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싱가포르의 유명한 작가 요진이 경험한 이야기다.
기자일 때 볼펜은 하루도 빠짐없이 늘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이었다. 한 번은 동료에게 볼펜을 사다달라고 부탁하면서 나는 여러 차례 당부를 했다.
"검정색은 필요 없어. 명심해, 난 검정색을 싫어해. 칙칙하고 스산한 느낌이 든단 말이야.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돼. 열두 자루 전부 검정색은 절대 안 돼."
다음 날 동료가 전해준 볼펜 한 다스를 본 나는, 맙소사! 하마터...
면 기절을 할 뻔했다. 열두 자루 전부 검정색이었던 것이다. 동료에게 원망을 늘어놓았지만 그는 되레 당당하게 반박했다.
"네가 검정색, 검정색 하며 재차 강조했잖아.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내고 녹초가 되어서 상점에 들어섰을 땐 머릿속에 가장 인상 깊은 두마디밖에 생각나지 않더라. 열두 자루와 검정색. 그래서 검정색만 열심히 찾아서 사왔지, 뭐."
분명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내가 간단하고 분명하게, "나 대신 볼펜 열두 자루 좀 사다줘. 전부 파란색으로." 라고 말했더라면 동료는 틀림없이 잘못 사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이후 요진은 말할 때는 물론이고 글을 쓸 때도 항상 핵심을 찔렀다. 글이든 말이든 절대로 의미 없이 빙빙 돌리지 않았다. (장지엔펑, '인생의 지혜가 담긴 111가지 이야기' 중)
[ 최고의 보고서는 더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뺄 것이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
(보고서 작성 팁에 관한 글 링크)
http://www.facebook.com/notes/%EC%84%9C%ED%83%9C%EC%98%A5/%EB%B3%B4%EA%B3%A0%EC%84%9C-%EC%9E%91%EC%84%B1-%EC%9A%94%EB%A0%B9-%EB%AA%87%EA%B0%80%EC%A7%80/466019889004재작년 겨울에 쓴 노트를 다시 읽어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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