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헌 선생님(전 한겨레신문 사장) 글
법치를 입에 물고 살던 대통령 윤석열이 종일굴종외교 행각 끝에 마침내 사법주권마저 팽개친 채 오천만 민족공동체의 명예와 자존심을 팔아 넘겼다. 이것 하나로도 윤석열은 스스로 탄핵의 심판대에 선 셈이다.
오늘도 <한겨레> <경향신문>을 제외한 한국의 부윤언론들은 '시일야방성대곡'을 써야 할 판에, 굴종외교로 주권자들에게 수치심을 안기고, 외교의 기본인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기만 한 회담을 왕조시절 우리 해안에 출몰한 왜구나 물리친 듯 희희낙낙 구비구비 곡필을 휘두르고 있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일본총리 기시다는 한국정부의 일방적 양보도 모자라 2015년 박근혜 시절에 치욕적으로 타협한 일본군성노예 관련 한일간의 합의를 준수하라고 윤석열 면전에 대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조성과 관련해서도 미쓰비시 등 가해기업은 물론 단 한 곳의 일본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다. 시종 저자세로 해법이라고 내논 한국의 요구에 일본이 마지 못해 함께 한 게 눈에 보이는 듯하다. 기시다는 그간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에 대해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심지어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대해서는 아예 후속과제로 미뤄 버렸다. 이에 비해 윤석열은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효력 중단 결정까지 완전 정상화하겠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조공외교'라는 비난을 받아 싸다.
더욱 가관인 것은 윤석열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이 대신 내겠다고 한 것도 모자라 구상권까지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삼권분립 위반은 물론 사법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최악의 외교참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자신의 비뚫어진 정치기획을 위해 수십 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인간적 존엄을 무참히 짓밟고 더 나아가 국익, 명분, 실리 그리고 무엇보다 오천 만 민족의 명예와 자존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저 개, 돼지 같은 인간들이 나라를 팔았다.(...)" (을사늑약으로 이완용 등이 조선의 외교권을 일제에 팔아넘기자 장지연 선생이 <황성일보>에 쓴 시일야방성대곡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