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에 숨어있는 수학]
풍경인줄 알았는데 그림이네? 수평선 이어져 생긴 착각이죠
입력 : 2020.07.31 03:00 조선일보
르네 마그리트의 착시
우리 속담에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눈이 인간 삶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인데요. 이런 중요한 눈이 자주 착시를 일으킵니다.
착시란 어떤 사물의 크기나 모양, 빛깔 등의 객관적인 성질과 우리 눈으로 본 성질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때 생기는 '착각'입니다. 화가들은 종종 이런 착시를 이용해서 그림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곤 하는데요. 오늘은 착시를 이용한 그림 작품과 그 속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를 해볼게요.
◇착시를 일으키는 평행선 20세기 '초현실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르네 마그리트(Magritte·1898~1967)가 그린 '인간의 조건'을 볼까요? 착시를 이용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이 그림은 방으로 보이는 공간과 바깥 해변가를 묘사했는데, 오른쪽에 놓인 이젤 때문에 마치 안과 밖이 하나의 공간처럼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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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인간의 조건'(1935년·왼쪽 그림)과 '유클리드의 산책'(1955년)입니다.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벨기에 화가 마그리트는 평행선을 통해 출입문이 오른쪽 그림쪽으로 트인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켰고, 평행한 도로를 뾰족한 원뿔처럼 그려서 '평행선은 만나지 않는다'는 명제를 비틀려고 했어요. /위키피디아
마그리트는 바다의 수평선과 해변의 평행선, 이젤의 평행선, 문의 평행선 등 평행선을 이용해 착시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방과 풍경의 경계가 어디인지 잠시 헷갈리게 됩니다.
실제 평행선은 착시를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평행선이란 한 평면 위에서 서로 만나지 않는 두 직선을 가리키는데요. 19세기 독일의 심리학자 프란츠 뮐러 라이어가 고안한 '뮐러 라이어 착시'가 대표적이에요. 똑같은 길이의 두 평행선이 끝에 달려있는 '화살표' 방향 때문에 다른 길이로 보이는 현상이죠. 또 사다리꼴 모양으로 기울어진 두 선분 사이에 똑같은 길이의 평행선 두 개를 위아래로 배치하면 위의 평행선이 더 길어 보이는 '폰조 착시', 방사선과 교차해서 평행한 두 직선을 그으면 두 직선이 더 이상 평행하지 않고 구부러져 보이는 '분트-헤링 착시' 등도 유명해요.
◇유클리드 기하학 비튼 원근법
마그리트는 원근법을 이용해 착시를 일으키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유클리드의 산책'이 대표적인 그림이에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인 유클리드는 아무리 연장해도 절대 서로 만날 수 없는 직선을 '평행선'이라 정의했는데요. 마그리트는 원근법을 이용해서 유클리드의 정의가 그림 속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답니다.
이 그림에서 착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먼저 저 멀리 두 사람이 걷고 있는 도로를 보세요. 끝이 한 점에서 만나 마치 원뿔처럼 보이네요. 실제 도로의 양쪽 끝은 평행해서 만나지 않지만, 그림에서는 원근법을 이용해서 도로변이 마치 한 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2) 두 번째 착시는 '인간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방 안에 놓인 이젤 위 그림이 창밖 실제 풍경과 정확하게 일치해서 마치 투명한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3) 세 번째 착시는 창밖에 보이는 원뿔 모양 뾰족탑처럼 원근법으로 만든 도로도 원뿔 뾰족탑처럼 보이게 해서 그림 속에 마치 두 뾰족탑이 나란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입니다. 마그리트는 실제 평행선도 2차원 그림으로 나타내면 끝에서 서로 만날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 거예요.
'기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클리드는 기원전 4세기 자신의 책 '원론(Elements)'에서 수학의 기초인 23개 정의와 5개 공리(조건 없이 맞는 명제), 5개 공준(기하학적 명제)을 기본으로 수학적 명제 465개를 발표했습니다. 그중에서 흔히 '평행선 공준'이라고 하는 제5공준을 통해 두 직선이 평행하면 두 직선 사이의 거리는 항상 일정하다고 주장했지요.
하지만 후대 수학자들은 이 공준이 항상 옳은가에 대해 의심했고, 마침내 두 직선이 평행하다 하더라도 두 직선 사이 거리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있음을 밝혀냈답니다. 그래서 이 공준이 성립하느냐 그러지 않느냐에 따라 기하학을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非)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나누어요.
현재 우리가 고등학교까지 배우고 있는 기하학은 모두 유클리드 기하학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은 유클리드의 '원론'을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했고, 마그리트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나온 후 이 같은 그림으로 유클리드의 주장이 틀렸다는 걸 보여줬어요.
이처럼 마그리트는 보는 이에게 생각의 일탈을 유도하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일상적인 풍경을 그린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상들이 대부분 평범치 않은 배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럴 때 느껴지는 낯섦과 기묘함이 마그리트 작품의 특징이죠. 이미지의 반란과 배신, 상식에 대한 도전을 통해 사물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 이광연 '미술관에 간 수학자' 저자 기획·구성=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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