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수, 김민종. 김영신. 김창석. 박찬도, 안철주, 윤봉수,
이경환. 이영균, 이흥주, 임병춘, 장주익, 전한준, 정정균,
김소영, 김옥연, 김정희, 나병숙, (김성혜) , 송경희,
심재을, 안명희, 윤삼가, 이순애, 정미숙, 조순금, 최경숙,
김동식.송군자, 김용만.이규선, 박동진.방규명,
신원영.손귀연, 윤종영.홍종남, 이달희.박정임, 이창조.정광자,
진풍길.소정자, 함수곤.박현자, 황금철.한숙이 (47명)
둥둥둥, 들린다.
둥둥둥, 들린다, 가슴 뛰는 소리.
둥둥둥. 들린다, 그들이 오는 소리가.
168시간 만에 만나는 사람들
온다. 가슴 울렁이게 하는 그들이 온다.
오늘은 한사모 주말걷기 398번 째 되는 날, 처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1번 출구 앞
성인(聖人) 닮은 47명 할매 할배들의 광배(光背)가 은은합니다.
그 빛 어우러져 무지개보다 아름다운 오로라를 연출합니다.
손잡고, 입맞추고, 눈맞추고, 웃음 나누고....
그건 만나 반갑다는 표시입니다.
그건 건강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입니다.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건강하라는 덕담입니다.
호모사피엔스 73억명 가운데서 만난 인연들이니 그럴밖에요.
그렇습니다. 인연은 당신과 내가 마주치는 순간이지만
그 이후를 만드는 건, 두 사람의 몫입니다.
폭넓은 언어와 달변을 자랑하는 신원영 노래교실 실장님이 제400회
주말걷기 행사준비를 위한 설문 작성 요령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여유로움은 우리의 귀감입니다.
옛날 신선이 먹었다는 천도복숭아.
단단하고 새콤 달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오늘 하루 신선의 마음으로 즐겁게 걸으라는 의미를 담아
김창석·김경진 부부 회원이 마련해 주신 미덕의 선물입니다.
두 개의 스틱. ‘걸으면 산다’는 진리를 실증하고 계신 나병숙 회원의 영애.
김성혜 님이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앞태 뒤태는 물론 의상까지
엘레강스해서 대학생 딸을 둔 ‘아줌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헛된 수작 부리지 말라”는 함수곤 전 대표님의 일갈이 있어 ㅋㅋㅋ 했지요.
계단에서 인증샷을 하고 곧 바로 에스컬이터를 타고 오르면
축구 보조경기장과 매표소를 만납니다.
한증막 더위가 가을바람에 꼬리내린다는 처서인데도
햇살 여전히 눈 부시고 살결 역시 따갑습니다.
한반도가 아열대로 들어섰다는 걸 실증하는 더위가 분명합니다.
세련된 경기장 모습과는 달리 정돈이 덜 된 듯한 분위기는
더위에 지친 나무들이 잎사귀를 흐느적 늘어뜨리고 있기 때문 아닐는지요?
땀 한 줌 더 흘리고 허리 한 번 더 펴고나면 한바탕 태풍이 지날테고
그러면 그 영화롭던 한때도 한 순간의 기억으로 묻히는 것을...
상식 무너뜨리고, 세상 놀라게 하고, 대한민국을 세상에 떳떳하게 알린
21세기의 빅뉴스. 월드컵 축구 4강 신화를 이룬 곳 월드컵경기장.
그 중심에 섰던 정몽준 국제축구연맹 명예부회장이 지난 17일,
FIPA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세계 축구 대통령이돼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주면 좋으련만.....
깃발 높이 들고 앞장 서 걷다 뒤돌아보면,
소곤소곤, 도란도란
고팠던 이야기 나누며 즐겁게 걷는 모습이
순진무구한 어린이들 같습니다.
해발 100m쯤 되는 얕으막한 산. 매사냥을 하던 곳 매봉산입니다.
나무 테크를 따라 나뭇잎 무성한 숲속으로 들어서자
여름을 여름답게 해주는 매미며 쓰르라미 소리가
온 몸에 덕지덕지 묻어있던 뜨거운 지열을 식혀주는 둣합니다.
매미소리. 도심에선 소음이지만 숲속에선 훌륭한 음악입니다.
하지만 그 울음이 7년의 인고 끝에 태어나 15일의 시한부 삶을 위한
처절하고 절박한 울음이라는 걸 생각하면 차마 애처로워 듣기 민망합니다.
그나마 암컷은 평생 울음 한번 울지 못하고 생을 마친다니...
‘소나무 향기길’로 접어들면서 행여나 하고 코를 벌름거려봅니다만
딱히 기대했던 소나무향만을 가려 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곱 난장이가 살던 집처럼 낡은 집 한채가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집이라도 옛집을 보면 공연히 감상적이기 일쑤인데
웬일인지 가슴 자못 을씨년스럽습니다.
예전엔 농기구는 물론 엽전도 만들었다는 풀무대장간.
지금은 녹슨 자물쇠가 잠겨있어 흉물스럽기까지 합니다만 행여나 하고
까치발로 들여다 보니 안에는 녹슨 칼, 낫, 쇠스랑 따위가 진열돼 있습니다.
동래 정씨, 한양 조씨, 전주 이씨 가문의 집성촌이던
풀무골의 200년 자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월드컵경기장 건설할 때 철거된 때문이랍니다.
팁 하나- 마포구청에 왜 대장간을 만들어 놓고 개방하지 않느냐구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관리할 인력이 없다” 였습니다.
그래 구청장에게 건의하려고 했더니
먼저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한 뒤에 하라네요. 글쎄...
매봉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길. 조금은 가파롭습니다.
답사 때 계단을 오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미스코리아 될뻔한 방규명 님이
“썩을 놈, 소리 사서 듣고 싶어요?” 하는 바람에
그만 아뭇소리 못하고 발길 돌렸던 곳입니다.
허나 찔끔 만용을 부렸습니다.
경험칙상 이쯤은 일상이라 믿은 때문이지요.
혹자는 “괜찮다” 하고 또 다른 혹자는 “힘들다”고 할터이지만.
살짝 힘들어 하는 분도 긴숨 쉬는 것으로 불편한 심기 접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들은 수 많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후덕한 연륜을 지녔으니까요.
두루두루 고마울 뿐입니다. 모두에게 복 있을진저.
높지도 그렇다고 평탄하지도 않습니다.
흔히 보는 동네 뒷산처럼
볼거리도 배울거리도 변변치 않은 소박한 길입니다.
가끔씩 나뭇잎 사이로 흉물스러운 모습의 석유 저장탱크가 보일뿐.
한가닥 바람이 나뭇잎 흔들며 지나가다 땀방울을 식혀줍니다.
바람은 먼 산, 먼 바다에서 부는 것이 아니라
한 많고 고생 많은 울 엄마의 긴긴 한숨 소리입니다.
좋은 사람과 걸으면서 떠는 수다만큼 재미있는 일 또 있을는지요?
아름답게 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걷고 있는 게지요, 우리는
행복하게 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걷고 있는 게지요, 우리는.
행복한 사람은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우면 그게 바로 행복이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매봉산 정상. 왠지 높고 험한 산 위를 가리키는 어감보다는
산꼭대기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곳 매봉산포토랜드입니다.
‘사진 박기’ 좋은 곳이지만 장소 협소해 즉석 분단 만들어 ‘찰칵’ 했습니다.
스르륵 사르륵, 풀 나무들의 갈무리하는 수액소리가 아련합니다.
문득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구름 많던 높은 하늘이 시리도록 맑습니다.
우리 한사모 회원들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트인 시야 속으로 반쯤 드러낸 옛 석유 저장 탱크 두어개가 보입니다.
옛 석유비축기지의 잔해입니다.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1976년 지름 16~38m,
높이 15m나 되는 탱크 5개를 이곳에 매설했답니다.
5층 건물 규모. 서울광장의 약 8배 넓이.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용도폐기된 석유비축기지를 재활용하기 위해
서울시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한다면서 국제설계현상공모를 통해
당선작을 냈답니다. 2016년 말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단장한다지요 아마?
길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있던 것을 찾아내는 것뿐이라지요?
투박하고 비좁은 오솔길에 들어서자 흙냄새 풀잎 냄새가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 비좁고 퉁명스러운 길을 47명의 할망, 할방이 사쁜 가쁜 걷고 있습니다.
젊고 늙고, 여학생, 남학생 가릴것 없이
걸음걸이가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은행잎 같습니다.
이들 가슴, 가슴속엔 젊고, 건강하려는 소망의 풍선 하나가
틀림없이 오롯이 떠 있을 터.
산을 내려오자 아스팔트 뜨거운 열기가 후끈 숨을 멈추게 합니다.
싫어도 어쩔수 없이 마주해야하는 세속의 얼굴이지요.
난지공원 입구 정자에서 잠시 목을 축입니다.
한켠에 마련된 아리수를 보는 순간 갈증에 허덕이던 새끼 사슴처럼
마시고 씻었습니다. 해우소 또한 반가웠구요.
그자리에 퍼질러앉아 노닥거리다 식당으로 직행하면 좋으련만....
헌데 누구도 그런 말 하지 않으니 아쉬울세라,
입술 질끈 깨물며 잣나물 길로 걸음 옮길밖에요.
잣나무길 마련된 쉼터. 탁자 위에 붙어있는 고누 말판이 어찌나 정겨운지...
당장에라도 한판 두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습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화서표 인절미가 보이지 않아
그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날이 번창하는 ‘창석표’ 홍차 위스키는 여전히 마시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챙겨온 간식 서로 나누고 땀 식은 때문일까요?
표정 사뭇 밝습니다.
신원영 노래교실 실장이 이끄는 한사모 합창단의 노래가
곱고 아름답게, 바람의 알갱이처럼 날아갑니다.
등줄기에 땀 주르륵... 이런 더운날 의무방어하는 건 정도가 아닐 터.
메타세콰이어 예쁜 길 생략하고 위화도서 회군하는 이성계 할아버지처럼
시장기 해결하기 위해 방향을 틀었습니다.
약속위반도 사기죄가 성립되던가요?
구름다리.
새색시처럼 페투니아꽃으로 단장한 그림이 좋아서 다시 한 번 인증샷.
지금까지 분꽃으로 알았던 나는
호랑이 울음소리처럼 쩌렁쩌렁, 박학의 진풍길 고문님의 지적으로
내 무식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만
그 작은 것이 여럿 모이면 더욱 아름답다는 걸 그도 알았을까요?
하지만 페튜니아보다 아름다운 건 한사모 회원들입니다.
학처럼 곱고 여린 마음 지닌 사람들.
아름답게 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걷고 또 걸으며
잔정, 큰 정을 돌탑처럼 쌓아가고 있으니까요.
먹는 즐거움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다고 합니다만
날 덥고 땀 많이 흘렸으니 시장기 도는 건 당연한 일일 터.
낮익은 ‘한국의 집’입니다.
거추장스러운 짊 내려놓고 다리 뻗으니 그게 안방입니다.
건배를 해야 곱창을 채울 수 있는게 우리네 불문율.
그래서 ‘한사모는 행복의 옹달샘’으로 건배사를 대신했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우면 그게 행복이라는데
우린 즐거워서 걷고 걸으면서 즐기는 한사모이니까요.
행복의 ‘원천’보다는 ‘옹달샘’이 더 감칠맛 나는 것같아
객기 한번 부렸습니다.
음식은 쌈불고기한상정식입니다.
찌글보글 뽀글지글. 느타리버섯에 밴 불고기 육즙 냄새가
시집간 누나의 웃음소리처럼 다감하게 들립니다.
후식으로 나온 수박은 한국의 집 사장님이 마련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정미숙 사진 아티스트.
쉴 때 쉬지 못하고 볼것 보지 못하고 저리 이리 다니느라 땀 뻘뻘 흘리신
정미숙 사진위원님, 애쓰셨습니다. 많이 많이 고맙습니다.
“내가 흘린 땀의 무게는 알면서
나를 위해 남이 흘려준 땀방울의 의미를 외면하는 건
한사모 회원의 덕목이 아니다. ”
이경환 회장님을 비롯, 정정균 사무국장님, 김영신 주말걷기 총무님이
통일전망대 코스 답사를 위해 한증막 더위에도 불구하고 땀 흘리며
1박 2일 답사 일정을 마쳤다는 소식에 댓글 한마디 없다는 건
참으로 유감이라는 함수곤 전 대표님의 지적에 잠시 분위기 숙연했습니다.
이런저런 변명거리를 찾을 수 없었으니까요.
가슴 찔끔 얼굴 화끈. 부끄러움은 한동안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남에게 베푸는 것만큼 큰 즐거움은 없다고 합니다만
한사모 주말걷기 제400회 기념행사(2015.9.6 실시 예정)를 위해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님, 팔순의 이흥주 고문님, 함수곤 전 대표 님,
통큰 마음으로 쾌척하신 금일봉 전달식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크고 무거운 한사모 기를
다음주 399회 안내 맡으신 이경환 회장님께 인계하는 것으로
오늘을 마감했습니다.
다음 주(2015.8.30, 일)에는 오후 3시 지하철 4호선과 중앙선,
"이촌역" 2번 출구(지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무더운 날
볼거리 배울거리 없는 동산길 걸으면서 탓하지 않고 함께 해주신
한사모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댁내 편안하시고 늘 행복 가득하소서,
을미년 청양띠해
하늘에서는 해가, 땅 위에서는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스무사흩날에
박동진 방규명 드림
첫댓글 좋은 소리, 기쁜 소식을 전해 듣는다는 문경시 점촌에서 박동진 님의 후기 편지를 한밤중에 읽습니다. 영남길 고모산성과 토끼비리 벼랑길을 넘어 우중에 20키로를 걸었어요. 참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은 상주 낙동까지 30키로만 걷고 상경하렵니다. 7인방과 함께 영남길을 걷는 나그네 어리 드림
박동진 회원님의 박학다식과 뛰어난 문장력이 놀랍습니다. 후기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인연은 당신과 내가 마주치는 순간이지만 그 이후를 만드는 건, 두 사람의 몫'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연은 하늘이 만들지만 그 이후는 사람이 만들기 때문입니다.
김창석 회원님 내외분이 우정 협찬한 천도 복숭아 참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둥둥들린다 가슴뛰는 소리!!
건강하게 행복하게 익어가는 우리 한사모!!
멋진 주말걷기의 수필을 읽어가며 아침을 여는 좋은 아침입니다
박동진 & 방규명 회원님께 감사함과 훈훈한 마음을 전합니다.
어쩜이렇듯글이예쁘고감동,감상적이세요정말마니즐겁습니다감사합니다?글고사진도너예뻐요고맙습니다
후기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보는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인 글을 읽는동안 헁복한 시간이었고 또한
고맙습니다^^
멋진 선배님이 있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