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용인 수지에 살고 있는 39세 남입니다. 5월말에 권고사직 통보를 받고 9월부터 공식적으로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모아둔 돈은 없고 매월 대출이자 등 고정비용은 나가야 하고.. 앞으로 2달 정도 생활할 돈만 가지고 있어서, 빨리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계 긴축 재정으로 오랫동안 외식도 못하고 어디 놀러가지도 못하고 지내던 터에, 어제는 모처럼 기분전환을 위해 조금 무리를 해서 아내랑 속초에 당일로 바람을 쐬러 가기로 하고 가장 빠른 길(외곽순환도로->경춘고속도로)인 추풍령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한번도 그길로 속초에 간적도 없었고, 당일로 속초까지 바람 쐬러 간적도 없었어요.
그렇게 기분 좋게 달리고 있는데 인제 한계리 부근 도로를 지나다가 중앙분리대 밑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믹스견(=소울이: 제가 지은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도로 차를 U턴해서 와서는 1차선에 비상주차를 하고, 혹시 소울이가 놀라 움직일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몇분 정도를 가만히 옆에 쭈그리고 앉아 보고 있다가 안고 차에 태울 수가 있었습니다. 소울이를 구조하는 동안에도 양쪽 방향으로 차들이 계속 쌩쌩 오가는 길이였습니다. 강원도에 단풍이 한창이라 차들이 많았습니다.
# 소울이는 중앙분리대 밑에 꼼짝못하고 엎드려서 고개만 좌우로 움직였습니다.#
앞발로만 몸을 끌어서인지 고추 부위에 그슬린 상처가 보였습니다. 어쨌든 뒷발은 움직이지 못하고, 동공은 약간 풀려 있고 진이 다 빠진 모습이였습니다. 애처롭게 구조의 손길만을 바랬던 것이 틀림 없었습니다.
근처 동물병원을 찾아서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에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가장 가까이 약 10km 떨어져 있는 "인제종합동물병원"이 있어서 물어 물어 찾아갔습니다.(네이버 주소와는 달라서..)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수의사 선생님께 소울이를 보이며 길에서 차에 치인 것 같은 믹스견이라니까, 바로 근방의 유기견을 치료하고 보호해 주는 "인제농업기술센터" 안의 유기견 보호소를 가르쳐주셔서 그리로 급하게 이동. 거기 계신 직원 분을 통해서 주사를 맞고 진통제를 먹여서 응급처치는 할 수 있었습니다. 소울이는 몹시 긴장하고 흥분된 모습으로 계속 침을 질질 흘렸습니다. 하지만 인제에는 엑스레이 촬영 장비를 갖고 있는 곳이 한곳도 없다는군요. 그래도 잘 보살펴주시고 몇달 동안은 데리고 있을 수 있다고 하셔서 그렇게 맡기고 나왔습니다. 속초 유기견보호소에는 유기견이 넘쳐난다고 하는군요.
한계리 인근을 지나면서 소울이를 발견했던 장소를 지나는데 작고 하얀 떼묻은 강아지가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 한복판 위를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장면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조금 더 넘어가서는 도로위 죽어있는 큰 개 한마리를 봤고요. 관광객들이 놀러왔다가 강아지를 많이 버리고 간다고 합니다.
## 인제 유기견보호소에 두고 나올 때의 모습입니다. ##
속초로 넘어와서 식사를 하는데 계속 소울이가 나올 때 몸을 부르르 떨면서 진정되지 못했던 모습이 눈에 밟히고, 또 처음 도로에서 소울이를 안고 차에 태울 때 아무 힘없이 오로지 저의 손길에만 의지했던 소울이가 계속 떠올라서 다시 유기견보호소에 전화를 하고는 소울이를 데리고 용인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제작년에 아메리칸 코카를 자식처럼 7년간 키우다 귀이도적출 수술을 받고 나서 하루만에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던 아픔이 있어서요. 강아지를 다시 키우지 않으리라 결심했었지만요.
소울이는 진통제 기운이 떨어져서인지 밤새 끙끙대며 앓으면서 잠을 못잤고 저와 와이프 역시도 잠을 못자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밤을 새우다시피했습니다. 수지에서 괜찮다는 동물병원을 찾아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생각했던 것 보다 상태가 매우 안좋았습니다. 수술비 견적도 꽤 많이 나왔고요.
그래도 수술은 진행해야 할 것 같아 10/25일 오후에 수술을 진행하려 하였습니다. 오전에 이것저것 검사를 마치고 수액을 맞으며 진정을 시키고 있는 동안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인터넷 폭풍검색을 하고 여차여차 수소문해서 뚱이 아저씨와 연락이 닿았고요. 유기견을 많이 치료해 주시는 목동 하니동물병원을 소개받아 옮기게 되었습니다.
## 하니동물병원에서 진찰을 기다리고 있는 소울이 ##
지난 24시간이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소울이는 현재 하니동물병원에 맡겨져 있고요. 내일이나 모레쯤 원장 선생님께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최소 2주~1달은 입원해 있어야 한다는군요.
아까 소울이를 맡기고 아내와 근처 커피숍에 있다가 원장 선생님을 뵈러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을 때 cage에 있던 소울이가 처음으로 저와 아내를 알아 보고 "앙앙앙" 크게 짖었습니다. 녀석이 기운를 조금 회복하고는, 죽음의 문턱에 있던 자신을 도로에서 구조해 주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 우리가 그렇게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순간 울컥했습니다. 사회에서 변변치 않은 나 같은 사람이 녀석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로 느껴졌을테니까요.
빨리 소울이가 건강한 몸을 되찾고 저희 집에서 재미나게 함께 지낼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합니다.
우리 소울이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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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일(일) 오후에 하니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저녁 때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와 아내가 들어갔을때는 소울이가 수술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였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통증이 심해서 계속 크게 짖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가서 머리를 쓰다듬어 줄때만 잠시 짖는 걸 멈췄습니다.
첫댓글 구조한 아이랑 인연이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찻길에 버리는건 죽으라는 말이겠죠 ㅜㅜ
자주 소식올러주세요. 응원합니다!
아~~~안타깝네요 소울아 일어나렴...
지나치지않고 구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술잘받길 잘 견뎌주길바랄게요.. 소울아 힘내~
한 생명 구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멀리가서 아이를 버리는 인간들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한번 열어보고 싶네요...ㅠㅜ 소울이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소율이구조해주시고손내빌어주셔서감사해요 부디아부일없기를 이럴때종말사람이싫어지네요
쉽지않은 큰 일을 하셨네요~ 소울이가 더 이상 상처없이 따뜻한 보살핌속에 살기 바래요..
대니님 감사드려요~한생명의 불꽃을 살려주는것만큼 고귀한 일은 없는것 같아요. 소울아 힘내자
님 덕에 또하나의 귀중한 생명의불씨를 살려낼수있게 되었네요...고맙습니다....ㅠㅠ
소울아...부디 무사히 수술 잘 받길 기도할께...아가 힘내......
정말 위대한 일을 하셨습니다. 여러가지로 많이 힘드신 상황속에서도 한 생명을 포기하지않고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물개박수 치는중!!! 소울이 소식 계속 전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너무 좋은 일 하셨습니다 고속도로이다가 버리는건 죽으라는 거겠죠 ㅠㅠ 소울이를 응원합니다 사진도 올려주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생명을 구하신것 뿐 아니라, 희망도 선물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상황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소울이를 구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머리숙여 존경합니다
읽는 내내 조마조마 했어요,
소울이를 구해주셔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소울아 빨리 건강해지자,.
정말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인간들이 왜이리 많을까요... 자기 자식들도 그렇게 버려보라지....
대니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리고 몸소 실천해주셨슴에 저또한 존경합니다. 소울이...이름도 이뿌게 지어주셨네요.
소울이도 알꺼에요. 한번 내품에 들어온 아이, 정말 못보내지요 ㅠㅠ
경제적부분이 염려되네요 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소울이 죽음의 문턱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았네요...
힘든 결정 감사드리고 소울이가 수술 잘 받고 치료 잘해서 Danny Seo 님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소울아 힘내렴...
아...소울이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로 위에서 얼마나 아프고 두렵고 무서웠을까요...ㅠㅠ 무사히 치료 잘 받고 두 분 품에 안기길 바라고 있을게요. 팅커벨 아이 중에 마성이와 마음이를 닮은 거 같네요. 소울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소울이 똘망똘망하게 생겼어요..
누군가가 구조해주겠지 하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외면치않으시고 구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덕분에 소울이의 생명을 살릴수 있었어요.
소울아 이제 넌 살았다..기운내서 수술잘받고 화이팅하자^^
소울이.. 생명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니님이 소울이 만난것도 운명이겠지요.
소울아 응원할게!!!
눈물나네요... 수술도 잘되구 치료 잘 받고 다시 건강한 아이로, 두분과 행복한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랄께요
눈물 나요...응원합니다
소울이 구조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리구여, 어려운 상황이신데 입양까지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저도 응원할께여~
글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해졋습니다..그용기 저도 본받아야겟습니다..님의용기에 존경을..
소울이가 복잇는 아이가 틀림없네요..소울아 얼렁 나아라..^^^
주말에 컴을 안하는관계로 출근해서 이제야 봤습니다.
그냥두었으면 별이되었을텐데..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니다..
치료비조금이나마 동참합니다
아이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면하지 않으시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는 꼭 건강해질꺼예요.. 수술하고 건강해져서 소울이의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