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이 오늘도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날입니다.
어르신들께서 감기는 걸리시지 않으실지, 많이 나오셨을지 염려하며 준비하고 출발합니다.
9시 15분,
동네가 조용합니다. 지난번에 잡곡 못받아서 아쉬워하시던 어르신들, 지난 수요일날 잡곡을 집에 모두 갖다드린것을 확인하니 모두 다 받으셨다고 하시며 웃으십니다. 오늘은 반찬거리로 북어채를 한 어르신이 고르시니, 옆에 어르신도 덩달아 함께 달라고 하십니다. 반찬을 무엇을 만드실지 같이 공유하시는 것인지 옆 사람이 사고나면 괜시리 나도 사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나봅니다.
9시 30분,
어디선가 장터차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위에 어르신들께서 작업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먼발치서 손짓하시는 어르신들.
찾아가보니 어르신들께서 모두 풀을 메고 계셨습니다. 어르신들은 필요하신 물건을 현장에서 바로 주문해주셨습니다. 산 물건들은 어르신들 집으로 모두 갖다드립니다. 돈이 없으신 어르신은 외상으로 하시기도 합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남편 있으시다며 물건 갖고가달라고 하십니다. 장을 봐야하는데,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장터 시간이 겹쳐 못사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경우들을 대비해서 늘 배달까지 염려합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 집을 모두 다 알고 있다보니 어르신 계신 곳에서 장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앉아서 장보게 해주니 얼마나 좋노? 고맙네~! "
10시,
지난번의 실수를 기억하고 오늘은 시장 가방에 어르신께서 필요하신 물품들 챙겨 갑니다.
오늘도 어르신은 집에 계셨습니다. 지난날의 넘어짐 이후 얼굴에 상처도 많이 보였습니다. 멍이 들어있는 어르신 보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어르신 웃으시며 괜찮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서 필요할만한 물건들 챙겼습니다. 평소에 어르신께서 자주 사신다는 통조림류와 자주 잘 해드시는 반찬, 그에 따라 필요한 기름까지 챙겼습니다. 어르신 보시고는 필요한 것들 챙기십니다.
대화는 잘 되지 않지만 눈빛 손짓으로 의사소통이 됩니다. 어르신께선 장부에 적어달라고 하시며 결제를 완료합니다.
어르신께 물건 갖다가 다시 돌아가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더 빨리 뛰어 다녀야겠다 싶습니다. 어르신께 필요한 물건을 전달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10시 반,
지난번 대패삼겹살을 주문해주신 어르신.
이번주에 대패삼겹살 챙겨가십니다. 고기도 유통 가능한 동락점빵.
필요한 고기가 있으시다면, 점빵으로 언제든지 문의 주세요~:D
11시,
막걸리 드리러 방문한 어르신댁, 동네분과 함께 계셨습니다.
"아차~ 오늘이 오는 날인가? 금요일이여? " 하시며 허허 하십니다.
늘 화투패로 점을 보고 계시는 어르신, 지갑에서 돈을 꺼내시며 이야기 하십니다.
"나 돈있을때만 와~~" 웃으면서 말씀해주시는 어르신.
그 이야기에 맞은편 앉아 계신 어르신은
"그냥 다 갖고 와~~ 없으면 내가 소라도 대줄터니" 하십니다.
"자네는 이제 됬네~! 소를 보증서준다지 않는가?" 하시며 콩나물 하나 두부 하나 더 주문해주십니다.
작은 돈일지라도 우리 어르신들은 신뢰로 챙겨주시며 거래해주셔서 감사드렸습니다.
11시 10분,
어르신댁에 좀 늦게 도착했습니다. 오전에 많은 분들을 만나뵙고 다니다보니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르신께선
"요양보호사가 와서 너무 좋네~~ " 하십니다. 그 전부터 방문 요양을 받으라고 계속 이야기 말씀드렸는데, 늘 금전적인 부분때문에 어려워하셨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받기 시작하셨는데, 매우 좋으시다며 만족이 높으셨습니다.
어르신께는 금전적인 것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고, 이제는 좀 편안하게 지내시라고 당부드리며 올라왔습니다.
그러곤 윗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윗집도 방문요양을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도 회관에 가던 찰나 점빵차와 마주쳤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아차...가만보자.. 내가 돈을 갖고 와야하는데... 하시며 건물 뒤로 가십니다."
평소 못보던 길이었던지라 어디가시나 싶었더니 집 뒤에 쪽문으로 가셨습니다. 어르신 댁 입구는 계단이 많아서 평소에 어찌다니시나 싶었는데, 뒤로는 평지라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방 안쪽에서 챙여오시곤 수퍼타이와 주방세제를 사주셨습니다. 방문요양을 할지라도 내 살림 내 돈으로 챙기는 일, 어르신에게 중요한 일임을 생각합니다.
11시 40분,
"아가씨 왔는가?" 지난번 저희 공동체에 새식구가 와서 인사를 함께 다녔는데, 이번주도 오나 싶으셨나봅니다.
어르신께는 이제는 아가씨만 찾는다고 서운다고 말씀드리니 웃으시면서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러곤 어르신은 고마운 일이 있으셨는지, 올라가는 길에 술 2상자 선사 해달라고 하십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동네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때 주로 술을 사주십니다. 그 술이 무겁다보니 점빵을 통해 주문하고 배달해주십니다.
어르신들의 감사 표현 방식이 참 효율적이다 싶습니다.
13시 40분,
이따금씩 보이는 닭장을 탈출한 닭, 오늘도 봤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누구 닭인지 알길이 없습니다. 사람을 따랐던 녀석이었는지 가까이가도 안도망갑니다. 근처가보니 망 건너편엔 장닭이 있었는데, 넣어줄까하다가, 닭을 잡는건 아직까지 시도를 못해서 넣어주지 못했네요. 어디선가 로드킬 당하지 않고 잘 찾아가길 바래봅니다.
13시 45분,
이 곳은 늘 갈 떄마다 우리 점빵 매출을 걱정해주십니다. 어르신들께서는 누워계시고는 필요한 것들을 줄줄이 주문하십니다.
"나도 하나 더 사볼까~ 그냥 보내니 미안하잔아~" 하시며 쥐포채 하나 사시는 어르신.
지난간담회와 대의원총회 이후 점빵의 재정상황과 사업 상황을 파악하신 어르신들.
어르신들은 현재 점빵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자산화 사업에 대한 이해를 하고 계셨으며, 이를 잘 되기 위해 동네에 많은 어르신들이 이용하길 희망하십니다. 하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일이 쉽지많은 않고,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가는 일이기에 더욱 어려운 일임을 어르신들께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점빵이 사회복지사로 다니는 이유는 어르신들의 삶을 살피러 다니는것도 한 몫이지만, 그것이 시설을 이용할 사람들을 찾고 바로 이어주는 그런 역할로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 너무 부담갖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들도 충분히 공감하시면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십니다.
매출이 많이 나오지 않을 때는 운영이 걱정도 되긴하지만,
동네 주민들은 함께 늘 하고자 하시니, 그 덕에 마음에 힘을 보태어 더 웃고 다니며 열심히 다닙니다.
14시 5분,
어르신댁에 우유를 넣으려고 집에 방문하였습니다. 냉장보고를 보니 우유가 한통 거의 그대로 있었습니다.
우유를 넣지 않고 다시 나왔습니다. 지난번에 넣을 때도 우유가 1/2쯤 있어서 괜찮았나 싶었는데, 역시나 어르신이 드시기엔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어르신 계신 윗 집에가서 말씀드리니
"아 그래도 놓고 가~~~" 하십니다. 어르신께 우유가 너무 많아서 상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며, 다음주에 사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그려~?" 하시며 "지난번 우유값만 갈게~" 하십니다.
정기적으로 우유를 시켜도 어르신의 상황에 맞게 우유를 넣어드립니다. 어르신이 드실 수 있는 만큼,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니 말이죠.
14시 30분,
회관에 방문하니 오랜만에 어르신들이 모여 계셨습니다. 처음 뵙는 분도 계셨는데, 알고보니 저희 조합원이셨습니다.
낯익은 조합원 어르신들은 차 한 잔 하라면서 율무차 권해주십니다.
"믹스 커피 많이 먹는것도 안좋아~ 이거 먹어~" 하시며,
"어찌 우리 과자나 좀 사주지?" 웃으면서 건네십니다.
새로온 어머님은 "한 번 가볼까~" 하시며 오만원권 한장을 들고 나오십니다. 그러곤 점빵차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나눠먹을 과자를 다 고르십니다.
5만원을 꽉 채워서 고르시는 어머님.
"덕분에 우리 과자 잔치하네~! " 하시며 어르신들 과자를 다 뜯으십니다.
"요런 과자(마가렛트)는 믹스랑 먹어여햐~" 하시며 커피 마셨다던 어르신들 커피 한 잔 더 드십니다. 어머님 덕분에 회관에서 과자잔치 했네요~
어르신께서는 "덕분에 장사 잘 하고 갑니다~ " 하며 웃고 나왔습니다~:D
15시,
"내가 오늘 영광 읍에 갈라고 했는데, 점빵 사고 가려고 한참 기다렸어~"
손주랑 같이 읍에가서 머리를 하신다고 하시는 어르신. 늘 모든 것을 점빵에서 사주시려고 하셔서 감사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급하게 읍에 가셔야한다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한 잔 안하고 갈텨?" 하십니다.
제가 오늘은 앞에서 너무 늦어서 다음마을 가야한다고 말씀드리니 옆에 앉아 있던 아드님은 "세상에 안바쁜 사람은 없어~~ 어여 가봐~" 하십니다.
다음번엔 커피 한 잔 꼭 마시고 와야겠습니다.
평상시 30여명을 만나고 오는 점빵이 오늘은 50명가까이 만났습니다.
정말 많은 어르신들께서 함께 해주심이 늘 감사하게 다가 오고 있습니다.
많은 매출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용을 해주고, 많은 관심을 가져다주는 것이 점빵에 큰 힘이 된다는 것.
오늘도 어르신들 덕분에 잘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