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주오펀(九份)과 진과스(金瓜石), 챠후샨(茶壺山)
타이페이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1시간가량 달리면 오래된 산간도시 주오펀(九份)과 폐광촌 진과스(金瓜石), 또 바로 옆에 챠후샨(茶壺山)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꼭 찾는 명소이다.
◐ 주오펀(九份) 산간마을
주오펀(九份) 거리 / 진과스(金瓜石) 금광 박물원 가는 길
주오펀은 인근의 금광촌 때문에 생긴 급경사면의 오래된 산간마을인데 1989년 후효현(候孝賢) 감독이 이 도시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 ‘비정의 도시(非情城市-A City of Sadness)’가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타면서부터 유명해졌다고 한다.
알알빠(2. 28) 사건으로 인한 한 가족의 수난과 비극을 그린 이 영화는 선량하고 평범한 한 가정이 시대의 격동 속에 어떻게 휩쓸려 와해(瓦解)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였다고 하는데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 이후 왕동(王童) 감독도 이 도시를 배경으로 ‘침묵의 언덕(無言的 丘)’을 찍었으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마을을 오르는 도로는 좁고 꼬불꼬불하여 버스는 잘 오르기도 어렵다.
도로 옆쪽으로는 좁고 가파른 골목들을 따라 가게들이 빼곡하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북적인다.
또 마을 중턱 언덕에는 성명궁(聖明宮)이라는 화려하게 치장한 도교(道敎) 사원도 있어 볼만하다.
◐ 진과스(金瓜石) 금광박물관
주오펀(九份) 거리를 지나 언덕 위로 오르면 옛 금광촌이 있는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모습을 바꿔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보여주고 있다. 처음으로 금광을 개발한 일본인이 살던 집과 집기들, 일본인 초상화, 당시의 건물과 물건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데 일본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은 전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그 시절을 향한 향수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면(九份과 반대편 골짜기) 당시 금광에 의존해 살던 집들이 골짜기마다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모습이 그림 같다. 언덕길을 돌아가는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매우 아름답게 느껴진다.
◐ 챠후샨(茶壺山)
진과스 맞은편 언덕은 명칭 그대로 꼭 찻주전자와 같은 형상인데 그다지 높지 않아 산책코스로 좋을 듯,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정상에 오르면 작은 정자도 있고, 대만 동북쪽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에 쫓겨 오르지는 못했다.
6. 신베이투(新北投) 온천 박물관과 지옥곡(地獄谷)
신베이투 온천을 가려면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지 말고 완행열차(Local Train)로 북쪽으로 달려 12번째 역인 베이투(北投)역까지 가서 다시 지선(支線)인 신베이투 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신베이투(新北投)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골짜기에 뜨거운 온천물이 흘러내려 사람들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다보면 오른편으로 야외 온천장이 있는데 입장료 40위안(元)을 내면 라커에 옷이나 짐을 넣고 야외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위쪽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온천수를 3단 계단식으로 설치한 야외 풀(Pool)에 흘러 내려보내는데 가장 위쪽은 매우 뜨거운 열탕, 두 번째는 중간 온도, 맨 아래쪽 풀은 미지근하며 그 옆에 별도로 설치한 풀은 차가운 물인 냉탕(冷湯)이다.
신베이투 노천온천 / 지옥곡(地獄谷)의 증기 / 일본식 온천장(다다미)
이곳에는 온천 박물관도 있는데 당시의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건물도 잘 보존되어 있고, 온천을 처음으로 개발한 일본인 초상화, 그 가족들의 사진, 그가 쓰던 집기(什器)들이며 녹음으로 들려주는 해설도 나오고 당시의 일본 가요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신기했다.
야외 온천을 즐긴 후 조금 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자그마한 저수지가 있는데 온통 증기로 가득 차 있고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이곳이 ‘지옥곡(地獄谷)’ 이다.
지옥 계곡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증기 사이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천수가 보이는데 골짜기 가득 피어오르는 코를 찌르는 유황(硫黃) 증기가 장관이다.
7. 예리우 지질공원(野柳/Yehliu Geopark)
기기묘묘한 암석군 예리우 지질공원 / 공원의 심벌 여왕두(女王頭/Queen's Head)
타이베이에서 북쪽으로 30km 지점, 북쪽 해안에 있는 예리우 지질공원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었다. 중앙역에서 서부 간선 로컬 기차로 지룽(基隆)까지 가서 갈아타고 빠투(八堵)역에서 내린 다음 다시 버스로 예리우(野柳)까지 이동해야 한다.
예리우에서 10분 정도 더 가면 온천과 관광으로 유명한 진샨(金山)이 된다.
예리우는 바다로 삐죽 내민 기다란 반도형 지형인데 바닷물과 바람으로 깎인 기암괴석이 기묘한 모습으로 곳곳에 서 있고 각각 이름이 붙어 있다. 또 그곳을 지나 더 들어가면 등대가 있는 높은 언덕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아열대 울창한 수목이 뒤덮여 있어 온갖 산새들의 서식처로 유명하다.
이 모든 것이 공원으로 잘 가꾸어져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는 물론 학생들의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듯 관광객들과 단체로 온 학생들로 바글거린다. 등대를 돌아오는 트레킹코스, 갖가지 기묘한 바위들과 해안의 화석군(化石群)까지 제법 볼거리가 많은 이곳은 대만 관광객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많았는데 두세 팀의 한국관광객들도 만나서 반가웠다.
이곳의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은 제각각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흡사 이집트의 파라오 여인 형상의 여왕두(女王頭:Queen's Head)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먼 곳에서 줌으로 당겨서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대만 관광 안내책자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만의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돌아오는 길은 이곳에서 상사원(商社員)으로 근무한다는 50대 한국인 부부가 승용차로 시내까지 데려다주어 무척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