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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리를 다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미련스럽게 그걸 혼자 했어? 라고만. 만약 그녀가, 그럼 어떡해요 당신도 없는데, 했다면 나는 사람을 좀 쓰지, 했을 거고 그러면 그녀가, 이사 배용도 빠듯한데 어떨게 사람을 불러요., 라고 항의 했을 거고 나는 그때부터 듣기가 싫어져, 알았어 알았으니 당신이 다 알아서 하라구, 라고 그쯤에서 말을 돌려버렸겠지. 그러면 그녀는 한숨을 쉰 다음 입술을 한번 깨물고 또 어떻게든 꾸려나갔을 것이다. 그것이 남편과 아내의 판에 박은 대화법이니까.“(172) |
Ⅱ. 사고하는/하지 않는 아내
누군가가 이민 얘기를 꺼냈다. 야, 미국은 좀 그렇고 캐나다가 좋다더라. 맨날 이렇게 살면 뭐하냐. 지겹다. 더 늙기 전에 이민을 가든지 그것도 안 되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든지 무슨 수를 내야지 매일 아침 회사 들어가기가 죽기만큼 싫다. 그러는데 한 친구가 자기는 벌써 이민 신청을 하고 인터뷰까지 마쳤다고 한다. 우리 이야기는 그 친구를 둘러싸고 한참이나 이어졌다. 나는 그녀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여보, 태원이 있잖아." "예, 생각나요. 당신 고등학교 친구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했잖아요." "걔 이민 간대." "왜요? 좋은 직업 놔두고?" "방송국 피디가 보통 정신없는 게 아니잖아. 사람답게 살고 싶다대. 그리고 이번에 애가 학교 들어갔는데 촌지 안 줬다고 담임이 이유없이 벌 세워갖고 걔 딸이 학교 안 간다고 울고 난리래. 그걸 보니까 이 나라에 남은 마지막 미련까지 사라지더라고 그러드만." 그녀는 대꾸를 안 한다. 부러웠나?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시금치를 다듬고 있었는데 말없이 손놀림이 거칠어졌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도 안 힘들고 어떻게 살아요? 싫다고 그렇게 쉽게 떠나버리면 거기 가서는 뭐 주인 행세 하고 살 수 있대요? 힘들어도 내 땅에서 사는 게 낫지."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이럴 때 마누라들은 무턱대고 "어머, 좋겠다." 하거나 아니면 "외국 가서 살면 외롭지 않을까, 몇 년 갔다오는 것은 몰라도" 식의, 여우와 신포도 우화 같은 반응을 보일 줄 알았더니 그녀답지 않게 웬 신랄함일까? 그녀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기 생각을 갖고 산다는 걸까. 좀 뜻밖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데 소질이 있는 편이었다. 나는 그녀에 대해 그 정도로 알고 있었다. 물론 연애시절에는 잔디밭에 앉아 문학토론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시국에 대한 막연한 의분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줌마가 되기 전 일이다. 결혼 이후에는 그녀가 책을 들치는 것조차 본적이 없는데…… 하긴 그녀와 길게 얘기를 나눠본 것도 꽤 오래 되긴 했다. |
이민의 문제에 대하여 아내가 가진 생각을 두고 남편이 나타내는 반응
여성은 침묵하고 말을 억압당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남성지배적 언어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의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능력이 없는 여자는, 남자의 현실을 내재화(소외) 하거나, 전혀 말을 하지 않거나(침묵) 중 어느 것인가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페미니즘과 언어이론170쪽)
Ⅲ. 상징 질서와 남성지배의 담론
집에 들어가니 그녀도 그날따라 기분이 안 좋다. 문을 따주고는 등뒤에 가만히 서 있는 폼이 발언권을 얻겠다고 단단히 작정한 눈치다. 왜 그래? 내 목소리는 그지없이 당당한 나머지 짜증까지 섞여있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마셔야만 해요? 그래, 매일 마셔야 해. 술 안 마시고는 사회 생활이 안 돼요? 그래, 술 안 마시고는 사회생활이 안 돼. 간암 환자 빼고 그런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내가 야유조로 대꾸하자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잠깐 침묵이 흐른다. 나는 어쩐지 좀 미안해지려고 한다. 그런 내 마음을 붙들어매놓기 위해서라도 내 표정은 더욱 유들유들해질 수밖에 없다. 그녀는 한참을 그냥 그래도 서 있다. 나를 똑바로 쏘아보며. 그러다가 얼핏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데 눈에 물기가 비친다. 내귀에 그녀의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좀 진지하게 살 수 없어요? 그런 식으로 인생을 다 보내 버릴 거예요? 이게 무슨 소린가. 나는 갑자기 귀가 다 먹먹하다. |
일기의 현재 서술과 부딪치며 과거를 지속하기 위한 회상이며, 동시에 동요를 느끼기 시작하는 위기의 담론이다. 남성중심의 상징계의 언어를 지속하기 위한 의식은 공공화하려 한다. “나와보라 해라”
* 1. 이 소설에서 남편-나의 의식의 변화에 대하여 처음 가졌던 타자에 대한 생각이 종결부에서는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가.
2. 타자와의 상호주체적인 동일시와 이성으로서의 차이의 주체를 인식할 수 있는가?
(1) 일기를 훔쳐보면서부터 일상의 의식에 불편함과 의식의 소용돌이(작품에서 이에 해당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찾아서 그것들을 모아놓고 해석해야 한다)를 읽을 수 있다. 이를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까.
(2) 아내의 일기에서 남편이 변화되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기존의 사물로서 말할 것이 아니라 현재적 행위의 강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의미의 현재적 발화, 타자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그들의 발언에 맞추어 타자에게로 향하는 현재적 발화라는 의미 말이다.(이리, 11)
첫댓글 사실제가 부족한탓에 두 소설 빈처를 읽으면서 페미니즘 사상을 적용시켜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소설어느대목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알수 있었던 것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음주에도 미리 소설을 읽고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겠습니다 ^^
연구방법론에 대한 커리규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실은 우리들이 세계를 보고 이해 경험하는 중에 나름대로 대상을 바라보는 어떤 시각을 가지게 되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감'이라는가 '어림' 또는 나름의 방식이어서 학적인 체계화나 보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일 뿐,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이미 대상을 바라보아 왔던 것입니다. 그렇치요? 또 어떤 경우는 우리들이 어떤 색의 안경만으로 보기 때문에 그 안경을 벗기 전에는 전혀 다른 시각의 접근은 불가능할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의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 세상을 재는 많은 종류의 자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
교수님 말씀 정말 가슴에 팍팍 와 닿고 있습니다. ^*^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문학연구방법론> 또는 <비평론> 자료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문학의 각 갈래별로 여러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쓴 책도 있지만, 여러 갈래의 문학을 연구방법론 아래에 두고 쓴 책도 있습니다. 잘 알고 있겠지만 연구방법론은 여러 가지를 함께 쓴 책도 있지만, 특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쓴 책도 있습니다. 정신분석비평이나 페미니즘비평이론이 대표적이지요. 전자의 예로 여러 방법론이 망라된, 친절하고 자세하게 써진 책으로, 두 권으로 된 <내재적 문학 비평이론과 실재>, <외재적 문학 비평이론과 실재>가, 값이 나가지만, 있습니다. 물론 다른 좋은 많은 책이 있습니다.
네. 안 그래도 문학비평론 책을 들여다 보게 되더라구요... 소개해 주신 책들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아무생각없이 그냥 재밌다고만 생각하며 읽은 소설 내용 속에 이러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몰랐습니다.!
무심코 넘겨 버린 장면 하나 하나에 남성 지배의식이 존재 한다는 걸 알고 나니 제가 읽었던 소설 하나하나를 다시 읽어보고 짚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첫시간에 말씀드린 바처럼 원근법이 발견된 이후 그림에 사물을 나타내면, 보는 이 주체나, 소실점으로서의 궁극이 있게 됩니다. 서양에서 15,6세기 원근법의 발견은 그 이전에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을 인식 가능하게 하는 에피스떼메가 되는 거지요.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인식론은 우리의 존재, 삶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것의 하나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