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淸代) 화가 상관주(上官周)의 <음중팔선도(飮中八仙圖)>(1703年作)
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底眠
汝陽三斗始朝天 道逢麯車口流涎
恨不移封向酒泉 左相日興費萬錢
飮如長鯨吸百川 銜杯樂聖稱避賢
宗之瀟灑美少年 擧觴白眼望靑天
皎如玉樹臨風前 蘇晋長齊繡佛前
醉中往往愛逃禪 李伯一斗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張旭三杯草聖傳
脫帽露頂王公前 揮毫落紙如雲煙
樵遂五斗方草然 高談雄辯驚四筵
(지장기마사승선 안화락정수저면
여양삼두시조천 도봉국거구류연
한부이봉향주천 좌상일흥비만전
음여장경흡백천 함배낙성칭피현
종지소쇄미소년 거상백안망청천
교여옥수임풍전 소진장제수부전
취중왕왕애도선 이백일두시백편
장안시상주가면 천자호래불상선
자칭신시주중선 장욱삼배초성전
탈모노정왕공전 휘호낙지여운연
초수오두방초연 고담웅변경사연)
하지장(賀知章)은 말을 타면 배를 탄 듯하고
몽롱한 상태여서 우물에 빠진다 해도 그냥 자리라
여양은 서 말(斗)은 마셔야 비로소 조정에 나아가고
길에서 누룩 수레만 만나도 군침을 흘리며
주천(酒泉)으로 봉작 이전 못함을 한스러워 하네
좌상은 하루 유흥비로 만전이나 탕진하고
큰 고래가 강물 들이키듯 술을 마시며
맑은 술이나 마셨지 막걸리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지
종지는 깔끔한 미남인데
잔 들고 눈 흘기며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란
옥으로 다듬은 나무가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듯 하지
소진은 수놓은 부처 앞에서 오랫동안 정진하다가도
취하면 때때로 참선을 파하기를 즐겨하곤 하네
이백은 술 한말에 시(詩) 백 편을 쓰는데
장안 저자 술집에서 곯아떨어지기 일쑤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
자칭 "신은 술 마시는 신선입니다" 하지
장욱은 석 잔쯤 마셔야 초서를 쓰는데
모자 벗고 민머리로 왕공귀족 앞에 나서며
종이 위에 일필휘지 구름 같고 연기 같네
초수는 다섯 말은 마셔야 신명이 나는데
고담준론 빼어난 말솜씨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네
☞ 두보(杜甫),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 飮中八仙(음중팔선): 여덟 사람의 주선(酒仙). 두보(杜甫)는 '음중팔선가'에서 하지장(賀知章)·여양왕(汝陽王) 이진(李璡)·좌승상 이적지(李適之)·최종지(崔宗之)·소진(蘇晉)·이백(李白)·장욱(張旭)·초수(焦遂) 등 8명의 주도(酒徒)를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최연장자인 하지장을 필두로 하여 관작순(官爵順)으로 등장한다. 이들 중에서 초수(焦遂)만이 ≪당서(唐書)≫에 전기가 나오지 않는 무관직(無官職)의 인물이다.
두보의 <음중팔선가>는 소인(騷人)과 묵객(墨客)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특히 "이백일두시백편(李白一斗詩百篇)"은 사람들의 입에 널리 오르내리는 구절(句節)로 유명하다.
※ 명대(明代) 서화가 동기창(董其昌) 필치의 <음중팔선가>. 아래는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하지장도(賀知章圖)> 또는 <지장기마도(知章騎馬圖)>. 단원은 제시(題詩)로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 첫 두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 朝天(조천): 입궐함. 천자(天子)를 배알함
※ 銜杯(함배): 말이 재갈을 물 듯 잠깐 입술에 대어 향기를 맛봄. 지그시 눈을 감기도 하고 숨도 한 번 고르는 시간을 갖는다.
유사한 단어로 잔을 높이 드는 거배(巨杯), 높이 든 술잔을 잠시 멈추고 이를 그윽하게 응시하는 정배(停杯), 목을 뒤로 조금 젖히고 술을 천천히 넘기는 경배(傾杯), 술을 들이킨 후 비운 잔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건배(乾杯) 등이 있다.
※ 樂聖稱避賢(낙성칭피현): 삼국시대 위(魏) 무제(武帝) 조조(曹操)가 금주령을 내리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은어로 청주(淸酒)는 성인, 탁주(濁酒)는 현인이라 부른 것을 일컫는 말.
전한(前漢) 때의 인물 추양(鄒陽)은 그의 <주부(酒賦)>에서 청주(淸酒)를 성인(聖人)이라 하였고, ≪위지(魏志)≫ <서막전(徐邈傳)>에서는 탁주(濁酒)를 현인(賢人)이라 하였다.
※ 白眼(백안): 곁눈질로 흘기다. 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이 세속적인 사람을 대 할 때는 눈의 흰 자위를 굴려 백안시 하고, 고매한 인품의 선비를 대 할 때는 눈을 똑 바로 뜨고 반갑고 정중하게 맞이했다(靑眼)는 고사가 있다.
※ 四筵(사연): 잔치 자리 사방 곳곳에 앉은 사람들. 잔치 자리에 합좌한 사람들.
※ 장욱: 초서를 잘 써서 초성(草聖)이라 불렸다.
※ 명대(明代) 화가 장로(張路)와 서법가 탕환(湯煥)의 <음중팔선서화 수권(飮中八仙書畵 手卷)>
출처 :청경우독(晴耕雨讀) 원문보기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