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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재밌는)
논픽션
잭 하트. Jack Hart
「퓰리처상 심사위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잡지<오래고니언>에서 25년간 편집장을 맡았고, 글쓰기 코치로 일하면서 퓰리처상 수상자를 다수 길러 냇다. 이 과정에서 내러티브 논픽션 분야의 권위자로 미국 안팍에서 알려졌다. 오리건 주립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부회장을 억임했으며,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언론연구소의 포인터연구소 객원교수로 활동하는 한편, 영어권 국가에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잇다. 미국신문편집자협회에서 최초로 글쓰기 교육상을 받았으며, 저널리즘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위스콘신대학교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1. 스토리
아하! 하는 순간 이제껏 제각각 따로 놀던 생각들이 돌연 하나로 모이며 한 가지 깨달음이 번득 머리를 스쳤다. 배경을 설정하고, 캐릭터를 형상화하고, 플롯을 설계하는 원칙이 어느 매체든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존 프랭클린의 말처럼 “모든 스토리에는 몇 가지 공통된 속성이 일정 방식으로 배치돼 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이루는 기초 이론과 이 이론이 제시하는 스토리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논픽션 스토리텔링을 쓸 수 있다. 이것을 무시한다면 독자의 마음을 절대 얻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이를 확실하게 파악한다면 어떤 매체에서든 열광적인 독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 우리 안의 이야기들
지금까지 개발된 첨단 뇌 분석 기술은 인간이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 준다. 과학 저술가 스티븐 홀은 이야기를 만드는 동안 자신의 뇌를 MRI로 찍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오른쪽 전두엽에서 각설탕만한 구역이 활성화되었다. 홀은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발표한 글에서 하전두회에 위치한 이 부위를 ‘스토리텔링 영역’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곳은 시각피질을 비롯한 뇌의 다른 영역과도 연결돼 있다. 홀은 이 영역이 모여서 ‘스토리텔링 시스템’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영국의 문학비평가 바버라 하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야기로 꿈을 꾸고, 공상하고, 기억하고, 예측하고, 희망하고, 절망하고, 믿고, 의심하고,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비판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누군가를 험담하고, 학습하고, 미워하고, 사랑한다.”
<뉴욕 타임스>에 실린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영화 대본을 갖고 있어서 “각 장면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이 결정된다”고 한다.
● 스토리의 뿌리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욕망을 가진 캐릭터에서 시작한다. 무언가를 원하는 주인공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일련의 행위(이것이 이야기의 실질적인 구조다)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주인공 - 시련 - 결말’이라는 스토리 유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필립 제라드는 “우리가 아끼는 주인공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때 스토리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AP 통신의 글쓰기 코치였던 브루스 디실바는 “실화의 기본 구조는 모두 똑같다. 주인공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문제를 극복하거나 혹은 극복하지 못한 결말이 나온다.
▪ 일련의 행위
어떤 스토리든 주요 등장인물은 행위를 하고, 뒤이어 또 다른 행위를 한다. 이 일련의 행위를 작가가 글로 적은 거이 내러티브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사건을 일어난 순서대로 기술한 것이 내러티브다. 반면 플롯은 내러티브처럼 단순하지 않다. 스토리텔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신중하게 재료를 고르고 배치한 것이 플롯이다. 재닛 버로웨이는 플롯을 ‘극적 효과와 감정선, 주제 의식이 드러나도록 의도적으로 배치한 사건의 연속이라고 정의한다.
소설가 E.M.포스터는 “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가 내러티브라면, “왕이 죽자 왕비가 비탄에 빠져 죽었다”가 플롯이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스토리는 내러티브와 플롯이 결합한 것이다.
플롯은 원인과 결과 형태로 전게되고, 이 형태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몇라례 ‘플롯 전환점’을 거친다. 로버트 맥키의 정의에 따르면 플롯 전환점이란 “스토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국면”이다. 내가 글쓰기를 가르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단계가 이 플롯 전환점을 잡는 단계다. 플롯 전환점이 모두 잡히면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예)
경찰관 한 명이 교차로 부근에 앉아 지나가는 차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까지 플롯 전환점이랄 건 없다. 일상적인 흐름을 뒤흔드는 사건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때 픽업트럭 한 대가 시속 129킬로미터로 지나갔다. 플롯 전환점이 나왔다. 교통경찰이 도심 교차로를 시속 129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차를 발견한 이상 흥미로운 전개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이 과속 트럭을 목격한 경찰관은 제이슨 맥고완이었다.
픽업트럭은 승용차를 세게 들이받았고, 승용차를 운전하던 여자는 찌그러진 차체 안에 갇혔다(플롯 전환점2). 픽업트럭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플롯 전환점3). 맥고완은 트럭 운전자를 뒤쫓아 가 체포한 뒤 행인 두 명에게 그를 붙잡고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플롯 전환점4). 맥고완은 여자가 갇혀 있는 승용차로 재빨리 달려갔다. 차에 불이 붙었다(플롯 전환점5). 불길이 금방이라도 여자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때 경찰차 두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플롯 전환점6). 차에서 소화기를 가지고 나온 경찰관들이 불을 끄려 노력했지만(플롯 전환점7) 불길은 사그라지는가 싶다가도 다시 살아났다(플롯 전환점8). 경찰관 중 한 명이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소화기를 하나 더 들고 나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플롯 전환점9). 사고 차령 안의 여자가 몸을 움찔거렸다. 여자는 아직 살아 있었다(플롯 전환점10)! 드디어 소방구조대가 조소오브라이프를 가지고 현장에 도착했다(플롯 전환점11). 여자는 그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다(플롯 전환점12). 상황이 정리된 후 맥고완은 병원으로 여자를 찾아갔고, 여자는 덕분에 살았다며 맥고완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플롯 전환점이 전부 나왔으니 내러티브 포물선을 잡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무엇을 넣고 빼야할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가장 손에 땀을 쥐게할 대목이 어디고 극적 효과를 발휘할 장치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시점을 옮겨 가야 할지.... 스토리의 플롯을 짤 때 던지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 공감을 일으키는 주인공
프랭클린은 이야기를 정의할 때 그냥 주인공이 아니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악역은 주인공으로 적합하지 않다. 우선 독자에게 올바른 해결 방법을 보여 주지 않는다. 독자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
▪ 시련
재닛 버로웨이는 “문학에서는 오직 문젯거리만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즉 주인공에게 문젯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쓰려면 거창한 시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시련도 훌륭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 해결
해결은 모든 스토리의 최종 목표다. 주인공이 시련에 맞서 엎치락뒤치락 분투하는 동안 팽팽하게 차오른 극적 긴장이 이곳에 이르러 비로소 해소되며, 독자와 관객은 교훈을 얻거나 자신들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보는 정서적 환기를 경험한다.
‘내러티브 에세이’는 짤막한 동선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해결 국면이랄게 없다. 글쓴이가 자신이 겪은 일을 돌아 보고, 그 일을 통해 어떤 통ㅊ라을 얻었는지 자신의 사고 흐름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글을 쓰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기다리는 아들 녀석을 바라보던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에세이를 한 편 썼다. 아들 녀석은 자기 차례가 되자 리프트 의자에 올라탔다. 그뿐이다. 이 행위를 결론지을 이유가 없다. 나는 이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에세이의 진짜 결론을 끌어내고 싶었다. 우리는 죽어서도 계속 살아간다는 것.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유전자를 통해서,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변함없이 삶 즐기라고 가르쳐 준 여러 가지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계속 세상에 존재한다.
이와 반대로 소설가는 결말이 명확한 완결된 스토리 라인을 추구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결말은 대부분 명쾌하다. 그중에는 가짜 결말을 몇 번이나 늘어놓으며 관객의 약을 올리는 액션 영화 감독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이진 않다.
● 스토리의 힘
일단 스토리 이론을 이해하면 스토리 구조의 원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구체적인 실전으로 들어가게 된다. 캐릭터, 사건, 장면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나만의 어조와 문체를 찾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내러티브 형식을 구분 짓는 차이는 무엇이고, 각각의 형식을 솔직담백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배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스토리 기술을 완전히 익히게 된다.
작가는 강렬한 사건에 절묘한 장면을 결합함으로써 독자의 주의를 끌고, 독자가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 스토리에 몰입 할 수 있도록 가상의 현실을 그려 낸다. 이 기술도 내러티브 논픽션 글쓰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 구조
스토리는 어떤 형태를 취한다. 그 형태에서 너무 벗어나면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의 구조”이며 이때 구조란 “인물에 관한 구조가 아니라 액션의 구조, 삶의 구조”라고 역설했다.
재료를 찾아오면 나는 그것을 담는데 필요한 새로운 구조를 도식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감을 잡으면 활자화까지 진행이 순조롭다.
● 구조 시각화하기
초등학교 때 배우는 서론-본론-결론 구성을 갖추면 뉴스 보도, 논문, 지침서는 충ㅂ누히 쓸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의 기초가 되는 틀은 다르다. 주제를 전달하는 틀은 화술을 관장하는 인간의 좌 뇌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스티븐 홀이 스토리텔링을 하는 동안 자신의 뇌를 MRI로 촬영한 실험은 스토리 설계도가 우뇌에서 나온다는 사실, 이야기의 틀을 시각화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망이 시각피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세인트피터즈버그 타임스>에 실린 내러티브 논픽션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톰 프렌치는 “이야기의 흐름을 순서대로 나열한 도식을 만들어라. 나는 이야기를 흐르게 하는 가장 단순한 길을 찾는데, 그것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길이다. 이와 같은 도식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건 아직 구조가 잡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라고 조언한다.
소설가 다린 스트라우스는 “나는 기획 단계에서 종이에 각 플롯 라인을 포물선으로 그려 본다. 한쪽 끝에 A를, 반대쪽 끝에 B를 적는다. A는 질문이고, B는 그 답이다. 질문은 대개 주인공의 구체적인 바람과 연관돼야 한다”고 말한다.
● 설계도
비생산적인 내러티브 작가는 설계도 없는 시공업자처럼 일한다. ~~~~설계도가 좋으면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다. 다듬기에 너무 치중하지 말라는 존 프랭클린의 경고를 잊지 말자. 그는 초고를 쓸 땐 문장을 하나하나 깔끔하게 다듬기보다는 구조(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전체적인 구조를 잡았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매끄럽게 고쳐 쓴다.
● 내러티브 포물선
나는 먼저 작가에게 중요한 스토리 요소들을 꼽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러티브 포물선을 그려 본다. 일반적인 포물선이지만 오른쪽으로 살짝 기운 표 2.2 같은 모양이 된다.
1) 발단
주인공이 누구고, 주인공이 직면하게 될 시련이 무엇일지 이해할 수 잇을 정도의 정보를 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발단을 인물을 정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레이조스 에그리는 ‘발단’은 노출시키는 행위라는 웹스터 사전의 정의를 들며 “그렇다면 무엇을 노출시켜야 할까? 전제? 전반적인 분위기? 인물의 배경? 플롯? 장소적 배경?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노출시키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좋은 발단을 스는 요령은 독자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것만 알려 주고 그 이상은 알려 주지 않는 것이다.
2007년 겨울,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져 태평양 북서부의 대부분 지역이 물에 잠겼다. ~~중견기자 마크는 ~~취재에 나섰다. 마크는 이번 홍수로 ~~한 여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갔다. ~~~내러티브 논픽션으ㄹ 써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는 사무실에 마주 앉았다.~~~무엇을 알아냈는지 묻는 것부터 시작했다. ~~~여인이 홀로 살고 있는 외딴집을 덮친 홍수, 대회에 나가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쥔 아메리칸 폭수하운드를 구하기 위해 여인이 펼친 필사의 몸부림, 그럼에도ㅛ 한 마리씩 죽어가는 개들....., 집에 갇힌 채 잔인한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천장을 향해 점점 차오른다. 마침내 비가 그치자 그녀는 살아남은 강아지에게 노아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우리의 대화는 중요한 지점, 즉 앞부분에 정보를 어떻게 배열할지 결정해야 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마크와 나는 개 주인이 주인공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른 생존자들과 그녀를 비교하며 우리의 주인공이 그들과 어떻게 비슷한지, 우리가 그녀의 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스토리를 핵심 부분으로 쪼개고 메모지에 그린 내러티브 포물선에 플롯 전환점을 표시했다. 이렇게 그럴싸한 얼개가 탄생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발단부터 써야 한다. 독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가? 기본적인 사실이 있다(일흔 셋인 낸시 펀치스는 혼자 살며 폭스하운드를 길렀다). 그리고 소소한 장소적 배경이 있다(낸시가 사는 곳은 워싱턴 주 남서부를 관통하는 체할리스 강가였다). 여기서 낸시의 성격적인 면모가 있다(그녀는 강인하고, 독립심이 강하며, 수단이 좋다). 동기부여 역시 빼놓을 수 없다(낸시는 최고 혈통의 개를 30년 째 길러 오고 있다. 그리고 태어난 지 5주 된 강아지들이 있다).
이 정도면 독자가 주인공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정보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곧 이어질 시련에 맞서 그녀가 사투를 벌이는 이유가 설명되기 때문이다.
내러티브 논픽션을 처음 쓰는 기자들은 수집한 배경 wdj보를 전부 집어넣느라 스토리 전개를 지연시키고 독자를 지루하게 만드는 우를 범한다. 발단은 내러티브의 적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다 주인공이 특정한 시간에 특정 장소에 있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다음 국면으로 전개시킬 주인공의 욕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너무 자세하게 적으면 거추장스러운 세부 요소가 늘어난다. 쳐낼 것은 쳐내서 이야기가 나아갈 길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배경 정보가 될 만한 수많은 사실 중 이야기에 꼭 필요한ㄴ 옥석만을 가려내야 한다는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인 고맥 매카시가 한 “모든 게 알려지는 순간 내러티브는 성립하지 않ㄴ느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반드시 노출되어야 할 아주 짧은 정보라 할지라도 그로 인해 시작이 지연된다면 쉽게 집어넣어선 안 된다.
「낸시 펀치스는 사납게 요동치는 물살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연일 쉴 새 없이 퍼부은 폭우로 잔뜩 불어난 체할리스 강물이 제방을 타고 빗물을 흠뻑 머금은 강변 들판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축축한 일요일 아침, 아직 강물은 그녀의 집 옆으로 난 시골길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발단은 잠시 후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리란 조짐을 내비침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해 독자를 사건의 흐름 안으로 끌어들인다. 마크는 “낸시는 몇 시간 뒤 자신의 개가 죽고, 자신마저 집에 꼼짝없이 갇혀 물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같은 조잡한 발단을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현명하게도 넌지시 암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낸시는 체할리스 강에서 서쪽으로 6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6년을 살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강이 범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오랫동안 강가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이웃들도 강물이 도로로 넘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물이 제방을 넘어 5번 주간고속도로가 폐쇄되었던 1996년에도 도로까지 물이 흘러들진 않았다. 이번 폭우도 그렇게 심하진 않을 것이다. 낸시는 그렇게 안심하며 집으로 향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발을 뻗고 편히 잠자리에 들고 싶었다.」
작가가 주인공이 최악의 사태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음을 열심히 설명할 때 독자는 이제 곧 최악의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예감한다.
신문기사의 정석은 모든 것을 즉시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미스터리는 내러티브에 추진력을 제공한다.
찰스 디킨스의 스토리텔링 공식도 일맥상통한다. “사람들을 웃기고 울려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기다리게 해라.”
마크는 우리의 주인공 낸시 펀치스를 재운 뒤 곧바로 미처 꺼내 놓지 못한 중요한 배경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 문단을 온전히 할애한다.
「두 뺨이 발그레하고, 은발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낸시는 74세의 노인이지만 여전히 정정하다. 미국애견협회 심사위원인 그녀는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폭스하운드를 기르고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다듬어 온 명문 챔피언 혈통이다. 낸시는 1만 평에 달하는 목초지의 가장 높은 곳에 조립식 주택 두 채를 연결해 살고 있었다.」
이 외에 발단부에서 나와야 할 배경 정보, 가령 낸시에게 태어난 지 5주 된 강아지 여섯 마리가 있다는 사실 등은 사건을 전개하며 충분히 끼워 넣을 수 있는 요소다.
마크 낸시 펀치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킨 사건을 이렇게 묘사했다.
「월요일 아침에 낸시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창밖을 내다보았다. 흙탕물이 앞마당을 뒤덮고 시보레 밴의 엔진부까지 집어삼킨 뒤였다. 밴에 시동이 걸린다 해도 도로가 이미 물에 잠겨 도피로란 도피로는 모두 막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련이 고개를 내밀고, 발단 단계가 막을 내린다. 이제 상황은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2) 상승(발전)
다른 단계와 같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분량이 가장 많다. 120분짜리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상승 단계가 100분을 넘는다. 사건이 펼쳐지며 극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관객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이야기가 서서히 상승하는 이 단계가 낸시 펀치스에게는 물이 차오르는 때다. 물은 낸시의 집 앞 테크 높이만큼 차는가 싶더니 이내 테크를 덮어 버린다. 그 뒤를 이어 마크가 인터뷰를 하며 알게 된 극적인 사건의 전모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각각의 사건은 플롯 전환점으로 내러티브 포물선의 상승 곡면에 나열된 Xdp 해당한다.
플롯 전환점이란 이야기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는 지점을 가리킨다. 현재의 상황에 강제로 떠밀린 주인공은 사건의 단초인 플롯 전환점 A에서 내렅티브 포물선 끝에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현ㅅ리을 향해 출발한다. <리얼 멕코이>의 작가 다린 스트라우스는 “스토리를 풀어내기에 앞서 중심 인물의 삶을 저 위 산꼭대기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바위라고 todr가해 보라”고 말한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툭 치면 바위가 굴러 내려오면서 내러티브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굴러 내려오는 바위는 주인공을 뒤흔들고 동시에 관객까지 흔들어 놓으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플롯이 방향을 틀 때마다 긴장감은 커져 간다. 대부분의 플롯 전환점은 주인공에게 새로운 문제를 던진다. 테드 코노버는 “내러티브는 문제가 생겼을 때”라고 말한다.
낸시의 수난은 물에 잠긴 앞마당을 본 순간 시작되었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어미 개와 어린 강아지들 그리고 다른 개 다섯 마리를 겨우 집 안으로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다시 개집으로 가려 했으나 물이 불어나 접근할 수가 없었다. 개집 안에는 아직 열 마리의 개가 갇혀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나무 바닥 사이로 보글보글 솟아오르던 물이 순식간에 낸시의 무릎까지 차올랐다. 설상가상 홍수에 떠내려온 잔해가 문을 막는 바람에 집 안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낸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흠뻑 젖었다. 몸이 꽁꽁 얼어 붙은듯 추웠지만 평소의 그녀답게 기지를 발휘해 탈출 계획을 세웠다. 하나가 실패하면 주저앉지 않고 바로 다음 계획을 실행했다. 강아지 두 마리가 익사하자 낸시는 남은 강아지를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물에 둥둥 띄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물은 계속 차올랐다. 밖에서는 개집에 남아 있던 개들이 익사했다. 집 안에 있던 큰 개들도 하나 둘 죽어 가기 시작했다.
「낸시는 부엌 조리대로 올라갔다. 수면은 더욱 높아져 의자가 잠기고, 창틀 아래 선반이 잠기더니 창문 블라인드 널이 하나씩 잠겨갔다. 가구는 기우뚱 쓰러진 뒤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책장 하나가 엎어지더니 물에 둥둥 떴다. 낸시는 헤엄을 쳐 책장까지 이동한 뒤 그 위에 올라탔다. 물이 천장에 닿으면 낸시와 남은 강아지들은 익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살아남게 될까?」
마크 라라비는 비장의 클리프행어를 절묘하게 꺼내 놓았다. 이 스토리의 상승 단계는 낸시 펀치스가 물에 둥둥 떠 있는 책장 위로 올라간 뒤 물이 천장을 향해 점점 차오르는 장면에서 끝난다. 물이 천장에 닿으면 낸시는 익사할 것이다. 마크는 이 부분을 이렇게 묘사했다.
「뿌연 흙탕물이 창문을 가리자 전등이 꺼진 듯 시야가 어두워졌다. 물은 계속 높아졌다. 팔을 뻗자 천장에 닿았다.」
3) 위기
4) 절정
「천장까지의 거리는 이제 겨우 25센티미터, 착실하게 차오르던 물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 듯했다. 그러더니 더 이상 물이 들어차지 않는다. 도대체 몇 시나 됐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저녁 어스름이 창으로 비쳐드는 게 아닌가 물이 빠지고 있었다.....밤사이 물이 계속 빠져나가더니 결국 낸시가 마룻바닥에 두 발로 설 수 잇을 정도가 되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가까스로 강아지들을 양털 잠바 안에 감싸 안았다. 그렇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강아지들을 품에 꼭 끌어안고 쉴 새 없이 방안을 서성였다. 사방의 벽이 유리로 보이는 환각이 나타났다. 강아지 한 마리가 머리를 빼꼼히 내밀더니 그녀의 얼굴을 핥고는 다시 잠바 안으로 숨어들었다. 계속 움직이자,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소녀는 환각이 아니었다. 소녀는 아버지를 부르러 달려갔고, 소녀의 아버지는 낸시의 집 문을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들을 치우고 낸시와 강아지를 구해냈다. 낸시의 시련은 비로소 해소 되었다.
5) 하강(대단원)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이 지점에 이르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이 한두 가지 남는다. 사고 차량에서 구조된 여자는 결국 tfkdkT을까, 죽었을까? 얼마나 심한 부상을 입었을까? 픽업트럭을 본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이런 의문들이 하강 단계에서 해소된다. 따라서 이 단계를 매듭 풀기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테뉴망(대단원)이라 칭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단계다.
사건이 마무리되며 모든 극적 긴장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야기를 추진할 강력한 동력이 꺼진 상태기 때문에 더 이상 끌고 나갈 힘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독자가 몇 가지 의문점을 갖는다 해도 질질 끌지 말고 가능한 빨리 정리해서 떠나야 한다.
웬만큼 의문을 해소하고 나면 한 가지 숙제가 남는다. 다소 예상 밖의 요소로 이야기를 매듭짓는 일이다. 이 작업이 훌륭하게 이루어지면 놀라움을 주면서 이야기가 충족된 효과를 낸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전과는 다른 상황을 맞이한다.
스튜어트 톰린슨의 경우 맥고완이 보여 준 영웅적인 공무원상을 십분 활용했다.
「왜그너는 병상에서 병원 대변인을 통해 인사를 전했다. “모든 분이 알았으면 해요. 그 경찰관이 아니었으면 전 지금 여기 있지 못했을 거예요.”」
마크 라라비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매번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말에 이외의 사실을 심어 놓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낸시 펀치스의 스토리를 두고 사전 회의를 할 때 마크는 낸시의 얼굴을 핥았던 강아지에 대해 잠깐 이야기 했다. 병원에서 낸시를 인터뷰할 때 마침 그녀의 친구가 그 강아지를 데리고 병문안을 왔다. 낸시는 강아지를 계속 기르기로 마음 먹고 홍수 생존자인 만큼 노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노아!” 나는 말했다. “아주 잘됐어! 완벽한 결말이야. 어떻게든 이 단어를 결말에 집어넣을 방법을 찾아봐.” 마크는 곧장 집필에 들어갔고 ~~~답을 찾아왔다.
「홍수가 나기 전 우수 견종인 이 강아지들은 새 주인이 정해진 상태였다. 그녀는 강아지를 좋은 품종으로 개량할 뿐 일일이 거두어 기르진 않는다. 일요일에 친구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핥아 혼미한 정신을 깨우곤 하던 강아지를 몰래 병실로 데려왔다. 잠시 킁킁거리던 녀석은 고개를 들어 위쪽을 쳐다보고는 낸시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낸시의 얼굴을 다시 핥았다. 또 다른 생존자다. 낸시는 이 녀석만큼은 팔지 않겠노라며 노아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3. 시점
스토리의 재료가 준비되면 다듬기 전에 늘 등장인물의 시점을 정해야 한다.(.....)지금 이것이 누구의 이야기인가, 그는 질문을 던진다. -클린스 브룩스와 로버트 펜 워런
「보스턴의 날씨가 서늘해진 며친 전이었다. 새벽 5시에 엘리자베스 루크는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 크리스를 깨웠다. 숱 많은 흑갈색 머리와 대조되는 창백한 피부 빛의 그녀는 지금 임신 41주째였다.
“진통이 와.”
그녀가 말했다.
“정말?”
“정말.”」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는 다짜고짜 우리를 침실로 데려갔다.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너무 가까워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다 들린다.
「예정일이 일주일이나 지났다. 그래서인지 몸을 쥐어짜는 듯한 깊고 묵직한 경련이 일었다. 그동안 한 번씩 찾아왔던 배를 당기는 듯한 느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통증은 등 아래쪽에서 시작되어 배 전체를 에워쌌다. 첫 번째 경련이 왔을 때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 후 두 번째 경련이 오고 이어서 세 번째 경련이 찾아왔다.」
놀랍게도 우리는 지금 엘리자베스의 몸속에 들어와 있다. 그녀와 함께 통증을 느끼고 그녀의 과거 경험까지 다 알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두 세 문단에서 우리는 이 예비 엄마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이번이 첫 출산이라는 것, 그녀 역시 의사라는 것, 그녀는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수련의로 이미 네 아이를 받아 낸 바 있다. 그중 한 아이는 병원 주차장에서 태어났다. 열 번째 문단에서 엘리자베스는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통증을 잊고 주차장에서 아이를 받았을 때의 긴박했던 순간을 직접 들려준다.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가 다급한 상황을 알려 왔다. “시작했어요! 병원으로 가는 중인데, 지금 낳고 있어요!” 응급실에 대기하고 있던 우리는 곧 달려 나갔다. 밖에선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었다. 차 한 대가 끼익 소리를 내며 급정거 했고, 동시에 차 문이 활짝 열렸다. 정말 산모는 이미 분만을 시작한 상태였다.」
이로써 우리는 이것이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며, 이제부터 그녀가 해 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어 뜬금없이 보이는 배경 정보를 제공한다. 달라진 것은 이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3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된 이야기에 갑자기 우리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우리’라니.... 독자뿐 아니라 모든 인류가 개입된 모양이다.
그런데 시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하나로 통일된 정의는 없다. 소설가 다린 스트라우스는 시점이란 “스토리를 전달하거나 경험하는 인물의 심리적 흐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학 에이전트 피터 루비는 시점을 “카메라 렌즈의 위치”에 비유한다. 주로 문학성 짙은 논픽션을 쓰는 필립 제라드는 “시점은 1인칭도, 3인칭도 될 수 있다.
●시점 인물
이야기는 반드시 누군가의 이야기여만 한다. 그래서 작가는 맨 먼저 그게 “누구”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때의 ‘누구’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즉 화자(혹은 서술자)와는 다르다. 3인칭 시점 내러티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명의 등장인물을 따라가지만 그 인물은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자는 이 시점인물과 함께 호흡한다. 그가 보는 것을 보고, 그가 듣는 것을 듣는다. 때로는 이 시점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까지 훤히 알고 있다.
제임스 캠벨의 <그는 지도 밖에 산다>는 알래스카 북부에 사는 모피 사냥꾼 하이모 코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내륙의 깊은 오지에서 홀로 일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최후의 모피 사냥꾼 중 한 명이다. 어느 날 그는 오리 사냥을 나간다.
「오두막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증기기관차 지나가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지직 얼음이 깨지며 쏟아져 내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그는 발목 깊이의 눈밭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강에서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물이 제방을 타고 콸콸 흘러들고 있었다. 홍수다. 그가 오두막집에 다다랐을 때 물은 이미 문 앞까지 들이친 상태였다. 뭐부터 해야 하지? 당황하면 안 된다. 자신을 타일렀다. 지금은 당황하면 안 된다.」
긴장감이 감돈다. 하이모에게 큰일이 닥쳤다. 우리는 바로 그곳에 함께 있다. 하이모의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 눈에도 보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안다. 그러나 하이모는 서술자가 아니다. 캠벨은 하이모 코스라는 인물을 내세워 독자를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인다. 물론 하이모를 조종하는 사람은 작가다. 작가는 단 1분도 조종키를 내주지 않는다.
하이모는 주인공이다. 시련에 맞서고 난관을 거듭 돌파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마침내 스토리의 극적 긴장을 해소 한다. 하이모처럼 시점인물이 주인공인 경우는 많다.
알래스카가 배경인 마이클 드오소의 <이글 블루>는 주 챔피언컵을 향한 포트유콘고등학교 농구팀의 도전을 다룬다. 첫 장에서는 코치, 2장에서는 선수 중 한 명, 3장에서는 전직 농구 선수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점인물 사용은 현대 내러티브 논픽션의 훌륭한 장점 중 하나다. ~~~너무 잦은 시점 변화는 독자를 정신 사납게 만들 우려가 있다. 잡지에 싣는 글이라면 주요 인물 두세 명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책 한 권 분량의 글이라면 시점인물이 이보다 많아도 상관없다.
● 1인칭
논픽션 작가 역시 스스로 시점인물이 되어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궁극의 참여 관찰자라 할 만한 테드 코노버는 배역 하나를 직접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 일관한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3인칭 시점에서 갑자기 1인칭 시점으로 전환하는 작가도 있다. 트레이시 키더는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에서 내내 3인칭 시점을 고수하다 한 순간 1인칭 시점으로 일탈을 시도한다. ~~~~주인공인 박애주의 의사 폴 퍼머는 산간벽지에 사는 환자들을 만나로 정기적으로 아이티의 험한 산길을 오른다. 이 여정에 동행했던 키더는 자신과 파머의 신체 반응을 비교하며 파머의 몸이 얼마나 잘 단련돼 있는지 알려 준다.
「우리는 점점 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다. 나는 앞장서서 걷고 있는 파머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온 몸이 땀범벅인 상태였지만 파머의 뒷목에는 땀 한 방울도 맺히지 않았다.」
● 2인칭
내러티브 논픽션에서는 2인칭 시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기계발서나 요리책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 시점이다.
전미매거진상을 수상한 마이클 패터니티 또한 1998년에 캐나다 노바스코샤 근해에서 발생한 스위스에어 111편의 추락사고 기사에서 이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 패터니티는 희생자와 생존자 모두의 시점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2인칭을 이용했다. 비운의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그들의 삶을 포착해 보여 준다. 누군가는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 얼굴에 닿는 바닷바람을 느낀다. 한 젊은 여성은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어떤 부모는 자식을 떠나보낸다.
「여기 이 모든 사람들이 마치 저마다 보이지 않는 X 표식을 이마에 달고 금으로 변해 가는 것 같았다. 언제, 어디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우리 역시 그렇게 변해가는 것처럼. 그렇다, 우리는 지금 불에 타고 있다. 시간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곳에는 자동차와 집을 가지고 있고, 침대에서 잠을 자며, 이번 여행을 위해 옷과 선물을 산(어떤 것은 아직 가격표도 떼지 않았다)229명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살결에 닿는 바람을 느껴봤는가? 아이의 머리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춘 건 언제인가? 그녀가 티켙을 손에 쥐고 등을 돌리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 3인칭
1인칭 시점은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시점인물의 말을 서술자의 경험에 기대 옮기지 않는한 그들의 마음속을 들락거릴 수도, 그들의 목소리를 빌릴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인물이 사건 당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말한다면 서술자는 그 말을 대화로 옮길 수 있을 뿐이다. 만약 그 시점인물의 경험을 직접 전하고 싶다면 잠깐 1인칭 시점을 내려놓으면 된다. 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시점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3인칭 시점뿐이다.
3인칭 시점은 첫째 작가 자신이 영화를 찍는 카메라가 되어 장면과 인물의 외적 이미지를 생생하고 자세하게 포착할 수 있다. 둘째, 자연의 법칙을 초월해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공간을 이동해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일을 전할 수 있다. 심지어 과거와 미래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필립 제라드는 3인칭 시점의 첫 번째 특징인 ‘카메라 시선’을 가리켜 ‘극적인 시점’이라고 부른다. 독립된 관찰자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위체에 머무르기 때문에 가장 객관적이며 저널리즘 정신에 부합한다. 이 시점을 취하는 내러티브는 순수하게 장면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치밀한 의도 아래 몇 가지 중요한 순간을 중점으로 장면을 구성하지만 독자는 구경꾼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스토리를 경험한다. 현실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싫증나기 쉬운 일상의 이야기지만 절정을 이루는 때와 장소가 있다. ~~~존 프랭클린의 퓰리처상 수상작 <켈리 부인의 괴물>은 대개 이런 식이다.
「지금 시각은 오전 7시 15분. 11호 수술실에서는 기술자가 뇌 수술용 현미경을 점검하고, 간호사가 붕대와 의료 도구를 펼쳐 놓고 있다. 켈리 부인은 스테인레스스틸 테이블 위에 미동 없이 누워 있다.」
3인칭 시점의 두 번째 특징은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현실과 시점인물의 눈에 보이는 세상만을 전하는 것이 주된 서술방식이지만 3인칭은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엿보고, 바깥 세상의 변화에 따라 그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묘사할 수 있다. 다음은 톰 홀먼의<분실된 삶, 다시 찾다>의 한 구절이다.
「아파트 문을 잠근 계리는 자동차를 그냥 지나쳐 걸어갔다. 운전하는 법을 다시 배우긴 했지만 게리는 기차를 타고 출근했다. 다른 승객들이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 그는 수첩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납품업체에서 블루크로스 휴게실 찬장에 놓아두기로 한 냅킨 때문에 심란했다. 닙킨은 찬장이 아닌 싱크대 밑에서 나타났고 그는 매번 냅킨을 찾느라 고생했다.」
3인칭 시점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한다면 언제든, 어디든, 무엇이든 가서 볼 수 있다. 궁극의 3인칭 시점으로 들어가 보자, 작가는 높은 횃대에 앉아 천지만물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수 시티(아이오와 주), 샌프란시스코, 상파울로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배경 정보를 가지고 현재로 돌아올 수도 있고, 10년 뒤에 일어날 일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조사를 벌이고, 그렇게 알아낸 것을 정확히 전달한다면 얼마든지 시대를 앞지를 수 있다.
이릭 라슨은 <화이트 시티>에서 시종일관 3인칭 시점을 사용한다. 그는 처음부터 스스로에게 전지전능한 힘을 부여한다. 1912년 4월14일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다니엘 버넘을 중심 시점인물로 삼는다. 건축가로 이름을 알린 버넘은 유럽행 호화 여객선 올림픽호에 오른다. 그는 충동적으로 프랭크 밀렛에게 무선전보를 보낸다. 프랭크는 1893년 열린 시카고세계박람회의 개최 장소 화이트 시티를 짓는 데 힘을 보탠 동지 중 한 명이었다.
「버넘은 선실 승무원에게 손짓했다. 반듯하게 날이 선 희 제복을 입은 중년 남자는 그의 전보를 가지고 갑판을 세 층 올라가 무선 교선실로 향했다. 잠시 뒤 남자가 돌아왔다. 손에 버넘의 쪽지를 쥐고 있었다. 무선 교신원이 그 전보를 받아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발도 아프고 짜증도 난 버넘은 그 승무원에게 다시 무선 교신실로 돌아가 자신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받아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라슨은 이미 알고 있었다(전지적 시점이 아닌가). 이때 프랭크 밀렛이 올림픽호의 자매 여객선인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1912년 4월 14일은 모두가 잘 알고 있듯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운명의 날이었다.
그러나 라슨에게는 버넘이 타고 있던 올림픽호의 1등석 식당 칸이 편리하고 극적인 스토리의 출발점일 뿐이었다. 그는 재빨리 세계박람회 이야기로 돌아간다. 화이트 시티와 멀지 않은 곳에서 젊은 여성을 스토킹한 연쇄살인범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이야기는 화이트 시티 건설과 나란히 내러티브의 한 축을 이룬다. 그런 다음 그는 대서양을 훌쩍 건너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한다. 1889년,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이 역사에 자신의 족적을 남긴 해다.
「프랑스는 파리 마르스 광장에서 세계 박람회를 개최했다. 어찌나 성대하고, 화려하고, 신기한지 박람회에 온 모든 사람이 이것을 뛰어넘을 박람회는 다시 나오지 않을 거리고 굳게 믿은 채 돌아갔다. 박람회장 중심에는 철로 된 탑이 305미터 상공까지 우뚝 솟아 있었다. 지구 상에서 인간이 만든 구조물 중 이보다 더 높은 것은 없었다.」
그러고 나서 라슨은 내러티브 중심축으로 돌아가 버넘이 초조하게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결과를 기다리는 장면으로 이동한다. 우선 버넘과 루트를 프레임 가득 잡고, 버넘의 시카코 사무실을 획 훑고는 하늘 높이 올라가 산업화를 맞은 시카고의 칙칙한 전경을 묘사한다.
「버넘은 기다렸다. 그의 사무실도 루트의 사무실처럼 남향이다. 인공이 아닌 자연의 빛을 채우기 위해서다. 어디 버넘 한 사람뿐이랴. 시카고 도시 전체가 빛에 굶주려 있다. 인공조명의 주광원인 가스버너는 아직까지 이 도시를 뒤덮고 있는 고질적인 연무를 투과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주인공의 출생시점으로 날아간다.
「다니엘 허드슨 버넘은 1846년 9월 4일에 뉴욕 헨더슨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복종, 자기예속, 공익을 원칙으로 삼는 신학자 스베덴보리의 교리를 독실하게 믿었다. 그의 가족은 1865년 버넘이 아홉 살이던 해에 시카고로 이사했다.」
그 뒤 라슨은 시카고로 복귀한다. 버넘의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트리뷴 타워 바깥은 침묵에 휩싸였다. 그름같이 몰려든 사람들은 그 뉴스를 이해하기 위해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그중 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시카고가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되는 날까지 수염을 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이었다. 남자는 근처에 잇던 유니언트러스트컴퍼니은행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끝까지 올라간 남자가 발악하듯 소리를 질렀다. 이 광경을 지켜본 어떤 사람은 마치 로켓이 발사되는 소리 같았다고 말했다.」
우리의 어지러운 여행은 마지막을 향해 r나다. 라슨은 4년 전으로 돌아가 또 다른 시점 인물, 화이트 시티에 사악한 그림자를 드리운 살인자의 행적을 따라간다.
「어린아이의 고열 같은 열기가 거리에 피어오르던 1886년 8월의 어늘 아침 자칭 H.H. 홈스라는 한 남자가 시카고의 한 기차역으로 걸어 들어왔다. 축 가라앉은 퀴퀴한 공기에선 썩은 복숭아 냄새와 말의 배설물, 완전히 타지 않은 일리노이산 무연탄 냄새가 물씬 풍겼다.」
수십 년의 세월과 여러 대륙을 정신없이 오가는 이야기임에도 우리는 이것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 카메라의 위치. ‘스텐스’
스탠스를 선택할 때 무슨 대단한 과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른다는 게 중요하다. 내러티브에 익숙하지 않은 논픽션 작가들은 종종 스탠스를 무시하고 아무 방향에서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야기를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게 끔 해야 한다. 마치 그들 자신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 대상과의 거리
일단 시점인물을 선택하고, 1인칭인지 3인칭인지 결정한 뒤 스텐스까지 정했다면 이제 한 가지만 남는다. 이야기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할 것인가?
거리가 달라지면 내러티브도 달라지고, 언어도 달라진다. 거리가 아주 멀면 그래서 사건 현장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요약 형식의 내러티브가 된다. 거리가 좁혀지면 현장 내러티브로 전환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내러티브를 쓸 수 없다.
몇 해 전 예보에 없는 기습 폭우가 쏟아져 일리노이 주의 수원인 오리건 남서부 계곡 야생 하천들이 범람했다. 이 상류 하천들은 급류타기를 즐기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 뗏목과 카약을 즐기는 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처음 16킬로미터는 완만한 유속을 타고 순항했다. 급물살 지점 서른네 곳을 지난 뒤 야영을 하기 위해 클론다이크 강에 정박했다.」
하지만 맥두건 일행은 ‘녹색 장벽으로 알려진 공포의 급류를 앞두고 있었다.
「맥두걸과 바이어스는 물살에 노를 꽂아 뗏목을 앞으로 밀어냈다. 뗏목은 미쳐 날뛰는 4.5미터 길이의 급류를 어르고 달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솟아오르는 물살에 노를 내리꽂을 때였다. 배가 좌우로 요동치더니 뗏목이 뒤집혔고, 그 바람에 바이어스가 튕겨 나가 물에 빠졌다. 맥두걸은 뗏목이 뒤집혔음에도 여전히 자기 자리에 붙어 있었다. 그는 뗏목이 다음 물살을 타고 오르는 순간 노를 힘껏 당겨 뗏목을 바로 세웠다. 믿기지 않는 기술이었다.」
두 문단 모두 액션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실력 있는 내러티브 작가들은 이 차이점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첫 번째 문단을 보면 34번의 급류를 헤치고 나오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해 보자.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젖는 남자들. 거대한 물살을 만날 때마다 위로 붕 떴다가 곤두박질치는 뗏목들. 소용돌이치는 물거품 위로 불록 솟은 울퉁불퉁한 바위들. 이 바위를 휘감고 도는 물살 소리. 다급한 외침, 엄습하는 공포.... 하지만 토드와 조너선은 34번의 급류를 거치는 동안 일어났던 이 많은 일을 단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과거의 일을 훤히 알고 있는 역사가처럼 시간과 공간을 건너뛴다. 그리고 마치 하늘 높은 곳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듯 극적 긴장감을 싹 걷어 낸 채 무미건조한 언어로 당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를 간추려 보고하는 요약 내러티브 내지는 역사 내러티브 스타일의 저널리즘 시점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맥두걸 일행이 녹색 장벽에 이르는 순간 드라마가 펼쳦니다. 작가는 지상으로 급하강해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독자는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생생하게 액션을 지켜본다. 만약 훌륭한 스토리텔러라면 바로 이때 현장 내러티브, 일명 극적 내러티브로 전환한다.
대부분의 논픽션 작가는 끊임없이 현장 내러티브와 요약 내러티브를 옥나다. 그때마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진다. 그들은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는 글쓰기 스승들의 지겨운 가르침을 무시한 채 말하기도 하고, 보여주기도 한다.
4. 목소리와 스타일
픽션에서는 글쓴이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다. ~~~~목소리는 논픽션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저자가 현ㅅ리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르침을 얻게 될 여정이 되리라 약속한다면 그가 카리스마와 전문 지식을 갖추었길 바란다.
● 보고서적 목소리
보고서적인 글쓰기란 목소리를 지우는 글쓰기다. 교사는 여러 수업 양식에 따른 결과를 보고하는 글을 쓴다. ~~~이들의 공통ㅈ머은 개인적인 목소리를 되도록 지운다는 것이다.
● 1인칭 시점과 목소리
거침없이 대담하게 글을 썼던 뉴저널리즘 작가들에게 스토리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 페르소나와 작가의 위치
● 목소리와 스타일
내 성격은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깬 후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옷은 그날의 일정에 따라 달리 선택한다. 들에서 일을 한다면 청바지에 티셔츠를 집어 들 테고, 사무실로 간다면 좀 더 격식을 갖춘 옷을 걸칠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목소리가 글에서 묻어나는 글쓴이의 성격이라면 스타일은 그 성격이 겉으로 표현된 것이다.
● 비유의 기고
● 자기만의 목소리 만들기
5. 캐릭터
작가의 일이란 결국 인간의 캐릭터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다 -리처드 프레스턴
훌륭한 내러티브는 인물, 사건, 장면이 중심축을 이룬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른 두 축을 끌고 가는 인물이다. 주인공의 성격, 가치관, 욕망에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사건이다. 욕망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여기서 장면이 나온다. ~~~캐릭터의 힘에 따라 소설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 실존 캐릭터의 부상
성공한 내러티브일수록 인물을 운전석에 앉혀 전체 스토리를 조종하게끔 한다.
때로 인물은 스토리를 끌고 가는 동력일 뿐 아니라 스토리 자체가 되기도 한다. 트레이시 키더의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은 박애주의 의사 폴 파머에 대한 긴 인물 보고서다. 키더는 이 남자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미국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왜 제 발로 아이티 같은 지옥의 소굴에 걸어 들어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일까?
● 욕망
인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를 움직이는 그의 욕망이다. 샬럿은 할인 상품이나 공짜 경품을 찾아내는 데 집착하는 빙고 마니아다. 위대한 주키니는 성인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폴 파머는 세상이 자신을 인류의 구원자로 봐주길 바란다.
욕망이 클수록 스토리의 규모도 커진다. ~~~커다란 욕망 속에는 스토리의 극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위험 요인이 감추어져 있다. 핵심 인물은 단지 무언가를 갈망하기만 해선 안 된다. ~~~욕망이 크면 당연히 욕망의 충족을 가로막는 난관 또한 크다. 드라마는 반대되는 두 힘이 대등하게 맞설 때에만 흥미를 일으킨다. ~~~이상적인 상황은 주인공을 지지하는 힘이 너무나 막강해 누가 이 싸움에서 이길지 책을 덮기 전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 입체적인 인물, 단면적인 인물
잘 그려낸 인물이란 입체적인 인물이다. ~~~단면적인 캐릭터는 고유한 특성이 한 가지 밖에 없다. 이 특성을 표출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이 특성과 다른 면모는 보여 주지 못한다. 반면 입체적인 캐릭터는 다면적이며, 변화의 여지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변화다.
내러티브에서는 입체적인 인물이 중심에 잇어야 한다. 인간적인 한계와 결점, 모순, 그러면서도 변화할 줄 아는 모습을 지닌 주인공은 독자에게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톰 홀먼의 <가면 너머의 소년>은 이러한 생각이 고스란히 구현된 작품이다. 겉으로 보이는 샘 라이트너는 안면 기형을 가진 소년이다. 하지만 톰은 독자들이 그 얼굴 너머에 있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인물을 봐 주길 바랐다. 제목을 ‘가면 너머의 소년’이라고 붙인 이유도 외모를 걷어 내면 그 뒤에 일반적인 사춘기 소년이 자리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면 너머에 있는 샘이 오른쪽 눈으로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생긴 맑은 눈, 상대방을 꿰뚫을 듯한 깊은 갈색 눈이다. 그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 같다. 기형적인 외형 안쪽에 존재하는 평범한 열네 살 남자아이의 세계가 보인다. 그것은 샘이 살고 있는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다. 그 창의 맞은편에 있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한때 아이였던 내 모습을 그 안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인물 묘사
재닛 버로웨이는 <픽션 쓰기>에서 인물 묘사기법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헨리 제임스나 그 외의 19세기 작가들처럼 작가가 직접 인물을 설명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작품 속에 진하게 드러내는 간접적인 인물 묘사 기법이다. 버로웨이는 헨리 제임스가 <여인의 초상>에서 터쳇 양을 묘사한 대목을 인용한다. “이 아기씨에게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고, 그 덕분에 부드러운 인상을 주겠다는 노력은 늘 수포로 돌아갔다.”
작가가 인물을 소심하다거나 대담하다거나, 적극적이라거나 수동적이라고 묘사한다면 간접적인 인물 묘사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이러한 묘사 방식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현대 논픽션에도 사실에만 충실할 경우 매우 부적합한 방식이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오늘날 최고의 작가들은 인물이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드러내게끔 한다. 버로웨이는 이것을 직접적인 인물 묘사라고 부른다. 간혹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세세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제시하고, 독자가 인물에 대해 필연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 신체적 특징
독자를 스토리에 젖어들게 하려면 인물이 내러티브 포물선을 따라가는 동안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잇을 만한 시각적 디테일을 줘야 한다.
울프는 “세세한 묘사는 본래의 목적을 해치기 쉽다. 이미지를 만들기보다 흩어 버리기 때문이다. 만화 정도의 윤곽을 세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마크 러번은 주민 대부분이 질석 중독에 걸린 몬태나의 한 마을에서 만난 인물을 이렇게 묘사했다.
「리비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레스 스크램스태프라는 남자를 만났다. 가늘고 떨리는 그의 목소리는 속삭인 수준에서 더 커지지 않았다. 64세라는 그는 반백의 머리 위에 지저분한 깃털 하나를 꽃은 얼룩무늬 군용 모자를 쓰고 있었다. 다리는 안짱다리였다. 말하는 와중에도 그의 입에는 이쑤시개가 걸려 있었다.」
이처럼 짧게 지나가는 묘사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휙 지나가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늘어지지 않는다. 설명식의 긴 묘사는 독자를 이야기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러므로 첫 인물 묘사는 간결해야 한다. 언급할 디테일이 있다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하나씩 펼쳐 놓으면 된다.
●동작, 표현, 버릇
내러티브라면 인물의 움직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오레고니언>에서 피처기사를 썼던 스티브 비븐은 가구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여인에게 늙수그레한 판매원이 아첨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것저것 보고만 있어요.“
여자는 루에게 말했다.
“사려면 남자친구와 의논해야 해요.”
루는 상심한 표정을 짓는다. 이것은 그의 노인스러운 너스레로, 핵심 판매 전략 중 하나다.
“에이미, 남자친구 있어요? 그럼 난 이제 가망이 없잖아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들
●말
누군가가 무엇을 말하는지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대화 역시 별도의 장을 할애해 다뤄야 할 만큼 아주 중요한 내러티브 도구다. 어떤 식으로 말하느냐고 말의 내용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을 드러낸다.
●일화
최고의 논픽션 작가는 일화의 고수다. ~~~존 맥피는 일화를 양념으로 잘 활용하는데, 주로 어떤 인물인지 보여 주기 위한 의도로 사용한다. 두 명의 생물학자와 함께한 <조지아 여행>에서 그는 두 동행 가운데 자연을 완전히 내 집처럼 여기는 여성 생물학자를 다음과 같은 일화로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한번은 그녀가 인공호수에 반쯤 잠겨 있는 속이 텅 빈 그루터기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걸 보았다. 그 안에 물뱀이 산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였다. 그녀는 물에 잠긴 그루터기 안을 더듬거리며 손끝의 감각으로 어느 쪽이 뱀의 머리인지 열심히 찾았다. 그녀는 물이 허벅지 정도까지 오는 곳에 투피스 수영복 차림으로 서 있었다. 그 기백은 흡사 현장 견학을 나온 로저 코넌트를 연상시켰으나 생김새는 전혀 달랐다. .....」
트레이시 키더는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에서 의사 폴 파머가 박애주의적 성격을 갖게 된 원인을 끈질기게 파고든다.~~~그러고는 아이티의 오지 산골 마을에 파머가 세운 진료소에서 벌어진 다음의 일화로 이 이미지에 쐐기를 박는다.
「환자들은 한 번 올 때마다 미국 돈으로 약 8센트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내야 했다. 파머의 진료소에서 일하는 아이티 직원들은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고집했다. 진료소 원장인 파머는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대신(알고 보니 그는 자주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 모든 환자는 8센트를 내야 하되 여자와 아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 중병을 앓는 사람은 제외된다는 단서를 달아 이 원칙을 간단히 뒤집었다.」
●인물 묘사의 목적
인물의 사명은 이야기를 추진시키는 것이다. 생김새든, 짤박한 일화든, 지니고 있는 물건이든 이야기를 추진시키지 못하면 그것이 아무리 흥미로운들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을 잘 잡아내는 작가는 논픽션 작가는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인물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6. 장면
연극이 그랬듯 소설 역시 장면과 장면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방 안의 불빛은 은은한 노란색이었다. 벌써 해가 뉘엿거리고 있었다. 바람이 창문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북쪽 벽에 자리 잡은 벽난로에서는 탁탁 소리를 내며 장작이 타고 있었다. 벽난로에서 뿜어내는 건조한 열풍에 꽁꽁 얼어 있던 살갖이 따끔따끔 간지러웠다.」
세 가지 디테일(불빛, 바람, 탁탁거리는 난롯불)은 우리를 단번에 몇 십 년 전으로 돌려보낸다. 모두 감각적인 심상이다. 우리는 이 심상들을 매개 삼아 버넘의 사무실로 순간 이동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똑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 w마시 후 벌어질 일을 숨죽여 기다린다.
논픽션에서도 이야기를 펼쳐놓을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논픽션을 쓸 때 자신을 극작가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야기를 풀어낼 공간이 생기면 이곳에 등장인물을 데려다 놓는다. 그런 다음 ‘탁’하고 손가락을 퉁기면 그들이 살아 숨을 쉬고 무대를 돌아다닌다. 여기에 플롯이 더해지면 캐릭터, 사건, 장면이라는 스토리텔링의 3박자가 완성된다.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장면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핵심은 사건이다.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의 열망과 욕구가 플롯을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이렇게 장면을 옮길 때마다 각 장면에 담긴 메시지가 모여 전체 스토리의 메시지를 완성한다.
●안으로부터 장면 찾기
장면 설정의 힘은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데려가 내러티브 포물선에 오르도록 하는 데 있다. 우리는 작가가 제공하는 디테일을 자신의 경험에 투영한다. 훌륭한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에게 강렬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종이에 적힌 사실은 작가의 것이지만 감정은 우리의 것이다. 이 감정은 현실에서 우리를 덮치곤 하는 사랑, 분노, 두려움, 슬픔 등의 감정만큼이나 강렬하다.
모든 것을 일일이 다 언급할 필요는 없다. 남은 여백을 독자가 메울 수 있도록 자극하는 정도면 된다.
●장면 선정하기
5000단어 길이의 잡지기사에는 보통 10여 개의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정도 길이라면 내러티브에서는 서너 개의 장면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장면은 어떻게 취사선택해야 할까?
그때그때마다 다르다~~어떤 내러티브를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해설 성격의 내러티브라면 매 장면에 글쓴이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다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요점이 담긴다.
스토리 내러티브는 자세한 설명, 즉 주인공을 소개하고,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행여 첫 장면에 설명을 넣지 못한다면 두 번째 장면에 넣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장면들이 플롯 전환점을 하나씩 이동해 스토리의 상승 단계를 통과한다.
스토리텔링의 저자이자 문학 에이전트인 피터 루비는 주인공과 그의 시련에 초점이 맞춰진 장면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좋은 장면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춘다.
- 다음 장면과 인과관계를 이룬다.
- 주인공의 열망과 욕구가 장면을 이끈다.
- 주인공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스토리의 결말에 따라 인물의 상황이 변함을 보여 준다.
●장면을 살리는 묘사
초보 작가들은 장면 설정이 내러티브 논픽션 형식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묘사 디테일이 어떤 목적을 띠어야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한 초년생 기자가 쓴 글이 이를 잘 보여준다.
「7월 13일 금요일 이른 새벽, 바람은 부드럽고 하늘은 맑았다. 어둠 사이로 고개를 내민 환한 달빛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그날 아침 스물여섯 살 여성 노스 포틀랜드의 인생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녀는 성폭행을 당했다.」
기자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지만 밝은 달이 성폭행과 모종의 연관을 맺고 잇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바람이 성폭행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디테일 드러내기
좋은 내러티브는 모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뛰어난 내러티브 작가라면 누구나 끊임없이 인생의 작은 진실을 잡아내고자 한다. 모든 디테일이 장면 만들기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의 디테일은 사건을 품은 무대를 만들 뿐 아니라 메시지도 전달한다.
● 그룹을 특징짓는 디테일
● 공간
무대는 3차원이다. 독자가 스토리에 푹 빠져 등장인물과 함께 호흡하길 바란다면 모든 차원에서 그들이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마크 크레이머는 “독자가 얼마나 넓고, 크고, 높은지 등의 공간감을 잡을 수 있도록 무대를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감각으로 그곳에 있음을 느낀다.
웨인 커티스가 <애틀랜틱>에서 미시시피 강을 거슬러 오르는 배 한 척을 묘사한 대목을 보자.
「어둠이 깊어지자 선장은 거대한 조명에 불을 밝혔다. 커다란 은빛 기둥이 상류에 반사되며 색종이 조각처럼 나풀거리는 곤충들을 비추었다. 항로를 알리는 부표의 반사 장치에서 되쏘는 루비색과 에메랄드색 빛이 칠흑의 어둠 속에서 영롱하게 빛났다. 동쪽 제방 쪽에 두둥실 떠 있던 만월이 등이 매달린 갑판 기둥 사이를 느리게 왔다 갔다 했다. 배는 마치 빅토리아시대의 스톤헨지처럼 강의 어지러운 만곡을 표시하기 위해 달리는 듯했다.」
● 설정 숏
● 질감
● 분위기
요령 있는 작가는 질감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독자를 둘러 쌀 뿐 아니라 분위기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뉴욕타임스 기자 앤서니 샤디드가 필적할 만하다. 샤디드는 먼지 폭풍에 휩싸인 바그다드를 이렇게 묘사했다.
「폭풍이 불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인구 500만 이상의 도시에는 이라크 사막에서 불어온 먼지가 한 켜 내려앉았다. 새벽녘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누렇던 하늘이 오후가 되자 핏빛으로 변했다. 석양 무렵 짙은 밤갈색을 띠더니 밤에는 괴괴한 오렌지빛으로 바뀌었다.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는 채소 노점의 양파, 토마토, 가지, 오렌지가 언뜻언뜻 도시에 색을 입혔다. 종일 내린 비로 바그다드는 진흙 목욕을 했다.」
● 배경 설정
● 장면 생생하게 살리기
결국 묘사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이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 녹색 장벽에서 상류 쪽으로 30여 킬로미터 올라간 출발 지점에 선 맥두걸은 경치를 잘 보기 위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엷은 은회색 모래가 부드러웠다. 서쪽으로 울창한 산이 솟아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경쾌한 폭포 소리가 들려왔다.」
● 장면 구축
우리는 주제에 따라 리포트를 구성한다. 형식을 좀 갖춘다고 하면 숫자나 로마자를 사용한 개요를 따른다. 뉴스기사는 거의 다 이 패턴을 거친다. ~~~논픽션은(스토리텔링 위주로) 신중하게 선별된 장면과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러티브 기사 중 하나는 민물잡어낚시를 취재한 배리 뉴먼의 <낚시꾼>이다.
7. 액션
● 내러티브 오프닝
액션의 스토리가 출발점을 벗어나자마자 시작되어야 한다. 내러티브의 첫 단계에서 뭔가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스토리 이론상 내러티브 포물선은 주인공이 시련에 휘말릴 때 상승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그동안 누려 왔던 인정된 삶에서 내동댕이쳐져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극작법에 대한 명저를 남긴 레이조스 에그리는 “극은 첫 대사를 내뱥는 것과 동시에 시작된다”며 가장 이상적인 “공격 개시점”으로 아래의 경우를 꼽았다.
-정확히 갈등이 위기로 치닫는다.
-최소한 한 명의 인물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대한 전환을 맞는다.
-갈등을 초래하는 결정이 내려진다.
액션과 시점의 중요성을 염두에 둘 때 내러티브 오프닝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식은 ‘아무개(주인공)가 무엇을 했다(주로 과거시제)’이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에는 수천 가지가 있다. 이렇게 ‘주인공이 무엇을 했다’로 스토리를 여는 것이 항상 최선의 선택이 될 순 없다. 하지만 이 방식이 다양한 상황에 기막히게 잘 들어맞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내러티브를 요란하고 격렬한 액션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잔잔한 스토리에는 잔잔한 오프닝이 적절하다. 다만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액션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의 과학 저자 돈 드에이크는 에이즈라는 끔찍한 질병을 과학계가 최초로 인정한 사건을 재현하며, 이 역사적인 회의장에 핵심 과학자가 당도하는 모습을 매우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 면역학자는 미국 질병통제센터와 마주 보고 잇는 작은 호텔의 어둑한 라운지로 들어와 마티나를 주문했다.”라고.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죽어 가는 아버지를 지켜본 어린 소년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한 데이브 호건은 우연히 소년을 발견한 한 행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월요일 밤 미션 씨어티 앤드 펍에서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데 노스웨스트 포틀랜드 인도에 여덟 살짜리 사내아가 혼자 서 있었다. 소년의 얼굴에는 말라 버린 눈물 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2001년 톰 홀먼에게 특집기사 부문 퓰리처상을 안겨 준 3부작 내러티브의 첫 장면은 조용히 주인공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년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창백한 손으로 멍하니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 지속적 운동성
스토리는 심장박동처럼 끊임없이 운동성을 띠어야 한다. 내러티브는 시간이라는 줄에 에피소드를 알알이 꿰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멈춤 단추를 누르고 뭔가를 설명해야 한다.
성공한 저자 중 한 명이 죽음에 몰두한 메리 로치다. 그녀는 사체에 대한 1인칭 시점의 소설<인체 재활용>과 사후 세계를 다룬 <스푸크>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로치가 많은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스토리를 자신이 다루는 소재처럼 가만히 누워 있도록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동성은 거의 모든 글을 살려 낸다. <스푸크>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로치는 인도인 의사와 함께 환생한 혼령에 씌었다는 남자를 만나러 한 마을을 찾아간다. 로치는 상전노릇 하기 좋아하는 의사의 성격을 희극적 효과를 내는 데 사용한다. 그녀는 마을로 가는 차에 함께 탔을 때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러티브는 계속 굴러간다.
「인도인 의사가 다른 차도 아닌 바로 이 차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운전수 때문이다.
“순종적인 친구예요.”
라왓 박사는 출발하는 차 안에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대체로 순종적인 사람을 좋아하지요.“」
차가 출발하는 게 대단한 액션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스토리를 앞으로 굴러가게 한다.
● 액션의 언어
지미 브레슬린은 “뉴스는 동사다”라고 말했다. ~~~어제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가 아직도 그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고 해 보자. 이 사건 어디에 뉴스가 있겠는가? 소방대원들이 사다리 트럭을 타고 와 귀여운 고양이를 나무 꼭대기에서 구해 냈다면 이제 뉴스거리가 된다. ~~~동사는 액션을 의미한다. 게다가 스토리를 계속 움직이려면 좋은 동사가 많이 필요하다. 간단한 이치다. 하지만 많은 내러티브 작가 지망생이 약한 동사, 느슨한 문장으로 이 효과를 반감시켜 버리곤 한다. 동사를 쓸 줄 모르는 작가는 극적이어야 할 사건을 하품이 나오는 기록으로 만들어 버린다.
기자는 병사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든 사건을 이렇게 묘사했다.
「번쩍하고 커다란 굉음이 난 데 이어 먼지와 잔해로 된 버섯구름이 일었다. 차량 행렬을 겨냥한 노변폭탄이 선두에 있던 험비(군용 차량)를 갈기갈기 찢어 넣은 것이었다.」
기자는 모든 재료를 구비해 놓고는 액션이 약한 동사, 문장을 만들기 위한 의미 없는 형식어들, 불필요한 완료시제를 사용해 그 효과를 반감시켜버렸다. 액션을 재현하는 기본 지침 몇 가지를 지켰더라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오지 않앗을까.
「노변폭탄이 번쩍하고 터진 순간 선두에 있던 험비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먼지와 전해가 구름처럼 일었다.」
내러티브를 잘 쓰기 위해 동사에 통달할 필요는 없다. 연결동사, 타동사, 자동사를 구분해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정도면 된다.
헤이스택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신출내기 기자)얀은 전형적인 기사라면 첫 문장을 “어제 오후 레드먼드 주민 네 명을 태운 승용차 한 대가 도로를 미끄러지면서 크루커드 강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열두 살 소녀가 중태에 빠졌다”로 시작했을 소재를 만났다. 그녀는 이 소재를 붙들고 있다 한 달 뒤 내러티브를 내놓았다.
「밤색 포드 LTD가 부웅거리며 부지런히 폴리나를 향해 달리는 동안 어깨까지 오는 위노나 드미트리크 그레이엄의 머리카락이 연신 그녀의 얼굴을 찰싹 때렸다.
“누가 <더 셰이크>좀 꽃아 봐.”
타시나 허크먼이 뒷자리에서 소리쳤다. 위노 나는 조용히 웃었다. 열두 살 난 딸아이가 닐 맥코이의 새 앨범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하지 계기판의 시계를 흘깃 본 뒤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얀은 ‘찰싹 때리다, 부웅거리다, 흘깃 보다 등의 동사를 넣어 우리를 동적인 장면 속으로 안내한다. 그러고는 대개 그렇듯 잠시 속도를 늦추고 등장인물들이 왜 그 고속도로를 타고 서둘러 레드먼드에서 폴리나로 가고 있는지 배경을 설명한다.
「오후 12시 20분이었다. 열네 살인 그녀의 아들 티제이 그리고 가족처럼 지내는 열여덟 살 타이슨 리디가 폴리나 로데오에서 황소를 탈 예정이다. 그들은 지각할 것 같았다.」
액션을 벗어나는 문단이 한두 개를 넘지 않았다. 위노나와 그녀의 동승자가 누구인지, 왜 그들이 고속도로를 타고 있으며, 그들 주변의 풍경은 어떠한지 설명하자마자 즉시 우리를 액션의 한복판으로 되돌려 놓는다.
「차가 왼쪽으로 기울자 욕설과 함께 놀이기구 탈 때 터져 나오는 외마디 비명이 차 안에 난무했다. 차는 도로가의 자갈밭을 들이받고는 오른쪽 뒤로 격렬하게 휘청거렸다. 자갈과 흙먼지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 능동태
많은 사람이 능동태(혹은 수동태)를 단지 동사의 문제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 구문, 즉 구와 절의 문제다. ~~~수동태로 문장을 바꾸면 동사의 동적인 기운이 현저히 줄어든다. 동작을 받는 대상이 문장의 머리에 오도록 살짝 바꿀 뿐이다. 예를 들면 “비명이 대기를 갈랐다“를 ”대기가 비명에 의해 갈라졌다“로 바꾸는 것이다.
능동: 위노나는 간호사에게 타시나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부탁했다.
피동: 간호사는 타시나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부탁받았다.
능동: 의사는 그녀에게 사고 현장으로 다시 가 보라고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피동: 그녀는 의사에게 사고 현장으로 다시 가 보라는 격려를 받았다.
능동: 구급대는 소녀를 세인트찰스 매디컬센터로 긴급 후송하고...
피동: 소녀가 세인트찰스 메디컬센터로 긴급 후송되고...
수동태의 문제는 인물이 인과관계에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를 문장에서 사라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간혹 수동태를 옹호하는 사람은 액션을 행한 사람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으며, 스토리 흐름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얀 볼즈가 “타시나는 입원 엿새 만에 퇴원수속을 밟았다”라고 썼을 때 그녀의 퇴원을 도와 준 직원의 이름을 굳이 쓸 필요는 없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니 요령껏 피해 가면 된다.
● 시발점 뛰어넘기
얼마 전 한 친구가 내 원고를 첨삭해 준 적이 있었다. “그는 고요한 연못으로 낚싯줄을 던졌다”라고 써야 할 문장을 “그는 고요한 연못으로 낚싯줄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쓴 것이었다.
● 시간 표시 장치
내러티브는 액션의 연속이다. 독자가 항상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2중 3중의 내러티브 라인 등 글을 직선적인 순차 전개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치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아주 오래전 독자에게 이런 불만을 들은 뒤로 나는 최종 시안에서만큼은 스토리의 전개 순서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한다.
대개는 은근슬쩍 시간을 알린다. 가령 여름에서 가을로 훌쩍 넘어가 장면이 새로 시작될 때 나무의 색깔을 언급하는 것이다. 혹은 등장인물이 건물에서 걸어 나올 때 하늘에 해가 어디쯤 떠 있는지 살짝 언급해 시간을 알리기도 한다.
● 속도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호메로스에게 직접 듣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는 고향에서 출발한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의 성벽을 향해 이동하는 장면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트로이에 당도하기 전 에게 해를 건널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한 디테일은 생략한다. 진짜 액션을 파고들 수 있는 전쟁터로 우리를 데려가고 싶어한다.
스토리는 여행과 같다. ~~~스토리를 살려 줄 만한 흥미로운 대목을 많이 넣어 독자가 그 부분을 빠르게 읽도록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속도라는 것은 내러티브가 이 클라이맥스에서 다음 클라이맥스로 얼마나 빨리 이동하느냐는 뜻이기도 하다.
일단 정점에 다다르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리스 연합군을 트로이에 당도시킨 호메로스는 드라마를 감상할 여유를 준다.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던 아킬레스가 발뒤꿈치 힘줄에 치명상을 입고, 우리는 그 순간을 함께 한다. 호메로스는 속도를 늦추고, 감정이 격해진 목소리로 모든 디테일을 전한다.
그렇다면 속도는 어떻게 늦추는 걸까? 톰은 지면을 더 많이 할애한다고 말한다. “문장의 수를 늘리되, 그 길이는 짧아야 한다. 문단도 더 짧게 나누어 여백을 이용한다. 평소라면 그냥 건너뛰었겠지만 장면 속에 자연스럽게 여백이 생기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해설
해설은 내러티브의 적이다. 액션을 둔화시키고, 독자를 이야기 밖으로 끄집어내며, 조금 전까지 그들이 빠져 있던 무아지경을 산산조각 낸다. 하지만 어떤 스토리든 해설이 필요하다. 우선 스토리는 동기를 wdntls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독자는 왜 등장인물들이 이런저런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만 한다. 따라서 액션을 초월해 관련 배경 정보를 스토리 안에 넣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넣지 않는다. “모든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 블런델의 원칙이다.
「몸을 구부려 조리실로 들어선 선원 몇은 그곳이 파손된 것을 보고는 앞다투어 빠져나왔다. 독은 창백해진 얼굴로 윌리스를 바라보았다. ...」
노련한 작가는 독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은근슬쩍 주절 사이에 배경 설명을 집어넣는다. ~~~그림슬리 존슨은 <맴피스 커머셜 어필>에서 이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자들은 데이크론 소재의 정장을 입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시시피의 햇볕에 얼룩덜룩해진 팔에는 에나멜가죽 가방이 들려 있었다.」
이 문장이 얼마나 많은 사실을 담고 있는지 보자. 미소가 어색하다는 것은 여자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룩덜룩한 팔은 이들의 나이가 지긋함을 암시한다. 정장을 입었다는 것은 이들이 격식 있는 자리에 와 있음을 드러내지만, 데이크론과 에나멜가죽은 이들이 노동자 계층임을 시사한다. 또한 미시시피의 햇볕은 이들이 사는 곳이 어디인지를 말해 준다.
● 1인칭 시점 액션
8. 대화
1인칭 시점으로 내러티브 논픽션을 쓰면 작가는 이야기 속에 인물로 등장한다. 그래서 다른 등장인물과 작가가 나누는 대화가 나온다.
● 내적 독백
● 대화의 재구성
9. 주제
● 주제문
완성된 스토리에서 사건의 동선(소설에서는 플롯이라고 부른다)은 주제를 위해 존재한다.
● 주제는 작가의 투영
문학적 주제는 작가 개인의 가치관, 즉 인ㄱ나사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이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전제란 자신의 신념에서 나온다.
● 변함없는 단골 주제들
대부분의 스토리 이론가는 열두 가지 wdj도로 주제를 간추린다. 그런데<댈러스 타임스 헤럴드>의 글쓰기 코치였던 폴라 라로크는 <글쓰기에 관한 책>에서 그 두 배가 넘는 주제를 쏟아 낸다. 단골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주제로는 염원, 수색, 여정, 추구, 포획, 구조, 탈출, 사랑, 금지된 사랑, 짝사랑, 모험, 수수께끼, 미스터리, 희생, 발견, 유혹, 정체성의 상실 혹은 회복, 변질, 변신, 괴물 물리치기, 명계로의 추락, 환생, 속죄 등이 있다.
주제는 스토리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를 놓칠 위험이 있다. 바로 보편성이다. ~~~작가가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다는 것은 이야기 속 중니공의 삶이 독자의 삶과 만나는 교점을 찾아낸다는 뜻이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찾아낸다는 것은 훌륭한 작가만이 할 수 잇는 일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모든 주제는 교훈을 담고 있다.
● 주제 찾기
주제는 결국 자신에게서 나온다. 먼저 흥미로운 인물을 내세우고, 그럴싸한 시련을 던져 평온함을 뒤흔들면 이야기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이때 인물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세상 이치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서 나온다.
논픽션 작가는 주제를 q나드시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사실을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논픽션 전문가라면 그런 사실들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다만 일부라도 이해해야 한다.
톰 프렌치는 제목을 짓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때면 주제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나는 늘 장 제목, 소제목은 물론 전체 제목을 뽑으려고 고민한다. 그렇게 하면 스토리의 요지가 무엇인지, 구조와 힘이 무엇인지로 모든 생각이 수렴된다.
좋은 전제는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단어는 인물을 드러낸다. 두 번째 단어 ‘낭비’는 극의 결말을 암시하고, 세 번째 단어 ‘부른다’는 갈등을 나타낸다.
주제문에는 스토리의 구조가 들어 있다. 따라서 취재의 방향을 잡고 제목을 찾는데 도움을 주며, 글의 길이를 줄여야 할 때 무엇을 버리고 살려야 할지의 기준이 된다.
일단 주제문을 잡으면 주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동안 길잡이가 돼 줄 간단한 개요를 잡는다. 이야기의 소재에 대한 개요가 될 수도, 장면에 대한 개요가 될 수도 잇다. 그러고 나면 이제 저자로서의 여정에 오른다. 목적지를 알고 있으니 막막하지 않다.
10 취재
● 몰입
현장에서 지켜보기, 귀담아듣기, 냄새 맡고 피부로 느끼기. 이것이 몰입 취재다.
● 접근
● 관찰 및 재구성 내러티브
● 인터뷰 하기
● 인물, 장면, 액션, 주제
● 스토리를 보는 안목
세상사를 보편적인 스토리 요소로 나눌 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어디서든 스토리가 보인다. 갈등다운 갈등을 찾는다면 훌륭한 스토리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주인공 감을 알아볼 줄 알면 독자를 사로잡는 난관을 찾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멘 퍼슨은 ~~~“초점을 완전히 좁혀서 이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가, 그가 그것을 해낼 것인가만 보려고 해요. 그가 시합에서 이길 것인가? 상을 거머쥘 것인가? 졸도하지 않고 무사히 연설을 끝낼 것인가?”
톰 홀먼은 시련에 집중했다. 난관에 직면한 사람을 발견하면 바짝 붙어 다니며 끝내 시련을 극복하고 말 주인공을 찾아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모든 시련이 해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은 모두 시련에서 나온다. 그래서 존 프랭클린은 거꾸로 해결에서 스토리를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우리 앞에 놓인 신문이나 뉴스 웹사이트를 보면 해결이 널려 있다. 뉴스기사는 대부분 시작이 빠진 결말이다. 자동차 사고 보도는 한 피해자가 살아남기 위해 벌인 용기 있는 액션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프랭클린은 이런 영예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세상을 스토리 요소로 비추어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눈에는 어떤 것이 스토리이고, 어떤 것이 스토리가 아닌지 보여요. 덕분에 좋은 스토리감을 금방 집어낼 수 있지요.”
11 스토리 내러티브
스토리는 모두 똑간은 것 같지만 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눈송이를 닮았다.- 존 프랭클린
스토리 내러티브는 우리가 ‘스토리’하면 떠올리는 ‘주인공 →시련→해결’ 모델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이 기본 모델 안에는 많은 종류가 들어간다. 이 모델을 벗어나면 작업방식이 달라진다. 해설 내러티브는 대부분 주인공처럼 아주 기본적인 구성 요소가 없다. 내러티브 에세이는 서술자가 곧 주인공이다. 틱톡은 예외 없이 사건을 재구성 한다. 비네트는 순전히 관찰에 의존한다. 이런 형식들은 모두 논픽션 작가에게 풍부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제부터 이것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단편 혹은 중장편 스토리 내러티브를 보자.
● 단편 스토리 내러티브
단편 내러티브는 장면을 한두 개 젛는 데 그친다. 내 경험상 일련의 액션을 담는 장면을 하나 만드는데 최소한 500여 단어가 필요하다. ~~~단편 내러티브는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가고 다소 느닷없이 끝난다. 내러티브 포물선을 보면 상승과 하강 곡선이 가파르다. 나는 기자들에게 시작하자마자 바로 액션을 넣어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튜어트는 ‘픽업트럭이 시속 129킬로미터로 쌩하니 지나갔다’로 스토리를 시작하고, 생존자가 야기하는 병원 장면으로 간결하게 끝낸다.
(예. 라흐구하기 오페라 내러티브)노트에 내러티브 포물선을 그렸다.
1) 발단(로르티와 라흐 3번에 대한 배경 설명). 저녁 식사 자리
「일요일 저녁 6시, 오리건교향악단의 단장 윌리엄 라이버그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공연 이력을 관리하는 셀디 크레이머와 함께 이넨 테이블보가 깔린 사우스파크의 레스토랑에 앉아 있었다. 슈니처 대극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라이버그와 크레이머가 해산물 스튜와 모로코식 치킨을 막 주문했을 때 크레이머의 전화가 울렸다. 크레이머가 벌떡 일어서더니 설명할 새도 없이 레스토랑을 뛰쳐나갔다. 」
● 장편 스토리 내러티브
나는 줄리에게 주제문을 만들어 보라고 말했다. 스토리를 쓰며 주제문을 만들어 본 적이 없던 터라 주어-타동사-목적어 형태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주제문에는 앞으로 쓰게 될 스토리에 방향을 잡아 줄 핵심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장면1: 다섯 아이의 미혼모 도러시, 바닥을 치다.
-심나쇼 롱하우스에서 열린 부족장의 가족 파티에 들이닥치다.
-차를 몰고 아이들이 방치돼 있는 집을 그냥 지나치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포틀랜드의 치료 센터에 들어가다.
장면2:술이 도러시의 아이들을 고아로 만들다.
-아버지 체슬리 야틴의 집에 남아 있는 도러시의 아이들.
-아이들이 음주 운전을 하고 싸움을 벌이다.
-할아버지 야틴, 점점 지쳐 가다.
장면3: “내 이름은 도러시예요. 난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자기반성과 희망을 안고 나라(알코홀 중독 치료 프로그램)를 졸업하다.
장면4: 재결합
-술을 끊고 달라진 도러시, 아들 세실과 다시 살게 되다.
-할아버지와 아들은 여전히 도러시를 믿지 못하다.
장면5: 집에 남겨진 아이들이 비틀거리다.
-엄마와 사는 세실은 문제없이 잘 자라는 반면 집에 남은 아니들은 철창에 갇힌다.
-손주의 면회를 가던 할아버지, 딸이 겪은 일이 반복될까 괴로워한다.
장면6: 실종된 세대의 문제는 그 이전 세대에서 비롯된다.
-체슬리 야틴은 강제로 기숙학교에 들어가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고, 언어마저 박탈당했다.
-도망치듯 미군에 입대해 위생병으로 한국전에 참전하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술이 그의 첫 번째 결혼을 박살내다.
장면7: 술이 없는, 단란한 두 번째 결혼에서 도러시가 태어나다.
-도러시의 엄마가 당뇨로 요절하면서 가족이 와해되기 시작하다.
-아들 넷과 딸 하나가 사고로 죽음을 맞다.
장면8: 천덕꾸러기 도러시. 거리를 떠돌다.
-코카인에 중독된 아기, 아멜리오를 출산하다.
-아버지와 부족원들이 이 아기를 구해내다.
-도러시, 책임과 법을 피해 달아나다.
장면9: 술을 끊은 도러시가 새 삶을 시작하러 들어온다.
-윔스프링스로 돌아와 감옥에 갈 각오로 법정에 출두하다.
-체포영장이 기각되다.
-아이들의 임시 양육권을 되찾다.
장면10: 보호구역에 복귀한 뒤 절주 결심이 흔들리다.
-위험천만한 재회.
-존경받는 아버지에게 망신을 주다.
-도러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보호구역에서 도망치다.
장면11: 도러시, 처음으로 엄마노릇을 하다.
-엄마 곁에서 자라며 달라지는 아이들.
-윔스프링스의 양부모 집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아멜리오.
-도러시, 완전한 법적 양육권을 얻다.
장면12: 도러시가 돌아오다.
-보호구역에 있어도 집은 더 이상 알코홀에 노출된 위험한 곳이 아니다.
12 해설 내러티브
13 그 밖의 내러티브
내러티브의 가장 기본은 액션의 연속이다.
● 경수필
1000단어짜리 경수필 구조
파트1: 내러티브/650단어/매우 구체적으로
파트2: 전환/150단어/ 구체적인 것에서 일반론으로
파트3: 결론/200단어/ 요약 정리
● 칼럼
칼럼은 신문, 잡지, 온라인을 막론하고 길이가 800단어 내외로 거의 정해져 있다.
14. 윤리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