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과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립 등 국가정책을 토목공사를 하듯 절차를 생략하고 '속도전식'으로 일처리하면서 혼란과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천주교 인천교구(교구장 최기산 주교)의 2011년 교구설정 50주년 기념사업으로 결정된 '영성교육 피정센터' 건립문제도 지난 10월 25일부터 모금운동에 돌입하면서 교구 내 사제들과 신자들 사이에 갈등과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교구 신자들에게는 지난 10월 25일자 주보를 통해 강화에 있는 인천가톨릭대학교에 인접한 산기슭에 대지 9,000여 평, 연건평 4,000평 규모의 "국내 최고최상의 종합 영성교육 피정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사실이 전달되었다. 인천교구는 이 피정센터 건립에 드는 총비용이 약 300억 원인데, 교구 세대수를 감안하면 평균 세대 당 100-150만 원의 봉헌이 요구되지만, 형편에 따라 봉헌해 달라고 신자들에게 부탁한 바 있다.
그러나 300억 규모의 피정센터 건립에 대한 사업이 교구 사제들이나 신자들의 공론을 거친 것이 아니라 졸속처리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교구 사제들은 지난 10월 20일 인천교구청 4층 강당에서 열린 임시사제전체회의에서 처음으로 교구 사무처(사무처장 김용환 신부)로부터 이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사제들 사이에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아무런 해명 없이 며칠 뒤 주보에 사업 개요와 모금방법이 공지되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300억 마련 위해 본당행사도 줄이고... 사제도 십일조 내야
|
|
|
▲인천교구청(사진출처/인천교구 홈페이지) | 지난 11월 10일 교구청 4층강당에서 열린 사제전체회의에서 다시 50주년 사업에 대한 설명과 협조를 구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날 사무처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0월 25일부터 11월 27일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고, 2009년 12월 1일부터 2010년 4월까지 본설계를 한 뒤에, 2010년 4월부터 시공에 들어가 2011년 6월 6일에 완공봉헌을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한편 11월 4일에 열린 지구장 회의(지구장 9명, 총대리, 사무처장)에서 결정한 내용으로 사무처에서 제시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3년 동안 총 3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교구내 각 본당에서는 향후 3년동안 본당사업을 자제하고 50주년 사업 모금에 적극 동참한다는 내용을 포함해서, 각 본당별로 많게는 9억 6천만원(연수동성당)에서 적게는 5백만원(신도)까지 봉헌목표액을 정했다. 또한 교구 사제단은 개인의 전체수입에서 십일조를 봉헌해야 하며, 3년 동안 약 5백만원 내외로 내라고 책정되었다. 결국 피정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사제들을 포함한 교구 내 모든 본당이 사업예산을 대폭 줄여 모금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인천교구 내 사제들은 "피정센터를 건립하라는 총동원령"을 받은 듯 충격에 휩싸여 있다. 실상 피정센터 건립비용으로 제시된 '300억원'이라는 규모에 대해 인천교구 어느 신부는 "조감도도 견적서도 없이 겨우 '상상도' 하나만 제시하고 300억원이란 예산이 어떻게 나왔는지 사무처에서는 설명이 없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사제전체회의에서 원로사제인 오경환 신부 등이 "왜 그렇게 급하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 피정센터의 필요성과 규모 등에 대해 차분히 논의하고 신자들이 납득할만한 내용을 내놓아야 모금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사무처에서는 "하다보면, 300억원이 더 들 수도 있고 덜 들 수도 있다"고 말을 흐려 사제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교구의 어느 신부는 "교구의 일처리 방식이 답답하다. 50주년을 맞이해 미래의 비전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잘 준비해서 가야하는데, 2011년 6월에 완공식을 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준비해서 그때 기공식을 해도 늦지 않는다"며 답답해 했다.
강화에 '바다의 별 청소년수련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인들을 위한 피정시설이 부족한 상태여서 교구에 피정센터를 건립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고 말하는 어느 사제는 "그래도, 수요예측은 정확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교구에서는 꾸르실료나 ME 등 집단적으로 피정이나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주말이면 강화도 진입로가 교통체증으로 완전히 막히는 상황에서 강화도에 피정센터를 건립하는 게 옳은 지도 모르겠다"며 입지조건을 문제 삼기도 했다.
피정센터 건립을 위한 회의구조도 없는 마구잡이 공사.. 비난
이번 피정센터 건립사업은 과정상 문제를 안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천교구에서는 규정상 5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건축물을 지을 때는 반드시 인천교구건축심의위원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건축비의 50%를 확보한 뒤에 시작해야 하는데, 이번 피정센터 건립 사업은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 이에 인천교구 한 신부는 "300억원이 드는 공사를 하면서 교구 안에 이를 심의하고 논의할만한 피정센터건립위원회 등 회의 구조고 뭐고 아무 것도 없이 몇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것 같다"면서 마구잡이 공사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어 "교구에서는 '국내 최고 최상'의 피정센터를 설립하겠다는데, 꼭 피정센터가 필요하다면 요즘 같이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건물을 검소하게 지어야지, 꼭 '국내 최고최상'일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번에 제안된 피정센터의 경우에 건평 4000평을 잡고 있는데, 공사비가 300억원이면 평방 건축비가 750만원이다. 따라서 "도대체 피정센터를 타워팰리스처럼 지을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인천교구 50주년 기념 사업으로 구태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건축물을 지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안타까워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천교구는 이번 강화도 피정센터 사업에 앞서 인천시 도림동에 아트센터 등을 지을 계획을 추진했다고 전해졌다. 교구는 30여 년전에 도림동의 8000평 규모의 공원부지를 어는 신자에게 기증받았는데, 이 땅에 아트센터나 영성센터 등을 기획했다가 용도변경 상의 문제가 복잡해서 포기했으며, 급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하여 강화도에 피정센터를 짓는 사업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교구 안에서 충분한 논의와 설득과정이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천교구의 한 신부는 "아마도 교구에서는 사업을 공론화해봐야 말만 많아질까봐 서둘러 결정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인천교구, 영종도에도 주교좌 대성전 지으려고 모색중
|
|
|
▲인천광역시는 인천교구에 밀라노 대성당과 유사한 성당을 짓는 사업안을 제시했다.(사진출처/위키백과) | 한편 인천교구는 피정센터 건립 외에 영종 하늘도시에 '국제광장 대성전'을 건립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지난 11월 10일 사제전체회의에서는 유재현 밀라노디자인시티 대표이사가 참석하여 '영종도 하늘도시(피에라 인천 전시복합단지) 건설과 인천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설명회를 가졌다.
인천광역시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시와 협약을 맺어 영종도의 인천대교에서 인접한 공간(약 1만평)에 밀라노디자인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천주교 인천교구에 그 사업에 대한 우선분양권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인천광역시에서는 비교적 싼값에 땅을 분양해줄 테니, 인천교구가 여기에 개방된 광장을 둔 밀라노대성당과 유사한 성전을 지으라는 것이다. 이 제안에 대해 인천교구는 인천광역시에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로 알려져 있으나, 인천교구 주교좌 성당을 여기에 짓는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에 일부 신부들은 "비록 인천대교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종도가 섬인데, 이렇게 외진 곳에 신자도 없는 주교좌성당을 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그 막대한 건설비용을 마련할 방도가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