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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8월 24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824화] 심각한 북 수해에 인도적 쌀 지원은 당연
정치권이 모처럼 대북 쌀 지원 재개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2일 당ㆍ정ㆍ청 9인회의에서 대규모 수해로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음을 들어 대북 쌀 지원 재개 검토를 정부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압록강 범람에 따른 수해 복구 및 생필품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적극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조속한 대북 식량지원 재개에 목소리를 보탰다.
북한 중앙통신과 베이징 발 국내외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19일부터 21일까지 압록강 유역에 최고 651㎜의 폭우가 쏟아져 신의주 일대의 농경지와 시가지가 대부분 침수됐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북한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이 지역의 수해로 식량난이 가중될 것은 분명하다. 다른 지역도 올 여름 수해를 입은 곳이 많아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식량사정이 어려운 판에 수해가 겹쳤으니 그대로 두면 심각한 기아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내에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측의 합당한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대북 식량지원 재개 검토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의 대북제재 압박 공조에 바람이 빠질 것을 우려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일을 다투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천안함 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규모 수해로 굶주리고 헐벗은 북한주민에게 식량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일은 북한정권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늦추는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미룬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게 될 것이다.
수해에 따른 대북식량지원 문제를 천안함 출구 전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기로 남북 당국간 대화의 통로가 열려 천안함 사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이유는 없다. 대북 식량지원은 이미 심각한 상태인 우리의 쌀 재고 처리와 농민 지원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824화] 고용창출 세제지원, 단기 대책으론 안 돼
정부가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 투자에 대해 세제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기업에 대한 보조금 성격을 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 고용 창출과 연계한 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기업들에 대한 세액공제를 고용 창출과 바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소기업을 판단할 때 인원 기준을 폐지한 것이나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등 대상에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업종을 추가한 것, 중소기업이 아닌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최저한 세율 7%를 적용하겠다는 것 등도 고용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제도가 2012년 말로 종료되는 임시 조처라는 점은 문제다. 기업 투자 증대로 경제성장률은 높아지지만 고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고용 없는 성장’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창출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2년 동안 반짝 시행하고 그만둔다면 제대로 효과를 낼 수가 없다. 눈앞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단기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고용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항구적인 세제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정부가 올해 말까지 폐지하기로 했던 종합부동산세를 그대로 존속시키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종부세는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액대출한도(DTI)와 함께 부동산 거품을 차단하는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처럼 장차 발생할 또다른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할 경우 수도권의 세수만 급증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세수는 크게 감소하게 돼 있다. 이번 기회에 종부세 폐지 방침을 완전히 접고 논란을 종식시키기 바란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또다른 특징은 정부가 그동안의 감세 기조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점이다. 재정균형 달성을 위해 바람직한 태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초기의 무리한 감세정책으로 올해 말 국가 부채는 4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자만 해도 연간 수십조원에 이른다. 이번에 내놓은 세제개편안으로 재정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정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0824화] 비리 법조인 赦免하고 시치미 뗀 책임자 밝혀내야
법무부가 이번 8·15 광복절 특별 사면에서 비리에 연루된 전직 판사 3명, 검사 3명, 변호사 2명을 복권시켜 변호사 자격을 되찾게 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특별 사면·복권 대상자 2493명 가운데 정치인과 기업인 78명의 명단만 공개하고, 법조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수법으로 이들의 특사(特赦) 사실을 감췄다.
법조인 8명 중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전직 검사 3명은 200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조 브로커 김홍수 사건' 연루자들이다. 조씨는 김씨로부터 '여직원 오빠가 보석으로 풀려나게 담당 판사에게 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소파를 받아 대법원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조씨가 김씨로부터 4건의 재판 청탁 등과 함께 총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다른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반발했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브로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것은 1951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조씨 사건과 관련, 국민에게 공개 사과를 했었다.
법무부는 자기가 담당한 사건의 피고인을 빨리 석방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브로커에게 술값 800만원을 대신 갚게 하거나, 브로커로부터 다른 판사에게 잘 말해 재판을 유리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500만원을 받은 부장판사 출신 2명도 복권했다. 판·검사는 실형을 받으면 형 집행이 끝난 때로부터 5년, 집행유예를 받으면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때로부터 2년간 변호사 자격이 박탈된다. 그러나 이들 법조인 8명은 복권 덕분에 곧바로 변호사 자격을 되찾게 됐다.
지금 '검사 스폰서 사건' 특검이 구성돼 검사 수십명이 지역 기업인들에게서 용돈과 술대접을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한쪽에선 국민 세금을 들여가며 검사 비리 특별 수사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법조인들끼리 법관 또는 검사로서 파렴치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복권시키며 감싸고 돈 것이다. 국민 가운데는 이들 비리 법조인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가벼운 죄목으로 전과자의 불이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르는가. 이번 사건은 사면권을 악용한 '사면 범죄'다. 정부는 누가 이번 일을 기획했고 결재했는지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 청와대가 비리 법조인 사면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서울신문 사설-20100824화] 물에 잠긴 신의주, 인도적 지원 검토할 때
북한 신의주 일대가 최근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압록강이 범람하면서 곡창지대인 신의주 저지대 농경지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시가지도 상당부분 침수됐다고 한다. 북한 조선통신은 “수십 대의 비행기와 함정까지 동원해 5000여명의 주민을 구조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수해 사실을 즉각 알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에도 개성과 흥남 등지에서 수해가 발생해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우리 정치권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지원 방안이 솔솔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그제 당정청 9인회의에서 “수해로 북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쌀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도 “세계적으로 존경 받을 일”, “대북정책의 상호주의 원칙에서도 식량지원은 예외”라고 환영했다. 여야 정치권이 대북 쌀 지원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북한의 수해를 나몰라라 하기에는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고, 이를 안타까워하는 국내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대북 쌀 지원 문제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사과 한마디 없었고, 그 이후 한·미공조로 대북제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자칫 쌀 지원이 가져올 파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일 게다.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배경에서 출발하지 않고 순수히 인도적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쌀과 의약품 지원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지난 월드컵에서 봤듯이 천안함 폭침에도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다. 특히 우리는 사료로 쓰느니 마느니 할 정도로 쌀이 남아 돈다. 북한 식량지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중단된 쌀 지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쌀 재고 관리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정부차원의 쌀 지원이 어렵다면 민간차원에서 재개하면 된다.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대신 식량 분배의 투명성은 지켜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천안함 사건의 출구전략 차원에서 쌀 지원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824화] 실효성 의문시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
기획재정부는 어제 일자리 창출과 서민 지원,재정건전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2010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현 정부 출범 첫해에 시도한 획기적인 감세(減稅)나 2년차에 추진한 연구 · 개발(R&D) 투자에 대한 파격적 세액공제 같은 상징적인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세조정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에 큰 비중이 두어졌다. 이 제도는 설비투자액의 7%를 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친화적으로 바꾸려는 것으로,고용을 더 늘리는 경우에만 공제 혜택(1인당 1000만원,청년 고용은 1인당 1500만원)을 주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자리창출이 다급하더라도 실패한 제도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비슷한 취지의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 제도가 2004년 도입됐다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나 폐지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들어 취업난이 가중되자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에 한해 1인당 300만원씩 공제해주는 '고용증대세액공제' 제도를 부활시켰는데 중소기업들의 반응이 미지근한 실정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다자녀 소득공제를 배로 확대하려는 것(2자녀는 100만원,2자녀 초과는 1인당 200만원)도 근로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40%의 면세점 이하 소득 계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재정부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50개에 달하는 비과세 · 감면 항목의 일부를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혜택이 줄어드는 계층과 업종에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개편으로 5년간 1조9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재정부 추산이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내건 개편 치고는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다. 비과세 · 감면제도 정비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것마저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824화] 일자리와 서민에 초점 맞춘 세제개편안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올해 세제개편안은 일자리 문제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서민지원 강화 등 당면 현안 해결을 위해 조세지원을 크게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신성장동력 투자에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재정건전성을 위해 각종 비과세 감면을 대폭 정비하기로 함으로써 성장과 균형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논란이 돼온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이다. 기업의 투자금액에 대해 현행과 같은 7%의 세액공제를 유지하되 고용증가 인원에 비례해 세액공제혜택을 줌으로써 고용창출형 투자를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신규 투자금액의 7% 한도 내에서 신규 고용증가 1인당 1,000만원, 청년고용의 경우 1인당 1,5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당초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고용에 대한 지원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부진한 기업투자도 살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두기 위한 정책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청소업ㆍ경비업 등 고용유발 효과가 큰 업종을 세제지원을 받는 중소기업 업종에 추가하고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사업장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주기로 하는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세지원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양극화에 따라 경제회복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보강한 것도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저소득 일용근로자의 원징수세율을 8%에서 6%로 낮추고 음식업 등의 부가세 세액공제 우대제도를 연장하기로 했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상생보증펀드 출연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현금성 결제에 대한 세액공제를 3년 더 연장해주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을 졸업하더라도 일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해나가기로 함으로써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일자리와 서민지원에 초점을 맞춘 이번 세제개편안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입법이 차질 없이 이뤄지기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권순택(논설위원)-20100824화] ‘참 쪽팔리는’ 인사청문회
‘쪽팔린다’는 낯이 깎인다는 뜻의 속된 말이지만 영화에선 쉽게 들을 수 있다. ‘친구’의 조폭역 유오성은 왜 범죄를 자백했느냐는 친구에게 “쪽팔려서”라고 답했다. ‘공공의 적 2’에서 강철중 검사는 대형비리 수사가 외압에 부닥치자 “이런 사건 수사 못하면 쪽팔려서 검사 못 한다”고 항의해 수사를 관철한다. 현실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5년 단임제는 쪽팔리는 제도”라고 말했다가 자질 시비까지 불렀다.
인사청문회에서 고위직 후보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걸 볼 때마다 이 속된 표현이 떠오른다. 후보자보다 도덕성이 높은지 의심스러운 의원들로부터 저런 수모를 당해도 해볼 만한 게 장관이구나 싶기도 하다. 개인의 출세와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기 위해 그 수모를 견딘다면 존경받을 만하다. 그러나 일부 후보자의 도덕성은 국민이 봐줄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탈세 의혹은 기본이다. 자기 재산도 정확하게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랏일은 제대로 해낼지도 걱정이다.
“고관대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주민등록법 정도는 무시할 배짱이 있어야지. 법은 힘없는 사람들이나 지키는 거지. 부자(父子)가 모두 군복무를 했다면 장관감이 아니지.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군에 갔으면 아들이라도 군에 안 보낼 능력이 있어야지. 그래야 힘든 국사(國事)를 감당할 수 있지.” 이런 냉소가 사회 밑바닥에 넘쳐흐르는 듯하다. 청문회를 계기로 드러난 지도층의 맨얼굴은 배신감을 양산한다.
이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위해 불법 폭력집회 시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형사처벌하고 민사책임까지 묻는다. 그러나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위법에는 왜 이리 관대한가. 주민등록법은 48년이나 된 살아있는 법이다. 이 법의 위장전입 금지조항을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비해 불법 집회시위의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처벌 정도가 죄질에 비례한다면 위장전입이 불법 집회시위보다 죄질이 훨씬 나쁘다. 자녀 교육이나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은 지능범죄다. 5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지만 몇 마디 사과로 넘긴다면 청문회는 면죄부를 주고 법치를 해치는 제도가 된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를 흉내 낸 것이다. 미국에선 차관보 이상 고위직과 대사, 장성 등 수백 명이 청문회 대상이고 수시로 청문회가 열린다. 대통령은 상원의원 과반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신이 내정한 공직 후보자를 임명할 수 없다. 우리 청문회는 대상이 국무총리와 장관 등 50여 명이다. 그나마 국회가 과반수 의결로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은 절반도 안 되는 23명이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제도의 긍정적 효과가 커지기는커녕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듯하다. 우리 공직자들의 수준에 맞는 제도인지도 의심스럽다. 지금 같아서는 대통령이 비리 의혹 종합세트 수준의 후보자들을 청문회에 넘기고 국회는 정략적 정파적 검증이나 하는 ‘통과의례’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문 초안을 작성한 사람들에게 “이게 국민의 마음에 와 닿을 거라 생각해?”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고 한다. 나는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이런 인사가 국민의 마음에 와 닿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고대훈(논설위원)-20100824화] 자복
조선시대에는 원님재판이란 게 있었다. 고을 사또가 관아에 끌려온 죄인(현대적 의미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향해 “네 죄를 네가 알렷다”라고 일단 호통부터 친다. 증거가 있든 없든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면 “이실직고할 때까지 매로 치라”는 명령을 내린다. 수청 들기를 거부한 춘향이에게 변 사또가 “네 죄는 네가 알렷다”라며 수작을 걸던 그 장면이다. 이는 자복(自服)을 얻기 위한 절차였다. 행정관인 동시에 검사이자 재판관의 역할을 맡았던 사또를 비롯한 지방 관리에게 자복은 최상의 수사·재판 기법으로 통했다.
그래서 조선의 형사재판을 자복 필수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문준영, 『법원과 검찰의 탄생』). 자복은 서양에서 법정증거 개념의 자백(voluntary confession)과 가깝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조선에는 자복이 없으면 판결도, 형벌도 없었다. 자복은 죄를 범한 어리석은 백성이 자기 죄를 털어놓고 뉘우치도록 하는 방편이었다. 반대로 죄상이 명백한데도 자신의 잘못을 자복하지 않으면 매로 다스려 도덕성을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봤다. 물론 춘향의 예에서 보듯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범죄 행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피고인이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판결에 승복하도록 하는 장치가 자복이었던 셈이다.
자복과 반대되는 개념의 묵비권(默秘權)은 17세기 초 영국에서 청교도 탄압과 그들의 저항 속에서 탄생했다. 당시 청교도는 신의 제재라는 미명 아래 고문과 자백을 강요당한 뒤 이를 증거로 처벌당했다. 이에 강제심문철폐 운동에 나서 “누구든 자신이 처벌당할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진술 거부의 권리를 쟁취했다. 청교도의 영향을 받은 미국은 1791년 수정헌법에 명문화했고, 이후 각국은 인권의 연장선에서 묵비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확립했다. 우리나라 헌법도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북한에서 돌아온 한상렬 진보연대 상임고문이 당국의 수사에 맞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이명박 살인 원흉” “김정일 장군님” “(남한 정부는) 괴뢰 도당” 등 수없는 궤변과 망언을 쏟아낸 마당에 새삼 묵비권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어색하다. 북한 행적이 세상에 적나라하게 공개된 만큼 숨길 것도 없을 터다. 오히려 자복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더 떳떳하지 않겠는가.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0824화] 비밀회동
회동(會同)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이는 것’이다. 회담이 어떤 의제를 놓고 한자리에 모여 토의하는 것인 데 비해 회동은 이보다 덜 형식적이고 넓은 의미의 만남을 뜻한다. 그렇지만 장삼이사, 갑남을녀의 만남을 회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용례를 보면 안다. 1989년 10월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골프회동’을 가졌다. 이 골프회동은 이듬해 초 정치권의 지각변동 또는 희대의 훼절(毁節)로 평가되는 3당 대통합의 단초가 됐다.
국제정치에서 각국 대표들은 회담을 위해 회동한다. 가령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회동하고 6자회담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식의 보도를 자주 접한다. 1945년 2월 미·영·소 3국 수뇌가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얄타에서 회동해 패전국 처리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것이 얄타회담이다. 그러고 보면 만남은 만남이되 정치·외교적으로 자못 중요해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회동이란 칭호를 붙여주나 보다. 이렇게 갑돌이와 갑순이의 만남이 절대로 회동이 될 수 없는 것은 한자 숭배의 허위의식 탓도 있지 않나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1개월 만에 만났다. 전 언론이 어김없이 이를 회동이라 불렀다. 여기까진 다 좋다. 하긴, 회동이면 어떻고 만남이면 어떤가. 현직 대통령과 차기 유력 주자가 모처럼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데. 이보다 우리를 개운치 않게 만드는 건 이 회동의 비밀스러움이다. 두 사람이 95분 동안 밀담을 했다는데 그 내용이 알려진 게 없다. 고작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는 전언뿐이다.
회동이든, 만남이든 자유다. 그걸 공개하든 비밀에 부치든 자유다. 그들이 그러겠다는데 누가 뭐라겠나. 그러나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국민들의 시선이다. 국민들은 “분위기가 좋았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기대한 게 아니다. 티격태격하다 무슨 비밀작전 하듯 깜짝쇼 하듯 만나더니 정권 재창출이란 말 말고는 함구다. 이러니 친여 신문 사설에서까지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고 알권리 충족에도 반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이것은 소통이 아닌 짝짜꿍”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견 그럴듯한 표현이란 생각도 든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글로벌포커스/임성준(한국외대 석좌교수)-20100824화] 독일 통일 20주년의 교훈
오는 10월 3일 우리나라 개천절은 독일이 다시 통일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달 유럽 출장 기회에 통독 20년을 맞는 독일의 분위기도 살필 겸 베를린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독일의 재통일이 독일 국민에게는 무엇을 가져다 주었으며, 20세기의 가장 획기적인 일로 기록되고 있는 이 역사적 사건의 국제정치적 함의는 무엇이며 또 천안함 사건으로 더욱 멀어져 보이기만 하는 한반도의 통일에 던져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어느 것 하나 궁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10ㆍ3 기념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베를린 주민들의 표정에서 특별한 반응을 읽기는 어려웠고 기념 현수막도 걸리지 않았다. 연방제 국가인 독일은 통일 기념식을 통일 첫 해에는 수도 베를린에서 개최한 후 매년 각 주를 순회하며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에는 브레멘에서 20주년 공식 기념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아마도 10월 3일이 가까워 오면 다시 한번 당사국인 독일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의 보도전쟁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우선 통독 전후의 경제 사정과 통독 이후의 사회적 통합에 대한 옛 동독 국민의 반응을 살펴보자. 2009년에 독일 정부가 발간한 통일 백서에 의하면 옛 동독 지역의 경제 상황은 통일 이후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즉 통일 이전 서독의 30% 수준이던 동독의 GDP는 71% 수준까지, 생산성은 과거 20~25%에서 79%까지 높아졌다. 2000~2008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동독 지역이 14.1%로 서독의 9.1%를 앞서고 있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가 동독 지역 발전을 위해 매년 GDP의 3~4%(약 1000억유로)를 투입해 온 결과다.
그러나 통일의 핵심 요소인 사회 통합은 통일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이 국내외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쉬드도이체 자이퉁지가 옛 동독인들의 통일 후 생활태도를 조사해 보도한 데 따르면 67%의 옛 동독인들은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대답은 단 11%에 불과하고 42%는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심지어 10% 응답자는 옛 동독으로 회귀하기를 바란다고 응답해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통독의 기대가 고조되자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관련국들은 표면적으로는 독일 통일을 지지하는 공식적 입장을 천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국가의 본심도 그랬을까. 통일 과정을 둘러싼 긴박했던 시기의 외교 기밀들이 지난해부터 관련국들의 외교문서 공개로 일부나마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독일의 통일 가능성에 가장 노골적으로 반대한 사람은 영국 대처 총리였음이 밝혀졌으며 그는 당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영국 등 서방진영은 독일의 통일을 원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를 막아달라고 부탁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한편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마지막까지 견지했지만 독일 통일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독일의 유로화 가입을 조건으로 찬성해 줬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관련 기록들이 공개되면 통독 과정의 외교 비밀들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베를린 방문을 마치면서 한반도의 현실로 생각이 돌아오자 마음은 더없이 착잡해졌다. 최근 우리 국민은 국내외적으로 험산준령을 넘었던 독일 통일과정을 보면서 남북 통일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독일 통일이 부지불식간에 다가왔듯 우리의 통일도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는 대단히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 지도자들이 이런 국제 정세의 흐름을 얼마나 잘 읽어 내느냐에 우리나라의 명운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