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봉(1,732m). 삼도봉(1,499m) 산행기
<뱀사골코스>
기본개요
출발지 : 지리산뱀사골탐방지원센타공용주차장
들머리 : 주차장 입구
코스 : 들머리- 막차- 화개재- 삼도봉- 반야봉 (11.2k)
등반시간(왕복) : 10시간 45분
난이도 : 상
열정(熱情)인가? 노추(老 醜 )인가?
한끼 식사는 3~4시간 가고 남의 흉은 3일이면 잊혀지고 산(山)기운은 6일이면 사라진다. 그러나 산기운을 모르는 사람도 모르는 대로 살아간다.
산기운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은 정상인증의 성취감과 활기찬 산(山)기운이 6일이 넘으면
산생각이 난다 한다. 나 역시 6일이 넘으면 또 산에 갈까 말까 번뇌에 잠긴다. 중생들의 108번뇌에 하나를 더 해 109번뇌를 이고 산다. 곧 없어 질 것 같은 이 번뇌는 노추 (老醜 )인가? 열정 (熱情) 인가?
뱀사골로 가는 길
지리산 뱀사골탐방지원센타주차장은 팔달교에서 133k 거리다. 1시간 40여분이 소요되니 이 나이에 적당한 거리다. 이른 새벽의 88고속도로는 한산하였으나 밝은 달이 서쪽하늘에 떠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보름달 같은 달은 구름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구름은 달위로 지나갔다. 달빛을 받은 구름은 더욱 찬란한 빛을 반사하였고 달은 서쪽하늘로 기울면서도 지리산 휴게소까지 따라왔다.
길고 긴 뱀사골
들머리인 주차장 입구에서 화개재까지는 9.2k다. 뱀사골계곡은 9k나 된다. 그 길고 넓은 계곡에는 크고 작은 소(沼)와 다리가 많았다. 멧돼지가 목욕한다는 돗소, 용이 몸을 씻었다는 탁용소, 뱀같다는 뱀소, 병같이 생긴 병소, 병풍같은 바위에 둘러 쌓인 병풍소, 화개재에서 소금을 지고 내려오다 소금자루를 빠뜨려버렸다는 간장소등의 6개의 소(沼) 와 19개의 크고 작은 다리가 있었다. 그러나 길고 긴 계곡에 사찰과 폭포는 하나도 없었고 또 옛 선비들이나 문생들이 새긴 글이 있는 바위도 없었다. 다만 뱀사골 계곡은 깊고 넓었다.
물과 물소리로 가득찬 뱀사골계곡
초입부터 2k까지는 계곡옆으로 설치된 무장애 데크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뱀사골은 물과 물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큰 소로 쏟아지는 거센 물은 하얀 거품을 힘차게 솟구치게하였고 웅장하고 무거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계곡은 상류 눈길이 가는 곳에서부터 발 앞까지 길고 긴 하얀 옥양목이 펼럭이듯 하였다. 계곡은 온통 물소리로 가득차 있었고 물은 계곡의 크고 작은 바위들의 숨 쉴 순간도 주지 않고 사정없이 때리고 부딪쳤다. 거센물은 소리내며 쫓기 듯 급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물은 시간과 함께 흐르고 흘렀다.
한 많은 화개재(1,316m)
화개재까지의 거리는 9.2k다. 3시간 50분을 열심히 오르니 해발고도 1,316m인 화개재에 도달하였다. 이름이 재이지만 높이로는 아주 높은 산 정상이다. 화개재에는 평평한 넓은 밭터같은 공지에 허리춤까지 오는 산풀과 산꽃들이 피어 있었다. 그 중에 노오란 원추리 꽃이 무리지어 땀에 젖고 숨 찬 산객들을 반겨주었다. 화개재는 산객들에게는 토끼봉과 연하천으로 이어진 천왕봉과 삼도봉 노고단으로 이어진 삼거리 분기점에 불과하지만 옛적에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상인들이 물물교환해서 귀향하기위해 넘어야 할 고개였고, 남북이 치열했던 시대에서는 빨찌산 활동의 주요 거점이기도한 한많은 재이다.
3개도가 만나는 삼도봉(1,499m)
화개재에서 0.8k 40분을 죽이되어 오르니 경사진 넓은 마당바위에 삼도봉 삼각표지판이 나타났다. 검은 쇠로 만들어진 삼각표지에는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글자가 한 면씩 새겨져 있었다. 뱀사골을 오를 때의 화창했던 해는 어디로 가버리고 회색구름이 삼도봉을 덮쳤다. 산악의 날씨는 사람의 마음보다 더 잘 변했다. 사방은 어두워지기 시작하였고 기대했던 정상의 전망은 완전 곰탕이었다. 비가 올 것 같아 비맞을 생각에 늦은 아침을 후딱 먹고 하산하려 하였다. 당초에는 뱀사골 계곡을 편도 3시간 거리까지만 트레킹하려 하였는데 어쩌다 삼도봉까지 올라와 버렸다. 이것만 해도 대 성공이었다. 이 나이에 1,499m인 삼도봉이 어디냐- !
어쩌다가 반야봉(1,732m)을- !
삼도봉에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아니고 반야봉으로 진격하였다. 삼도봉까지의 성공이 아까웠고 또 늙은 주제에 자존심은 남아 있어 투혼하였다. 삼도봉에서 0.2k를 오르내리니 더 힘들었다. 배가 부르니- 스쳐지나갈 뻔 했던 이정목에 반야봉과 노고단고개가 표시되어 있었다. 반야봉가는 길은 1k이나 그야말로 좁고 급경사의 연속이었다. 1k의 거리라 중간에 거리 표지목도 없었다. 거리 표지목이 없으니 길은 더욱 멀었다. 숨을 깊게 쉬고 계단 수를 헤아리고 또 다른 생각을 하며 올랐다. 참고 오르면 끝이 있는 법 드디어 정상부위가 보였다. 어쩌다가 이 늙은 주제에 반야봉을-
반야봉(1,732m) !
지리산의 둘째로 높은 반야봉-
일몰풍경이 그야말로 아름다운 반야봉-
지리산 서쪽 산맥들을 호령(號令)하는 반야봉-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달을 수 있는 반야봉-
언제 또 보랴 지리산 반야봉-! 수 수만대 건재하거라! <끝>
2024. 7. 23 백산 우 진 권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