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은 '충장축제'를 바라보는 지역 예술인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지역 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길거리 공연' 참가 신청을 받으면서 막연히 '희망 공연료'를 기재토록 해 저가 입찰을 노린다는 주장도 나왔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추억의 충장축제'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5일간 충장로와 금남로, 예술의 거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선정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가을 광주 도심을 문화로 물들이는 초대형 축제이지만, 정작 지역 예술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부 예술인들은 "충장축제 만큼은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한다. 축제 수준이 제자리인데다, 지역 예술인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 예술인들이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마련한 '지역문화그룹 공연'(이하 길거리 공연)이 그렇다. 길거리 공연은 축제기간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광주우체국과 금남로공원, 예술의거리 등에 마련된 7개 무대에서 펼쳐진다. 동구는 지난 26일 마감일까지 100여개 팀이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예술인들은 공연 참가팀에게 직접 '희망 공연료'를 적어 내도록 한 '참가신청서'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공연료를 적게 적으면 선정될 확률이 높은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무대에 서고자 하는 '열정'을 활용해 '저가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란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에서 10여년째 활동 중인 공연기획자 A씨는 "신청서에 희망 공연비를 적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참가자의 심리를 이용해 스스로 공연비를 낮춰 적도록 유인하려는 것 같다"면서 "일반적으로는 주최측이 비용을 먼저 제시하고 신청자 중에 걸러내는 방식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을 아는 지역 예술인들은 아예 충장축제에 신청도 하지 않았다. 한 음악인은 "메인무대에 초청되는 타 지역 뮤지션에는 고가의 공연료를 지불할 것이다. 광주는 지역 예술인들에게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면서 "길거리 공연은 지역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지만 이 같은 처우 때문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해마다 길거리 공연에 참여한 지역 예술인들은 평균적으로 20만원 정도의 공연료를 지급받았다고 동구는 밝혔다.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충장축제에 책정된 예산은 약 13억7000만원. 이중 3억5000만원이 길거리 공연에 집행된다.
동구 한 관계자는 "타 시ㆍ도의 대표축제가 20억원 이상의 예산으로 진행되는데 반해 충장축제는 저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예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공연료를 지급하는 상황인데다 더 많은 팀들을 내세우려 하다보니 공연료가 적을 순 있다. 그래도 무대에 서고자 하는 분은 5만원을 줘도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길거리 공연팀 선정에는 공연료와 공연 일정, 공연의 질 등이 영향을 미친다. 매뉴얼이 있어 점수를 매기거나, 공연료에 대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었다. 신청서에 적힌 경력과 첨부된 사진ㆍ동영상을 참고하고 직접 전화통화를 해서 조율하는 식이다. 이 관계관계자는 "공연 일정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년 가을 광주 도심 한가운데 모여야 할 지역 예술인들은 자꾸 바깥만 바라보는 행정에 냉소적이다. 공연기획자 A씨는 "축제의 질이 점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