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시대이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역사상 유례없는 불평등을 창조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역사를 통틀어 언제나 상류계급은 자신들의 하류 계급보다 똑똑하고 강건하며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언제나 스스로를 속였다.
사실 가난한 농부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지능은 황태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의학적 능력의 도움을 받는다면,
상류계층의 허세가 머지 않아 객관적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과학소설이 아니다. 대부분의 과학소설 줄거리는
우리와 똑같은 사피엔스가 빛의 속도로 달리는 우주선이나 레이저 총 같은 우월한 기술을 지닌 세상을 그리고 있다.
거기서 핵심이 되는 윤리적, 지적 딜레마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가져간 것들이다.
이런 소설을 미래를 배경으로 현재 우리의 정서적 , 사회적 긴장 관계를 재생산하는 데 불과하다.
하지만 미래 기술의 진정한 잠재력은 호모 사피엔스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수송 수단과 무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욕망까지 말이다.
영원히 젊은 사이보그에 비하면 우주선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사이보그가 번식도 하지 않고, 성별도 없으며 다른 존재들과 생각을 직접 공유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집중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천 배에 이르며,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는 대신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감정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과학 소설이 이런 미래를 그리는 경우는 드문데, 왜냐하면 정의상 정확한 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해 불능인 것이다.
어떤수퍼사이보그의 삶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네안데르탈인 관객을 위해 연극〈햄릿〉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아마도 우리와 미래의 주인공들의 차이는 우리와 네안데르탈인의 차이보다 더욱 클 것이다.
적어도 우리와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인간이지만, 우리의 후계자들은 신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빅뱅을 특이점으로 정의한다.
그것은 알려진 모든 자연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지점이다.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빅뱅 '이전에' 무엇이 존재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새로운 특이점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세게에 의미를 부여했던 모든 개념(나, 너, 남자, 여자, 사랑, 미움)이 완전히 무관해지는 지점말이다.
그 지점을 넘어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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