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의 한 풀빌라 펜션에 왔습니다. 영흥도나 대부도에도 풀장이 있는 펜션이 있지만 영흥도 대부도는 풀빌라 펜션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제법 규모있는 실내풀장 딸린 펜션들이 요즘은 전국에 꽤 많이 있습니다.
오늘 빌린 펜션은 숙소공간은 조금 작지만 수영장이 제법 커서 다음에도 또 이용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48시간 싫컷 물놀이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아침마다 샤워와 면도를 안하면 밖에 절대 나서지않는 태균이도 수영하러 간다는 말에 씻지도 않고 집을나서는데, 다 컸다싶습니다.
영흥도 집에 요만한 크기 수영장 하나 만들어보려니 공사비도 그렇지만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이용하려다보니 외부가 아닌 내부에다 해야되고 제가 지켜볼 수 있는 장소여야 해서 좋은 결론이 쉽게 나오질 않습니다.
날씨는 너무 좋고 나들이길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잘 아는지 신나해합니다. 리틀준이는 차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차타고 달리면 너무 즐거워하다가 차가 멈추면 자지러지게 울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차타고 지나가는 풍경에만 자주 노출되어도 안구동작 개선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리틀준이는 가능하면 하루 한 두시간 이상 꼭 차를 태워주곤 합니다. 그 어떤 노력보다 손쉽게 해줄 수 있는데 효과는 꽤 좋습니다. 리틀준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말은 '밥먹자'와 '차타러가자'입니다.
그렇게 물을 밝히고 물에 집착하는 완이도 막상 풀장에 데려다놓으니 쉽게 들어가질 못합니다. 준이와 리틀준이는 들어서자마자 바로 물 속으로 들어가는데 완이는 물 속에 들어가기까지 한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그렇게 물을 좋아하는 준이도 막상 해수욕장에 데리고가면 바닷물에 들어가길 거부합니다. 시각적 정보 판단 오류는 이렇게 같은 환경 속에서도 태도가 확 달라지게 하는데요, 이게 바로 시각정보처리 기능의 어려움으로 인한 불안과 방어기제의 돌발성을 말해줍니다.
사실 준이를 오래 키웠지만 감정의 돌발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보니 돌발성을 최소화시키려 늘 조심하는 편입니다. 관계의 살얼음적 특성은 사실 회피모드의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그냥 좋게좋게~~ 용납해서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또다른 방법을 찾기에는 다소 암담한 측면이 있다보니, 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면서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자기방식의 고집이 견고해지고, 다행히 준이는 순하고 크게 드러날만한 행동문제가 없다보니 그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 싶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준이와의 관계는 늘 그 자리여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준이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이게 마음에 많이 걸립니다. 제가 친부모였다면 더 혹독해졌을까요? 맞습니다. 친부모는 부담없이 혹독해야 할 부분에서는 혹독해질 수 있습니다.
완이의 일기인데 준이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완이나 리틀준이나 제한된 시간 내에 제가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어내고 싶기에, 어찌보면 준이와는 달리 혹독해야 할 부분에서는 때로 혹독해지는 것이 필요하기도 할 것입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벌써 4시간째 물에 들어가있는 리틀준이는 그렇게 그렇게 목말랐던 물 속에 잠김상황을 여길 떠나는 순간까지 할 모양입니다. 리틀준이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감각해소에 온 에너지를 쓰곤하니 발전이 꽤 기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싫컷 물놀이를 하더니 떡볶이 냄비에 얼굴이 빼내지 못하는 완이는 이런 음식들을 참 좋아합니다. 좀 많겠다싶어도 언제나 음식냄비는 바닥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떡볶이 실력은 분식집내도 좋을 수준이 되었고, 바리바리 음식재료를 싸가지고 왔으니 그야말로 2박3일 바닥까지 물욕구 다 풀고갔으면 좋겠습니다. 감기걸릴까 하는 걱정은 지금 하지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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