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디자이너들의 창의성과 기술력 조화가 돋보였던
핸드 주얼리, 이어·스키니 커프, 레이어드 목걸이
밤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대낮에도 눈부시게 만드는 아찔한 유혹의 ‘주얼리 위크’. 그 가운데 올해로 19주년을 맞는 쿠튀르쇼는 세계 유일 디자인 중심의 파인 주얼리 B2B쇼다. 올 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쇼룸으로 등장한 쇼파드, 불가리, 미키모토, 포멜라토의 주얼리 하우스들과 스티븐 웹스터, 시드니 에반, 아이린 뉴워스 등의 스타 디자이너, 그리고 떠오르는 디자이너들은 한 해를 이끌어갈 저마다의 비장의 무기를 제시했다. 지난 5월 29일부터 5일간 라스베가스의 윈(Wynn) 호텔을 풍성하게 장식한 2014 쿠튀르쇼의 주요 경향을 살펴보자.
올해 쿠튀르쇼의 가장 강력한 트렌드는 단연코 핸드 주얼리(핸드 브레이슬릿)다. 쇼장 곳곳에서 1920년대의 위풍당당한 플래퍼들을 연상시키는 여성들의 화려한 손등이 돋보였다. 수트라(Sutra), 콜레트(Colette), 줄라(Djula), 웬디유(Wendy Yue), 보르지오니(Borgioni) 등 브랜드마다 특징을 살린 매혹적인 디자인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여기에 레이어드 트렌드를 지속시키는 미디 링, 두 손가락에 연결되는 더블 링, 멀티 핑거 링, 손가락 전체를 길게 덮는 롱 핑거 링, 핑거 커프, 핸드 커프(handcuff), 심지어 손톱을 장식하는 네일 링(nail ring)까지 여성들의 손은 당분간 허전할 틈이 없을 전망이다. 시드니 에반(Sydney Evan), 멜라니 조지아코폴로스(Melanie Georgacopoulos), 스티븐 웹스터(Stephen Webster), 시아오 왕(Xiao Wang), 키즈멧 바이 밀카(Kismet by Milka) 등 거의 모든 브랜드의 스타일 지수를 높여준 주요 트렌드다.
한편, 핸드 주얼리와 더불어 2014 쿠튀르쇼의 양대 산맥으로 등극한 귀 장신구는 펑키하면서도 더욱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어 커프뿐 아니라 이어 재킷, 이어 클라이머(ear climber), 투웨이 귀고리, 싱글 귀고리, 양쪽을 다른 디자인으로 착용하는 미스매치(mismatch) 스타일까지 귀 장신구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히 요시 하라리(Yossi Harari), 재키 아이크(Jacquie Aiche), 키즈멧 바이 밀카(Kismet by Milka), 바이브(Vibe’s)의 창의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은 언론과 바이어들의 시선을 흡입했다.
목걸이 역시 작고 얌전한 것을 여럿 겹치는 레이어드 스타일을 필두로, 길게 늘어진 체인 끝에 로켓이 달리는 디자인이 다수 눈에 띄었다. 경첩이 달려 여닫는 형태의 로켓 안에 스톤이나 참을 넣어 컬렉팅 개념을 선보인 영국의 로켓(Loquet)과 아르만 사르키샨(Arman Sarkisyan), 다이아몬드 쉐이크 펜던트로 유명한 모리츠 글릭(Moritz Glik)의 제품에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팔찌는 가느다란 스키니 커프를 여러 개 겹치는 스타일이 주를 이뤘는데 심플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수잔 케일런(Suzanne Kalan), 젬마 와인(Jemma Wynne), 재키 아이크(Jacquie Aiche) 부스에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색석 중에는 오팔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다양한 색상의 투어멀린을 비롯 탄자나이트, 래브라도라이트, 터키석 등 쿨 계열 컬러의 인기가 높았다. 수트라(Sutra)와 빅터 벨얀(Victor Velyan)은 희소성 높은 네온 블루그린 파라이바 투어멀린을 메인 보석으로 사용했고, 에리카 코트니(Erica Courtney) 역시 민트 그린 투어멀린으로 청량감 있는 반지와 귀고리를 선보였다. 올 해의 컬러인 보라색 계열도 홀리 다이먼트(Holly Dyment)의 퍼플 사파이어부터 자수정, 라벤더 스피넬 및 모거나이트의 부드럽고 옅은 톤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보석 커팅으로는 바게트 컷이 강세를 나타냈는데 남 조(Nam Cho)와 수잔 케일런(Suzanne Kalan)의 귀고리는 아르데코 시대의 우아함과 건축적인 정교함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타 고(Anita Ko)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드롭 귀고리도 돋보였으며, 젬마 와인(Jemma Wynne)의 루비와 에메랄드 바게트 이어 커프, 모니크 펜(Monique Pean)의 모던한 시트린 바게트 귀고리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전반적으로 작고, 개인적이며, 스토리가 담긴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눈에 띄는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디자인 모티브로는 핸드 주얼리와 팔찌의 인기에 힘입어 뱀 모티브가 클래식으로 자리잡았고, 요시 하라리(Yossi Harari)처럼 날개를 메인 테마로 내세운 브랜드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한편, 올해 특히 두드러진 유기적인 골드 주얼리의 인기는 스털링 실버나 골드 콤비에 싫증난 소비자들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올해도 디자이너들의 독창성과 창의성, 뛰어난 기술력의 조화는 2014년 쿠튀르 쇼를 하나의 축제로 만들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해준 재치와 여유로움으로 무장된 그들의 상상력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마저 선사했다. 한국계 디자이너 남 조(Nam Cho)의 쿠튀르 디자인 어워드 수상, 아니타 고(Anita Ko)의 선전, 그리고 2년 연속 국내 유일의 디자이너로 참가한 수엘(Suel)의 활약을 지켜 보며 필자 개인적으로도 한껏 고무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DNA가 숨쉬는 많은 디자이너들의 보다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