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영덕 대게
류윤
밤사이 뭔 희소식처럼
천지 개벽하듯
온통 도배를해놓은
지방도로 위를
승용차를 몰고
갈지 자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다보면
타이어 자국에 새겨질
잡다한 회오 쯤
뒤로 뒤로해도 좋을...
와이퍼지우개로
지나갈 근심쯤
시간의 힘에 맡겨두고
북북 동 행선을
의지의 한국인답게
꿋꿋이
치고 올라가다보면
아마도
포항 지나영덕 언저리
그 어디쯤
가닿을 수 잇을게다
희 비극으로 버무린
마리아칼라스의
풍부한 성량같은...
고공 헬기 상에서
배급 밀가루
무한 살포가 연상되는
오래 굶주린 설경에
아직은 심장이 뛸
철없는 페이지 쯤 접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햇든가
김이 물씬 오르는
방금 개봉한
찜솥의
어리버리 겹쳐보이는
벌건 대게발들이
새삼스러울
텀벙!
대게 전문점 간판 속으로
입수해 버리는 기라
여전히 창밖에는
중모리중중 휘몰이의
북장단에 실린
푸짐함ㄴ 함박눈
소리없이 내리고
이런 반가운 날이면
벅찬일 하나쯤? 아니지
이미 미련도 후회도
어렵사리 섭렵하고
힘겹게 지나온 나이
조고만 대게 망치로
톡톡 두드려
하얀 속살 빼 먹다보면
한때 뜨거웠던 일쯤
벌건 대게껍질처럼
버려도 좋을 나이
행여
소매자락에 숨겨두엇을
눈물 몇방울 쯤
식욕과 맞바꾸어도 좋을,
카페 게시글
┌………┃류윤모詩人┃
폭설과 영덕 대게와 나
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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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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