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칸타 (firethorn)
꽃말:알알이 영근 사랑
가끔은 / 김수현 님
유행가 가사처럼
그리운 이름 하나쯤 새기어
바닷가 이름 모를 섬 속에 새겨두고
문득 생각에 젖어
그리워할 수 있는 차 한 잔의
그리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떠밀려오듯 살아온 내 젊은날의 초상이
그리운 이 하나 없는 이 섬에서
이방인이 된다면 이 얼마나 서러우랴
우연히라도 낯선 곳에서
지난날 추억 하나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애련한 그리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첫사랑의 기억 같은
내 삶의 이야기 하나쯤 풀어 놓으며
밤새도록 재잘대며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그런 풋사랑 같은 그리움
하나쯤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가난한 사랑에게 / 양현근 님
사랑하는 이여
너를 풀어내고 싶다
덜어낸 무게만큼 가벼워진 세상
주고 나서 언젠가 채울 수 있음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고 싶다
넉넉한 마음들이 모여
저만큼 숲이 되어 우거질 수 있다면
비어있음으로 서로의 허물이 된들 어떠하랴
촉촉한 기다림으로
서로의 젖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 또한 작은 행복이지 않겠느냐
사랑이란 정녕 가슴 뜨겁고
오래 기다려도 뒤척이지 않을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기도임을 알기에 노래하리라
푸른숲에 기꺼이 스며들리라
그 숲에서 어제의 습기를 털어 말리며
내가 외울 수 있는
나무들의 이름을 하나 둘 불러내리라
때묻지 않은 풍경 속으로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내는 동안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노라고
가만가만 얘기하리라
사랑하는 이여
오늘은 국어교과서처럼 너를 읽고 싶다
너를 말하고 싶다
가난한 나의 사랑이여...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 한용운 님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 픈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 많은 내가 있습니다.
아픔과 눈물도 사랑인 것을
기쁨과 아름다움.
사랑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다.
사랑 안에는 아픔도, 눈물도, 슬픔도 포함되어 있건만
사람들은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기쁘고 아름다운 것들만 찾으려 하기에 우리에게 사랑은
늘 의문덩어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픔과 눈물,
그리고 슬픔 또한 사랑의 한 부분임을 인정할 것.
비록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아름다움과 아픔을 동시에 가져다 줄지라도
결코 그 사랑에서 물러나지 말것.
-박성철님님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에서 발췌-
휴식을 주는 여자
용 혜 원 님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내가 갖고 싶었던 쉼터를 만난 듯
잔잔한 평안이 흐릅니다
내 마음을 덮어주는 따스함에
그대 가슴에 묻혀
한동안 같이 잠들고 싶습니다
그대를 바라보면
어둠은 사라지고 빛으로 가득해
마음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해집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세상살이에 답답했던 마음에 여유를 주고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을
내 마음 가득히 채워줍니다
그대 곁에 있으면
실수와 흉허물을 걱정하는
짐스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대는 내 마음을
한발 빠르게 읽고 있어
모든 것을 맡기면 더 편합니다
그대는 나에게 휴식을 주는 여자.
그대를 사랑한다고
온 세상에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반하고 말았습니다..
너의 얼굴이 떠오르면
용혜원 님
보고 싶은 탓일까
마음이 자꾸만 두근거린다
너의 얼굴이 떠오르면
온몸을 동그랗게 말아 꼭안고
너만 생각하고 싶어진다.
너를 만나기도 전에
내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음씨 고운 너를 생각하며
웃고 또웃으면
내 웃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마음이 자꾸만 분홍빛으로 물든다.
너의 얼굴이 떠오르면
목젖까지 차오르는
너의 이름을 자꾸만 부르고 싶어진다.
벗 하나 있었으면 / 도 종 환 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지금 어렵다고 해서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자.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잘 나누어서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여자이고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도 내일에 대해 탐구해야만 하는
나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모든 것에 초보자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을 익히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내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신달자님의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중에서-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애무로..
신음하는 숲의 향연은
비참한 절규로..
수액이 얼어
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
태양이 두려워
마른 나뭇가지 붙들고 메말라 갑니다..
하루종일
노닐던 새들도
둥지로 되돌아갈때는
안부를 궁금해 하는데..
가슴에 품고 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날 있겠습니까..
삶의 숨결이
그대 목소리로 젖어 올 때면..
목덜미 여미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으로도..
비를 맞으며
나 그대 사랑할 수 있음이니..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이해인 님
겨울로 가는 바닷가에서 / 오광수 님
꿈같은 사랑의 미련 때문에
하얗게 진이 다하도록
파도가 발버둥을 치며
소리소리 지르고 있다.
까맣게 흔적이 없는 늪에 앉아
푸념조차 퇴색해버린 몽돌을 붙잡고
묻고 또 물으며
지난 계절의 흔적을 뒤져봐도
당신이 내게 한 황홀한 고백이,
내가 당신에게 속삭이던 밀어가
까만 젖꼭지 같은 잔돌이 되어
이제는 좌르르 다른 소리를 내는데
아침에 보이던 환한 얼굴은 어디 가고
흰 머리칼로 물기 가득 뿌리면서
잔뜩 몰려온 바다 안개들이
날름 날름 그 소리마저도 삼켜버린다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한용운 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 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 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 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 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만남, 사랑, 기다림
김남조 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과의 만남을 잊지않고
기억해 줄 테니까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익숙치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기다림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그저 이유 없이 당신을 기다려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