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다16766 판결
[추심금][공2012상,125]
【판시사항】
[1]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우리나라 법원이 외국을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지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추심명령에 대한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추심금 소송에 대한 재판권 역시 인정되지 않는지 여부(적극)
[3]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주한미군사령부에서 근무하는 갑의 채권자 을이 우리나라 법원에서 제3채무자를 미합중국으로 하여 갑이 미합중국에 대하여 가지는 퇴직금과 임금 등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후 추심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재판권이 없는 법원이 발령한 것으로 무효이고, 우리나라 법원은 추심금 소송에 대하여도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집행법원이 일방적으로 제3채무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채무의 지급금지를 명령하고 피압류채권의 추심권능을 집행채권자에게 부여하는 것으로서 이에 따라 제3채무자는 집행채무자에게 채무를 지급하더라도 집행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여전히 추심명령을 받은 집행채권자에게 채무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같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제3채무자 소유의 재산에 대한 집행이 아니고, 제3채무자는 집행당사자가 아님에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지급금지명령, 추심명령 등 집행법원 강제력 행사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되어 이에 복종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제3채무자를 외국으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대한 재판권 행사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판결절차의 재판권 행사보다 더욱 신중히 행사될 것이 요구된다. 더구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제3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아니라 집행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만으로 일방적으로 발령되는 것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피압류채권이 외국의 사법적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압류채권의 당사자가 아닌 집행채권자가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해당 국가가 국제협약, 중재합의, 서면계약, 법정에서 진술 등의 방법으로 사법적 행위로 부담하는 국가의 채무에 대하여 압류 기타 우리나라 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지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우리나라 내에 그 채무의 지급을 위한 재산을 따로 할당해 두는 등 우리나라 법원의 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재판권 면제 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진다고 볼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원이 외국을 제3채무자로 하는 추심명령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추심명령에 기하여 외국을 피고로 하는 추심금 소송에 대하여도 역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반면 추심명령에 대한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추심금 소송에 대한 재판권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3]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주한미군사령부에서 근무하는 갑의 채권자 을이 우리나라 법원에서 제3채무자를 미합중국으로 하여 갑이 미합중국에 대하여 가지는 퇴직금과 임금 등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후 추심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과 미합중국 사이에는 아무런 사법적 계약관계가 없어 을이 미합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소송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당연히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을이 갑에게 가지는 채권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하 ‘한미행정협정’이라 한다)’ 제23조 제5항 및 제6항에서 규정하는 고용인의 불법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청구권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갑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6항에서 적용 배제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자이어서 을이 갑에게 가지는 채권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또는 제6항에서 규정하는 청구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또는 제6항에 따른 청구권의 실행 절차에 관한 규정인 ‘협정 제23조 비형사재판절차에 관한 합동위원회 합의사항 제1호’는 을이 갑에게 가지는 채권의 만족을 위한 강제집행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미합중국이 고용원인 갑에게 부담하는 임금 등 채무에 대하여 압류 기타 우리나라 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지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우리나라 내에 그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재산을 따로 할당해 두는 등 우리나라 법원의 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재판권 면제 주장을 포기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결국 우리나라 법원은 미합중국을 제3채무자로 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지지 못하고, 따라서 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재판권이 없는 법원이 발령한 것으로 무효이고, 우리나라 법원은 추심금 소송에 대하여도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6조 제1항, 제101조 [2] 헌법 제6조 제1항, 제101조, 민사집행법 제223조, 제227조, 제229조 [3]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23조 제5항, 제6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121)
【전 문】
【원고, 상고인】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코리아 담당변호사 이영대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미합중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1. 21. 선고 2004나4360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집행법원이 일방적으로 제3채무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채무의 지급금지를 명령하고 피압류채권의 추심권능을 집행채권자에게 부여하는 것으로서 이에 따라 제3채무자는 집행채무자에게 채무를 지급하더라도 집행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여전히 추심명령을 받은 집행채권자에게 채무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같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제3채무자 소유의 재산에 대한 집행이 아니고 또한 제3채무자는 집행당사자가 아님에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는 지급금지명령, 추심명령 등 집행법원의 강제력 행사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되어 이에 복종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제3채무자를 외국으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대한 재판권 행사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판결절차에서의 재판권 행사보다 더욱 신중히 행사될 것이 요구된다. 더구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제3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아니라 집행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만으로 일방적으로 발령되는 것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피압류채권이 외국의 사법적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압류채권의 당사자가 아닌 집행채권자가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해당 국가가 국제협약, 중재합의, 서면계약, 법정에서 진술 등의 방법으로 그 사법적 행위로 부담하는 국가의 채무에 대하여 압류 기타 우리나라 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지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또는 우리나라 내에 그 채무의 지급을 위한 재산을 따로 할당해 두는 등 우리나라 법원의 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재판권 면제 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그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진다고 볼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원이 외국을 제3채무자로 하는 추심명령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추심명령에 기하여 외국을 피고로 하는 추심금 소송에 대하여도 역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반면 추심명령에 대한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추심금 소송에 대한 재판권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하 ‘한미행정협정’이라 한다) 제23조 제5항은 공무집행 중인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이나 고용원의 작위나 부작위 또는 합중국 군대가 법률상 책임을 지는 기타의 작위나 부작위 또는 사고로서 대한민국 안에서 대한민국 정부 이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청구권의 처리절차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청구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약에 의한 청구권(contractual claim)인 경우에는 제23조 제5항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6항은 대한민국 안에서 불법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서 공무집행 중에 행하여진 것이 아닌 것으로부터 발생한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또는 고용원에 대한 청구권의 처리절차에 대하여 규정하면서 합중국 군대의 고용원이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거나 대한민국에 통상적으로 거주하는 고용원인 경우에는 제23조 제6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001. 1. 18. 체결된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과 관련 합의의사록에 관한 양해사항(이하 ‘양해사항’이라 한다)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및 제6항과 관련하여 ‘합동위원회는 대한민국 법원에 의한 민사재판권의 행사를 위한 절차를 제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제정된 협정 제23조 비형사재판절차에 관한 합동위원회 합의사항 제1호(이하 ‘합의사항’이라 한다) 제4조의 ㈑에서는 ‘합중국 정부가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군속 또는 고용인에게 지급할 금원은 합중국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압류 기타 대한민국 관할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진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의 체계 및 그 문언에 의하면 위 합의사항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또는 제6항에 따른 청구권의 실행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소외인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자로서 주한미군사령부에서 고압전기기사로 근무하는 자인 사실,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서울지방법원 99나85700호 손해배상(자) 사건의 판결에 따라 원고가 소외인에게 가지급물반환채권을 가지는 사실, 원고는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채무자를 소외인, 제3채무자를 피고로 하여 소외인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퇴직금 및 임금 등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2001타기3495호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하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라 한다)을 발령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먼저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아무런 사법적 계약관계가 없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소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당연히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우리나라 법원이 원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가지는 가지급물반환채권의 만족을 위하여 소외인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임금 등 채권에 대하여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지는가에 관하여 본다. 원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가지는 가지급물반환채권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및 제6항에서 규정하는 고용인의 불법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청구권이 아닐 뿐만 아니라 소외인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6항에서 그 적용 배제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자이어서 원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가지는 가지급물반환채권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또는 제6항에서 규정하는 청구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또는 제6항에 따른 청구권의 실행 절차에 관한 규정인 위 합의사항은 원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가지는 가지급물반환채권의 만족을 위한 강제집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 외 피고가 고용원인 소외인에게 부담하는 임금 등 채무에 대하여 압류 기타 우리나라 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지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또는 우리나라 내에 그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재산을 따로 할당해 두는 등 우리나라 법원의 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재판권 면제 주장을 포기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결국 우리나라 법원은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한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지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재판권이 없는 법원이 발령한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고, 우리나라 법원은 이 사건 추심금 소송에 대하여도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우리나라 법원에 재판권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일환(주심) 박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