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대구엘 다녀왔습니다. 대구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가 오래전부터 한 번 다녀가라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들을 만들어 절교의 위협(?)에도 꿋꿋하게 버티다가 이번에 다녀 오게 된 것이지요. KTX로 12시경 동대구에 도착해, 바로 점심식사도 할겸 이곳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따로국밥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친구녀석이 지도를 한장 꺼내더니 열심히 들여다 보네요. 녀석의 고백인즉 인근에 있는 성서공단에 사업장이 있어 대구에 살면서도 시내에 나온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지라 지리에 밝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집도 찿지 못하고 물어물어 찿아갑니다.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소개했던 곳들을 보여 줄 모양인데, 고생길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그래도 약령시장이며 100년이 더 됐다는 제일교회와 계산성당은 서로 이웃해 있어 쉽게 찿을 수 있었습니다. 제일교회는 현재는 사용치 않는지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네요. 대신 건너편 언덕에 마치 중세의 커다란 성처럼 건물을 지어 옮긴 모양입니다. 청라언덕을 찿아가는 길을 정말로 고생길이었습니다. 제일교회의 새건물 바로 뒷편에 있었는데,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아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도에 청라언덕 근처에 있는 병원을 먼저 찿고, 거기서 청라언덕을 찿아 갔지요. 어렵게 찿아간 청라언덕은 이것이 무슨 언덕인가 의아해 할 정도로 초라합니다. 청라언덕은 우리가 배웠던 思友라는 노래로 아주 낯설지는 않는데,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푸를 靑 담쟁이 蘿로 인근 선교사 숙소벽의 담쟁이를 의미 하고, 또 노래에 나오는 "백합 필 적에..."의 백합은 여고생을 생각하며 지은 가사라네요. 3.1계단(?)은 청라언덕 바로 곁에 있습니다. 벽에는 그 때의 사진들을 넣어 놓아 그 날 그 계단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 온 시간이 오후 5시쯤으로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았으나 찜갈비집으로 향합니다. 강호동이 양준혁과 먹던 바로 그 음식입니다. 20년을 훌쩍 넘긴 술자리지만 아무런 틈새도 느낄 수 없습니다. 한잔 두잔 불콰해진 얼굴로 건너편 친구를 바라봅니다. 옛모습 그대로 거기에 앉아 있는 친구를 바라 보는 내 가슴은 언제부터인지 먹먹해 옵니다. 술병들이 수북히 쌓여 가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듯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보기와는 딴판으로 아주 맛이 있습니다
靑蘿
선교사가 가져온 최초 사과나무의 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