든다.
막 첫 숟가락을 찌개를 입에 넣던 혜자는 구토를 한다.
“욱!”
이여인은 혜자의 모습을 살핀다.
혜자는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간다.
이여인 또한 혜자를 따라간다.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고 나오는 혜자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혜자야!
너 혹시?“
“뭐야?
지금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거야?“
혜자의 음성을 앙칼지다.
“혹시...........아기를 가진 것이 아니냐?”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어?
내가 지금 마음 편하게 음식을 먹고 있을 때야?
모든 것들이 이렇게 내 속을 긁어 놓고 있는데 속이 편할 리가 있겠냐고?“
혜자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여인은 마음이 불안해져온다.
행여나 아기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밀려오는 것이다.
허나 혜자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다.
박상철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았었다.
그것은 차라리 임신이 되어서 박상철의 발목을 잡을 생각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 년이 넘도록 아무런 임신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임신이 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하는 혜자는 별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한다.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속이 뒤틀렸을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혜자는 무엇이든 먹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속에서 받아드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혜자야!
아무래도 이상하다.
혜미를 오라고 해서 혜미와 함께 병원에라도 가보는 것이 어떠니?“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내가 임신을 했든 아니던 그것은 당신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혜자는 이여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혜자야!
아무래도 임신이 확실한 것만 같다.
그러니까 이대로 있지 말고........“
“상관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임신을 했다고 해도 당신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
내 일에 건방지게 나설 생각은 하지 말고 혜미에게 어서 돈이나 가지고 오라고 전해!“
“큰 누나!
정말 그따위 말 밖에는 엄마에게 할 말이 없어?“
윤호가 화가 나서 말을 한다.
“네까짓 것이 무엇을 안다고 나서?”
“큰 누나!
그동안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못하겠어.
누나가 뭔데 엄마를 무시해?
아무리 못나고 모자라도 누나를 키워주신 엄마라는 것을 잊었어?“
“흥!
누가 키워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던?
네가 지금 의사공부를 한다고 까부는 모양인데 너무 잘난 척 하지 마!
아무리 네가 잘난 척을 한다고 해도 내 동생이 아니면 네 꼴도 지금 아주 우습게 되어 있을 거니까 함부로 나서지 말란 말이야!“
“혜미 누나가 큰 누나 동생만 돼?
엄마는 다르다고 하더라고 같은 아버지의 핏줄을 이어받고 태어난 핏줄이야!
그렇게 잘나고 똑똑한 큰 누나가 왜 이러고 있지?“
“뭐야?
너 지금..............“
“왜?
큰 누나는 자신만 아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사람이 왜 이렇게 살고 있어?“
윤호는 화가 나서 혜자를 공박한다.
“윤호야!
너 큰 누나에게 버릇없이 왜 대들고 그래?
어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지 못하겠니?“
이여인은 윤호를 나무란다.
“엄마!
엄마도 이제 큰누나에게 당하지만 말란 말이에요.
뭐가 잘못해서 그렇게 비위를 맞추면서 그 학대를 다 당하고 사느냐고요?
큰 누나가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다고요.“
윤호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흥!
이제는 아주 똘똘 뭉쳐서 나를 깔보고 있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네깟 것들에게 당하고 살 것 같으냐?
내 동생 혜미가 알기만 하면 네깟 것들을 돌봐주기라도 할 것 같아?“
혜자는 악을 쓴다.
이여인은 윤호를 나무라면서 혜자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애를 쓴다.
윤호는 그것을 보다 그만 화가 나서 집을 나간다.
“그만 해라!
내가 윤호를 대신해서 사과를 하마!“
“필요없어!
이제 아들들이 다 컸다고 나를 무시하는 모양이지만 어림없어!
네까짓 것들이 덤빈다고 내가 눈이나 하나 깜짝이라도 할 것 같아?“
혜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한참을 꺼이꺼이 울음을 터 트인다.
집안은 하루라도 조용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혜자는 무엇을 트집을 잡아도 꼭 트집을 잡아 이여인과 동생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혜자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것을 인정하기도 싫고 누가 아는 척을 해 주는 것도 싫었던 것이다.
벌써 몇 개월째 생리가 끊어졌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혜자는 더욱 모든 화풀이를 가족들에게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마치 가족들 때문에 자신의 신세가 이렇게 된 것처럼 모든 화풀이의 상대는 이여인이었다.
이여인은 혜자의 그 모든 것을 받아낸다.
자신의 몸이 성하기라도 하다면 혜자를 데리고 병원이라도 가보고 싶었다.
혜자는 임신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이여인은 생각을 한다.
틀림없는 임신이었던 것이다.
이제 혜자는 입덧이 끝났는지 먹는 것을 마구 먹어대고 있었다.
무엇이든 아무것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었다.
“혜자야!
어쩔 것이냐?“
“뭐가 어째요? 어쩌긴?”
혜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시큰퉁스럽게 말을 한다.
이제 혜자는 자신의 임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혜미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이 혜자는 더욱 화가 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뱃속의 아기에게 어떤 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더욱 아니었다.
아직도 임신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혜자는 생각해 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임신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혜자였다.
이여인은 생각을 하다 결국 또 다시 혜미에게 전화를 한다.
“혜미야!
집에 올 수 없니?“
”왜요?
집에 또 무슨 일이 있어요?“
“급한 일은 아니고 너하고 의논을 할 일이 있구나!”
“엄마!
요즘 회장님이 나오셔서 조금 바쁘거든요.
회장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가 보면 안 될까요?“
“그래!
어쩌겠니?“
이여인은 전화를 끊고 망연히 앉아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지 이여인으로서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며칠이 지나자 혜미는 가족들을 위해 손에 잔뜩 들고 아파트를 찾아온다.
이여인은 혜미를 보자 미안스러움이 더해진다.
“엄마!
무슨 일이 있어요?“
“혜미야!
이런 문제까지 너를 힘들게 해서 어떻게 하니?
아무래도 네 언니가 홀몸이 아닌 것만 같다.“
“홀몸이 아니라면?
설마............언니가 임신을?“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만 하니?“
이여인은 자신이 죄인인양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산 넘어 산이구나....저러고도 옳바른 인간이 될 수 있을까,,,,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봉우님 즐거운 추석을 바랍니다.
에공^^ 기가 막히는구나 저 일을 우짤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