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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구 없다! | ||||||||||||||||||||||||||||||
[사랑하는 그 만큼씩-최종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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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등용분회 모임에 갔습니다. 5명의 회원들과 ‘신설된 본당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좋은 일도 자금이 있어야 한다며, 만원 회비를 만 오천 원으로 올리자는 이야기도 심도 있게 나누었습니다. 마침기도로 가톨릭 농민회 회원수칙을 바쳤습니다. 회원수칙을 번갈아 읽는데, ‘나는 농민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항상 농민 편에 서서 농민을 위하여 농민의 뜻을 대변한다’는 2항부터 울컥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올라왔습니다. 읽다 멈추다 간신히 일곱 개 수칙을 바치고 강복으로 모임을 마쳤습니다. 부안 등용분회 회원들이 가농 우리농 정기총회 가는 길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82세가 되신 아버지 같은 형제님이 큰 절을 드린다며 무릎을 꿇으려 했습니다. 뛰어가 ‘아버지 같으신 분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형제님의 몸을 일으켰습니다. 무를 썰어 무밥을 지어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아버지(사제) 집에 찾아온 아들이 아니라 귀농해서 사는 아들 집을 찾아온 아버지(82세 형제님)처럼 느껴졌습니다. 회원들과 6인승 트럭을 타고 장수 총회장소로 갔습니다. 미리 오신 회원들을 안아드렸습니다. 분회별로 도착하는 회원들도 일일이 안아드렸습니다. 진안분회에서 진안의 명품인 ‘애저’(새끼돼지요리)와 두부를 만들어 오고 막걸리도 준비해 왔습니다. 막걸리 한 잔 ‘크-’ 마시고 손으로 두부를 잘라 김치 한 가닥 얹어서 먹는 맛, 꿀맛이 따로 없었습니다. 새로운 회장님으로 추대된 형제님이 ‘저는 말주변도 없고 회장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다른 회원을 추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회장직을 고사했습니다. 두 형제님이 재추대 발언을 했습니다. 형제님이 ‘하느님의 뜻으로 알고 순명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라며 회장직을 수락했습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의 박수가 세미나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물류담당 남자직원을 채용해서 물류를 활성화시키자, 분회 조직강화와 우리농 활성화를 결의하고 총회를 마쳤습니다. 우리농 회원 형제님이 껍질을 벗겨 준비한 과메기와 애저에 막걸리 잔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당신 멋져부러’라는 건배로 뒤풀이 자리가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82세 최고령 회원님이 노래방 기계에서 뽕짝이 흘러나오자 무대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홀로 무대에 오른 것 같아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모여들더니 무대가 가득 찼습니다. 남행열차 반주가 나오자,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마이크를 잡고 ‘비 내리는 호남선-’을 열창했습니다. ‘아싸! 아싸!’ 뽕짝 추임새를 넣어가며 부르자, 회원들이 꼬리를 물고 기차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흥이 절정에 달았습니다. 젊은이들의 축제 한마당 잔치 같은 노래와 춤으로 이마와 등줄기에서 이슬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달덩이 같은 얼굴마다에 해바라기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주전자를 들고 자리마다 돌며 막걸리 한 잔씩을 권했습니다. 과메기를 싸서 먹는 생김을 보자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작게 자른 김을 윗니에 붙였습니다. 막걸리를 따라 드리고 얼굴을 들이밀며 ‘이- 영구 없다!’말하면 자지러지듯이 웃습니다. 삼삼오오 이빨에 김을 붙이고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서로의 모습을 보며 배를 움켜쥐고 웃습니다.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아이고 배꼽이야!’소리치며 웃는 얼굴에 천국의 미소와 웃음이 철철 넘쳐흐릅니다. 2010년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충전했습니다.
최종수 (전주교구 신부. 진안 부귀에서 공소사목을 도우며 농촌환경사목을 맡고 있으며, 자급자족하는 생태마을 공동체를 꿈꾸며 신자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지독한 갈증>과 시사수필집 <첫눈같은 당신>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