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김광희
나라에서 부모 자식 만나지 마라 했습니다
안 오는 줄 알지만 눈은 자꾸 내다봅니다
아는지 모르고 있는지 저 훤한 보름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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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엔 알지 못했다/ 문무학
희미하다 어둑했고, 어둑하다 캄캄했다
네게로 갈 수 없고 내게로 올 수 없어
그전엔 알지 못했다 오가는 게 삶인 걸
마주 앉아 웃으며 국밥을 말아 먹던
혀가 자꾸 떠올리는 그때 그곳 그 맛을
그전엔 알지 못했다 함께 함이 기쁨인 걸
반가운 널 만나도 악수하지 못하고
주먹 쥐는 이 마음이 이리도 쓰린 것을
그전엔 알지 못했다 네가 곧 내 힘인 걸
침 튀기며 해야 할 말 마스크로 막고 보니
그때 그 말 아낀 것이 이리도 서러울 줄
그전엔 알지 못했다 말이 곧 나눔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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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풍경- 코로나 줄/ 박방희
번호표를 받아들고
어른들이 줄을 섰다.
새치기도 볼 수 없고
불평도 전혀 없다.
묵묵히 마스크 한 채
차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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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오영환
숨 한 번 오간 거리
‘찰나’가 멈춰서고
정지화면 깊은 곳
투명하게 맥을 짚는
봄꽃들
봄을 맞잡고
봄이 없다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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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는 못 가봤다/ 이종문
일 년에 열두 번씩은 안으러 간 나무에게
초파일엔 어김없이 찾아가던 먼- 절집에
만 송이 꽃을 피우는 내 고향집 백목련께
백 리 밖 어느 산골 잔돌 많은 채마밭에
안 가면 몸살 나는 경주 남산 돌탑 앞에
지난해 높은 산으로 이사 가신 아버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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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고 살다/ 장태경
난시에 근시, 원시라
끼고 사는 다초점 안경
날이 갈수록 늘어 간다
끼고 살아야 하는 것들
마스크,
핸드폰에다
알약에 손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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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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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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