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는 바스크 지방의 중심 도시다. 인구 35만의 이 도시는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그 중심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예전에는 조선 산업이 발달한 공업도시였다는데 1980년대 조선 산업의 불황이 닥쳐서 도시 전체가 활력을 잃고 쇠락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사람 중심의 도시, 예술 중심의 도시를 만들자며 대대적인 도시 재생 사업을 벌였고,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으로 건축한 미술관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단다. 우리나라 지자체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연수를 가는 도시라는 말도 있을 정도.
#2022년 12월22일
산세바스티안으로부터는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숙소 Bed4U는 지금까지 숙소 중 시설이 제일 좋다. 얼리 체크인을 해 줘서 방에 들어가 잠시 쉬다가, 구겐하임으로 출발~
커다란 꽃강아지 퍼피가 먼저 환영을 한다. 겨울이라 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썰렁하진 않네.
배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던가? 외관도 배 모양 비슷한데, 외부 재료가 티타늄이라 메탈플로워라는 별명도 있다고.
내부도 곡면을 많이 사용해서 독특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미술관의 뿌리를 보여주는 철판 설치 예술부터 고전 미술, 현대 미술까지 열심히 구경하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근처에서 피자를 먹고 힘을 내서 돌아와, 바깥으로 한 바퀴.
더이상 미술관 욕심은 없었지만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서 멀지 않기에 외관이나 볼까하고 빌바오 미술관이란 곳을 들렀다. 그런데 마침 루벤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단다. 들어가볼까? 생각지도 않게 입장료가 무료란다. (6시 이후 무료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직 5시 반도 안됐잖아? 왜? 어쨌든 우리야 고맙지, 뭐)
미술관에 들어가 보니 루벤스 말고도 반다이크, 고야, 고갱, 고호... 어이쿠, 얕바서 미안해요.
너무 발이 아파서 제대로 못 보고 돌아선 것이 아쉬웠다.
#2022년 12월 24일
23일에 알타미라 동굴 다녀온 이야기는 따로 적기로 하고,
24일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 부르고스로 이동하기 전에 들렀던 비스카야 다리 이야기로 이어진다.
대성당과 시장이 있다는 구시지를 제치고 비스카야를 간 이유는 유니크함 때문이었다. 성당이야 많이 봤고 앞으로도 많이 보겠지만, 자동차와 사람을 실은 바지선(처럼 생긴 것. 생긴 건 바지선이 맞는 것 같은데 물 위에 떠서 가는 것은 아니라...)을 줄에 매달고 강을 건너는 장면은 다른 데서 볼 수 없잖아. (사실은 이곳에 처음 개설된 이후 다른 곳에도 생기긴 했었는데 남아있는 곳이 별로 없다고 한다.)
당시의 첨단 기술이었던 경량 강철 밧줄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이 다리는 에펠의 제자였던 바스크 출신 건축가 알베르토 데 팔라시오가 설계했다고 한다. 1893년에 완공되었으며 높이 45미터에 길이가 약 160미터. (안내판에 따르면 이 길이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지 이해를 못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위쪽 다리를 걸어서 건널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위에는 못 올라간단다. 아쉬운대로 아래쪽 바지선(?)을 타고 건너봤는데 별 재미는 없다. 저길 올갔어야 했는데...
그런데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줄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기차를 타러 돌아서다가 음악 소리를 따라 들여다 본 마을 골목에 크리스마스 행렬이 나타난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화려한 장식들은 많이 보았지만, 이런 가장 행렬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건 관광객 보라고 하는 쇼가 아니라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행사잖아. 스페인이 우리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호텔로 돌아와서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주방이 퇴근해서 음식이 안 된단다. 24시간 식당이라더니? 점심 낮잠 타임인가, 아니면 크리스마스라서? 이 나라에서 점심 얻어먹기 참 힘드네. 겨우 샌드위치를 얻어먹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부르고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