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형제봉 부분
천도봉과 여러 봉우리들이 서로 멀리까지 뒤쫓고 天都諸峰遙相從
여러 봉우리 길게 이어져 틈이 보이지 않고 連綿岷屬無諺縫
산허리에 흰 구름이 허리띠처럼 둘렀고 山腰白雲出衣帶
구름 층층이 쌓인 곳에 산봉우리 겹겹이 서 있다 雲生疊疊山重重
--- 전겸익(錢謙益, 1582~1662), 『천도폭포가(天都瀑布歌)』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10월 6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2명
▶ 산행시간 : 11시간 35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실거리 17.5㎞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41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08 ~ 04 : 00 -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 계속 취침, 산행시작
04 : 40 - 비선대
06 : 00 - 양폭
07 : 10 - 899m봉 안부
07 : 25 - 용소골
07 : 58 - 칠형제봉 능선
08 : 25 - 칠형제봉 870m봉
09 : 50 - 신선대, 공룡능선 진입
11 : 20 ~ 11 : 56 - 천화대 노인봉(1,173m봉), 점심
12 : 22 - 범봉(1,134m) 안부
14 : 42 - 천불동계곡
14 : 52 - 비선대
15 : 35 - 설악동, 산행종료
1. 양폭 뒤 899m봉 자락
▶ 양폭골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은 만차다. 대목이다. 소공원 탐방안내소는 여느 때와는 달리 이 캄캄한
밤중에도 건장한 청년들을 앞세워 등산객들에게 문화재관람 의사를 불문하고 2,500원씩 받
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설악산 관리를 아예 신흥사에게 맡겼다. 그들이 탐방
안내소를 차지하여 매표장소로 사용한다. 말이 문화재관람료이지 실은 강취가 아닐까? 촛불
쬐고 있는 통일대불을 쳐다보기 싫다.
신흥사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대체 어떠한 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는가 찾아보았다. 신흥사
성보문화재로 국가지정문화재와 지방문화재, 통일대불을 들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로는 보물 제443호라는 향성사지 3층 석탑이 있단다. 향성사(香城寺)는 신흥
사의 옛 이름으로 당초의 절터는 지금의 켄싱턴호텔 자리다. 3층 석탑은 거기에 있다고 한다.
지방문화재로는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경판, 보제루, 부도 등을 들고 있다. 그뿐
이다.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에서 비선대까지 평지대로 3.2㎞. 설악산 산행 중 걷기가 가장 팍팍한
길이다.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고 다리 건너면 소공원의 총총하던 별빛을 가린 숲길이 시작된
다. 연등행렬처럼 길게 이어진 헤드램프의 곁불로 걷는다. 요사이 일교차가 심하다 하고 더구
나 산속이어서 추울까봐 긴팔 셔츠를 덧입었는데 일행 쫓아 줄달음하다보니 비둔하거니와
비지땀 흘린다.
비선대 와폭의 물소리는 장군봉이 곤한 잠자며 내는 코고는 소리이리라. 장대한 연봉의 실루
엣은 미동조차 않는다. 비선대 무지개다리 건너서 점호하고 우리는 천불동계곡으로 들어간
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여기서 마등령으로 간다. 어두울 때 비교적 볼거리가 덜한 코스로
올랐다가 훤할 때 볼거리가 많은 천불동계곡을 내리려는 것이다.
양폭까지 3.5㎞. 대부분 데크계단 길이다. 날이 훤하다면 우러러 천봉만암(千峰萬岩) 굽어 옥
수청담(玉水靑潭)을 살피느라 가는 걸음마다 하 아까운 길인데 이리 어둡고 보니 귀면암 오르
는 계단조차 힘들다. 시간이 길을 간다. 어슴푸레하여 양폭이다. 정겹던 양폭산장은 사라져버
렸다. 2012.1.21. 화재로 소실된 것이다. 화인은 전기누전이라고 한다.
우리로서는 호기다. 불난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셈이다. 양폭산장 주춧돌에 걸터앉아 아침
식사 얼른 마치고 양폭골로 들어간다. 선등은 하늘재 님. 오른쪽 암봉인 899m봉 자락 자갈사
면으로 비스듬히 진행하다 너무 가팔라지자 골로 내려 암릉 같은 너덜로 간다. 슬랩이 자주
나온다. 이럴 줄 알고 등산화를 릿지용으로 바꾸어 신고 오기 잘했다. 암벽에 착착 달라붙는
다. 아울러 손맛 본다.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또 다른 가경이 펼쳐진다. 걸음이 더디다. 협곡 사이로 만경대를 본다.
한 떨기 석화다. 그 뒤 저만치 떨어져서 밋밋한 화채봉. 외롭다.
899m봉 안부. 그 자락 살짝 트래버스 하여 전망바위. 최고의 경점이다. 용소골 건너 칠형제봉
연봉이 바로 눈앞에 드러난다. 봉봉이 웅장하고도 섬세하다. 그 뒤로 울산바위가 옹성으로 버
티고, 왼편으로 신선대 연릉이 대폭병풍으로 둘렀다.
봉우리 속에 또 산봉우리가 있어 준법으로 그린 것 같더니 峰內有峰類皴染
잠깐 사이에 한 데 모여 뒤섞여 버렸다 須臾胚合仍混同
전겸익이 여기를 두고 ‘천도폭포가’를 읊은 것이 아닐까 착각한다.
준염(皴染)은 준법(皴法)과 같은 말로 동양화에서 산악이나 암석 등을 그릴 때 가벼운 필치로
입체감 있게 주름을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2. 양폭 뒤 899m봉
3. 양폭 뒤 899m봉 자락
4. 만경대
5. 칠형제봉 연봉
6. 칠형제봉 연봉
7. 칠형제봉 연봉
8. 칠형제봉 연봉
9. 칠형제봉 연봉
10. 가운데 멀리는 울산바위
11. 신선대 북릉
12. 신선대 연릉
13. 칠형제봉 연봉
▶ 칠형제봉 870m봉
미취라도 혹 발걸음이 흐트러질까봐 탁주 삼가고 맨입으로 이 경치를 본다만 못내 아쉽다. 용
소골로 내린다. 가파르다. 용소폭포는 건폭이다. 100여 미터 슬랩에 불과하다. 용소골 가로질
러 얕은 골로 칠형제봉을 오른다. 너덜지대다. 얼굴이 벌게지고 땀을 찔찔 흘리는 것은 가파
른 너덜을 오르기가 되어서기보다는 홍엽(紅葉) 속 홍염(紅焰)에 들었기 때문이다.
칠형제봉 870m봉 안부. 잠시 숨 고르고 870m봉을 오른다. 가파른 슬랩 피해 얕은 골로 가도
수직인 암벽이 자주 나온다. 낙석! 워낙 다급하여 소리 지를 틈이 없었다고 한다. 큰 수박만한
돌덩이가 날랐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구름재 님의 얼굴을 비켜갔다. 우리 오지산행의 대
운(大運)이 아닐 수 없다. 간담이 그만 서늘해져 아무렴 슬금슬금 기어오른다.
870m봉. 오두방정을 떤다고 해도 좋다. 나이프 릿지 더듬어가며 이 바위 저 바위 올라 칠형제
봉 연봉과 천화대 연릉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신선대 북릉이다. 오름만 계속되는 세미클
라이밍 코스다. 길다. 직등할 용기나 재주는 없어 아예 트래버스 하기를 일삼는데 이도 오금
저린다.
신선대 2봉. 공룡능선의 옛길이다. 금줄 넘어 다중에 묻힌다. 공룡능선은 동네 뒷산 산책길로
변했다. 박석 깔린 너른 산길이 그러려니와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떼밀려 간다.
교행하면서도 약간의 험로가 나오면 지체이거나 정체현상을 빚는다. 쉴만한 곳은 누군가 이
미 선점했다.
14. 칠형제봉 연봉
15. 신선대 북릉
16. 신선대 북릉과 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연릉
17. 범봉
18. 범봉
19. 오련폭포, 칠형제봉 870m봉에서
20. 울산바위와 운봉산, 칠형제봉 870m봉에서
21. 칠형제봉 870m봉, 저 꼭대기에서 놀다 왔다
22. 신선대 위성봉
23. 신선대 위성봉
▶ 천화대 노인봉(1,173m봉)
답답한 진행이기로서니 미리 방향을 틀었다. 등로 벗어나 공룡능선 옛길로 들어 밧줄 잡고 긴
슬랩을 애써 올랐는데 천화대 노인봉은 아직 멀었다. 우르르 다시 등로로 내리고 산굽이 돌고
돈다. 여기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뜸한 틈을 노려 노인봉 가는 길로 든다. 길 좋다. 산허리 빙
돌아 한 차례 슬랩 오르면 너른 암반인 노인봉 정상이다.
노인봉은 맞은편 1,275m봉과 그 주변의 침봉들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경점이다. 점심이
눈으로 성찬이다. 다만 경치에 취하여 밥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흠이다. 천화대 능
선을 내린다. 급전직하한다. 나무뿌리가 고정자일이다. 암사면 트래버스 하여 암릉 오르내리
기를 두 차례. 범봉 아래 안부다. 양팔 벌려 범봉 안아보고 왼쪽의 설악좌골로 내린다. 오른쪽
으로 내리면 잦은바위골로 100미폭이 나온다. 거기는 전문등반가를 대동해야 내릴 수 있다.
워낙 급경사인 골짜기라 낙석을 염려하여 앞뒤 사람 사이의 간격을 넉넉히 두고 내린다. 사태
나서 대슬랩으로 변한 골짜기를 비켜서 길이 나 있다. 잡목 숲속 너덜 길이다. 이 길이 대슬랩
을 내리기보다 잔재미는 적지만 훨씬 안전하다. 1,275m봉 자락을 돌아내리면 설악우골과 합
류한다. 계곡은 암릉 같은 너덜지대다. 띄엄띄엄 바위 위에 돌멩이를 서너 개씩 포개어 얹어
놓은 것이 인적이다.
하산시간이 너무 일러 탁족하며 주변경개 구경한다. 우기에는 폭포일 절벽이 나오면 사면으
로 길게 돌아내린다. 사면 도는 것도 가파른 슬랩이라 무척 조심스럽다. 이윽고 설악골을 빠
져나와 천불동계곡이다. 이정표는 비선대 0.5㎞를 가리키고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길을 메
운다.
앞으로 당분간은 나날이 흐뭇할 것이다. 무료할 때 오늘 본 칠형제봉 연봉을 떠올려 그릴 일
이 미리부터 즐겁다.
24. 왼쪽이 대청봉
25. 1,275m봉과 그 주변
26. 신선대 3봉(1,234m)
27. 공룡능선의 무명봉
28. 범봉
29. 공룡능선의 무명봉
30. 공룡능선의 무명봉
31. 노인봉에서
32. 1,275m봉
33. 1,275m봉
34. 천화대 능선
35. 천화대 능선
36. 1,275m봉 자락
37. 1,275m봉 자락
38. 설악골
39. 설악골
40. 장군봉과 적벽(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