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테크노밸리
내가 지금 임시거처로 삼고 있는 곳은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으로 분당구에 속하는 지역이긴 하지만 분당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판교라고 하는 것이 맞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하여 서울로 들어오려면 지나는 서울톨게이트 바로 위 좀 올라와 동쪽편에 유리로 외벽을 감싼 큰 현대식 빌딩들이 즐비한 ‘판교테크노밸리’의 동쪽 끝부분에 살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곳에 기거하는데 등산을 하기엔 시간이 충분치 않아 하루 한두차례씩 산책을 주로 하고 있다.
산책 시간은 평균 2시간 정도씩이고 산책 장소는 탄천, 운중천, 금토천 등 하천변과 봇들공원, 나들이공원, 화랑공원, 낙생대공원, 황새울공원 등인데 한 군데는 특이하게도 빌딩이 즐비한 판교테크노밸리 중심부이다.
나는 어쩌다 기회가 생겨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얼마동안 지내게 되면 반드시 주변 지형정찰을 한다. 주변의 산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 첫째이고 두 번째는 교통 및 편의 시설 등을 살펴본다.
딸네 아이들을 돌보러 판교에 와서 보니(그 아이들의 아빠가 테크노밸리의 한 회사 사무실에 근무를 한다.) 삼사십분 안에 도착하여 할 수 있는 등산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곳은 청계산과 남한산성, 그리고 관악산밖에 없다.
청계산은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강남방향으로 한 역만 더가면 청계산입구역이고, 남한산성은 집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남한산성입구까지 가던가 한번 더 갈아타면 남한산성 안에까지 들어갈 수 있으며, 관악산은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 전철로 간다음 2호선 환승하여 낙성대역이나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된다.
천안 촌사람인 나는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산책삼아 이리저리 걷기 좋은 길을 따라 돌아다니다 테크노밸리 한 중간을 동서로 길게 관통하는 길이 차량의 방해받지 않고 걷기 좋으며 길이 넓고 잘 관리된 나무나 조형물 의자 등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산책로로 좋다는 것을 알았다.
몇 번 지나다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주변을 돌아보니 보면 볼수록 놀라운 사실을 몇가지 발견을 했다.
천천히 걸어서 삼십분 이상이 걸리는 이 넓은 테크노밸리에 있는 건물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동남아 개발도상국 정부청사 이상으로 크고 화려하다. 서울 도심에도 빌딩 들이 즐비하긴 하지만 그 크기가 들쭉 날쭉인데 비하여 이곳은 작은 건물이 없이 거의 대형건물 일색이다.
이곳은 대기업의 본사 건물이나 굴뚝이 높은 공장들이 밀집되어있는 곳은 아니다.
지역 이름이 성격을 말해주듯 대기업 내지 중소기업들의 첨단산업 연구개발을 위한 개성있는 디자인의 최신 초현대식 건물들이 모여있어 상호 경쟁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그런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쩌면 이곳에 첨단산업 관련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천재들이 모두 모여 있는 것이나 아닐까?-
어느 사이 우리나라가 이렇게 큰 걸까? 이런 규모의 무슨무슨 밸리가 전국에는 또 얼마나 많이 산재해 있을까? 내가 시골초등학교에 40여년간 갇혀있는 동안에 참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을 했다.
내가 일주일에 한두번 산책을 다니는 이길은 길가에 식당과 편의점, 커피집이 즐비하고 휴식공간이 잘 마련되어있으며 두세블럭 마다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있다.
어린이를 위한 미끄럼틀 그네 등이 있는 곳도 있지만 주변에 아파트, 학교, 학원 등이 없으니 노는 아이도 눈을 씻고 봐야 없으며 적당히 걷다가 싫증이 나면 쉬어가기 좋은 의자가 곳곳에 놓여있다.
이 비싼 땅에 보기 좋은 관상수를 많이 식재하고 커다란 조형 미술작품이 많은 휴식 공간이 곳곳에 꾸며져 있다.
이 거리엔 두어 곳에 달리는 말 몇 마리가 조형물로 세워져 있는데 나는 이 거리의 이름을 모르지만 ‘야생마거리’라고 붙이고 싶다.
내가 산책하는 시간은 아침과 낮 시간인데 아침엔 출근하는 젊은이들로 붐비고 낮 11시경부터 2시경 까지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끼리끼리 걷고 밥 먹고 음료수 컵을 들고 여기저기 모여 앉거나 서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쉬고 있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히 거리를 메운다. 외국인들도 상당히 눈에 뜨인다.
딱 어디를 향하여 질주할 지 알 수 없는 야생마들이 몰려다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 거리는 매우 젊다. 대부분 이삼십대의 편한 옷 차림의 젊은이들과 더러 정장을 입은 중년이 눈에 뜨이고 나같은 한물 간 인물은 잡초밭에 꽃처럼 구경거리이다. (실은 꽃밭에 잡초처럼 ^^) 차라리 이방인을 찾아보기가 더 쉽지!
꼭 스키장에 갔을 때 나 같은 사람 찾아보기 어려워 좀 어색하던 그런 기분이다.
아쉽게도 저녁에는 이 거리에 나가보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밤에는 지역의 성격상 대도시의 유흥가 처럼 술취한 사람들이 흥청대는 그런 곳은 아닐 것 같다.
좀 더 있다가 시간을 내어 저녁에 나가 한번 산책을 해 보아야 겠다.
삼성중공업사옥 아래쪽에서 우주공원 사이에 한번 앉아 맥주라도 마셔봤으면 하는 업소를 내가 보아둔 곳이 있는데 대낮부터 맥주 마시기가 그래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좀더 날씨가 더워지면 저녁에 나가 산책을 하고 업소 앞 노천 좌석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느긋이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다른 젊은이들에게 나이 먹은 사람 구경도 시켜줄 겸! ^^
첫댓글 깨끗하고 주변경관이 좋네
동네구경하느라 애보는게 지루하지 않겠어
나도 저 맥주집에서 한잔하고 싶은걸~
여기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 15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
효선네 올때 시간 내어 연락해라, 테크노밸리 안내와 맥주 책임지마! ^^;
@영배 그래야 되겠어
강남은 효선이가 근무하는곳이라 만날때 가끔 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