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泰安郡]
민속
이 고장의 민속놀이로는 볏가리놀이, 꼬대각시놀이, 안면읍 황도리의 붕기풍어놀이 등이 있다. 볏가리놀이는 이 고장의 여러 마을에서 현행되고 있는 놀이이다. 붕기풍어놀이는 동제의 한 과정에서 이뤄지는 놀이 또는 의식이다. 꼬대각시놀이는 주로 정월에 많이 행해지는 여인들의 방안놀이이다. 놀이방법은 여인들 가운데 한 사람을 술래로 정해놓고 그 여인을 향해 나머지 사람들이 「꼬대각시노래」를 부른다.「꼬대각시노래」의 가사에는 축원의 의미가 깃들여 있기 때문에, 이 노래를 술래에게 집중적으로 들려줌으로써 술래는 신이 붙게 된다. 신이 붙은 술래는 춤을 추고 펄펄 뛰기도 한다. 그러면 여인들은 신이 붙은 술래에게 신수를 묻거나 점을 친다. 다만, 이 놀이에서 술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며, 신이 붙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선정된다.
이 고장에서 비교적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동제로는 안면읍 황도리의 당제가 있다. 신격으로는 원래 진대서낭(구렁이)을 모시나, 당 내부에는 성주·사해군왕장군·오방장군·삼불제석·용궁장군 등의 화상이 걸려 있고, 그 옆 산제당에는 산신할아버지와 산신할머니의 화상이 걸려 있다. 이 당제는 1월 2·3일 이틀 동안 지내는데, 지금도 황소 한 마리를 잡아 제물로 쓰고 있다. 특히 당제가 있는 날 각 배의 선주와 선원들이 자기 배의 기를 각기 앞세우고 「붕기타령」을 부르면서 당으로 향하는 당맞이가 장관이다. 이 붕기놀이는 1977년 10월 제18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남면 고남리 옷점[衣店]마을에서는 섣달 그믐날 자정에 당산에서 당제를 지낸다. 그보다 이른 시각에는 당주 일행을 제외한 마을사람들이 바닷가에서 조개나 김을 부르는 ‘홍합제’를 지낸다. 홍합제는 바닷물이 나간 썰물 때 장벌에서 지낸다. 밥 세 그릇, 삼색실과 술 등을 차려놓고 “ㅇㅇ포 조개요, 조개 오너라.”라고 제관이 다른 지방의 홍합을 부른다. 그러면 참석한 마을주민들은 “우∼우∼”하며 홍합이 몰려드는 소리를 낸다. 똑같은 방법으로 제관이 김을 부르면 마을 사람들은 제관의 소리를 받아 다시 “우∼우∼”하며 김이 몰려드는 소리를 낸다. 이때를 맞추어 풍물패들은 풍물을 친다. 이렇게 홍합제를 지내면 새해에 조개와 김이 풍성해진다고 한다. 이 밖에 근흥면 신진도리의 당제, 가의도리의 산당제, 소원면 파도리의 산제 등이 있다.
설화·민요
이 고장의 설화 가운데는 효자·효녀전설, 역사적 영웅전설 등도 있지만 지명에 얽힌 전설이 단연 많다. 소원면 파도리·가의도리의 지명유래담, 고남면 옷점의 지명유래담, 남면거아도의 지명유래담, 이원면 포지리의 지명유래담등이 그것이다. 가의도 지명은 이 섬에 귀양 온 중국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옛날 중국의 가의(賈誼)라는 충신이 “세상이 어지러워 곧 난리가 날 것이니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가 거짓말을 발설한 죄로 이 곳 무인도에 귀양 오게 되었다. 그러나 몇 년 후 난리가 나서 그의 말이 들어맞자 그는 귀양살이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그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 그가 머물렀던 섬을 가의도라 불렀다 한다. 남면 앞바다에 있는 거아도는 귀양 온 사람들이 많이 살았는데, 그들은 상투를 틀지 않고 머리를 길게 땋아 내렸다. 그리하여 그 앞을 지나다니는 배에서 보면 항상 아이들만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뱃사람들은 그 섬의 이름을 아이들만 사는 섬, 즉 거아도(居兒島)라 불렀다고 한다. 거아도 사람들은 섬 크기에 비해 빈한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이 섬이 곡창지대인 남쪽에 등을 돌린 형국을 하고 있으며, 걸인이 바랑을 지고 북쪽으로 가는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면읍 일대에는 안면도가 섬이 된 내력의 설화가 전한다. 예전에 안면도는 남면과 붙어 있는 육지였다고 한다. 지형상으로 이곳은 큰 인물이 날 지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중국의 이여송(李如松)이 와서 보고 큰 인물이 나지 않도록 지맥을 끊으려고 판목을 자르자 자른 곳에서 많은 피가 흘렀고 그때부터 이곳은 섬이 되었다고 한다.
원북면 방갈리 2구에는 학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학암포해수욕장의 명칭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학바위 밑에는 용이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굴이 있다. 예전에는 용이 그 속에서 살았으며 굴 안에는 용이 베고 잔 용베갯돌이 있다. 그 굴은 대방이섬까지 뚫려 있으며, 가끔 용이 굴에서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런데 임경업(林慶業)장군이 학바위 근처에 진을 치고 용과 싸운 뒤로는 용이 승천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이 고장은 바닷가에 접해 있으면서도 뭍에서는 논농사를 지으며, 여러 마을에서 모시 베를 짜왔다. 그런 관계로 「모찌는노래」·「모심기노래」·「논매기노래」·「베틀노래」등 기능요가 다수 전한다. “출렁 출렁 모 한때 쪘네/ 그 말끔 땅에 떨어지기 전에/ 또 한짐 쪘네……”로 이어지는 「모찌는 노래」나 “매구 감세 얼카뎅이/ 얼카덩어리 얼카뎅이/ 여기도 찍구 얼카뎅이/ 저기두 찍구 얼카뎅이/ 잘도 매네 얼카뎅이……”로 이어지는 「호미뎅이」(논매기노래)는 고된 노동의 피로를 잊게 하고 일의 능률을 올려주며, 또한 흥을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 한편, 겨울철에 부녀자들이 즐겨 부르던 「꼬대각시요」가 있다. 꼬대각시는 ‘고자의 각시’를 뜻한다. 이 각시가 고자와 혼인해 평생을 고적하게 산 애달픈 사연을 노래한 것이 「꼬대각시요」이다. “한살 먹어서 어머니 죽고/ 두살 먹어서 아버지 죽고/ 세살 먹어서 말을 배우고/ 네살 먹어서 걸음 배워/ 다섯살 먹어서 삼촌의 집에 가니/ 삼촌의 댁은 남의 살붙이라고/ 십리만큼 내어치고/ 아이고 설움 공밥이야/ 아이고 설움 답답해요/ 그럭저럭 이십살을 먹고나니/ 중신애비 들락날락/ 삼촌의 댁이 허는 말이/ 저놈의 지지배 때문에/ 우리 대문특(턱)이 다 닳는구나……”로 이어지는 「꼬대각시요」는 한 여인의 애처로운 삶을 서사적으로 표현했으며, 이 지방에 널리 전한다. 이처럼 비운의 삶을 담은 노래와는 달리 한량이나 총각들이 즐겨 부르던 연가도 전한다. “덤벙덤벙 세 모래 강변에 마전하는 저 큰아기/ 누구의 간장을 녹이려고 저다지 곱게두 태어났나/ 반달같은 고운얼굴 구름같은 검은머리/ 동백기름 슬쩍발러 황초댕기/ 사방둘러 끝만올려 슬쩍매고/ 젖 옷고름 찍어달아 겨드랑 밑에 슬쩍매고/ 한손에는 방망이들고 또한손에는 마전들고/ 또드락 똑닥 방맹이소리 보는 이의 간장을 다 녹인다……” 이 서정요는 그 가사가 매우 세련되고 묘사 또한 뛰어난 연정가이다. 젊은 처녀가 마전하고 있는 노동의 현장이 관찰자에 의해 환상처럼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이 고장에는 「뱃노래」·「방아노래」·「물레노래」·「그네노래」·「숫자풀이노래」·「상엿소리」등이 전한다.
산업·교통
이 군의 임야는 237.99㎢, 밭은 64.4㎢, 논은 115.24㎢로 논농사가 많다. 농가비율은 70% 정도에 이르며, 충청남도 전체의 농가비율 60%에 비하면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 특히 1960년대부터 시작된 간척사업으로 논 면적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군내의 해안지대에서는 간척지와는 별도로 넓은 지역에 발달한 해안사구를 개간해 마늘·생강 등의 특용작물과 보리 재배 등에 힘쓰고 있다. 특산물로는 질이 좋기로 이름난 안면도 김과 토종꿀이 있다. 이 군은 해안선의 길이가 도내에서 가장 길어서 수산업은 주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잘 잡히는 생선으로는 조기·갈치·삼치·멸치·복어·꽃게·새우 등이 있다. 연안어업으로는 굴·조개·김·낙지 등이 많이 채취, 어획된다. 군내의 해안에는 곳곳에 오랜 역사를 가진 염전이 발달해 있는데, 안면읍에서 생산이 활발하다. 이 군에서는 최근에 많은 지역개발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되었는데, 서산A·B지구 간척사업이 그것이다. 이 간척사업은 이 군의 태안읍 및 남면, 서산시의 인지면·부석면·해미면 및 고북면, 홍성군의 갈산면·서부면 등 4개 시·군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간척 면적은 106㎢이다. 한편 태안읍 삭선리에는 태안농공단지가 조성되어 현재 17개 업체가 참여하여 군의 농수산물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무역에도 활기를 조성하고 있다. 태안읍은 이 군에서 생산되는 각종 농수산물의 집산지로서 구실을 하고 있다. 규모가 크고 경치가 빼어난 안면도의 해안사구에는 유리의 원료로 쓰이는 질 좋은 규사가 있다. 그러나 해안사구의 대부분이 사유지인 관계로 공원지구에 포함되지 않은데다가 규사의 채취 후 해안사구가 복원되지 않아 해안사구가 급속히 파괴되고, 해안사구 배후면의 농경지는 모래로 황폐화되고 있다. 상업 활동은 동문리의 신시장에서 상설시장과 정기시장인 5일장이 열린다. 신시장은 원래 태안읍 남문리의 읍사무소 일대에 있던 시장을 지금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이곳은 5일장이 3·8일에 개설되어 주기적으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태안읍 내에는 상설시장과 정기시장 외에도 곳곳에 슈퍼마켓이 개설되어 있다.
태안읍 이외의 안면읍·남면·근흥면·소원면·원북면 지역에는 소수의 영세상점들로 구성된 소규모 상설시장들이 개설되어 있다. 안면읍과 원북면에는 5일장도 개설되어 상설시장의 영세성을 보완해준다. 안면읍과 원북면의 장날은 안면읍이 5·10일, 원북면이 1·6일이다. 이 군은 수도권이나 충청남도 내의 중심지인 대전·천안 등지와는 서산시보다 원격지 관계였으므로, 외부지역과 왕래할 때 주로 해로를 이용해 수도권 지역에 접근하였다. 그러다 1970년대 초반에 서산시를 지나 대전·천안 등지로 통하는 도로가 확대포장되면서 외부지역과의 연계가 대전·천안지역으로 옮겨가 1970년대 중반에는 수도권지역과의 연계가 점차 단절되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 후반에는 삽교천 및 아산만 방조제가 건설되어 다시 수도권 지역과 왕래가 잦아졌고 상대적으로 대전·천안 지역과의 연계가 감소하고 있다. 2001년 서해안고속국도의 완공으로 수도권 지역과의 연계가 더욱 증대되었다. 도로는 군의 서단부에 위치한 소원면 모항리에서 태안읍을 거쳐 서산시 팔봉면으로 향하는 32번 국도가 동서 방향으로 개설되어 있다. 그리고 군의 북단부에 위치한 이원면에서 태안읍을 거쳐 남단부의 고남면 영목으로 향하는 603번 지방도가 남북 방향으로 개설되어 있다. 또한 근흥면 서단의 안흥항으로 향하는 62번 지방도와 서산시 부석면으로 향하는 649번 지방도가 각각 32번 국도와 603번 지방도와 연결되어 시내 및 시외도로의 교통은 편리하다. 특히 남면 원청리에서 603번 지방도와 연결되는 649번 지방도는 서산B지구 간척지의 부남호간척둑, 간월도 및 서산A지구 간척지의 천수만간척둑을 통해 화성군 서부면 궁리로 통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본래 태안군에서 외부로 통하는 도로는 기존의 태안읍에서 서산시로 통하는 32번 국도뿐이었으나, 남면에서 홍성군으로 통하는 649번 지방도가 추가되어 해안과 내륙의 중심도시들에 대한 접근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또한 태안군은 천수만과 외해에 연해 있어서 해상교통도 발달하였다. 안흥항과 몽산포에서 가의도·거아도 등지로 항로가 개설되어 있고, 고남면의 영목을 중심으로 원산도·유도·육도·효자도·고대도·장고도·삽시도·대천항 등지와 연결되는 항로가 개설되어 있다.
관광
이 군은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해안 경관이 수려하고, 여러 해수욕장들과 많은 역사적 유물·유적들이 있어 연중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관광코스로는 태안읍 코스, 남면·안면읍 코스, 소원면 코스, 근흥면 코스, 원북면 코스 등이 있다. 태안읍 코스는 동문리의 백화산(백화산성·봉수대·마애삼존불입상·홍주사 원통전·삼층석탑·태을암)―동문리의 경이정―동문리의 태안향교―인평리의 안흥량굴포운하개착지―남문리의 탑골오층석탑 등으로 연결된다. 남면·안면읍 코스는 남면 동산리의 몽산포해수욕장―안면읍 창기리연륙교 일대의 자연경관―승언리 일대의 솔밭―승언리 일대 방포해안의 모감주나무 군락 등으로 연결된다. 안면읍 일대에는 곳곳의 삼림에 기러기·황새 도래지가 있고, 해안의 암초도 볼 만하다. 또한 안면읍의 삼림에서는 소사나무·굴참나무·갈참나무·노린재나무·왕머루·새머루·인동덩굴·칡 등이 많이 자라고 있다. 소원면 코스는 소근리의 소근포진성―의항리의 운하개착지―모항·의항리의 만리포·천리포해수욕장으로 연결된다. 근흥면 코스는 도황리의 연포해수욕장―정죽리의 안흥항·태국사·망해루터 등으로 연결된다. 원북면 코스에는 방갈리의 학암포해수욕장 등이 있다.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023-12-06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