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 시절 모 대학 총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인터뷰 진행은 선임 선배가 했고, 나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노트북에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학의 발전 방향과 홍보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 반 남짓 나눴더니 손목도 아프고 배도 슬슬 고팠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원망 어린 눈빛으로 모니터를 쏘아보고 있을 무렵 센스 있는 총장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인터뷰는 그만하고 즐거운 식사나 할까요?”
‘브라보, 총장님!’
역시 성공한 사람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센스와 배려! 나는 재빨리 노트북의 전원을 끄고는 총장님의 수행 비서가 안내하는 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행 비서가 뒷좌석의 문을 열었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뒷좌석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때였다.
“흠흠, 이 기자! 흠흠!”
동행했던 선배가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내게 눈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나는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답답하게 구는 선배를 탓하려던 찰나 ‘교양 있는 총장님’이 말씀하셨다.
“괜찮습니다. 제가 앞좌석에 타겠습니다.”
아뿔싸! 그제야 차를 탈 때도 순서가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가장 연장자이며 상급자인 총장님이 상석으로 불리는 오른쪽 뒷좌석에 앉도록 배려해야 했던 것이다. 그것이 연장자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에티켓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좌석은 운전자에 따라 상석이 달라지는데, 운전기사가 운전 시 뒷좌석의 오른쪽이 상석이고, 일반적으로는 운전자의 옆자리가 상석으로 분류된다. 승차 시에는 상급자가 먼저 타고, 하차 시에는 하급자가 먼저 내리는 것이 예의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같은 매너와 에티켓을 알려주지 않았으니,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주는 선배의 사인에도 나는 눈만 껌뻑껌뻑할 뿐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가 특별히 알려주지 않아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비즈니스 매너와 에티켓이 있다. 수능 시험에 출제되지도 수업 시간에 배우지도 않건만 모를 경우에는 기본 자질과 교양이 부족한 인간으로 찍힐 수 있는 것이 비즈니스 매너이다. 따라서 이참에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매너와 에티켓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자.
음식에 따라 달라지는 매너
“언니, 더럽게 왜 손으로 먹어요.”
선배 결혼식장에서 만난 한 후배는 치킨 날개를 손으로 뜯어먹는 나를 교양 없다는 듯 나무랐다.
“흥, 모르는 소리 마! 원래 치킨 날개는 손으로 먹는 게 룰이라고.”
음식과 요리에 따라 식탁 매너 또한 달라진다. 육식을 할 경우 몸통은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고 날개와 다리는 손으로 먹는 것이 매너다. 예의를 차린답시고 치킨 다리를 나이프로 난도질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반면 생선 요리는 뒤집지 않고 뼈를 바른 후 나머지 살을 먹는 것이 원칙이며, 샐러드는 메인 요리 전후로 먹으면 된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메인 요리 전에 샐러드를 서빙하고, 프랑스에서는 메인 요리 후에 샐러드를 먹게끔 세팅한다.
직장 동료의 경조사에 참석할 경우
“선배, 김 대리님 결혼식 때 축의금 얼마 하실 거예요?”
직장인들에게 동료의 각종 경조사 금액만큼 예민한 문제도 없다. 3만 원을 하자니 너무 적은 것 같고, 10만 원을 하려니 너무 부담스럽고, 5만 원을 하려니 왠지 성의 없어 보이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직장 동료의 경우 5만 원 선이 적당하고, 안면만 있는 경우에는 3만 원 선의 축의금을 전달하는 것도 무방하다. 좀 더 사적인 관계라면 7만 원 이상을 내기도 한다. 또한 결혼식에 참석할 때는 화이트 컬러의 원피스나 강렬한 원색 복장은 피하는 것이 예의이다.
비즈니스 미팅 시 수다 매너
업무 미팅 시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는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적인 대화 역시 지극히 비즈니스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남자 친구 있으세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이 목걸이 어디서 사셨어요?” 등 지나치게 스스럼없는 질문은 삼가는 게 좋다. 갑을의 관계를 망각하지 말 것!
국제 행사에 참여할 경우
국가 원수, 총리, 장관, 국회의장과 같은 고위직 인사를 국제 행사장 등에서 만났을 경우 호칭을 사용하는 데도 일정한 룰이 있다. 행사 공식 일정 동안에는 소속 국가, 직책을 포함해 풀 네임을 호명하지만 비공식적인 대화 시에는 절대 직접적으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를 만났다고 해서 “헬로우, 오바마!”라고 인사를 할 경우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돼 제대로 혼쭐이 날지 모른다. 이름 대신 직책을 호명해 “헬로우,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인사하는 것이 옳다.
선물을 주고받을 때의 기본 매너
상대방의 사무실이나 가정을 방문할 때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가정 방문 시에는 인사 후 바로 선물을 전달하고, 비즈니스 면담 시에는 용무가 끝난 뒤 사무실을 떠나기 전에 선물을 건넨다. “별것 아니지만 작은 성의이니 받아주세요”라고 운을 띄우며 건네면 된다. 반대로 선물을 받는 입장일 때는 상대방이 있는 자리에서 바로 선물을 뜯어본 후 “예쁘다”, “마음에 든다” 등의 칭찬을 하고 감사 인사를 곧바로 전하는 것이 매너다.
첫 미팅 시 인사를 주고받을 때
인사를 주고받을 때도 순서가 있다. 연령보다는 사회적 지위를 기준으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먼저 자신을 소개해야 하며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예의다. 사람을 소개시킬 경우에는 자신과 친한 사람을 덜 친한 사람에게 먼저 소개시키고, 집안 식구를 소개할 때는 여자를 남자에게 먼저 인사시키는 것이 에티켓으로 통용된다.
호텔 결혼식에 초대 받을 경우
호텔 결혼식에 갈 때마다 스테이크 좌우로 놓인 각종 음료와 빵을 보고 ‘뭐가 내 거지?’라며 당황했던 기억이 한 번쯤은 일을 터.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다 보면 대체 어떤 빵이 자기 것이고 어느 쪽 물이 자기 것인지 헷갈린다. 그럴 때 ‘에라, 모르겠다’라며 아무거나 먹는 것은 큰 실례다. 왼쪽 편에 있는 빵과 오른쪽 편에 있는 물이 자신의 것이다. 헷갈린다면 ‘좌빵우물’로 외울 것!
중요한 미팅 전후의 테이블 매너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주눅이 드는 이유 중 하나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나이프와 포크가 세팅되기 때문이다. 대체 그 많은 것들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바깥쪽에서 안쪽 순으로 사용하도록 하자. 음식이 서비스 될 때마다 다른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면 된다. 포크나 나이프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주워 닦아 쓰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가장 ‘없어 보이는’ 행동 1순위다. 조용히 종업원에게 바꿔달라고 요청할 것. 테이블과 의자의 간격은 두 주먹 정도가 적당하며 팔은 허벅지 위에 살포시 얹어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