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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旨略 - 王弼
夫物之所以生, 功之所以成, 必生乎無形, 由乎無名. 無形無名者, 萬物之宗也. 不溫不凉, 不宮不商, 聽之不可得而聞, 視之不可得而彰, 體之不可得而知, 味之不可得而嘗. 故其爲物也則混成, 爲象也則無形, 爲音也則希聲, 爲味也則無呈. 故能爲品物之宗主, 苞通天地, 靡使不經也. 若溫也則不能凉矣, 宮也則不能商矣. 形必有所分, 聲必有所屬. 故象而形者, 非大象也; 音而聲者, 非大音也.
然則, 四象不形, 則大象無以暢; 五音不聲, 則大音無以至. 四象形而物無所主焉, 則大象暢矣; 五音聲而心無所適焉, 則大音至矣. 故執大象則天下往, 用大音則風俗移也. 無形暢, 天下雖往, 往而不能釋也; 希聲至, 風俗雖移, 移而不能辯也. 是故天生五物, 無物爲用. 聖行五敎, 不言爲化. 是以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也. 五物之母, 不炎不寒, 不柔不剛; 五敎之母, 不曒不昧, 不恩不傷. 雖古今不同, 時移俗易, 此不變也, 所謂自古及今, 其名不去者也. 天不以此, 則物不生; 治不以此, 則功不成. 故古今通, 終始同; 執古可以御今, 證今可以知古始; 此所謂常者也. 無曒昧之狀, 溫凉之象, 故知常曰明也. 物生功成, 莫不由乎此, 故以閱衆甫也.
夫奔電之疾猶不足以一時周, 御風之行猶不足以一息期. 善速在不疾, 善至在不行. 故可道之盛, 未足以官天地; 有形之極, 未足以府萬物. 是故歎之者不能盡乎斯美, 詠之者不能暢乎斯弘. 名之不能當, 稱之不能旣. 名必有所分, 稱必有所由. 有分則有不兼, 有由則有不盡; 不兼則大殊其眞, 不盡則不可以名, 此可演而明也.
夫道也者, 取乎萬物之所由也; 玄也者, 取乎幽冥之所出也; 深也者, 取乎探賾而不可究也; 大也者, 取乎彌綸而不可極也; 遠也者, 取乎綿邈而不可及也; 微也者, 取乎幽微而不可覩也. 然則道ㆍ玄ㆍ深ㆍ大ㆍ微ㆍ遠之言, 各有其義, 未盡其極者也. 然彌綸無極, 不可名細; 微妙無形, 不可名大. 是以篇云‘字之曰道’, ‘謂之曰玄’, 而不名也. 然則, 言之者失其常, 名之者離其眞, 爲之者則敗其性, 執之者則失其原矣. 是以聖人不以言爲主, 則不違其常; 不以名爲常, 則不離其眞; 不以爲爲事, 則不敗其性; 不以執爲制, 則不失其原矣.
然則, 老子之文, 欲辯而詰者, 則失其旨也; 欲名而責者, 則違其義也. 故其大歸也, 論太始之原以明自然之性, 演幽冥之極以定惑罔之迷. 因而不爲, 損而不施; 崇本以息末, 守母以存子; 賤夫巧術, 爲在未有; 無責於人, 必求諸己 此其大要也.
而法者尙乎齊同, 而刑以檢之. 名者尙乎定眞, 而言以正之. 儒者尙乎全愛, 而譽以進之. 墨者尙乎儉嗇, 而矯以立之. 雜者尙乎衆美, 而總以行之. 夫刑以檢物, 巧僞必生; 名以定物, 理恕必失; 譽以進物, 爭尙必起; 矯以立物, 乖違必作; 雜以行物, 穢亂必興. 斯皆用其子而棄其母. 物失所載, 未足守也. 然致同塗異, 至合趣乖, 而學者惑其所致, 迷其所趣. 觀其齊同, 則謂之法; 覩其定眞, 則謂之名; 察其純愛, 則謂之儒; 鑒其儉嗇, 則謂之墨; 見其不係, 則謂之雜. 隨其所鑒而正名焉, 順其所好而執意焉. 故使有紛紜憒錯之論, 殊趣辯析之爭, 蓋由斯矣.
又其爲文也, 擧終以證始, 本始以盡終; 開而弗達, 導而弗牽. 尋而後旣其義, 推而後盡其理. 善發事始以首其論, 明夫會歸以終其文. 故使同趣而感發者, 莫不美其興言之始, 因而演焉; 異旨而獨構者, 莫不說其會歸之徵, 以爲證焉. 夫途雖殊, 必同其歸; 慮雖百, 必均其致. 而擧夫歸致以明至理, 故使觸類而思者, 莫不欣其思之所應, 以爲得其義焉.
凡物之所以存, 乃反其形; 功之所以剋, 乃反其名. 夫存者不以存爲存, 以其不忘亡也; 安者不以安爲安, 以其不忘危也. 故保其存者亡, 不忘亡者存; 安其位者危, 不忘危者安. 善力擧秋毫, 善聽聞雷霆, 此道之與形反也. 安者實安, 而曰非安之所安; 存者實存, 而曰非存之所存; 侯王實尊, 而曰非尊之所爲; 天地實大, 而曰非大之所能; 聖功實存, 而曰絶聖之所立; 仁德實著, 而曰棄仁之所存. 故使見形而不及道者, 莫不忿其言焉.
夫欲定物之本者, 則雖近而必自遠以證其始. 夫欲明物之所由者, 則雖顯而必自幽以敍其本. 故取天地之外, 以明形骸之內; 明侯王孤寡之義, 而從道一以宣其始. 故使察近而不及流統之原者, 莫不誕其言以爲虛焉. 是以云云者, 各申其說, 人美其亂. 或迂其言, 或譏其論, 若曉而昧, 若分而亂, 斯之由矣.
名也者, 定彼者也, 稱也者, 從謂者也. 名生乎彼, 稱出乎我. 故涉之乎無物而不由, 則稱之曰道, 求之乎無妙而不出, 則謂之曰玄. 妙出乎玄, 衆由乎道. 故生之畜之, 不壅不塞, 通物之性, 道之謂也.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有德而無主, 玄之德也. 玄, 謂之深者也; 道, 稱之大者也. 名號生乎形狀, 稱謂出乎涉求. 名號不虛生, 稱謂不虛出. 故名號則大失其旨, 稱謂則未盡其極. 是以謂玄則玄之又玄, 稱道則域中有四大也.
老子之書, 其幾乎可一言而蔽之. 噫! 崇本息末而已矣. 觀其所由, 尋其所歸, 言不遠宗, 事不失主. 文雖五千, 貫之者一; 義雖廣贍, 衆則同類. 解其一言而蔽之, 則無幽而不識; 每事各爲意, 則雖辯而愈惑.
嘗試論之曰: 夫邪之興也, 豈邪者之所爲乎? 淫之所起也, 豈淫者之所造乎? 故閑邪在乎存誠, 不在善察; 息淫在乎去華, 不在滋章; 絶盜在乎去欲, 不在嚴刑; 止訟存乎不尙, 不在善聽. 故不攻其爲也, 使其無心於爲也; 不害其欲也, 使其無心於欲也. 謀之於未兆, 爲之於未始, 如斯而已矣.
故竭聖智以治巧僞, 未若見質素以靜民欲; 興仁義以敦薄俗, 未若抱樸以全篤實; 多巧利以興事用, 未若寡私欲以息華競. 故絶司察, 潛聰明, 去勸進, 翦華譽, 棄巧用, 賤寶貨, 唯在使民愛欲不生, 不在攻其爲邪也. 故見素樸以絶聖智, 寡私欲以棄巧利, 皆崇本以息末之謂也.
夫素樸之道不著, 而好欲之美不隱, 雖極聖明以察之, 竭智慮以攻之, 巧愈思精, 僞愈多變, 攻之彌甚, 避之彌勤. 則乃智愚相欺, 六親相疑, 樸散眞離, 事有其奸. 蓋舍本而攻末, 雖極聖智, 愈致斯災, 況術之下此者乎! 夫鎭之以素樸, 則無爲而自正; 攻之以聖智, 則民窮而巧殷. 故素樸可抱, 而聖智可棄. 夫察司之簡, 則避之亦簡; 竭其聰明, 則逃之亦察. 簡則害樸寡, 密則巧僞深矣. 夫能爲至察探幽之術者, 匪唯聖智哉? 其爲害也, 豈可記乎! 故百倍之利未渠多也.
夫不能辯名, 則不可與言理; 不能定名, 則不可與論實也. 凡名生於形, 未有形生於名者也. 故有此名必有此形, 有此形必有其分. 仁不得謂之聖, 智不得謂之仁, 則各有其實矣. 夫察見至微者, 明之極也, 探射隱伏者, 慮之極也. 能盡極明, 匪唯聖乎? 能盡極慮, 匪唯智乎? 校實定名, 以觀絶聖, 可無惑矣.
夫敦樸之德不著, 而名行之美顯尙, 則修其所尙而望其譽, 修其所道而冀其利. 望譽冀利以勤其行, 名彌美而誠愈外, 利彌重而心愈競. 父子兄弟, 懷情失直, 孝不任誠, 慈不任實, 蓋顯名行之所招也. 患俗薄而名興行, 崇仁義, 愈致斯僞, 況術之賤者乎? 故絶仁棄義以復孝慈, 未渠弘也.
夫城高則衝生, 利興則求深. 苟存無欲, 則雖賞而不竊; 私欲苟行, 則巧利愈昏. 故絶巧棄利, 代以寡欲, 盜賊無有, 未足美也. 夫聖智, 才之傑也; 仁義, 行之大者也; 巧利, 用之善也. 本苟不存, 而興此三美, 害猶如之, 況術之有利, 斯以忽素樸乎!
古人有歎曰: 甚矣, 何物之難悟也! 旣知不聖爲不聖, 未知聖之不聖也; 旣知不仁爲不仁, 未知仁之爲不仁也. 故絶聖而後聖功全, 棄仁而後仁德厚. 夫惡强非欲不强也, 爲强則失强也; 絶仁非欲不仁也, 爲仁則僞成也. 有其治而乃亂, 保其安而乃危. 後其身而身先, 身先非先身之所能也; 外其身而身存, 身存非存身之所爲也. 功不可取, 美不可用. 故必取其爲功之母而已矣. 篇云, 旣知其子, 而必復守其母. 尋斯理也, 何往而不暢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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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旨略 1 - 王弼
夫物之所以生, 功之所以成, 必生乎無形, 由乎無名. 無形無名者, 萬物之宗也. 不溫不凉, 不宮不商, 聽之不可得而聞, 視之不可得而彰, 體之不可得而知, 味之不可得而嘗. 故其爲物也則混成, 爲象也則無形, 爲音也則希聲, 爲味也則無呈. 故能爲品物之宗主, 苞通天地, 靡使不經也. 若溫也則不能凉矣, 宮也則不能商矣. 形必有所分, 聲必有所屬. 故象而形者, 非大象也; 音而聲者, 非大音也.
夫物之所以生, 功之所以成, 必生乎無形, 由乎無名.
- 사물(物)이 생겨나고 공(功)이 이루어지는 바는 필경 무형(無形)에서 생겨나고 무명(無名)으로 말미암는 것이므로,
無形無名者, 萬物之宗也.
- 무형(無形), 무명(無名)이 만물의 종주(宗) 내지는 근원이다.
不溫不凉, 不宮不商, 聽之不可得而聞, 視之不可得而彰, 體之不可得而知, 味之不可得而嘗.
- (그것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궁음(宮音)도 상음(商音)도 아니고, 들어도 들을 수 없고, 만져봐도 알 수 없고, 맛을 보려해도 맛볼 수가 없는 것이다.
故其爲物也則混成, 爲象也則無形, 爲音也則希聲, 爲味也則無呈.
- 고로, 물(物)로는 혼돈 속에서 이루어졌고(混成), 그 상(象)으로는 무형(無形)이고. 그 음으로는 듣기 어렵고, 맛으로는 무맛이다.
故能爲品物之宗主, 苞通天地, 靡使不經也.
- 고로, 능히 만물의 종주(宗主)가 되어 천지를 관장할지니(苞通), 이를 거치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若溫也則不能凉矣, 宮也則不能商矣. 形必有所分, 聲必有所屬.
- 뜨겁다면 차가울 수 없고, 궁음이라면 상음이 될 수 없고, 형체(形)는 반드시 구분할 데가 있고, 소리(聲)는 반드시 속하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故象而形者, 非大象也; 音而聲者, 非大音也.
- 고로, 상(象)으로 있으면서 형체(形)가 있다는 것은 대상(大象)이 아닌 것이요, 음(音)으로 있으면서 소리가 난다는 것은 대음(大音)이 아니리라.
宮 (집 궁)1. 집, 가옥(家屋) 2. 대궐(大闕), 궁전(宮殿) 3. 종묘(宗廟: 역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던 왕실의 사당) 4. 사당(祠堂) 5. 절, 불사(佛寺) 6. 학교(學校) 7. 담, 장원(牆垣ㆍ墻垣) 8. 마음 9. 임금의 아내나 첩...
1. [음악 ] 동양 음악에서, 오음계 가운데 첫째 음.
2. [음악 ] 동양 음악에서, 칠음계 가운데 첫째 음.
商 (장사 상)1. 장사 2. 장수(장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 3. 철로는 가을, 오행으로는 금, 방위(方位)로는 서쪽(西-) 4. 서쪽(西-) 5. 가을 6. 몫, 어떤 수를 다른 수로 나누어서 얻은 수 7. 별의 이름 8. 오음(五音)의 하나
體 (몸 체)1. 몸, 신체(身體) 2. 몸소, 친히(親-) 3. 형상(形狀) 4. 근본(根本) 5. 격식(格式) 6. 물질(物質) 7. 물체(物體) 8. 서체(書體) 9. 체재(體裁) 10. 체험하다(體驗--) 11. 체득하다(體得--) 12. 알아주다 13. 생각하다
嘗 (맛볼 상)1. 맛보다 2. 음식을 맛보다 3. 경험하다(經驗--) 4. 시험하다(試驗--) 5. 체험하다(體驗--) 6. 겪다 7. 가을의 제사(祭祀) 8. 일찍이 9. 과거에(過去-) 10. 이전에 11. 시험삼아
呈 (드릴 정, 한도 정, 미칠 광)1. 드리다 2. 웃사람에게 바치다 3. 나타내다 4. 나타나다 5. 드러내 보이다 6. 뽐내다 7. 상쾌하다(爽快--) 8. 한도(限度) 9. 한정(限定) 10. 청원서 a. 미치다(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광)
品 (물건 품)1. 물건(物件), 물품(物品) 2. 등급(等級), 차별(差別) 3. 품격(品格), 품위(品位), 질, 성질(性質) 4. 품계(品階), 벼슬 차례(次例), 벼슬의 등급(等級) 5. 종류(種類), 갈래, 가지 6. 법(法), 규정(規定) 7. 온갖
苞 (쌀 포)1. 싸다 2. 더부룩이 나다 3. 우거지다 4. 무성하다(茂盛--) 5. 꽃망울 6. 꽃봉오리 7. 덤불(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 8. 풀의 이름 9. 밑(물체의 아래나 아래쪽) 10. 근본(根本)
通 (통할 통)1. 통하다(通--) 2. 내왕하다(來往--) 3. 알리다 4. 알다 5. 정을 통하다(通--) 6. 통(편지 따위를 세는 단위)
靡 (쓰러질 미, 갈 마)1. 쓰러지다 2. 쓰러뜨리다 3. 멸하다(滅--) 4. 말다, 금지하다(禁止--) 5. 호사하다 6. 다하다 7. 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a. 갈다(단단한 물건에 대고 문지르거나 단단한 물건 사이에 넣어 으깨다) (마) b....
經 (지날 경, 글 경)1. 지나다 2. 목매다 3. 다스리다 4. 글 5. 경서(經書) 6. 날 7. 날실 8. 불경(佛經) 9. 길 10. 법(法) 11. 도리(道理) 12. 지경(地境: 땅의 가장자리, 경계) 13. 경계(境界)
凉 (서늘할 량, 서늘할 양)1. 서늘하다 2. 얇다, 엷다 3. 외롭다, 쓸쓸하다 4. (바람을)쐬다 5. 맑다, 깨끗하다 6. 미쁘다, 진실되다(眞實--) 7. 돕다, 보좌하다(補佐ㆍ輔佐--) 8. 가을 9. 맑은 술 10. 슬픔, 시름, 근심 11. 양암(諒闇: 임금이
사물(物)이 생겨나고 공(功)이 이루어지는 바는 필경 무형(無形)에서 생겨나고 무명(無名)으로 말미암는 것이므로, 무형(無形), 무명(無名)이 만물의 종주(宗) 내지는 근원이다. (그것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궁음(宮音)도 상음(商音)도 아니고, 들어도 들을 수 없고, 만져봐도 알 수 없고, 맛을 보려해도 맛볼 수가 없는 것이다. 고로, 물(物)로는 혼돈 속에서 이루어졌고(混成), 그 상(象)으로는 무형(無形)이고. 그 음으로는 듣기 어렵고, 맛으로는 무맛이다. 고로, 능히 만물의 종주(宗主)가 되어 천지를 관장할지니(苞通), 이를 거치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뜨겁다면 차가울 수 없고, 궁음이라면 상음이 될 수 없고, 형체(形)는 반드시 구분할 데가 있고, 소리(聲)는 반드시 속하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고로, 상(象)으로 있으면서 형체(形)가 있다는 것은 대상(大象)이 아닌 것이요, 음(音)으로 있으면서 소리가 난다는 것은 대음(大音)이 아니리라.
老子旨略 2 - 王弼
然則, 四象不形, 則大象無以暢; 五音不聲, 則大音無以至. 四象形而物無所主焉, 則大象暢矣; 五音聲而心無所適焉, 則大音至矣. 故執大象則天下往, 用大音則風俗移也. 無形暢, 天下雖往, 往而不能釋也; 希聲至, 風俗雖移, 移而不能辯也. 是故天生五物, 無物爲用. 聖行五敎, 不言爲化. 是以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也. 五物之母, 不炎不寒, 不柔不剛; 五敎之母, 不曒不昧, 不恩不傷. 雖古今不同, 時移俗易, 此不變也, 所謂自古及今, 其名不去者也. 天不以此, 則物不生; 治不以此, 則功不成. 故古今通, 終始同; 執古可以御今, 證今可以知古始; 此所謂常者也. 無曒昧之狀, 溫凉之象, 故知常曰明也. 物生功成, 莫不由乎此, 故以閱衆甫也.
然則, 四象不形, 則大象無以暢; 五音不聲, 則大音無以至.
- 그러할지니. 사상(四象)이 형체를 띄지 않는데, 대상(大象)이 드러날 이유가 없고, 오음(五音)에 소리가 나지 않는데, 대음(大音)이 들릴 리가 없는 것이다.
四象形而物無所主焉, 則大象暢矣; 五音聲而心無所適焉, 則大音至矣. 故執大象則天下往, 用大音則風俗移也.
- (다만) 사상(四象)이 형체를 띄더라도 만물이 그를 주(主)으로 삼지 않는다면(형체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대상(大象)이 드러나고, 오음(五音)이 소리가 나더라도 그 소리에 마음 쏠리는 바가 없으면 대음(大音)이 들릴 수 있게 되는 법이다. 고로, 이러한 '대상(大象)을 잡으면 천하가 모여들고' 이러한 대음(大音)을 쓰면 풍속이 달라지리라.
無形暢, 天下雖往, 往而不能釋也; 希聲至, 風俗雖移, 移而不能辯也.
- 무형(無形)으로 대상이 드러나면 천하가 모여들고, 모여들더라도 그 연유를 알지못하고, 듣기 어려운 소리(希聲)로 대음(大音)에 이르면 풍속이 달라지고, 달라지더라도 그 연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是故天生五物, 無物爲用. 聖行五敎, 不言爲化. 是以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也.
- 이런 연유로, 천(天)은 다섯 가지 물(物, 金ㆍ木ㆍ水ㆍ火ㆍ土)을 내더라도 무(無)를 쓰임(用)으로 삼고, 성인은 다섯 가지 가르침(인의예지신)을 행하지만 말없음으로 교화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도는 도라고 하면 항상 그러한 도가 아니고, 이름에 이름을 붙이면 항상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五物之母, 不炎不寒, 不柔不剛; 五敎之母, 不曒不昧, 不恩不傷.
- 다섯 가지 물건의 근원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단단하지도 않으며, 다섯 가지 가르침의 근원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은혜롭지도 해롭지도 않다.
雖古今不同, 時移俗易, 此不變也, 所謂自古及今, 其名不去者也.
- 비록 옛날과 지금이 같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풍속이 달라지더라도 이 점만은 변하지 않으니, 이를 일러, '예나 지금이나 도라는 이름이 사라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天不以此, 則物不生; 治不以此, 則功不成.
- 이것이 아니고서는 하늘이 사물을 낳을 수 없고, 이것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곧 공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故古今通, 終始同; 執古可以御今, 證今可以知古始; 此所謂常者也.
- 고로,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바가 있고, 끝이나 시작이 같은 것이므로, 옛 것을 잡으면 지금 것을 맞이하고, 지금 것을 증거삼아 옛 (도의) 시원을 아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이르기를, 상(常, 영원함, 항상됨)이라 하리라.
無曒昧之狀, 溫凉之象, 故知常曰明也.
- 이 상(常)이라는 것은 밝고 어두운 형상(狀)이 없고 따뜻하고 차가운 상(象)이 없는 것이기에, 이 영원한 내지는 항상된 이치(常)를 아는 것이야말로 밝음 내지는 깨달음(明)이라 하리라.
物生功成, 莫不由乎此, 故以閱衆甫也.
- (또한) 만물이 생겨나고 공이 이뤄지는 것에 이러한 이치를 따르지 않은 것이 없겠기에, 이를 통해 만물 시원(衆甫)을 살핀다고 한 것이다.
暢 (화창할 창)1. 화창하다(和暢--) 2. 통쾌하다(痛快--) 3. 후련하다 4. 통하다(通--) 5. 막힘이 없다 6. 펴다, 진술하다(陳述--) 7. 자라다 8. 번성하다(蕃盛ㆍ繁盛--), 우거지다 9. 순조롭다(順調--) 10. 통쾌하게(痛快--)
至 (이를 지, 덜렁대는 모양 질)1.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到達--) 2. (영향을)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3. 과분하다(過分--), 정도(程度)를 넘다 4. 지극하다(至極--) 5. 힘쓰다, 다하다 6. 이루다
適 (맞을 적)1. 맞다 2. 마땅하다 3. 가다 4. 시집가다(媤---) 5. 즐기다 6. 꾸짖다 7. 전일하다(專---: 마음과 힘을 모아 오직 한 곳에만 쓰다) 8. 마침 9. 맏아들 10. 큰마누라
移 (옮길 이, 크게 할 치)1. 옮기다 2. 늦추다 3. 옮겨 심다, 모내기 하다 4. 바꾸다, 변하다(變--) 5.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연루되다(連累ㆍ緣累--) 6.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雖 (비록 수, 벌레 이름 수, 짐승 이름 유)1. 비록 2. 아무리 ~하여도 3. 그러나 4. 도마뱀붙이 5. 벌레의 이름 6. 밀다 7. 추천하다(推薦--) a. 짐승의 이름 (유)
釋 (풀 석, 기뻐할 역)1. 풀다 2. 설명하다(說明--) 3. 풀리다, 깨닫다 4. (의심이나 오해가)사라지다, 벗다 5. 용서하다(容恕--) 6. 놓아주다, 석방하다(釋放--) 7. 내놓다, 내버리다 8. 쫓기다, 추방하다(追放--) 9. (쌀을)씻다 10. 깔다,...
辯 (말씀 변, 두루 미칠 편)1. 말씀 2. 이리저리 둘러대는 말 3. 문체(文體)의 이름 4. 말을 잘하다 5. (말에)조리(條理)가 있다 6. 교묘(巧妙)하게 말하다 7. 말다툼하다, 논쟁하다(論爭--) 8. 다투다, 변론하다(辯論--) 9. 말하다, 이야기하다...
曒 (밝을 교)1. 밝다 2. 흰 돌이나 옥(玉)
易 (바꿀 역, 쉬울 이)1. 바꾸다, 고치다 2. 교환하다(交換--), 무역하다(貿易--) 3. 전파하다(傳播--), 번지어 퍼지다 4. 바뀌다, 새로워지다 5. 다르다 6. 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배반하다(背反ㆍ背叛--) 7. 주역(周易), 역학(易學)
그러할지니. 사상(四象)이 형체를 띄지 않는데, 대상(大象)이 드러날 이유가 없고, 오음(五音)에 소리가 나지 않는데, 대음(大音)이 들릴 리가 없는 것이다. (다만) 사상(四象)이 형체를 띄더라도 만물이 그를 주(主)으로 삼지 않는다면(형체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대상(大象)이 드러나고, 오음(五音)이 소리가 나더라도 그 소리에 마음 쏠리는 바가 없으면 대음(大音)이 들릴 수 있게 되는 법이다. 고로, 이러한 '대상(大象)을 잡으면 천하가 모여들고' 이러한 대음(大音)을 쓰면 풍속이 달라지리라. 무형(無形)으로 대상이 드러나면 천하가 모여들고, 모여들더라도 그 연유를 알지못하고, 듣기 어려운 소리(希聲)로 대음(大音)에 이르면 풍속이 달라지고, 달라지더라도 그 연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천(天)은 다섯 가지 물(物, 金ㆍ木ㆍ水ㆍ火ㆍ土)을 내더라도 무(無)를 쓰임(用)으로 삼고, 성인은 다섯 가지 가르침(인의예지신)을 행하지만 말없음으로 교화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도는 도라고 하면 항상 그러한 도가 아니고, 이름에 이름을 붙이면 항상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물건의 근원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단단하지도 않으며, 다섯 가지 가르침의 근원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은혜롭지도 해롭지도 않다. 비록 옛날과 지금이 같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풍속이 달라지더라도 이 점만은 변하지 않으니, 이를 일러, '예나 지금이나 도라는 이름이 사라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니고서는 하늘이 사물을 낳을 수 없고, 이것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곧 공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고로,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바가 있고, 끝이나 시작이 같은 것이므로, 옛 것을 잡으면 지금 것을 맞이하고, 지금 것을 증거삼아 옛 (도의) 시원을 아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이르기를, 상(常, 영원함, 항상됨)이라 하리라. 이 상(常)이라는 것은 밝고 어두운 형상(狀)이 없고 따뜻하고 차가운 상(象)이 없는 것이기에, 이 영원한 내지는 항상된 이치(常)를 아는 것이야말로 밝음 내지는 깨달음(明)이라 하리라. (또한) 만물이 생겨나고 공이 이뤄지는 것에 이러한 이치를 따르지 않은 것이 없겠기에, 이를 통해 만물 시원(衆甫)을 살핀다고 한 것이다.
老子旨略 3 - 王弼
夫奔電之疾猶不足以一時周, 御風之行猶不足以一息期. 善速在不疾, 善至在不行. 故可道之盛, 未足以官天地; 有形之極, 未足以府萬物. 是故歎之者不能盡乎斯美, 詠之者不能暢乎斯弘. 名之不能當, 稱之不能旣. 名必有所分, 稱必有所由. 有分則有不兼, 有由則有不盡; 不兼則大殊其眞, 不盡則不可以名, 此可演而明也.
夫奔電之疾猶不足以一時周, 御風之行猶不足以一息期.
- 번쩍이는 번개가 빠르긴 해도 일시에 (한 바퀴를) 다 돌 수 없고, 바람을 타고 다닌다 해도 한숨에 이르기를 기약할 수 없다.
善速在不疾, 善至在不行. 故可道之盛, 未足以官天地; 有形之極, 未足以府萬物.
- 아주 빠른 것은 달리지 않고, 잘 이르는 것은 가지 않는 법이다. 고로, 아무리 성대한 말(道)이라고 해도 천지를 본받기에 부족하고, 아무리 형체가 커도 만물을 갈무리하기 부족할 것이다.
是故歎之者不能盡乎斯美, 詠之者不能暢乎斯弘.
- 이런 연유로, 아무리 찬미해도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고, 아무리 잘 그려내도 그 넒음을 담아낼 수 없다.
名之不能當, 稱之不能旣. 名必有所分, 稱必有所由.
- 이름을 지어도 마땅하지 않고, 일컫어도 마땅하지 못하다. 이름이란 필경 구분하는(分) 바가 있고, 일컫는다는 것도 필경 말미암는(由) 것이 있는 법이다.
有分則有不兼, 有由則有不盡; 不兼則大殊其眞, 不盡則不可以名, 此可演而明也.
- 구분하는(分) 게 있으면 포용하지 못하고, 말미암는(由) 게 있으면 다하지 못함이 있다는 것이다. 포용하지 못하면 곧 참 모습과는 크게 다른 것이고, 다하지 못함이 있으면 그렇게 이름부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이야 미루어보면 깨칠 수 있을 일이다.
奔 (달릴 분)1. 달리다 2. 급(急)히 가다 3. 빠르다 4. 향해 가다, 급(急)히 향해 가다 5. 달아나다, 도망쳐 내닫다, 패주하다(敗走--) 6. 도망가다(逃亡--) 7. 예를 갖추지 않고 혼인하다(婚姻--) 8. 야합하다(野合--), 공서하다(共棲--).
電 (번개 전)1. 번개 2. 전기, 전류 3. 전화, 전보 4. 빠름의 비유(比喩ㆍ譬喩) 5. 번쩍이다, 빛나다 6. 빠르다 7. 밝게 살피다
疾 (병 질)1. 병(病), 질병(疾病) 2. 괴로움, 아픔 3. 흠, 결점(缺點) 4. 불구자(不具者) 5. 높은 소리 6. 해독(害毒)을 끼치는 것 7. 빨리, 급(急)히, 신속하게(迅速--) 8. (병을)앓다, 걸리다 9. 괴롭다, 괴로워하다 10. 해치다(害--),...
猶 (오히려 유, 원숭이 유, 움직일 요)1. 오히려 2. 가히 3. 다만 4. 이미 5. 크게, 지나치게 6. ~부터 7. 그대로 8. 마땅히 9. 원숭이(구세계원숭잇과와 신세계원숭잇과의 총칭(總稱)) 10. 태연(泰然)한 모양 11. 허물 12. 꾀하다 13. 망설이다 14. 머뭇거리다...
御 (거느릴 어, 막을 어, 맞을 아)0. 경칭(敬稱) 1. 거느리다, 통솔하다(統率--) 2. 다스리다, 통치하다(統治--) 3. 어거하다(馭車--: 수레를 메운 소나 말을 부리어 몰다) 4. 거둥하다(擧動▼--: 임금이 나들이하다) 5. 짐승을 길들이다 6. 교합하다(交合--:.
息 (쉴 식)1. (숨을)쉬다 2. 호흡하다(呼吸--) 3. 생존하다(生存--) 4. 살다, 생활하다(生活--) 5. 번식하다(繁殖ㆍ蕃殖ㆍ蕃息--) 6. 자라다, 키우다 7. 그치다, 그만두다, 중지하다(中止--) 8. 망하다(亡--), 멸하다(滅--)
期 (기약할 기)1. 기약하다(期約--), 약속하다(約束--) 2. 기다리다 3. 바라다, 기대하다(期待ㆍ企待--) 4. 모이다 5. 정하다(定--), 결정하다(決定--) 6. 적합하다(適合--), 알맞다 7. 가르치다 8. 더듬거리다 9. 기간(期間) 10. 기한(期限).
官 (벼슬 관)1. 벼슬, 벼슬자리 2. 벼슬아치 3. 마을 4. 관청(官廳), 공무(公務)를 집행(執行)하는 곳 5. 기관(機關) 6. 일, 직무(職務) 7. 임금, 아버지, 시아버지 8. 관능(官能), 이목구비 등 사람의 기관 9. 본받다, 기준(基準)으로...
府 (마을 부)1. 마을, 고을 2. 도읍(都邑), 도시(都市) 3. 관청(官廳), 관아(官衙) 4. 곳집(곳간(庫間)으로 지은 집) 5. 사물(事物)이 모이는 곳 6. 창자(큰창자와 작은창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 7. 가슴 8. 영묘(靈廟: 선조의 영혼을..
歎 (탄식할 탄)1. 탄식하다(歎息ㆍ嘆息--) 2. 한탄하다(恨歎ㆍ恨嘆--) 3. 읊다, 노래하다 4. 화답하다(和答--) 5. 칭찬하다(稱讚--) 6. 탄식(歎息ㆍ嘆息) 7. 한숨
詠 (읊을 영)1. 읊다, 노래하다 2. (시가를)짓다 3. 시가(詩歌) 4. 읊는 시
暢 (화창할 창)1. 화창하다(和暢--) 2. 통쾌하다(痛快--) 3. 후련하다 4. 통하다(通--) 5. 막힘이 없다 6. 펴다, 진술하다(陳述--) 7. 자라다 8. 번성하다(蕃盛ㆍ繁盛--), 우거지다 9. 순조롭다(順調--) 10. 통쾌하게(痛快--) 11. 대단히
弘 (클 홍)1. 크다 2. 넓다 3. 넓히다 4. 높다 5. 너그럽다 6. 널리, 넓게 7. 너그러이 8. 활 소리
兼 (겸할 겸)1. 겸하다(兼--), 아우르다 2. 둘러싸다 3. 포용하다(包容--), 겸용하다(兼用--) 4. 얻다 5. 쌓다, 포개다, 겹치다 6. 배가 되게 하다 7. 나란히 하다 8. 배향하다(配享--) 9. 다하다, 진하다(津--) 10. 같다 11. 합치다(合--)...
殊 (다를 수)1. 다르다 2. 뛰어나다 3. 거의 죽다 4. 결심하다(決心--) 5. 끊어지다 6. 죽이다 7. 지나다 8. 특히 9. 유달리
演 (펼 연)1. 펴다, 늘이다 2. 부연하다(敷衍ㆍ敷演--), 자세히 설명하다(說明--) 3. 넓히다, 넓게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4. 스며들다 5. 멀리 흐르다 6. (기운이 서로)통하다(通--) 7. 헤아리다, 계...
번쩍이는 번개가 빠르긴 해도 일시에 (한 바퀴를) 다 돌 수 없고, 바람을 타고 다닌다 해도 한숨에 이르기를 기약할 수 없다. 아주 빠른 것은 달리지 않고, 잘 이르는 것은 가지 않는 법이다. 고로, 아무리 성대한 말(道)이라고 해도 천지를 본받기에 부족하고, 아무리 형체가 커도 만물을 갈무리하기 부족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아무리 찬미해도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고, 아무리 잘 그려내도 그 넒음을 담아낼 수 없다. 이름을 지어도 마땅하지 않고, 일컫어도 마땅하지 못하다. 이름이란 필경 구분하는(分) 바가 있고, 일컫는다는 것도 필경 말미암는(由) 것이 있는 법이다. 구분하는(分) 게 있으면 포용하지 못하고, 말미암는(由) 게 있으면 다하지 못함이 있다는 것이다. 포용하지 못하면 곧 참 모습과는 크게 다른 것이고, 다하지 못함이 있으면 그렇게 이름부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이야 미루어보면 깨칠 수 있을 일이다.
老子旨略 4 - 王弼
夫道也者, 取乎萬物之所由也; 玄也者, 取乎幽冥之所出也; 深也者, 取乎探賾而不可究也; 大也者, 取乎彌綸而不可極也; 遠也者, 取乎綿邈而不可及也; 微也者, 取乎幽微而不可覩也. 然則道ㆍ玄ㆍ深ㆍ大ㆍ微ㆍ遠之言, 各有其義, 未盡其極者也. 然彌綸無極, 不可名細; 微妙無形, 不可名大. 是以篇云‘字之曰道’, ‘謂之曰玄’, 而不名也. 然則, 言之者失其常, 名之者離其眞, 爲之者則敗其性, 執之者則失其原矣. 是以聖人不以言爲主, 則不違其常; 不以名爲常, 則不離其眞; 不以爲爲事, 則不敗其性; 不以執爲制, 則不失其原矣.
夫道也者, 取乎萬物之所由也; 玄也者, 取乎幽冥之所出也; 深也者, 取乎探賾而不可究也;
- 대저, 도라는 것은 '만물이 말미암는 길'이라는 데서 취한 것이고, 현(玄, 그윽하다)이라는 것은 그윽하고 어두운(幽冥) 곳에서 나왔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심(深, 심연하다)이라는 것은 깊고 심오해서 알 수가 없다는 데에서 취한 것이다.
大也者, 取乎彌綸而不可極也; 遠也者, 取乎綿邈而不可及也; 微也者, 取乎幽微而不可覩也.
- 대(大, 크다)라는 것은 널리 두루 싸고 있어서(彌綸)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원(遠, 멀어진다)이라는 것은 아득히 멀어서(綿邈) 미칠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미(微, 미세하다)라는 것은 그윽하고 미묘해서(幽微) 볼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다.
然則 道ㆍ玄ㆍ深ㆍ大ㆍ微ㆍ遠之言, 各有其義, 未盡其極者也.
- 그러므로, 도, 그윽하다, 심연하다, 크다, 멀어진다, 미세하다(道ㆍ玄ㆍ深ㆍ大ㆍ微ㆍ遠)는 말은 각기 그 뜻이 있는 것으로, 그 끝까지 미치지 않고 있다(혹은 그 끝을 소진하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然彌綸無極, 不可名細; 微妙無形, 不可名大.
- 끝없이 연결된 것을 미세하다(細)고 할 수 없고, 미묘해서 형체가 없는 것을 크다(大)고 할 수 없는 것이다.
是以篇云‘字之曰道’, ‘謂之曰玄’, 而不名也.
- 그리하여, 노자에서 '글자로는 도라 치자,' '그를 일러 그윽하다고 하자'라고 했으니, 제대로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것이다.
然則, 言之者失其常, 名之者離其眞, 爲之者則敗其性, 執之者則失其原矣.
- 그러므로, 말하는 자는 그 영원한 이치(常)를 잃는 것이고, 이름을 붙이는 자는 참 본성(性)을 놓치는 것이고, 잡고자 하는 자는 그 근본(原)을 잃는 것이다.
是以聖人不以言爲主, 則不違其常; 不以名爲常, 則不離其眞; 不以爲爲事, 則不敗其性; 不以執爲制, 則不失其原矣.
- 이런 연유로, 성인은 말로 주(主)를 삼지 않아 그 영원한 이치(常)에서 멀어지지 않고, 이름으로 상(常)을 삼지 않아 그 참 본성(性)에서 벗어나지 않고, 잡음으로 다스리지 않으므로 그 근본(原)을 잃지 않는 것이다.
幽 (그윽할 유, 검을 유)1. 그윽하다 2. 멀다, 아득하다 3. 깊다 4. 조용하다, 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5. 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6. 가두다, 갇히다 7. 피하여 숨다 8. 검다 9. 귀신(鬼神), 초현실적(超現實的)인 것 10. 저승 11. 어두운..
冥 (어두울 명, 어두울 면)1. (날이)어둡다 2. 어리석다 3. 어리다 4. 그윽하다 5. 아득하다 6. (생각에)잠기다 7. 깊숙하다 8. 어둠, 밤 9. 저승 10. 하늘 11. 바다 12. 신(神)의 이름, 명귀(冥鬼: 저승에 산다는 귀신) a. (눈이)어둡다 (면)...
賾 (깊숙할 색)1. 깊숙하다 2. 심오하다(深奧--) 3. 도리(道理)
彌 (미륵 미, 두루 미)1. 미륵(彌勒) 2. 두루, 널리 3. 더욱 4. 멀리 5. 갓난아이 6. 장식(裝飾) 7. 물이 꽉 찬 모양 8. 오래다 9. 지내다 10. 다하다, 극에 다다르다 11. 마치다, 그치다, 끝나다 12. 차다, 가득 메우다 13. 멀다 14. 거두다,...
綸 (벼리 륜, 벼리 윤, 허리끈 관)1. 벼리(그물 코를 꿴 굵은 줄ㆍ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 2. 낚싯줄 3. 거문곳줄 4. 굵은 실 5. 인끈, 푸른 인끈(印-: 사슴 가죽으로 만든 끈) 6. 솜 7. 땅의 이름 8. 성(姓)의 하나 9. 다스리다 10. 싸다
綿 (솜 면, 이어질 면)1. 솜 2. 솜옷 3. 이어지다 4. 끊어지지 않다 5. 잇닿다(서로 이어져 맞닿다), 연속하다(連續--) 6. 두르다, 걸치다 7. 얽히다, 감기다 8. 퍼지다, 만연하다(蔓延ㆍ蔓衍--) 9. 약하다(弱--), 박약하다(薄弱--) 10. 멀다
邈 (멀 막)1. 멀다 2. 아득하다 3.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4. 업신여기다
幽 (그윽할 유, 검을 유)1. 그윽하다 2. 멀다, 아득하다 3. 깊다 4. 조용하다, 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5. 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6. 가두다, 갇히다 7. 피하여 숨다 8. 검다 9. 귀신(鬼神), 초현실적(超現實的)인 것 10. 저승
微 (작을 미)1. 작다, 자질구레하다 2. 정교하다(精巧--), 정묘하다(淨妙--), 자세하고 꼼꼼하다 3. 적다, 많지 않다 4. 없다 5. 어렴풋하다, 또렷하지 아니하다 6. 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7. 쇠하다(衰--), 쇠미하다(衰微--: 쇠잔하고
篇 (책 편)1. 책, 서책(書冊) 2. 완결(完結)된 시문(詩文), 사장(詞章ㆍ辭章) 3. 편(서책의 부류, 또는 시문을 세는 말) 4. 편액(扁額: 방 안이나 문 위에 걸어 놓는 액자) 5. 가볍게 날리는 모양
대저, 도라는 것은 '만물이 말미암는 길'이라는 데서 취한 것이고, 현(玄, 그윽하다)이라는 것은 그윽하고 어두운(幽冥) 곳에서 나왔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심(深, 심연하다)이라는 것은 깊고 심오해서 알 수가 없다는 데에서 취한 것이다. 대(大, 크다)라는 것은 널리 두루 싸고 있어서(彌綸)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원(遠, 멀어진다)이라는 것은 아득히 멀어서(綿邈) 미칠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미(微, 미세하다)라는 것은 그윽하고 미묘해서(幽微) 볼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다. 그러므로, 도, 그윽하다, 심연하다, 크다, 멀어진다, 미세하다(道ㆍ玄ㆍ深ㆍ大ㆍ微ㆍ遠)는 말은 각기 그 뜻이 있는 것으로, 그 끝까지 미치지 않고 있다(혹은 그 끝을 소진하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끝없이 연결된 것을 미세하다(細)고 할 수 없고, 미묘해서 형체가 없는 것을 크다(大)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노자에서 '글자로는 도라 치자,' '그를 일러 그윽하다고 하자'라고 했으니, 제대로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는 자는 그 영원한 이치(常)를 잃는 것이고, 이름을 붙이는 자는 참 본성(性)을 놓치는 것이고, 잡고자 하는 자는 그 근본(原)을 잃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성인은 말로 주(主)를 삼지 않아 그 영원한 이치(常)에서 멀어지지 않고, 이름으로 상(常)을 삼지 않아 그 참 본성(性)에서 벗어나지 않고, 잡음으로 다스리지 않으므로 그 근본(原)을 잃지 않는 것이다.
老子旨略 5 - 王弼
然則, 老子之文, 欲辯而詰者, 則失其旨也; 欲名而責者, 則違其義也. 故其大歸也, 論太始之原以明自然之性, 演幽冥之極以定惑罔之迷. 因而不爲, 損而不施; 崇本以息末, 守母以存子; 賤夫巧術, 爲在未有; 無責於人, 必求諸己 此其大要也.
然則, 老子之文, 欲辯而詰者, 則失其旨也; 欲名而責者, 則違其義也.
- 그러할지니, 노자 글을 변론하여 캐묻고자 한다면 그 문장의 종지(旨)를 잃는 것이고, 이름으로 따지고자 한다면 그 문장의 본 뜻(義)을 망각하는 것이다.
故其大歸也, 論太始之原以明自然之性, 演幽冥之極以定惑罔之迷.
- 고로, 노자 글의 대략적인 귀치(大歸)는, 태초의 시원(太始之原)을 논함으로써 '스스로 그러함'의 본성(自然之性)을 밝히고, 그러한 그윽하고 신비로운(幽冥) 세계의 극치를 연역, 유추함으로써 미혹과 기망의 미혹됨을 바로 잡는 것이다.
因而不爲, 損而不施; 崇本以息末, 守母以存子; 賤夫巧術, 爲在未有; 無責於人, 必求諸己 此其大要也.
- 인순할 뿐(因) 작위 내지는 인위하지 않는 것, 덜어줄 뿐 베푼답시고 드러내지 않는 것, 근본(本)을 높이고 이로써 말단(末)을 삼가는 것, 어미를 지키고 이로써 자식을 보전하는 것, 교묘한 술수를 천하게 보라는 것, 일이 드러나기 전에 미리 하라는 것, 다른 사람을 책망하지 않는 것, 반드시 자기부터 다져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노자의 요지(大要)이리라.
幽冥 (유명)그윽하고 어두움. 저승. 유명계(幽冥界)
惑 (미혹할 혹)1. 미혹하다(迷惑--) 2. 미혹케하다(迷惑---), 현혹시키다(眩惑---) 3. 의심하다(疑心--), 의아스럽게 여기다 4. 미혹(迷惑), 의혹(疑惑), 현혹(眩惑) 5. 번뇌(煩惱)
罔 (그물 망, 없을 망)1. 그물 2. 포위망(包圍網) 3. 계통(系統) 4. 조직(組織) 5. 없다 6. 속이다 7. 말다 8. (사리에)어둡다 9.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10. 넘보다 11. 멍하다 12. 엮다 13. 얽다 14. 그물질하다
因 (인할 인)1. 인하다(因--: 어떤 사실로 말미암다) 2. 말미암다, 원인이나 계기(契機)로 되다 3. 의지하다(依支--) 4. 의거하다(依據--) 5. 겹치다 6. 잇닿다(서로 이어져 맞닿다), 연달다 7. 이어받다 8. 따르다, 좇다
施 (베풀 시, 옮길 이)1.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2. 실시하다(實施--) 3. 미치게 하다, 나누어 주다 4. 널리 퍼지다, 번식하다(繁殖ㆍ蕃殖ㆍ蕃息--) 5. 드러내다 6. 뽐내다, 과장하다(誇張--) 7. 기뻐하다...
崇 (높을 숭)1. 높다 2. 높이다, 높게 하다 3. 존중하다(尊重--) 4. 모으다, 모이다 5. 차다, 채우다, 차게 하다 6. 마치다, 끝나다 7. 숭아(崇牙: 악기의 장식)의 약칭(略稱)
諸 (모두 제, 김치 저, 어조사 저)1. 모두 2. 모든 3. 무릇 4. 여러 5. 딴, 기타의 6. 만약(萬若) ~한다면 7. 이, 저(대명사) 8. 지차(之次: 맏이 이외의 자식들) 9. 말을 잘하다 a. 김치(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 따위를 양념에 버무린 뒤 발효를 시킨...
그러할지니, 노자 글을 변론하여 캐묻고자 한다면 그 문장의 종지(旨)를 잃는 것이고, 이름으로 따지고자 한다면 그 문장의 본 뜻(義)을 망각하는 것이다. 고로, 노자 글의 대략적인 귀치(大歸)는, 태초의 시원(太始之原)을 논함으로써 '스스로 그러함'의 본성(自然之性)을 밝히고, 그러한 그윽하고 신비로운(幽冥) 세계의 극치를 연역, 유추함으로써 미혹과 기망의 미혹됨을 바로 잡는 것이다. 인순할 뿐(因) 작위 내지는 인위하지 않는 것, 덜어줄 뿐 베푼답시고 드러내지 않는 것, 근본(本)을 높이고 이로써 말단(末)을 삼가는 것, 어미를 지키고 이로써 자식을 보전하는 것, 교묘한 술수를 천하게 보라는 것, 일이 드러나기 전에 미리 하라는 것, 다른 사람을 책망하지 않는 것, 반드시 자기부터 다져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노자의 요지(大要)이리라.
老子旨略 6 - 王弼
而法者尙乎齊同, 而刑以檢之. 名者尙乎定眞, 而言以正之. 儒者尙乎全愛, 而譽以進之. 墨者尙乎儉嗇, 而矯以立之. 雜者尙乎衆美, 而總以行之. 夫刑以檢物, 巧僞必生; 名以定物, 理恕必失; 譽以進物, 爭尙必起; 矯以立物, 乖違必作; 雜以行物, 穢亂必興. 斯皆用其子而棄其母. 物失所載, 未足守也. 然致同塗異, 至合趣乖, 而學者惑其所致, 迷其所趣. 觀其齊同, 則謂之法; 覩其定眞, 則謂之名; 察其純愛, 則謂之儒; 鑒其儉嗇, 則謂之墨; 見其不係, 則謂之雜. 隨其所鑒而正名焉, 順其所好而執意焉. 故使有紛紜憒錯之論, 殊趣辯析之爭, 蓋由斯矣.
而法者尙乎齊同, 而刑以檢之. 名者尙乎定眞, 而言以正之. 儒者尙乎全愛, 而譽以進之. 墨者尙乎儉嗇, 而矯以立之. 雜者尙乎衆美, 而總以行之.
- 법가는 획일함(齊同)을 숭상하여 형벌로써 그를 단속하고, 명가는 진리를 가리는 것(定眞)을 숭상하여 말(言)로써 그를 바로잡고, 유가는 온전한 사랑(全愛)을 숭상하여 명예(譽)로써 그를 북돋고자 한다. 또한, 묵가는 검약함(儉嗇)을 숭상하여 바로잡음(矯)으로써 그를 세우고, 잡가는 이들의 장점을 숭상하여 이 모두를 합한 것을 이루려 한다.
夫刑以檢物, 巧僞必生; 名以定物, 理恕必失; 譽以進物, 爭尙必起; 矯以立物, 乖違必作; 雜以行物, 穢亂必興.
- 대저, 형벌(刑)로 사람들을 단속하면 필경 교묘한 위선이 생기고, 명(名)으로 사물을 규정하면 필경 사물의 이치 그리고 동정하는 마음을 잃고, 명예(譽)로 사람을 북돋고자 하면 필경 숭상받으려고 다투게 되고, 바로잡음(矯)으로 사람을 세우고자 하면 거스르는 것들이 나타나고, 이것 저것 섞어서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필경 잡스러운 혼란이 따라온다.
斯皆用其子而棄其母. 物失所載, 未足守也.
- 이 모든 것은 그 자식(子)을 쓰고 그 부모(母)를 버린 것으로, 자신을 실어주는 근본을 잃고 있으므로 지키기에 족한 것이 아니다.
然致同塗異, 至合趣乖, 而學者惑其所致, 迷其所趣.
- 이렇듯이, 이르는 곳이 같아도 길이 다르고 뜻은 같아도 취향이 다르니, 배우는 사람은 그 이르는 결과(所致)에 현혹되기도 하고 그 취향(所趣)에 미혹되기도 한다.
觀其齊同, 則謂之法; 覩其定眞, 則謂之名; 察其純愛, 則謂之儒; 鑒其儉嗇, 則謂之墨; 見其不係, 則謂之雜.
- 획일화시키는 것(齊同)을 보고는 법(法)이라고 하고, 참을 가리는 것(定眞)을 보고는 명(名)이라 하고, 순수한 사랑(純愛)을 살펴보고는 유(儒)라고 하고, 검약함(儉嗇)을 비춰보고는 묵(墨)이라 하고, 얽메이지 않는 것(不係)을 보고는 잡(雜)이라 하니,
隨其所鑒而正名焉, 順其所好而執意焉. 故使有紛紜憒錯之論, 殊趣辯析之爭, 蓋由斯矣.
- 제각기 보는 바를 따르면서 바르고 그름을 따지고(正名), 제각기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자기 뜻에 천착한다. 고로, 어지럽고 잡다하고 분분한 논의가 있게 되고, 갖가지 취향에 따른 온갖 논쟁이라는 것도 모두 여기에서 말미암는다.
齊 (가지런할 제, 재계할 재, 옷자락 자, 자를 전)1. 가지런하다 2. 단정하다(端整--) 3. 질서(秩序) 정연하다(整然--: 가지런하고 질서가 있다) 4. 재빠르다, 민첩하다(敏捷--) 5. 오르다 6. 같다, 동등하다(同等--) 7. 좋다, 순탄하다 8. 다스리다 9. 경계하다(警戒--)...
檢 (검사할 검)1. 검사하다(檢査--) 2. 조사하다(調査--) 3. 단속하다(團束--) 4. 검속하다(檢束--) 5. 금제하다(禁制--: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게 말리다) 6. 봉함(봉한 곳에 하는 표시) 7. 법식(法式) 8. 본 9. 모형(模型ㆍ模形)...
矯 (바로잡을 교)1. 바로잡다 2. 굳세다, 씩씩하다 3. 억제하다(抑制--) 4. 속이다 5. 거스르다, 위배하다(違背--) 6. 칭탁하다(稱託--: 사정이 어떠하다고 핑계를 대다) 7. 들다, 쳐들다 8. 날다 9. 거짓 10. 핑계 11. 다리 12. 튀겨.
理 (다스릴 리, 다스릴 이)1. 다스리다 2. 다스려지다 3. 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4. 수선하다(修繕--) 5. 깨닫다 6. 의뢰하다(依賴--) 7. 사리 8. 도리(道理) 9. 이치(理致) 10. 매개(媒介) 11. 거동(擧動) 12. 나무결 13. 잔금...
恕 (용서할 서)1. 용서하다(容恕--) 2. 어질다, 인자하다(仁慈--) 3. 동정하다(同情--) 4. 어짊, 사랑 5. 남의 처지에 서서 동정(同情)하는 마음 6. 거의
乖 (어그러질 괴)1. 어그러지다, 어긋나다 2. 거스르다 3. 끊어지다, 단절되다(斷切ㆍ斷截--) 4. 다르다, 차이(差異)가 있다 5. 비정상이다(非正常--), 비뚤어지다 6. 떠나다, 이별하다(離別--) 7. 얌전하다, 말을 잘 듣다, 착하다
違 (어긋날 위)1. 어긋나다 2. 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3. 다르다 4. 떨어지다 5. 피하다(避--) 6. 달아나다 7. 멀리하다 8. 원망하다(怨望--) 9. 간사하다(奸邪--: 마음이 바르지 않다) 10. 허물
穢 (더러울 예)1. 더럽다 2. 거칠다 3. 더러워지다 4. 더럽히다 5. 잡초(雜草)
塗 (칠할 도, 길 도)1. 칠하다 2. 칠하여 없애다 3. 지우다 4. 더럽히다 5. 매흙질하다(벽 거죽에 매흙을 바르다) 6. 두텁고 많다 7. 길 8. 도로(道路) 9. 진흙 10. 진흙탕 11. 진창(땅이 질어서 질퍽질퍽하게 된 곳) 12. 괴로움 13. 도랑(매우...
至 (이를 지, 덜렁대는 모양 질)1.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到達--) 2. (영향을)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3. 과분하다(過分--), 정도(程度)를 넘다 4. 지극하다(至極--) 5. 힘쓰다, 다하다 6. 이루다
趣 (뜻 취, 재촉할 촉, 벼슬 이름 추)1. 뜻 2. 취지(趣旨), 내용(內容) 3. 풍취(風趣), 멋, 자태(姿態) 4. 달리다 5. 빨리 달려가다 6. 향하다(向--) 7. 미치다(공간적 거리나 수준 따위가 일정한 선에 닿다), 다다르다 8. 취하다(取--) a. 재촉하다 (촉)...
乖 (어그러질 괴)1. 어그러지다, 어긋나다 2. 거스르다 3. 끊어지다, 단절되다(斷切ㆍ斷截--) 4. 다르다, 차이(差異)가 있다 5. 비정상이다(非正常--), 비뚤어지다 6. 떠나다, 이별하다(離別--) 7. 얌전하다, 말을 잘 듣다, 착하다 8....
儒 (선비 유)1. 선비(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 학자(學者) 2. 유교(儒敎), 유가(儒家) 3. 난쟁이 4. 억지로 웃는 모양 5. 나약하다(懦弱ㆍ愞弱--), 유약하다(柔弱--) 6. 너그럽다, 부드럽다 7. 어색하다(語塞--)
鑒 (거울 감)1. 거울 2. 큰 동이(질그릇의 하나) 3. 큰 띠에 장식(裝飾)으로 매단 거울 4. 견식(見識: 견문과 학식) 5. 안식(眼識: 안목과 식견) 6. 보다 7. 살피다 8. 생각하다
隨 (따를 수, 게으를 타)1. 따르다 2. 추종하다(追從--) 3. 부화하다(附和--: 주견이 없이 경솔하게 남의 의견에 따르다) 4. 좇다, 추구하다(追求--) 5. 발 6. 발꿈치 7. 괘(卦)의 이름 8. 따라서 9. 즉시, 곧바로 a. 게으르다 (타) b. 타원형(楕圓形)...
紛 (어지러울 분)1. 어지럽다 2. 번잡하다(煩雜--), 번거롭다 3. 엉클어지다 4. (수효가)많다 5. 왕성하다(旺盛--) 6. 섞다, 섞이다 7. 깃발(旗-) 8. 술(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9. 패건(차는 수건) 10. 실띠 11. 행주(그릇, 밥상.
紜 (어지러울 운)1. 어지럽다 2. 성하다(盛--: 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
憒 (심란할 궤)1. 심란하다(心亂--) 2. 마음이 어지럽다 3. (사리에)어둡다 4. 어리석다
錯 (어긋날 착, 둘 조)1. 어긋나다 2. 섞다 3. 섞이다 4. 꾸미다 5. 도금하다(鍍金--) 6. (살결이)트다, 거칠어지다 7. 번다하다(煩多ㆍ繁多--: 번거롭게 많다) 8. 어지럽히다 9. 잘못하다 10. 숫돌(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는 돌)
殊 (다를 수)1. 다르다 2. 뛰어나다 3. 거의 죽다 4. 결심하다(決心--) 5. 끊어지다 6. 죽이다 7. 지나다 8. 특히 9. 유달리
趣 (뜻 취, 재촉할 촉, 벼슬 이름 추)1. 뜻 2. 취지(趣旨), 내용(內容) 3. 풍취(風趣), 멋, 자태(姿態) 4. 달리다 5. 빨리 달려가다 6. 향하다(向--) 7. 미치다(공간적 거리나 수준 따위가 일정한 선에 닿다), 다다르다 8. 취하다(取--) a. 재촉하다 (촉)...
辯 (말씀 변, 두루 미칠 편)1. 말씀 2. 이리저리 둘러대는 말 3. 문체(文體)의 이름 4. 말을 잘하다 5. (말에)조리(條理)가 있다 6. 교묘(巧妙)하게 말하다 7. 말다툼하다, 논쟁하다(論爭--) 8. 다투다, 변론하다(辯論--) 9. 말하다, 이야기하다...
析 (쪼갤 석, 처녑 사)1. (나무를)쪼개다 2. 가르다 3. 해부하다(解剖--) 4. 밝히다 5. 나누어지다 6. 갈라지다 7. 흩어지다, 분산되다(分散--) 8. 어그러져 벗어나다 9. 바람 소리 a. 처녑(소나 양 따위의 반추위의 제3위(胃)) (사) b. 풀의...
법가는 획일함(齊同)을 숭상하여 형벌로써 그를 단속하고, 명가는 진리를 가리는 것(定眞)을 숭상하여 말(言)로써 그를 바로잡고, 유가는 온전한 사랑(全愛)을 숭상하여 명예(譽)로써 그를 북돋고자 한다. 또한, 묵가는 검약함(儉嗇)을 숭상하여 바로잡음(矯)으로써 그를 세우고, 잡가는 이들의 장점을 숭상하여 이 모두를 합한 것을 이루려 한다. 대저, 형벌(刑)로 사람들을 단속하면 필경 교묘한 위선이 생기고, 명(名)으로 사물을 규정하면 필경 사물의 이치 그리고 동정하는 마음을 잃고, 명예(譽)로 사람을 북돋고자 하면 필경 숭상받으려고 다투게 되고, 바로잡음(矯)으로 사람을 세우고자 하면 거스르는 것들이 나타나고, 이것 저것 섞어서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필경 잡스러운 혼란이 따라온다. 이 모든 것은 그 자식(子)을 쓰고 그 부모(母)를 버린 것으로, 자신을 실어주는 근본을 잃고 있으므로 지키기에 족한 것이 아니다. 이렇듯이, 이르는 곳이 같아도 길이 다르고 뜻은 같아도 취향이 다르니, 배우는 사람은 그 이르는 결과(所致)에 현혹되기도 하고 그 취향(所趣)에 미혹되기도 한다. 획일화시키는 것(齊同)을 보고는 법(法)이라고 하고, 참을 가리는 것(定眞)을 보고는 명(名)이라 하고, 순수한 사랑(純愛)을 살펴보고는 유(儒)라고 하고, 검약함(儉嗇)을 비춰보고는 묵(墨)이라 하고, 얽메이지 않는 것(不係)을 보고는 잡(雜)이라 하니, 제각기 보는 바를 따르면서 바르고 그름을 따지고(正名), 제각기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자기 뜻에 천착한다. 고로, 어지럽고 잡다하고 분분한 논의가 있게 되고, 갖가지 취향에 따른 온갖 논쟁이라는 것도 모두 여기에서 말미암는다.
老子旨略 7 - 王弼
又其爲文也, 擧終以證始, 本始以盡終; 開而弗達, 導而弗牽. 尋而後旣其義, 推而後盡其理. 善發事始以首其論, 明夫會歸以終其文. 故使同趣而感發者, 莫不美其興言之始, 因而演焉; 異旨而獨構者, 莫不說其會歸之徵, 以爲證焉. 夫途雖殊, 必同其歸; 慮雖百, 必均其致. 而擧夫歸致以明至理, 故使觸類而思者, 莫不欣其思之所應, 以爲得其義焉.
又其爲文也, 擧終以證始, 本始以盡終; 開而弗達, 導而弗牽. 尋而後旣其義, 推而後盡其理.
- 반면에, 노자는 종말(終)을 들어 시원(始)을 밝히고, 시원(始)을 근본(本)으로 하여 종말(終)까지 밀고간다. 열어주기는 하나 일일히 깨쳐주지는 않고, 인도해주지만 이끌지는 않고, 찾게 하여 끝에 가서는 그 뜻을 온전하도록 해주고, 가늠하게 하여 결국에는 그 이치를 다 깨치게 한다.
善發事始以首其論, 明夫會歸以終其文.
- 일의 시작 내지는 시원(始)을 잘 드러냄으로써 논의를 시작하고, 되돌아가는 이치(會歸)를 밝힘으로써 글을 마친다.
故使同趣而感發者, 莫不美其興言之始, 因而演焉; 異旨而獨構者, 莫不說其會歸之徵, 以爲證焉.
- 고로, 취향이 같고 공감하는 사람은 시원을 둘러싼 엄청난 시단(言)에 찬탄을 금치 못하다가 그 뜻을 이어받아서 더욱 더 통하게 되고. 생각이 다르고 자기 견해를 내세우던 사람도 '되돌아가는 이치(會歸)'의 징험함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에 가서는 그 시단(言)에 부응하게 된다.
夫途雖殊, 必同其歸; 慮雖百, 必均其致.
- 대저, 가는 길은 비록 다 다르지만 필시 돌아가는 길은 동일하고, 사람 생각은 비록 다 다르나 필시 그 이르는 것에는 다름이 없는 법이다.
而擧夫歸致以明至理, 故使觸類而思者, 莫不欣其思之所應, 以爲得其義焉.
- 이 되돌아간다는 점(歸致)을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해서 그 지극한 이치(理)를 밝히는 것이다. 고로, 제대로 유추하는 생각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노자의 생각에 응하게 됨에 즐겁게 하고 결국 노자의 뜻을 얻게 하는 것이다.
牽 (이끌 견, 끌 견)1. 이끌다 2. 끌다 3. 강제하다(強制--) 4. 거리끼다, 구애되다(拘礙--) 5. 매이다 6. 관련되다(關聯ㆍ關連--), 연계되다(連繫ㆍ聯繫--) 7. 거느리다, 통솔하다(統率--) 8. 끌려가는 동물(動物), 희생(犧牲) 9. 줄(무엇을...
尋 (찾을 심)1. 찾다, 캐묻다 2. 탐구하다(探求--), 연구하다(硏究--) 3. 쓰다, 사용하다 4. 치다, 토벌하다(討伐--) 5. 잇다, 계승하다(繼承--) 6. 첨가하다, 거듭하다 7. 생각하다 8. 높다 9. 길다 10. 깊다 11. 미치다(영향이나..
會 (모일 회)1. 모이다 2. 모으다 3. 만나다 4. 맞다 5. 능숙하다(能熟--), 잘하다 6. 이해하다(理解--), 깨닫다 7. 통계를 내다 8. 합계를 산출하다 9. 반드시 ~해야 한다 10. ~할 가능성(可能性)이 있다 11. 집회, 회합(會合)
趣 (뜻 취, 재촉할 촉, 벼슬 이름 추)1. 뜻 2. 취지(趣旨), 내용(內容) 3. 풍취(風趣), 멋, 자태(姿態) 4. 달리다 5. 빨리 달려가다 6. 향하다(向--) 7. 미치다(공간적 거리나 수준 따위가 일정한 선에 닿다), 다다르다 8. 취하다(取--) a. 재촉하다 (촉)...
發 (필 발)1. 피다 2. 쏘다 3. 일어나다 4. 떠나다 5. 나타나다 6. 드러내다 7. 밝히다 8. 들추다 9. 계발하다(啓發--) 10.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11. 빠른 발 모양
興 (일 흥, 피 바를 흔)1. 일다 2. 일으키다 3. 시작하다(始作--) 4. 창성하다(昌盛--) 5. 흥겹다 6. 기뻐하다 7. 성공하다(成功--) 8. 등용하다(登用ㆍ登庸--) 9. 다스리다 10. 징발하다(徵發--) 11. 느끼다 12. 유행하다(流行--) 13. 흥(興),...
因 (인할 인)1. 인하다(因--: 어떤 사실로 말미암다) 2. 말미암다, 원인이나 계기(契機)로 되다 3. 의지하다(依支--) 4. 의거하다(依據--) 5. 겹치다 6. 잇닿다(서로 이어져 맞닿다), 연달다 7. 이어받다 8. 따르다, 좇다 9. 부탁...
演 (펼 연)1. 펴다, 늘이다 2. 부연하다(敷衍ㆍ敷演--), 자세히 설명하다(說明--) 3. 넓히다, 넓게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4. 스며들다 5. 멀리 흐르다 6. (기운이 서로)통하다(通--) 7. 헤아리다, 계...
構 (얽을 구, 닥나무 구)1. 얽다 2. (생각을)얽어 짜내다 3. (거짓을)꾸며대다 4. 음해하다(陰害--: 음흉한 방법으로 남에게 해를 가하다) 5. 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6. 맺다 7. 집을 짓다 8. 이루다 9. 이루어지다
慮 (생각할 려, 생각할 여, 사실할 록, 사실할 녹)1. 생각하다 2. 이리저리 헤아려 보다 3.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4. 걱정하다 5. 어지럽게 하다 6. 맺다, 연결하다 7. 꾀하다 8. 흩뜨리다(흩어지게 하다) 9. 생각 10. 계획(計劃ㆍ計畫) 11. 걱정, 근심,
觸 (닿을 촉)1. 닿다 2. 찌르다 3. 느끼다 4. 받다 5. 범하다(犯--) 6. 더럽히다 7. 물고기 8. 물고기의 이름
類 (무리 류, 무리 유, 치우칠 뢰, 치우칠 뇌)1. 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2. 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3. 제사(祭祀)의 이름 4. 대개(大槪: 대부분) 5. 같다 6. 비슷하다 7. (비슷한 것끼리)나누다 8. 좋다 a. 치우치다 (뢰) b. 편..
欣 (기쁠 흔)1. 기쁘다 2. 기뻐하다, 즐거워하다 3. 받들다 4. 흠모하다(欽慕--) 5. 기쁨, 즐거움
반면에, 노자는 종말(終)을 들어 시원(始)을 밝히고, 시원(始)을 근본(本)으로 하여 종말(終)까지 밀고간다. 열어주기는 하나 일일히 깨쳐주지는 않고, 인도해주지만 이끌지는 않고, 찾게 하여 끝에 가서는 그 뜻을 온전하도록 해주고, 가늠하게 하여 결국에는 그 이치를 다 깨치게 한다. 일의 시작 내지는 시원(始)을 잘 드러냄으로써 논의를 시작하고, 되돌아가는 이치(會歸)를 밝힘으로써 글을 마친다. 고로, 취향이 같고 공감하는 사람은 시원을 둘러싼 엄청난 시단(言)에 찬탄을 금치 못하다가 그 뜻을 이어받아서 더욱 더 통하게 되고. 생각이 다르고 자기 견해를 내세우던 사람도 '되돌아가는 이치(會歸)'의 징험함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에 가서는 그 시단(言)에 부응하게 된다. 대저, 가는 길은 비록 다 다르지만 필시 돌아가는 길은 동일하고, 사람 생각은 비록 다 다르나 필시 그 이르는 것에는 다름이 없는 법이다. 이 되돌아간다는 점(歸致)을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해서 그 지극한 이치(理)를 밝히는 것이다. 고로, 제대로 유추하는 생각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노자의 생각에 응하게 됨에 즐겁게 하고 결국 노자의 뜻을 얻게 하는 것이다.
老子旨略 8 - 王弼
凡物之所以存, 乃反其形; 功之所以剋, 乃反其名. 夫存者不以存爲存, 以其不忘亡也; 安者不以安爲安, 以其不忘危也. 故保其存者亡, 不忘亡者存; 安其位者危, 不忘危者安. 善力擧秋毫, 善聽聞雷霆, 此道之與形反也. 安者實安, 而曰非安之所安; 存者實存, 而曰非存之所存; 侯王實尊, 而曰非尊之所爲; 天地實大, 而曰非大之所能; 聖功實存, 而曰絶聖之所立; 仁德實著, 而曰棄仁之所存. 故使見形而不及道者, 莫不忿其言焉.
凡物之所以存, 乃反其形; 功之所以剋, 乃反其名.
- 대저, 사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오히려 그 형(形)에 반하기 때문이고, 공이 세워지는 이유는 오히려 그 명(名)에 반하기 때문이다.
夫存者不以存爲存, 以其不忘亡也; 安者不以安爲安, 以其不忘危也.
-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지는 것을 잊지 않는 때문이요. 편안하다는 것은 편안함으로 편안한 것이 아니라, 위태로운 것을 잊지 않는 때문이다.
故保其存者亡, 不忘亡者存; 安其位者危, 不忘危者安.
- 고로, 존재하는 것만을 지키면 망하고, 망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존재할 수 있는 법이요. 그 자리를 편안하다고 하면 위태롭고, 위태로운 것을 잊지 않아야 편안할 수 있는 법이다.
善力擧秋毫, 善聽聞雷霆, 此道之與形反也.
- 정말 힘을 잘 쓰는 사람은 가벼운 털을 드는 사람이고 정말 잘 듣는 사람은 천둥소리를 듣는 것이니, 이러한 도는 형(形)과 상반되는 것이다.
安者實安, 而曰非安之所安; 存者實存, 而曰非存之所存;
- 편안함이 실제로 편안하다면, 편안하지 않음이 편안하게 한 것일 뿐이요. 존재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존재하지 않음이 존재하게 한 것일 뿐이다.
侯王實尊, 而曰非尊之所爲; 天地實大, 而曰非大之所能; 聖功實存, 而曰絶聖之所立; 仁德實著, 而曰棄仁之所存.
- 왕과 군주가 실제로 존귀한 이유는 존귀하지 않은 것들이 존귀하게 만든 때문이고, 천지가 실제로 큰 것은 크지 않은 것들이 크게 한 것이고, 성스러운 공(聖功)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성스러움(聖)을 끊어서 세워진 것이고, 인덕(仁德)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도 인(仁)을 버려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故使見形而不及道者, 莫不忿其言焉.
- 고로, 형(形)은 알고 도를 모르는 사람은 노자의 말에 성내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凡 (무릇 범)1. 무릇, 대체로 보아 2. 모두, 다, 전부(全部) 3. 보통(普通), 보통(普通)의, 예사로운(例事--) 4. 대강(大綱), 개요(槪要) 5. 상도(常度), 관습(慣習), 관례(慣例) 6. 평범하다(平凡--) 7. 범상하다(凡常--)
乃 (이에 내, 노 젓는 소리 애)1. 이에, 곧 2. 그래서 3. 더구나 4. 도리어 5. 비로소 6. 의외로, 뜻밖에 7. 또 8. 다만 9. 만일(萬一) 10. 겨우 11. 어찌 12. 이전에 13. 너, 당신(當身), 그대 14. 이와 같다 a. 노 젓는 소리 (애) b. 노 저으며 내는..
剋 (이길 극, 새길 각)1. 이기다 2. 해내다 3. 참고 견디다 4. 능하다(能--) 5. 능력(能力)이 있다 6. 이루어내다 7. 메다 8. 다스리다 9. 정돈하다(整頓--) 10. 승벽(勝癖: 지기 싫어하는 성질) 11. 그램 a. 새기다 (각)
擧 (들 거)1. 들다 2. 일으키다 3. 행하다(行--) 4. 낱낱이 들다 5. 빼어 올리다 6. 들추어 내다 7. 흥기하다(興起--: 세력이 왕성해지다) 8. 선거하다(選擧--) 9. 추천하다(推薦--) 10. 제시하다(提示--) 11. 제출하다(提出--)...
秋 (가을 추, 밀치 추)1. 가을 2. 때, 시기(時期) 3. 세월(歲月) 4. 해, 1년 5. 여물다 6. 날다 7.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8. 시름겹다 9. 추상같다(秋霜--) 10. 밀치(마소의 꼬리에 거는 나무 막대기) 11. 그네
毫 (터럭 호)1. 터럭(몸에 난 길고 굵은 털), 털 2. 가는 털, 잔 털 3. 붓 4. 붓 끝 5. 호(척도 또는 분량의 단위) 6. 조금 7. 가늘다
雷 (우레 뢰, 우레 뇌)1. 우레(=천둥), 천둥(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 2. 큰소리의 형용(形容) 3. 사나운 모양의 비유(比喩ㆍ譬喩) 4. 위엄(威嚴) 있는 모양 5. 빠른 모양 6. 성 위에서 굴리는 돌(무기) 7. (북을)치다...
霆 (천둥소리 정)1. 천둥소리(천둥이 칠 때 나는 소리) 2. 번개 3. 세차고 빠름의 비유 4. 펄럭이다 5. 떨다
著 (나타날 저, 붙을 착)0. 뜰(집 안의 앞뒤나 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 0. 분명(分明)함, 뚜렷함 0. 오래되다 0. 오미자(五味子) 0. 자리 0. 정성(精誠) 0. 좋다, 마땅하다 0. 지위(地位), 계급(階級) 1. 나타나다, 나타내다 2. 분명...
忿 (성낼 분)1. 성내다, 화내다(火--) 2. 분하다(憤ㆍ忿--) 3. 원망하다(怨望--), 원한(怨恨)을 품다 4. 차다, 차서 넘치다 5. 분(憤ㆍ忿), 화(火) 6. 분(憤ㆍ忿)한 마음
대저, 사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오히려 그 형(形)에 반하기 때문이고, 공이 세워지는 이유는 오히려 그 명(名)에 반하기 때문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지는 것을 잊지 않는 때문이요. 편안하다는 것은 편안함으로 편안한 것이 아니라, 위태로운 것을 잊지 않는 때문이다. 고로, 존재하는 것만을 지키면 망하고, 망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존재할 수 있는 법이요. 그 자리를 편안하다고 하면 위태롭고, 위태로운 것을 잊지 않아야 편안할 수 있는 법이다. 정말 힘을 잘 쓰는 사람은 가벼운 털을 드는 사람이고 정말 잘 듣는 사람은 천둥소리를 듣는 것이니, 이러한 도는 형(形)과 상반되는 것이다. 편안함이 실제로 편안하다면, 편안하지 않음이 편안하게 한 것일 뿐이요. 존재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존재하지 않음이 존재하게 한 것일 뿐이다. 왕과 군주가 실제로 존귀한 이유는 존귀하지 않은 것들이 존귀하게 만든 때문이고, 천지가 실제로 큰 것은 크지 않은 것들이 크게 한 것이고, 성스러운 공(聖功)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성스러움(聖)을 끊어서 세워진 것이고, 인덕(仁德)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도 인(仁)을 버려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고로, 형(形)은 알고 도를 모르는 사람은 노자의 말에 성내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老子旨略 9 - 王弼
夫欲定物之本者, 則雖近而必自遠以證其始. 夫欲明物之所由者, 則雖顯而必自幽以敍其本. 故取天地之外, 以明形骸之內; 明侯王孤寡之義, 而從道一以宣其始. 故使察近而不及流統之原者, 莫不誕其言以爲虛焉. 是以云云者, 各申其說, 人美其亂. 或迂其言, 或譏其論, 若曉而昧, 若分而亂, 斯之由矣.
夫欲定物之本者, 則雖近而必自遠以證其始. 夫欲明物之所由者, 則雖顯而必自幽以敍其本.
- 대저, 사물의 근본(本)을 정하고자 하는 사람은, 비록 가까운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먼 데 가서 그 시원(始)을 따져봐야 하고, 대저, 사물이 말미암는(由) 바를 밝히고자 하는 사람은, 비록 드러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보이지 않는 데서 그 근본(本)을 풀어가야 한다.
故取天地之外, 以明形骸之內; 明侯王孤寡之義, 而從道一以宣其始.
- 고로, 천지 밖의 것을 취함으로써 형해(形骸) 내의 것을 밝히고, 임금과 군주가 외로운 자(孤), 짝잃은 자(寡)라고 자칭하는 의의를 밝힘으로써 도가 하나됨을 따르고 그로써 그 시원을 밝힐 일이다.
故使察近而不及流統之原者, 莫不誕其言以爲虛焉.
- 고로, 가까운 것만을 살피고 물줄기의 원천을 알지 못하면 그 말에 기혹되어 공허해지는(爲虛) 것이다.
是以云云者, 各申其說, 人美其亂. 或迂其言, 或譏其論, 若曉而昧, 若分而亂, 斯之由矣.
- 이런 연유로, 설왕설래하는 자들은 제각기 자기 주장(說)을 풀어대니, 그 혼란스러움을 훌륭하다고 하기도 하고, 혹여 그 말을 에둘러 강변하기도 하고, 혹여 그 논거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훤히 아는 것 같지만 몽매하고, 명백한 것 같지만 혼란스러운 게 다 이 때문이다.
顯 (나타날 현)1. 나타나다 2. 드러나다 3. 뚜렷하다 4. 명확하다(明確--) 5. 분명하다(分明--) 6. 명백하다(明白--) 7. 높다 8. 귀하다(貴--) 9. 명성(名聲)이 있다 10. 지위(地位)가 높다 11. 밝다 12. 돌아가신 부모(父母)
幽 (그윽할 유, 검을 유)1. 그윽하다 2. 멀다, 아득하다 3. 깊다 4. 조용하다, 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5. 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6. 가두다, 갇히다 7. 피하여 숨다 8. 검다 9. 귀신(鬼神), 초현실적(超現實的)인 것 10. 저승 11. 어두운...
敍 (펼 서, 차례 서)1. 펴다 2. 늘어서다 3. 주다 4. 진술하다(陳述--) 5.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6. 쓰다 7. 차례(次例) 8. 순서(順序) 9. 서문(序文) 10. 실끝
骸 (뼈 해)1. 뼈, 백골(白骨) 2. 정강이뼈(정강이의 무릎에 가까운 부분) 3. 몸뚱이, 신체(身體)
宣 (베풀 선)1.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은혜 따위를)끼치어 주다 2. 널리 펴다 3. 떨치다, 발양하다(發揚--) 4. 밝히다 5. 임금이 말하다, (임금이)하교(下敎)를 내리다 6. 머리가 세다, 머리털이...
及 (미칠 급)1.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2. 미치게 하다, 끼치게 하다 3.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到達--) 4. 함께 하다, 더불어 하다 5. 함께, 더불어 6. 및, 와 7. 급제(及第)의...
統 (거느릴 통)1. 거느리다 2. 합치다(合--) 3. 계통(系統) 4. 줄기 5. 실마리 6. 법(法) 7. 모두
原 (언덕 원, 근원 원)1. 언덕 2. 근원(根源), 근본(根本) 3. 저승 4. 들, 벌판 5. 문체(文體)의 한 가지 6. 원래 7. 거듭, 재차 8. 근본(根本)을 추구하다(追求--) 9. 캐묻다, 찾다 10. 의거하다(依據--), 기초(基礎)를 두다 11. 기인하다(起因--)...
誕 (낳을 탄, 거짓 탄)1. 낳다 2. 탄생하다(誕生--) 3. 기르다 4. 속이다 5. 방종하다(放縱--) 6. 현혹하다(眩惑--) 7. 넓다 8. 크다 9. 생일 10. 거짓 11. 거짓말 12. 이에(어조사) 13. 진실로(眞實-), 참으로 14. 크게, 널리
申 (거듭 신, 아홉째 지지 신)1. 거듭, 되풀이하여 2. 아홉째 지지(地支) 3. 방위(方位)로는 서남서, 동물(動物)로는 원숭이 4. 나라의 이름 5. 거듭하다 6. 늘이다, 연장시키다(延長---) 7. 펴다,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迂 (에돌 우, 굽을 오)1. 에돌다(선뜻 나아가지 아니하고 멀리 피하여 돌다) 2. 멀다 3. 굽히다, 기세(氣勢)를 꺾다 4. 피하다(避--) 5. 억제하다(抑制--) 6. 옳지 않다, 비뚤다 7. 잘못하다, 실수하다(失手--) 8. 에두르다(에워서 둘러막다,...
譏 (비웃을 기)1. 비웃다 2. 나무라다 3. 기찰하다(譏察--: 행동 따위를 넌지시 살피다) 4. 간하다(諫--: 웃어른이나 임금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말하다) 5. 책하다(責--) 6. 원망하다(怨望--) 7. 싫어하다
曉 (새벽 효)1. 새벽, 동틀 무렵 2. 깨닫다, 환히 알다 3. 이해하다(理解--) 4. 밝다, 환하다 5. 타이르다, 일러주다 6. 사뢰다(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 아뢰다(말씀드려 알리다)
昧 (어두울 매)1. (날이)어둡다 2. 찢다 3. 탐하다(貪--) 4. 무릅쓰다(=冒) 5. 어둑새벽(밤이 샐 무렵) 6. 별의 이름 7. 악곡(樂曲)의 이름
分 (나눌 분, 푼 푼)1. 나누다 2. 나누어 주다, 베풀어 주다 3. 나누어지다, 몇 개의 부분(部分)으로 갈라지다 4. 구별하다(區別--), 명백(明白)하게 하다 5. 헤어지다, 떨어져 나가다 6. 구별(區別), 다름 7. 나누어 맡은 것, 몫 8. 분수(分數)...
대저, 사물의 근본(本)을 정하고자 하는 사람은, 비록 가까운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먼 데 가서 그 시원(始)을 따져봐야 하고, 대저, 사물이 말미암는(由) 바를 밝히고자 하는 사람은, 비록 드러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보이지 않는 데서 그 근본(本)을 풀어가야 한다. 고로, 천지 밖의 것을 취함으로써 형해(形骸) 내의 것을 밝히고, 임금과 군주가 외로운 자(孤), 짝잃은 자(寡)라고 자칭하는 의의를 밝힘으로써 도가 하나됨을 따르고 그로써 그 시원을 밝힐 일이다. 고로, 가까운 것만을 살피고 물줄기의 원천을 알지 못하면 그 말에 기혹되어 공허해지는(爲虛) 것이다. 이런 연유로, 설왕설래하는 자들은 제각기 자기 주장(說)을 풀어대니, 그 혼란스러움을 훌륭하다고 하기도 하고, 혹여 그 말을 에둘러 강변하기도 하고, 혹여 그 논거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훤히 아는 것 같지만 몽매하고, 명백한 것 같지만 혼란스러운 게 다 이 때문이다.
老子旨略 10 - 王弼
名也者, 定彼者也, 稱也者, 從謂者也. 名生乎彼, 稱出乎我. 故涉之乎無物而不由, 則稱之曰道, 求之乎無妙而不出, 則謂之曰玄. 妙出乎玄, 衆由乎道. 故生之畜之, 不壅不塞, 通物之性, 道之謂也.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有德而無主, 玄之德也. 玄, 謂之深者也; 道, 稱之大者也. 名號生乎形狀, 稱謂出乎涉求. 名號不虛生, 稱謂不虛出. 故名號則大失其旨, 稱謂則未盡其極. 是以謂玄則玄之又玄, 稱道則域中有四大也.
名也者, 定彼者也, 稱也者, 從謂者也.
- 명(名)이라는 것은 대상 내지 객체(彼)를 정하는 것이고, 칭함(稱)이라는 것은 일겉는(謂) 것에 부속된다.
名生乎彼, 稱出乎我. 故涉之乎無物而不由, 則稱之曰道, 求之乎無妙而不出, 則謂之曰玄.
- 명(名)은 대상 내지는 객체(彼)에서 생겨나고, 칭함(稱)은 나(我)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고로, 만물이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는, 곧 이를 도라고 칭하는 것이요. 오묘함이 나오지 않는 것이 없는 경지에서 구하기로는, 곧 이를 현(玄, 그윽하다)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妙出乎玄, 衆由乎道. 故生之畜之, 不壅不塞, 通物之性, 道之謂也.
- 신묘함은 현에서 나오고, 뭇 사물은 도에서 말미암는다. 고로, 낳고 길러주면서, 억지로 가두고 막지 않으며 사물의 본성을 통하게 해주니, 이 모든 것이 도를 일컬는 것이다.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有德而無主, 玄之德也.
- 낳았음에도 소유하지 않고, 위하였음에도 기대하지 않고, 길러줌에도 부리지 않으니, 덕이 있지만 주인되고자 하지 않음이 현(玄)의 덕이다.
玄, 謂之深者也; 道, 稱之大者也.
- 현(玄)은 심오함을 이르는 것이요. 도는 위대함을 일컫는 것이다.
名號生乎形狀, 稱謂出乎涉求. 名號不虛生, 稱謂不虛出.
-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은 형상에서 나오고,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은 두루 구하는 것에서 나오니,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이 헛되어 생기는 게 아니요,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이 헛되이 나오는 게 아니다.
故名號則大失其旨, 稱謂則未盡其極. 是以謂玄則玄之又玄, 稱道則域中有四大也.
- 고로,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은 그 본지를 크게 잃게 되어 있고,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은 그 지극함을 다하지 못하는 법이다. 이런 연유로, 현(玄)을 이를 때 현묘하고 또 현묘하다고만 한 것이고, 도를 칭할 때 이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게 있다고만 한 것이다.
從 (좇을 종)1. 좇다, 따르다 2. 나아가다, 다가서다 3. 모시다, 시중들다 4. 일하다 5. 놓다 6. 모이다 7.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8. 높고 크다 9. 조용하다, 느릿하다 10. 방종하다(放縱--), 제멋대로 하다 11. 말미암다
謂 (이를 위)1. 이르다, 일컫다 2. 가리키다 3. 논평하다(論評--) 4. 설명하다(說明--) 5. 알리다, 고하다(告--) 6. 생각하다 7. 힘쓰다 8. 하다 9. 근면하다(勤勉--) 10. 어찌하랴 11. 이름(이르는 바) 12. 까닭, 이유(理由)
涉 (건널 섭, 피 흐르는 모양 첩)1. 건너다 2. 지나다, 거치다 3. 겪다 4. 거닐다 5. (걸어서)돌아다니다 6. (길을)떠나다 7. 이르다(어떤 정도나 범위에 미치다),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8. 간섭하다(干涉--), 관계하다(關係--)
壅 (막을 옹)1. 막다 2. 막히다, 메이다 3. 가리다, 숨기다 4. 북(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을 돋우다(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 5. 구석지고 으슥한 곳 6. 장애물(障礙物)
塞 (변방 새, 막힐 색)1. 변방(邊方: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지역) 2. 요새(要塞) 3. 보루(堡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 4. 주사위(놀이 도구의 하나) 5. 성(姓)의 하나 6. 보답하다(報答--), 굿을 하다(=賽)
通 (통할 통)1. 통하다(通--) 2. 내왕하다(來往--) 3. 알리다 4. 알다 5. 정을 통하다(通--) 6. 통(편지 따위를 세는 단위)
명(名)이라는 것은 대상 내지 객체(彼)를 정하는 것이고, 칭함(稱)이라는 것은 일겉는(謂) 것에 부속된다. 명(名)은 대상 내지는 객체(彼)에서 생겨나고, 칭함(稱)은 나(我)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고로, 만물이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는, 곧 이를 도라고 칭하는 것이요. 오묘함이 나오지 않는 것이 없는 경지에서 구하기로는, 곧 이를 현(玄, 그윽하다)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신묘함은 현에서 나오고, 뭇 사물은 도에서 말미암는다. 고로, 낳고 길러주면서, 억지로 가두고 막지 않으며 사물의 본성을 통하게 해주니, 이 모든 것이 도를 일컬는 것이다. 낳았음에도 소유하지 않고, 위하였음에도 기대하지 않고, 길러줌에도 부리지 않으니, 덕이 있지만 주인되고자 하지 않음이 현(玄)의 덕이다. 현(玄)은 심오함을 이르는 것이요. 도는 위대함을 일컫는 것이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은 형상에서 나오고,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은 두루 구하는 것에서 나오니,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이 헛되어 생기는 게 아니요,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이 헛되이 나오는 게 아니다. 고로,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은 그 본지를 크게 잃게 되어 있고,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은 그 지극함을 다하지 못하는 법이다. 이런 연유로, 현(玄)을 이를 때 현묘하고 또 현묘하다고만 한 것이고, 도를 칭할 때 이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게 있다고만 한 것이다.
老子旨略 11 - 王弼
老子之書, 其幾乎可一言而蔽之. 噫! 崇本息末而已矣. 觀其所由, 尋其所歸, 言不遠宗, 事不失主. 文雖五千, 貫之者一; 義雖廣贍, 衆則同類. 解其一言而蔽之, 則無幽而不識; 每事各爲意, 則雖辯而愈惑.
老子之書, 其幾乎可一言而蔽之. 噫! 崇本息末而已矣.
- 노자(老子之書)를 가히 한 마디로 해서 모두 담을 수 있거니와, 아! '근본(本)을 높이고 말단(末)을 잠재우는 것', 이 한마디면 족하리라.
觀其所由, 尋其所歸, 言不遠宗, 事不失主.
- 그 말미암는(由) 바를 관찰하고 그 되돌아가는(歸) 바를 탐구하면, 말(言)은 종지(宗)에서 멀어지지 않고 일(事)은 종주(主, 근간)를 잃지 않으리라.
文雖五千, 貫之者一; 義雖廣贍, 衆則同類
- 그 글이 비록 오천언이나, 관통하는 것은 단 하나(一)요. 그 뜻이 비록 넓고 넉넉하나, 모두 같은 부류(同類)이다.
解其一言而蔽之, 則無幽而不識; 每事各爲意, 則雖辯而愈惑.
- 그 한 마디 말(一言)을 헤아리고 노자를 담을 것이니, 즉, 그윽하고 아득하지만 알지 못할 게 없으리라. 매사에 각기의 뜻으로 풀이한다면, 즉, 변별한다(辯)고는 하나 구차할 정도로 미혹스러워지리라.
幾 (몇 기)1. 몇, 얼마, 어느 정도 2. 그 3. 거의 4. 어찌 5. 자주, 종종 6. 조용히, 조용하고 공손(恭遜)하게 7. 바라건대, 원하건대 8. 가, 언저리 9. 기미(幾微ㆍ機微), 낌새 10. 조짐(兆朕), 징조(徵兆) 11. 고동(기계 장치)
蔽 (덮을 폐, 닦을 별)1. 덮다 2. 가리다 3. 총괄하다(總括--) 4. 개괄하다(槪括--: 줄거리를 대강 추려내다) 5. 판단하다(判斷--) 6.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到達--) 7. 해지다 8. 발 9. 울타리 10. 결점(缺點)
噫 (한숨 쉴 희, 트림할 애, 탄식할 억)1. 한숨을 쉬다 2. 탄식하다(歎息ㆍ嘆息--) 3. 느끼다 4. 아아! a. 트림하다 (애) b. 하품 (애) c. 탄식하다(歎息ㆍ嘆息--) (억) d. 아아! (억)
尋 (찾을 심)1. 찾다, 캐묻다 2. 탐구하다(探求--), 연구하다(硏究--) 3. 쓰다, 사용하다 4. 치다, 토벌하다(討伐--) 5. 잇다, 계승하다(繼承--) 6. 첨가하다, 거듭하다 7. 생각하다 8. 높다 9. 길다 10. 깊다 11. 미치다(영향이나
贍 (넉넉할 섬)1. 넉넉하다 2. 많다, 풍부하다(豐富--) 3. 진휼하다(賑恤--) 4. 구제하다(救濟--) 5. 돕다, 구조하다(救助--) 6. (재물을)보태다
解 (풀 해)1. 풀다, 벗다, 깨닫다, 설명하다(說明--) 2. 풀이하다 3. 깨닫다 4. 통달하다(通達--: 사물의 이치나 지식, 기술 따위를 훤히 알거나 아주 능란하게 하다) 5. 가르다, 분할하다(分割--), 떼어내다 6. 느슨해지다
幽 (그윽할 유, 검을 유)1. 그윽하다 2. 멀다, 아득하다 3. 깊다 4. 조용하다, 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5. 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6. 가두다, 갇히다 7. 피하여 숨다 8. 검다 9. 귀신(鬼神), 초현실적(超現實的)인 것 10. 저승 11. 어두운
愈 (나을 유, 구차할 투)1. (남보다)낫다, 뛰어나다 2. (병이)낫다 3. 고치다 4. 유쾌하다(愉快--) 5. 즐기다 6.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괴로워하다 7. 근심하는 모양 8. 더욱, 점점 더 a. 구차하다(苟且--)
노자(老子之書)를 가히 한 마디로 해서 모두 담을 수 있거니와, 아! '근본(本)을 높이고 말단(末)을 잠재우는 것', 이 한마디면 족하리라. 그 말미암는(由) 바를 관찰하고 그 되돌아가는(歸) 바를 탐구하면, 말(言)은 종지(宗)에서 멀어지지 않고 일(事)은 종주(主)를 잃지 않으리라. 그 글이 비록 오천언이나, 관통하는 것은 단 하나(一)요. 그 뜻이 비록 넓고 넉넉하나, 모두 같은 부류(同類)이다. 그 한 마디 말(一言)을 헤아리고 노자를 담을 것이니, 즉, 그윽하고 아득하지만 알지 못할 게 없으리라. 매사에 각기의 뜻으로 풀이한다면, 즉, 변별한다(辯)고는 하나 구차할 정도로 미혹스러워지리라.
老子旨略 12 - 王弼
嘗試論之曰: 夫邪之興也, 豈邪者之所爲乎? 淫之所起也, 豈淫者之所造乎? 故閑邪在乎存誠, 不在善察; 息淫在乎去華, 不在滋章; 絶盜在乎去欲, 不在嚴刑; 止訟存乎不尙, 不在善聽. 故不攻其爲也, 使其無心於爲也; 不害其欲也, 使其無心於欲也. 謀之於未兆, 爲之於未始, 如斯而已矣.
嘗試論之曰: 夫邪之興也, 豈邪者之所爲乎? 淫之所起也, 豈淫者之所造乎?
- 시험삼아 논의를 해보자면, 대저, 간사함이 일어나는 게 어찌 간사함이 그리 하게 하겠으며, 음탕함이 일어나는 게 어찌 음탕함이 조장하겠는가?
故閑邪在乎存誠, 不在善察; 息淫在乎去華, 不在滋章; 絶盜在乎去欲, 不在嚴刑; 止訟存乎不尙, 不在善聽.
- 고로, 간사함을 막는 것은 내지는 진심(誠)을 보존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간사하지 않도록 잘 살피는(察) 데에 있는 게 아니다. 음탕함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그 화려함(華)을 버리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모범 내지 법령(章)을 늘리느냐에 있는 게 아니다. 도둑을 근절하는 것은 욕심(欲)를 줄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형벌(刑)을 엄격하게 하는(嚴) 데에 있는 게 아니다. 다툼을 그치게 하는 것은 재물을 숭상하지 않는(不尙) 것에 달려 있는 것이지, 판결을 잘 내리는데에 있는 게 아니다.
故不攻其爲也, 使其無心於爲也; 不害其欲也, 使其無心於欲也. 謀之於未兆, 爲之於未始, 如斯而已矣.
- 고로, 그 행위를 근절할 것이 아니라 그런 행위에 대해 (애초부터) 무심하도록 할 일이다. 그 욕구를 잘라버릴 것이 아니라 그런 욕구에 대해 (애초부터) 무심하도록 할 일이다. 조짐이 보이기 전에 도모하도록 하고, 아직 시작되기 전에 일을 처리하라는 말이 그 말이다.
嘗 (맛볼 상)1. 맛보다 2. 음식을 맛보다 3. 경험하다(經驗--) 4. 시험하다(試驗--) 5. 체험하다(體驗--) 6. 겪다 7. 가을의 제사(祭祀) 8. 일찍이 9. 과거에(過去-) 10. 이전에 11. 시험삼아
試 (시험 시)1. 시험(試驗) 2. 잠시(暫時), 시험삼아 3. 시험하다(試驗--), 떠보다 4. 검증하다(檢證--), 검사하다(檢査--) 5. 비교(比較)해 보다 6. 살피다 7. 익히다, 훈련하다(訓鍊ㆍ訓練--) 8. 쓰다, 사용하다(使用--) 9. 겪다..
邪 (간사할 사, 그런가 야, 나머지 여, 느릿할 서)1. 간사하다(奸邪--: 마음이 바르지 않다) 2. 사악하다(邪惡--) 3. 기울다, 비스듬하다 4. 바르지 아니하다 5. 사사롭다(私私--) 6. 사기(邪氣) 7. 품행(品行)이 부정(不正)한 사람 8. 사사(私私)로운 마음 a. 그런가...
興 (일 흥, 피 바를 흔)1. 일다 2. 일으키다 3. 시작하다(始作--) 4. 창성하다(昌盛--) 5. 흥겹다 6. 기뻐하다 7. 성공하다(成功--) 8. 등용하다(登用ㆍ登庸--) 9. 다스리다 10. 징발하다(徵發--) 11. 느끼다 12. 유행하다(流行--) 13. 흥(興
豈 (어찌 기, 개가 개)1. 어찌 2. 어찌하여 3. 그(=其) a. 개가(凱歌) (개) b. 승전악(勝戰樂) (개) c. 화락하다(和樂--: 화평하게 즐기다) (개)
淫 (음란할 음, 장마 음, 요수 요, 강 이름 염)1. 음란하다(淫亂--) 2. 탐하다(貪--), 욕심내다 3. 과하다(過--), 지나치다 4. 간사하다(奸邪--: 마음이 바르지 않다), 사악하다(邪惡--) 5. 도리(道理)에 어긋나다 6. 어지럽다 7. 어지럽히다, 미혹시키다(迷惑---)
造 (지을 조)1. 짓다 2. 만들다 3. 이루다 4. 성취하다(成就--) 5. 이룩하다 6. 양성하다(養成--) 7. 배양하다(培養--) 8. 기르다 9. 넣다 10. 조작하다 11. 가짜로 꾸미다 12. 날조하다(捏造--) 13. 시작하다(始作--) 14. 벌여놓다
閑 (한가할 한)1. 한가하다(閑暇--) 2. 등한하다(等閑--: 무엇에 관심이 없거나 소홀하다) 3. 막다 4. 보위하다(保衛--: 보호하고 방위하다) 5. 닫다 6. 아름답다 7. 품위가 있다 8. 조용하다 9. 틈, 틈새 10. 법(法), 법도(法度)
察 (살필 찰)1. 살피다 2. 알다, 살펴서 알다 3. 상고하다(詳考--) 4. 자세하다(仔細ㆍ子細--), 밝고 자세하다 5. 조사하다(調査--), 생각하여 보다 6. 드러나다, 널리 알려지다 7. 깨끗하다, 결백하다(潔白--) 8. 밀다, 천거하다(薦擧--)
息 (쉴 식)1. (숨을)쉬다 2. 호흡하다(呼吸--) 3. 생존하다(生存--) 4. 살다, 생활하다(生活--) 5. 번식하다(繁殖ㆍ蕃殖ㆍ蕃息--) 6. 자라다, 키우다 7. 그치다, 그만두다, 중지하다(中止--) 8. 망하다(亡--), 멸하다(滅--)
華 (빛날 화)0. 중국어(中國語) 1. 빛나다 2. 찬란하다(燦爛ㆍ粲爛--) 3. 화려하다(華麗--) 4. 사치하다(奢侈--) 5. 호화롭다(豪華--) 6. 번성하다(蕃盛ㆍ繁盛--) 7. 머리 세다 8. 꽃 9. 광채(光彩) 10. 때 11. 세월(歲月) 12. 시간(時間)
滋 (불을 자)1. 붇다, 증가하다(增加--) 2. 늘다, 많아지다 3. 번식하다(繁殖ㆍ蕃殖ㆍ蕃息--) 4. 자라다, 생장하다(生長--) 5. 우거지다, 무성하다(茂盛--) 6. 잦다(잇따라 자주 있다), 많다 7. 심다, (씨를)뿌리다 8. 여물다
章 (글 장)1. 글, 문장(文章) 2. 악곡(樂曲)의 단락(段落) 3. 시문(詩文)의 절, 단락(段落) 4. 구별(區別) 5. 기, 표지(標識: 표시나 특징으로 다른 것과 구분함) 6. 모범(模範), 본보기 7. 조목(條目) 8. 법(法), 법식(法式)
訟 (송사할 송, 용납할 용)1. 송사하다(訟事--), 고소하다(告訴--) 2. 다투다 3. 쟁론하다(爭論--) 4. 신원하다(伸冤--: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 버리다) 5. 꾸짖다 6. 자책하다(自責--) 7. 드러내다 8. 버젓하다(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조심하거나
聽 (들을 청)1. 듣다 2. 들어 주다 3. 판결하다(判決--) 4. 결정하다(決定--) 5. 다스리다 6. 받아 들이다, 허락하다(許諾▼--) 7. 용서하다(容恕--) 8. 살피다, 밝히다 9. 기다리다 10. 따르다, 순종하다(順從--) 11. 엿보다, 염
攻 (칠 공)1. 치다, 때리다 2. 책망하다(責望--) 3. 닦다 4. 거세하다(去勢--) 5. 공격하다(攻擊--) 6. 굳다 7. 다스리다 8. 불까다 9. 짓다
시험삼아 논의를 해보자면, 대저, 간사함이 일어나는 게 어찌 간사함이 그리 하게 하겠으며, 음탕함이 일어나는 게 어찌 음탕함이 조장하겠는가? 고로, 간사함을 막는 것은 내지는 진심(誠)을 보존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간사하지 않도록 잘 살피는(察) 데에 있는 게 아니다. 음탕함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그 화려함(華)을 버리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모범 내지 법령(章)을 늘리느냐에 있는 게 아니다. 도둑을 근절하는 것은 욕심(欲)를 줄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형벌(刑)을 엄격하게 하는(嚴) 데에 있는 게 아니다. 다툼을 그치게 하는 것은 재물을 숭상하지 않는(不尙) 것에 달려 있는 것이지, 판결을 잘 내리는데에 있는 게 아니다. 고로, 그 행위를 근절할 것이 아니라 그런 행위에 대해 (애초부터) 무심하도록 할 일이다. 그 욕구를 잘라버릴 것이 아니라 그런 욕구에 대해 (애초부터) 무심하도록 할 일이다. 조짐이 보이기 전에 도모하도록 하고, 아직 시작되기 전에 일을 처리하라는 말이 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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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旨略 13 - 王弼
故竭聖智以治巧僞, 未若見質素以靜民欲; 興仁義以敦薄俗, 未若抱樸以全篤實; 多巧利以興事用, 未若寡私欲以息華競. 故絶司察, 潛聰明, 去勸進, 翦華譽, 棄巧用, 賤寶貨, 唯在使民愛欲不生, 不在攻其爲邪也. 故見素樸以絶聖智, 寡私欲以棄巧利, 皆崇本以息末之謂也.
故竭聖智以治巧僞, 未若見質素以靜民欲;
- 고로,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사용하여 교묘함(巧)과 위선(僞)을 다스릴 것이 아닐지니, 소박한 자질(質素)을 보게 하여 백성의 욕심을 가라 앉히는(靜) 것만 못하다.
興仁義以敦薄俗, 未若抱樸以全篤實;
- 인(仁)과 의(義)를 일으켜 각박한 풍속을 도탑게 할 것이 아닐지니, 통나무같은 질박함(樸)을 안도록 하고 독실(篤實)함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만 못하다.
多巧利以興事用, 未若寡私欲以息華競.
-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을 늘려 일의 용처를 늘리는 것이 아닐지니, 사사로움(私)과 욕심(欲)을 줄이도록 하여 사치스러움과 경쟁의식을 잠재우도록 하는 것만 못하다.
故絶司察, 潛聰明, 去勸進, 翦華譽, 棄巧用, 賤寶貨, 唯在使民愛欲不生, 不在攻其爲邪也.
- 고로, 사찰함(司察)을 끊고, 총명(聰明)을 가라 앉히고, 부추기는 것(勸進)을 버리고, 화려한 명예(華譽)를 없애고, 교묘한 쓰임(巧用)을 내버리고, 재물을 천히 여길 일이다. 오직, 백성으로 하여금 애욕이 생겨나지 않도록 함이 중요한 것이지 백성의 그런 행위를 다스리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리라.
故見素樸以絶聖智, 寡私欲以棄巧利, 皆崇本以息末之謂也.
- 고로, 명주의 소담함(素)과 통나무의 질박함(樸) 내지는 소박(素樸)함을 따름으로써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버릴 일이며, 사사로움(私)과 욕심(欲) 내지는 사사로운 욕심(私欲)을 줄임으로써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을 버릴 일이다. 이 모든 게 '근본(本)을 높이고 말단(末)을 잠재우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리라.
竭 (다할 갈, 다할 걸)1. 다하다 2. 없어지다 3. 끝나다 4. 엉기다(한 덩어리가 되면서 굳어지다) 5. 막히다 6. 제거하다(除去--), 없애다 7. 무너지다, 망가지다(부서지거나 찌그러져 못 쓰게 되다) 8. (물이)마르다 9. 짊어지다 10. 말하다
敦 (도타울 돈, 다스릴 퇴, 제기 대, 모일 단, 아로새길 조, 덮을 도)1. 도탑다(서로의 관계에 사랑이나 인정이 많고 깊다) 2. 힘쓰다 3. 노력하다(努力--) 4. 진(陣)을 치다 a. 다스리다 (퇴) b. 던지다 (퇴) c. 쟁반 (대) d. 제기(祭器: 제사에 쓰는 그릇) (대) e. 모이다 (단) f. 외가.
薄 (엷을 박, 동자기둥 벽, 풀 이름 보)1. 엷다, 얇다 2. 적다 3. 야박하다(野薄--) 4. 싱겁다 5. 맛없다 6. 깔보다, 업신여기다 7. 척박하다(瘠薄--) 8. 가까워지다 9. 숲 10. 대그릇(대로 만든 그릇) a. 동자기둥(童子--: 들보 위에 세우는 짧은 기둥) (벽)
篤 (도타울 독)1. 도탑다(서로의 관계에 사랑이나 인정이 많고 깊다) 2. 두터이 하다, 도탑게 하다 3. 진심(眞心)이 깃들어 있다 4. 전일하다(專一--), 순일하다(純一--) 5. 단단하다, 견실하다(堅實--) 6. 살피다, 감독하다(監督--)
華 (빛날 화)0. 중국어(中國語) 1. 빛나다 2. 찬란하다(燦爛ㆍ粲爛--) 3. 화려하다(華麗--) 4. 사치하다(奢侈--) 5. 호화롭다(豪華--) 6. 번성하다(蕃盛ㆍ繁盛--) 7. 머리 세다 8. 꽃 9. 광채(光彩) 10. 때 11. 세월(歲月) 12. 시간(時間)
競 (다툴 경)1. 다투다 2. 겨루다 3. 쫓다, 따르다 4. 나아가다 5. 나란하다(여럿이 줄지어 늘어선 모양이 가지런하다) 6. 굳세다 7. 갑작스럽다 8. 높다 9. 성하다(盛--: 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 10. 갑자기
潛 (잠길 잠)1. 잠기다 2. 가라앉다, (마음을)가라앉히다 3. 자맥질하다(물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짓) 4. 감추다, 숨기다 5. 깊다 6. 소(沼) 7. 고기깃(물고기가 모여들게 넣어두는 풀) 8. 물의 이름, 한수(漢水)의
翦 (자를 전)1. 자르다 2. 끊다, 베다 3. 깎다 4. 멸망시키다(滅亡---) 5. 제거하다(除去--), 없애다 6. 가위 7. 깃에 붙인 화살
고로,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사용하여 교묘함(巧)과 위선(僞)을 다스릴 것이 아닐지니, 소박한 자질(質素)을 보게 하여 백성의 욕심을 가라 앉히는(靜) 것만 못하다. 인(仁)과 의(義)를 일으켜 각박한 풍속을 도탑게 할 것이 아닐지니, 통나무같은 질박함(樸)을 안도록 하고 독실(篤實)함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만 못하다.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을 늘려 일의 용도를 늘리는 것이 아닐지니, 사사로움(私)과 욕심(欲)을 줄이도록 하여 사치스러움과 경쟁의식을 잠재우도록 하는 것만 못하다. 고로, 사찰함(司察)을 끊고, 총명(聰明)을 가라 앉히고, 부추기는 것(勸進)을 버리고, 화려한 명예(華譽)를 없애고, 교묘한 쓰임(巧用)을 내버리고, 재물을 천히 여길 일이다. 오직, 백성으로 하여금 애욕이 생겨나지 않도록 함이 중요한 것이지 백성의 그런 행위를 다스리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리라. 고로, 명주의 소담함(素)과 통나무의 질박함(樸) 내지는 소박(素樸)함을 따름으로써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버릴 일이며, 사사로움(私)과 욕심(欲) 내지는 사사로운 욕심(私欲)을 줄임으로써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을 버릴 일이다. 이 모든 게 '근본(本)을 높이고 말단(末)을 잠재우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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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旨略 14 - 王弼
夫素樸之道不著, 而好欲之美不隱, 雖極聖明以察之, 竭智慮以攻之, 巧愈思精, 僞愈多變, 攻之彌甚, 避之彌勤. 則乃智愚相欺, 六親相疑, 樸散眞離, 事有其奸. 蓋舍本而攻末, 雖極聖智, 愈致斯災, 況術之下此者乎! 夫鎭之以素樸, 則無爲而自正; 攻之以聖智, 則民窮而巧殷. 故素樸可抱, 而聖智可棄. 夫察司之簡, 則避之亦簡; 竭其聰明, 則逃之亦察. 簡則害樸寡, 密則巧僞深矣. 夫能爲至察探幽之術者, 匪唯聖智哉? 其爲害也, 豈可記乎! 故百倍之利未渠多也.
夫素樸之道不著, 而好欲之美不隱,
- 대저, 소박함(素樸)의 도(道)는 드러나지 않으나, 호욕(好欲)의 아름다움(美)은 숨으려 하지 않는 법이다.
雖極聖明以察之, 竭智慮以攻之, 巧愈思精, 僞愈多變, 攻之彌甚, 避之彌勤.
- (하지만) 실로 지극한 성스러움(聖)과 명철함(明)으로 살피고, 지모(智)와 온갖 궁리(慮)를 다하여 다스린다면, 교묘함(巧)이 점점 정밀해지고, 위선(僞)이 점점 변화무쌍해질 뿐이다. 다스리는 것이 점점 심해질수록, 피하고자 하는 것도 점점 주도면밀해지리라.
則乃智愚相欺, 六親相疑, 樸散眞離, 事有其奸.
- 즉, 지모있는 자와 어리석은 자들이 서로 속이고, 육친이 서로 질시하고, 소박함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참됨도 없어지고, 일에는 간사함이 넘쳐나는 것이다.
蓋舍本而攻末, 雖極聖智, 愈致斯災, 況術之下此者乎!
- 생각컨대, 근본(本)을 버리고 말단(末)을 다스린다면, 비록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다 쓴다고 하더라도, 점점 그런 재앙에 빠져들 수밖에 없으리라. 하물며 (성스러움과 지모보다 못한) 술수(術)를 쓸 때에는 그 재앙이 얼마나 더 하겠는가!
夫鎭之以素樸, 則無爲而自正; 攻之以聖智, 則民窮而巧殷.
- 대저, 소박(素樸)함으로 그를 진정시킨다면, 곧, 인위함 없이도 스스로 바르게 될 것이다. 성스러움과 지모로 그를 다스린다면, 곧, 백성은 더 곤궁해지는 동시에 점점 교묘해질 뿐이다.
故素樸可抱, 而聖智可棄. 夫察司之簡, 則避之亦簡; 竭其聰明, 則逃之亦察. 簡則害樸寡, 密則巧僞深矣.
- 고로, 소박(素樸)함을 안을 것이고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는 버릴 일이다. 무릇, 사찰을 단순하게 하면, (사찰을) 피하는 행위도 단순해지는 법이다. (사찰함에 있어) 더 치밀해질수록, 곧, 그를 피하는 방법도 점점 주도면밀해진다. 단순하게 하면 소박함을 해치는 것도 줄어들고, 치밀하면 할수록 교묘한 위선이 뿌리깊어지는 법이다.
夫能爲至察探幽之術者, 匪唯聖智哉? 其爲害也, 豈可記乎!
- 대저, 그윽하게 깊은 데까지 살피고 뒤지는 재주를 갖고 있는 게 바로 성스러움(聖)과 지모(智)가 아니던가? 이들이 끼치는 해로움이야 어찌 다 쓸 수 있을 것인가!
故百倍之利未渠多也.
- 고로, '(성스러움과 지모를 버리면) 백성에게 좋은 일이 백배가 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리라.
著 (나타날 저, 붙을 착)0. 뜰(집 안의 앞뒤나 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 0. 분명(分明)함, 뚜렷함 0. 오래되다 0. 오미자(五味子) 0. 자리 0. 정성(精誠) 0. 좋다, 마땅하다 0. 지위(地位), 계급(階級) 1. 나타나다, 나타내다 2. 분명
察 (살필 찰)1. 살피다 2. 알다, 살펴서 알다 3. 상고하다(詳考--) 4. 자세하다(仔細ㆍ子細--), 밝고 자세하다 5. 조사하다(調査--), 생각하여 보다 6. 드러나다, 널리 알려지다 7. 깨끗하다, 결백하다(潔白--) 8. 밀다, 천거하다(薦擧--)
慮 (생각할 려, 생각할 여, 사실할 록, 사실할 녹)1. 생각하다 2. 이리저리 헤아려 보다 3.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4. 걱정하다 5. 어지럽게 하다 6. 맺다, 연결하다 7. 꾀하다 8. 흩뜨리다(흩어지게 하다) 9. 생각 10. 계획(計劃ㆍ計畫) 11. 걱정, 근심,...
攻 (칠 공)1. 치다, 때리다 2. 책망하다(責望--) 3. 닦다 4. 거세하다(去勢--) 5. 공격하다(攻擊--) 6. 굳다 7. 다스리다 8. 불까다 9. 짓다
巧 (공교할 교)1. 공교하다(工巧--: 솜씨나 꾀 따위가 재치가 있고 교묘하다) 2. 솜씨가 있다 3. 예쁘다 4. 아름답다 5. 약삭빠르다 6. 재주 7. 책략(策略) 8. 작은 꾀 9. 공교히(工巧-) 10. 교묘(巧妙)하게
愈 (나을 유, 구차할 투)1. (남보다)낫다, 뛰어나다 2. (병이)낫다 3. 고치다 4. 유쾌하다(愉快--) 5. 즐기다 6.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괴로워하다 7. 근심하는 모양 8. 더욱, 점점 더 a. 구차하다(苟且--) (투)
彌 (미륵 미, 두루 미)1. 미륵(彌勒) 2. 두루, 널리 3. 더욱 4. 멀리 5. 갓난아이 6. 장식(裝飾) 7. 물이 꽉 찬 모양 8. 오래다 9. 지내다 10. 다하다, 극에 다다르다 11. 마치다, 그치다, 끝나다 12. 차다, 가득 메우다 13. 멀다 14. 거두다,
欺 (속일 기)1. 속이다 2. 업신여기다 3. 보기 흉하다(凶--), 추하다(醜--) 4. 거짓, 허위(虛僞) 5. 기만(欺瞞
況 (상황 황, 하물며 황)1. 상황(狀況), 정황(情況) 2. 형편(形便) 3. 모양 4. 종소리의 형용(形容) 5. 하물며, 더군다나, 게다가 6. 더욱, 더욱 더 7. 때마침, 우연히(偶然-) 8. 곧, 이에 9. 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術 (재주 술, 취락 이름 수)1. 재주, 꾀 2. 방법(方法), 수단(手段) 3. 계략(計略) 4. 술수(術數), 책략(策略) 5. 길 6. 사업(事業), 일 7. 기교(技巧), 기예(技藝) 8. 학문(學問), 학술(學術) 9. 성(姓)의 하나 10. 짓다 11. 서술하다(敍述--)
殷 (성할 은, 은나라 은, 검붉은빛 안)1. 성하다(盛--: 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 2. 많다 3. 부유하다(富裕--), 가멸다(재산이 넉넉하고 많다) 4. 크다 5. (정이)두텁다 6. 깊다 7. 우뚝하다, 험준하다(險峻--) 8. 격렬하다(激烈--), 잦다(잇따라 자주
探 (찾을 탐)1. 찾다, 더듬어 찾다 2. 염탐하다(廉探--), 엿보다 3. 구명하다(究明--), 깊이 연구하다(硏究--) 4. 잡다, 가지다 5. 유람하다(遊覽--)
匪 (비적 비, 나눌 분)1. 비적(匪賊: 떼지어 다니는 도적) 2. 대(나무) 상자(箱子) 3. 문채(文彩: 아름다운 광채) 4. 채색(彩色) 5. 아니다 6. 문채나다(文彩--) 7. 담다 8. 넣다 a. 나누다 (분)
渠 (개천 거)1. 개천(-川: 개골창 물이 흘러 나가도록 길게 판 내) 2. 도랑(매우 좁고 작은 개울), 해자(垓子) 3. 우두머리 4. 다리 5. 방패(防牌ㆍ旁牌) 6. 하루살이(하루살이목의 벌레 총칭) 7. 깊고 넓은 모양 8. 갑자기, 느닷없이.
대저, 소박함(素樸)의 도(道)는 드러나지 않으나, 호욕(好欲)의 아름다움(美)은 숨으려 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실로 지극한 성스러움(聖)과 명철함(明)으로 살피고, 지모(智)와 온갖 궁리(慮)를 다하여 다스린다면, 교묘함(巧)이 점점 정밀해지고, 위선(僞)이 점점 변화무쌍해질 뿐이다. 다스리는 것이 점점 심해질수록, 피하고자 하는 것도 점점 주도면밀해지리라. 즉, 지모있는 자와 어리석은 자들이 서로 속이고, 육친이 서로 질시하고, 소박함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참됨도 없어지고, 일에는 간사함이 넘쳐나는 것이다. 생각컨대, 근본(本)을 버리고 말단(末)을 다스린다면, 비록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다 쓴다고 하더라도, 점점 그런 재앙에 빠져들 수밖에 없으리라. 하물며 (성스러움과 지모보다 못한) 술수(術)를 쓸 때에는 그 재앙이 얼마나 더 하겠는가! 대저, 소박(素樸)함으로 그를 진정시킨다면, 곧, 인위함 없이도 스스로 바르게 될 것이다. 성스러움과 지모로 그를 다스린다면, 곧, 백성은 더 곤궁해지는 동시에 점점 교묘해질 뿐이다. 고로, 소박(素樸)함을 안을 것이고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는 버릴 일이다. 무릇, 사찰을 단순하게 하면, (사찰을) 피하는 행위도 단순해지는 법이다. (사찰함에 있어) 더 치밀해질수록, 곧, 그를 피하는 방법도 점점 주도면밀해진다. 단순하게 하면 소박함을 해치는 것도 줄어들고, 치밀하면 할수록 교묘한 위선이 뿌리깊어지는 법이다. 대저, 그윽하게 깊은 데까지 살피고 뒤지는 재주를 갖고 있는 게 바로 성스러움(聖)과 지모(智)가 아니던가? 이들이 끼치는 해로움이야 어찌 다 쓸 수 있을 것인가! 고로, '(성스러움과 지모를 버리면) 백성에게 좋은 일이 백배가 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리라.
老子旨略 15 - 王弼
夫不能辯名, 則不可與言理; 不能定名, 則不可與論實也. 凡名生於形, 未有形生於名者也. 故有此名必有此形, 有此形必有其分. 仁不得謂之聖, 智不得謂之仁, 則各有其實矣. 夫察見至微者, 明之極也, 探射隱伏者, 慮之極也. 能盡極明, 匪唯聖乎? 能盡極慮, 匪唯智乎? 校實定名, 以觀絶聖, 可無惑矣.
夫不能辯名, 則不可與言理; 不能定名, 則不可與論實也.
- 대저, 이름(名)을 논변할 수 없으면 그에 따른 이치(理)를 말할 수 없고, 이름(名)을 정할 수 없으면 그에 따른 실질(實)을 논할 수 없기는 하다.
凡名生於形, 未有形生於名者也.
- (다만) 모든 이름이야 형체에서 생겨나지만, 형체가 이름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故有此名必有此形, 有此形必有其分.
- 고로, 이름(名)이 있으려면 반드시 그 형체(形)가 있어야 하고, 그 형체(形)가 있으려면 반드시 그를 구분하는(分) 것이 있어야 한다.
仁不得謂之聖, 智不得謂之仁, 則各有其實矣.
- 인(仁)을 성스러움(聖)이라 이를 수 없고, 성스러움(聖)을 인(仁)이라 이를 수 없는 식이다. 즉, 각자 제 나름의 실질(實)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夫察見至微者, 明之極也, 探射隱伏者, 慮之極也.
- 대저, 지극히 미세한 것을 살펴볼(察見) 수 있다면 밝음(明)이 지극한 것이고, 은밀히 숨어 있는 것을 알아 맞힐(探射) 수 있다면 그 헤아림(慮, 사려함)이 지극할 것이다.
能盡極明, 匪唯聖乎? 能盡極慮, 匪唯智乎?
- (어쩌면) 그 밝음(明, 깨닳음)의 극치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성스러움(聖)이 아니겠는가? 그 헤아림(慮, 사려함)의 극치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지모(智)가 아니겠는가?
校實定名, 以觀絶聖, 可無惑矣.
- (성스러움과 지모를 제대로 갖추려면) 실질(實)을 제대로 고찰하고 정확한 이름(名)을 제대로 규정할 일이다. 이로써 (왜 어중간한) 성스러움(聖)을 끊어야 하는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 하여야, 가히 미혹될 일이 없으리라.
探 (찾을 탐)1. 찾다, 더듬어 찾다 2. 염탐하다(廉探--), 엿보다 3. 구명하다(究明--), 깊이 연구하다(硏究--) 4. 잡다, 가지다 5. 유람하다(遊覽--)
射 (쏠 사, 벼슬 이름 야, 맞힐 석, 싫어할 역)1. 쏘다 2. 비추다 3. 추구하다(追求--) 4. 헤아리다 5. 사궁(射弓) 6. 사수(射手) 7. 향사례(鄕射禮: 한량들이 편을 갈라 활쏘기를 겨루던 일) a. 벼슬의 이름 (야) b. 산(山)의 이름 (야) c. 맞히다 (석) d. 쏘아 잡다...
慮 (생각할 려, 생각할 여, 사실할 록, 사실할 녹)1. 생각하다 2. 이리저리 헤아려 보다 3.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4. 걱정하다 5. 어지럽게 하다 6. 맺다, 연결하다 7. 꾀하다 8. 흩뜨리다(흩어지게 하다) 9. 생각 10. 계획(計劃ㆍ計畫) 11. 걱정, 근심
校 (학교 교)1. 학교(學校) 2. 장교(將校) 3. 부대(部隊), 군영(軍營) 4. 울타리, 바자울(바자로 만든 울타리) 5. 차꼬(죄수를 가두어 둘 때 쓰던 형구(刑具)), 형구(刑具)의 총칭(總稱) 6. 다리 7. 헤아리다, 따져보다 8. (수를)세다.
대저, 이름(名)을 논변할 수 없으면 그에 따른 이치(理)를 말할 수 없고, 이름(名)을 정할 수 없으면 그에 따른 실질(實)을 논할 수 없기는 하다. (다만) 모든 이름이야 형체에서 생겨나지만, 형체가 이름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고로, 이름(名)이 있으려면 반드시 그 형체(形)가 있어야 하고, 그 형체(形)가 있으려면 반드시 그를 구분하는(分) 것이 있어야 한다. 인(仁)을 성스러움(聖)이라 이를 수 없고, 성스러움(聖)을 인(仁)이라 이를 수 없는 식이다. 즉, 각자 제 나름의 실질(實)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대저, 지극히 미세한 것을 살펴볼(察見) 수 있다면 밝음(明)이 지극한 것이고, 은밀히 숨어 있는 것을 알아 맞힐(探射) 수 있다면 그 헤아림(慮, 사려함)이 지극할 것이다. (어쩌면) 그 밝음(明, 깨닳음)의 극치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성스러움(聖)이 아니겠는가? 그 헤아림(慮, 사려함)의 극치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지모(智)가 아니겠는가? (성스러움과 지모를 제대로 갖추려면) 실질(實)을 제대로 고찰하고 정확한 이름(名)을 제대로 규정할 일이다. 이로써 (왜 어중간한) 성스러움(聖)을 끊어야 하는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 하여야, 가히 미혹될 일이 없으리라.
老子旨略 16 - 王弼
夫敦樸之德不著, 而名行之美顯尙, 則修其所尙而望其譽, 修其所道而冀其利. 望譽冀利以勤其行, 名彌美而誠愈外, 利彌重而心愈競. 父子兄弟, 懷情失直, 孝不任誠, 慈不任實, 蓋顯名行之所招也. 患俗薄而名興行, 崇仁義, 愈致斯僞, 況術之賤者乎? 故絶仁棄義以復孝慈, 未渠弘也.
夫敦樸之德不著, 而名行之美顯尙, 則修其所尙而望其譽, 修其所道而冀其利.
- (하지만) 대저, 도타운 소박의 덕(敦樸之德)은 드러내지 않으려 하나, 명예로운 행동의 아름다움(名行之美)은 드러내서 숭상받고자 하는 게 있다. 즉, 숭상하는 바를 닦아서 그에 따른 명예를 바라고, 일컫는 바를 닦아서 그에 따른 이로움을 기대하는 것이다.
望譽冀利以勤其行, 名彌美而誠愈外, 利彌重而心愈競.
- 명예를 바라고 이로움을 기대하면서 행실에 힘쓰게 되는 것이니, (결국) 명성이 아름다워질수록 진정성은 점점 도외시되고, 이로움이 커질수록 마음이 점점 갈급해지는 측면이 있다.
父子兄弟, 懷情失直, 孝不任誠, 慈不任實, 蓋顯名行之所招也.
- 부자지간, 형제지간에 품고 있는 정이라는 것도 바르지 못해서, 부모에 대한 효도에도 정성이 배어 있지 않고 자식을 위한 자애에도 실질이 배어있지 않게 된다. 생각컨대, 명예로운 행동(名行, 명행)을 드높인 것이 초래한 것이리라.
患俗薄而名興行, 崇仁義, 愈致斯僞, 況術之賤者乎?
- 풍속이 각박해지는 것을 우려하여, 명예로운 행동을 조장하고 인(仁)과 의(義)를 숭상한다고 하나, 위선의 경지가 점점 지극해질 뿐이다. (인과 의의 경우가 이러할진대) 하물며 천한 술수(術)에 대해서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故絶仁棄義以復孝慈, 未渠弘也.
- 고로, 인은 끊고 의를 버리면 효자로 돌아간다 했으니, 이 어이 틀린 말인가?
顯 (나타날 현)1. 나타나다 2. 드러나다 3. 뚜렷하다 4. 명확하다(明確--) 5. 분명하다(分明--) 6. 명백하다(明白--) 7. 높다 8. 귀하다(貴--) 9. 명성(名聲)이 있다 10. 지위(地位)가 높다 11. 밝다 12. 돌아가신 부모(父母)
尙 (오히려 상)1. 오히려 2. 더욱이 3. 또한 4. 아직 5. 풍습(風習) 6. 풍조 7. 숭상하다(崇尙--) 8. 높다 9. 높이다 10. 자랑하다 11. 주관하다(主管--) 12. 장가들다 13. 꾸미다 14. 더하다
冀 (바랄 기)1. 바라다 2. 하고자 하다 3. 기록하다(記錄--)(=記) 4. 바라건대 5. 기주(冀州), 땅의 이름
彌 (미륵 미, 두루 미)1. 미륵(彌勒) 2. 두루, 널리 3. 더욱 4. 멀리 5. 갓난아이 6. 장식(裝飾) 7. 물이 꽉 찬 모양 8. 오래다 9. 지내다 10. 다하다, 극에 다다르다 11. 마치다, 그치다, 끝나다 12. 차다, 가득 메우다 13. 멀다 14. 거두다,
愈 (나을 유, 구차할 투)1. (남보다)낫다, 뛰어나다 2. (병이)낫다 3. 고치다 4. 유쾌하다(愉快--) 5. 즐기다 6. 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괴로워하다 7. 근심하는 모양 8. 더욱, 점점 더 a. 구차하다(苟且--) (투)
懷 (품을 회)1. 품다 2. 임신하다(妊娠ㆍ姙娠--) 3. 생각하다 4. 싸다, 둘러싸다 5. 따르다 6. 위로하다(慰勞--) 7. 달래다 8. 보내다, 보내어 위로하다(慰勞--) 9. 길들이다, 따르게 하다 10. 편안하다(便安--) 11. 이르다(어떤...
任 (맡길 임, 맞을 임)1. 맡기다, 주다 2. 능하다(能--), 잘하다 3. (공을)세우다 4. 배다, 임신하다(妊娠ㆍ姙娠--) 5. 맞다, 당하다(當--) 6. (책임을)맡다, 지다 7. 견디다, 감내하다(堪耐--) 8. 보증하다(保證--) 9. 비뚤어지다, 굽다
況 (상황 황, 하물며 황)1. 상황(狀況), 정황(情況) 2. 형편(形便) 3. 모양 4. 종소리의 형용(形容) 5. 하물며, 더군다나, 게다가 6. 더욱, 더욱 더 7. 때마침, 우연히(偶然-) 8. 곧, 이에 9. 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하지만) 대저, 도타운 소박의 덕(敦樸之德)은 드러내지 않으려 하나, 명예로운 행동의 아름다움(名行之美)은 드러내서 숭상받고자 하는 게 있다. 즉, 숭상하는 바를 닦아서 그에 따른 명예를 바라고, 일컫는 바를 닦아서 그에 따른 이로움을 기대하는 것이다. 명예를 바라고 이로움을 기대하면서 행실에 힘쓰게 되는 것이니, (결국) 명성이 아름다워질수록 진정성은 점점 도외시되고, 이로움이 커질수록 마음이 점점 갈급해지는 측면이 있다. 부자지간, 형제지간에 품고 있는 정이라는 것도 바르지 못해서, 부모에 대한 효도에도 정성이 배어 있지 않고 자식을 위한 자애에도 실질이 배어있지 않게 된다. 생각컨대, 명예로운 행동(名行, 명행)을 드높인 것이 초래한 것이리라. 풍속이 각박해지는 것을 우려하여, 명예로운 행동을 조장하고 인(仁)과 의(義)를 숭상한다고 하나, 위선의 경지가 점점 지극해질 뿐이다. (인과 의의 경우가 이러할진대) 하물며 천한 술수(術)에 대해서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고로, 인은 끊고 의를 버리면 효자로 돌아간다 했으니, 이 어이 틀린 말인가?
老子旨略 17 - 王弼
夫城高則衝生, 利興則求深. 苟存無欲, 則雖賞而不竊; 私欲苟行, 則巧利愈昏. 故絶巧棄利, 代以寡欲, 盜賊無有, 未足美也. 夫聖智, 才之傑也; 仁義, 行之大者也; 巧利, 用之善也. 本苟不存, 而興此三美, 害猶如之, 況術之有利, 斯以忽素樸乎!
夫城高則衝生, 利興則求深. 苟存無欲, 則雖賞而不竊; 私欲苟行, 則巧利愈昏.
- 대저, 성(城)이 높아지면 그를 치는 수단이 생겨나는 법이고, 이로움(利)이 생기면 그를 추구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법이다. 진실로 무욕하다면, 곧, 상을 준다고 해도 훔치려하지 않을 것이다. 사사로운 욕심(私欲)이 제대로 횡행하면서, 곧, 교묘한 재간과 이득에 연연함으로 점점 혼미해지는 것이다.
故絶巧棄利, 代以寡欲, 盜賊無有, 未足美也.
- 고로, 교묘한 재간을 끊고 이득에 연연함을 끊을지니, 대신해서 욕심을 줄일 수 있으면, 도적이 사라지리라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夫聖智, 才之傑也; 仁義, 行之大者也; 巧利, 用之善也.
- 대저, 성스러움(聖), 지모(智)란 뛰어난 재질이요, 인(仁), 의(義)란 훌륭한 행실이요,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도 씀새에 있어서는 나쁜 건 아니다.
本苟不存, 而興此三美, 害猶如之, 況術之有利, 斯以忽素樸乎!
- 다만, 근본(本)이 몰각된 상태에서 이 세가지 미덕(聖智, 仁義, 巧利)을 추구하면, 그 해로움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을진대, 하물며 온갖 술수야 그 이로움이 있다고 해서 소박함(素樸)을 소홀히 하랴!
衝 (찌를 충, 뒤얽힐 종)1. 찌르다, 치다 2. 부딪치다 3. 향하다(向--) 4. 움직이다 5. 돌다, 회전하다(回轉ㆍ廻轉--) 6. 용솟음치다(湧----: 물 따위가 매우 세찬 기세로 위로 나오다) 7. 목, 요긴(要緊)한 곳 8. 길, 통로(通路) 9. 거리
苟 (진실로 구, 구차할 구)1. 진실로(眞實-), 참으로 2. 다만, 단지(但只) 3. 겨우, 간신히 4. 만약(萬若) 5. 구차하게(苟且--) 6. 바라건대 7. 잠시(暫時) 8. 구차하다(苟且--), 구차(苟且)하게 굴다 9. 미봉하다(彌縫--: 일의 빈 구석이나 잘못된
賞 (상줄 상)1. 상주다 2. 증여하다(贈與--) 3. 칭찬하다(稱讚--) 4. 즐기다 5. 완상하다(玩賞--: 즐겨 구경하다) 6. 숭상하다(崇尙--) 7. 아름답다
竊 (훔칠 절)1. 훔치다 2. 도둑질하다 3. 절취하다 4. 도둑 5. 도둑질 6. 살짝 7. 남몰래 8. 마음속으로 9. 슬그머니
才 재주 재, 재능 재 1. 재주 2. 재능이 있는 사람 3. 기본 겨우 5. 결단하다
傑 뛰어날 걸 1. 뛰어나다2. 뛰어난 사람3. 볏모 따위가 빼어나게 웃자라다4. 출중(出衆)함5. 지덕이 출중한 사람
猶 (오히려 유, 원숭이 유, 움직일 요)1. 오히려 2. 가히 3. 다만 4. 이미 5. 크게, 지나치게 6. ~부터 7. 그대로 8. 마땅히 9. 원숭이(구세계원숭잇과와 신세계원숭잇과의 총칭(總稱)) 10. 태연(泰然)한 모양 11. 허물 12. 꾀하다 13. 망설이다 14. 머뭇거리다.
斯 (이 사, 천할 사)1. 이, 이것 2. 잠시(暫時), 잠깐 3. 죄다, 모두 4. 쪼개다, 가르다 5. 떠나다, 떨어지다 6. 희다, 하얗다 7. 다하다 8. 떨어지다 9. 천하다(賤--) 10. 낮다
忽 (갑자기 홀)1. 갑자기, 돌연히(突然-) 2. 문득, 느닷없이 3. 잊다, 마음에 두지 않다 4. 소홀(疏忽)히 하다, 경시하다(輕視--) 5. 다하다, 멸하다(滅--), 망하다(亡--) 6. 어지럽다 7. 작은 수의 단위(單位) 8. 어두운 모양, 밝게..
대저, 성(城)이 높아지면 그를 치는 수단이 생겨나는 법이고, 이로움(利)이 생기면 그를 추구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법이다. 진실로 무욕하다면, 곧, 상을 준다고 해도 훔치려하지 않을 것이다. 사사로운 욕심(私欲)이 제대로 횡행하면서, 곧, 교묘한 재간과 이득에 연연함으로 점점 혼미해지는 것이다. 고로, 교묘한 재간을 끊고 이득에 연연함을 끊을지니, 대신해서 욕심을 줄일 수 있으면, 도적이 사라지리라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대저, 성스러움(聖), 지모(智)란 뛰어난 재질이요, 인(仁), 의(義)란 훌륭한 행실이요,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도 씀새에 있어서는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근본(本)이 몰각된 상태에서 이 세가지 미덕(聖智, 仁義, 巧利)을 추구하면, 그 해로움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을진대, 하물며 온갖 술수야 그 이로움이 있다고 해서 소박함(素樸)을 소홀히 하랴!
老子旨略 18 - 王弼
古人有歎曰: 甚矣, 何物之難悟也! 旣知不聖爲不聖, 未知聖之不聖也; 旣知不仁爲不仁, 未知仁之爲不仁也. 故絶聖而後聖功全, 棄仁而後仁德厚. 夫惡强非欲不强也, 爲强則失强也; 絶仁非欲不仁也, 爲仁則僞成也. 有其治而乃亂, 保其安而乃危. 後其身而身先, 身先非先身之所能也; 外其身而身存, 身存非存身之所爲也. 功不可取, 美不可用. 故必取其爲功之母而已矣. 篇云, 旣知其子, 而必復守其母. 尋斯理也, 何往而不暢哉?
古人有歎曰: 甚矣, 何物之難悟也! 旣知不聖爲不聖, 未知聖之不聖也; 旣知不仁爲不仁, 未知仁之爲不仁也.
- 옛 사람이 탄식한 바 있기를, '심하구나, 그런 걸 깨닫기가 그리도 어려운가! 성스럽지 않은 것(不聖)이 성스럽지 않다(不聖)는 걸 익히 알면서, 성스럽고자 하는 것(聖之)이 성스럽지 않다(不聖)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구나. 인자하지 않은 것(不仁)이 인자하지 않다(不仁)는 걸 익히 알면서, 인자하고자 하는 것(仁之)이 인자하지 않다(不仁)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구나.
故絶聖而後聖功全, 棄仁而後仁德厚.
- 고로, 성스러움을 끊은 연후에야 성스러움과 그 공이 제대로 세워지고, 인자함을 끊은 연후에야 인자함과 그 덕이 두터워지리라.
夫惡强非欲不强也, 爲强則失强也; 絶仁非欲不仁也, 爲仁則僞成也.
- 대저, 강함(强)을 싫어한다는 말은 강하지 않고자 함(欲不强)이 아니라, 강하고자(爲强) 하면 그 강함을 잃기 때문이요, 인(仁)을 끊는다는 말은 인하지 않고자 함(欲不仁)이 아니라, 인하고자(爲仁) 하면 위선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有其治而乃亂, 保其安而乃危. 後其身而身先, 身先非先身之所能也; 外其身而身存, 身存非存身之所爲也.
- 다스리고자 하면 결국 혼란스러워지고, 편안함을 보존하고자 하면 결국 위태로워지는 법이다. 자신을 뒤에 둠으로 앞설 수 있는 것이지, 자신을 앞세우겠다고 해서 앞세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을 밖에 둠으로 보전할 수 있는 것이지, 자신을 보존하겠다고 해서 보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功不可取, 美不可用.
- 공(功)이란 (취하겠다고 해서) 취할 게 아니고 아름다음(美)이란 (쓸만하다고 해서) 쓸 게 아니다.
故必取其爲功之母而已矣. 篇云, 旣知其子, 而必復守其母.
- 고로, 반드시 공을 이루게 하는 어미(爲功之母)를 취하면 되는 일일지니, 노자에서 이르기를, '그 자식(子)을 알게 됨에, 반드시 돌아가서 그 어미(母)를 지키라'고 한 것이다.
尋斯理也, 何往而不暢哉?
- 이러한 이치를 터득하면, 어디를 간들 번성하지 않겠는가?
悟 (깨달을 오)1. 깨닫다 2. 깨우쳐 주다 3. 슬기롭다 4. 총명하다(聰明--) 5. 계발하다(啓發--) 6. 눈 뜨다 7. 깨달음
篇 (책 편)1. 책, 서책(書冊) 2. 완결(完結)된 시문(詩文), 사장(詞章ㆍ辭章) 3. 편(서책의 부류, 또는 시문을 세는 말) 4. 편액(扁額: 방 안이나 문 위에 걸어 놓는 액자) 5. 가볍게 날리는 모양
尋 (찾을 심)1. 찾다, 캐묻다 2. 탐구하다(探求--), 연구하다(硏究--) 3. 쓰다, 사용하다 4. 치다, 토벌하다(討伐--) 5. 잇다, 계승하다(繼承--) 6. 첨가하다, 거듭하다 7. 생각하다 8. 높다 9. 길다 10. 깊다 11. 미치다(영향이나
暢 (화창할 창)1. 화창하다(和暢--) 2. 통쾌하다(痛快--) 3. 후련하다 4. 통하다(通--) 5. 막힘이 없다 6. 펴다, 진술하다(陳述--) 7. 자라다 8. 번성하다(蕃盛ㆍ繁盛--), 우거지다 9. 순조롭다(順調--) 10. 통쾌하게(痛快--)
옛 사람이 탄식한 바 있기를, '심하구나, 그런 걸 깨닫기가 그리도 어려운가! 성스럽지 않은 것(不聖)이 성스럽지 않다(不聖)는 걸 익히 알면서, 성스럽고자 하는 것(聖之)이 성스럽지 않다(不聖)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구나. 인자하지 않은 것(不仁)이 인자하지 않다(不仁)는 걸 익히 알면서, 인자하고자 하는 것(仁之)이 인자하지 않다(不仁)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구나. 고로, 성스러움을 끊은 연후에야 성스러움과 그 공이 제대로 세워지고, 인자함을 끊은 연후에야 인자함과 그 덕이 두터워지리라. 대저, 강함(强)을 싫어한다는 말은 강하지 않고자 함(欲不强)이 아니라, 강하고자(爲强) 하면 그 강함을 잃기 때문이요, 인(仁)을 끊는다는 말은 인하지 않고자 함(欲不仁)이 아니라, 인하고자(爲仁) 하면 위선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다스리고자 하면 결국 혼란스러워지고, 편안함을 보존하고자 하면 결국 위태로워지는 법이다. 자신을 뒤에 둠으로 앞설 수 있는 것이지, 자신을 앞세우겠다고 해서 앞세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을 밖에 둠으로 보전할 수 있는 것이지, 자신을 보존하겠다고 해서 보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功)이란 (취하겠다고 해서) 취할 게 아니고 아름다음(美)이란 (쓸만하다고 해서) 쓸 게 아니다. 고로, 반드시 공을 이루게 하는 어미(爲功之母)를 취하면 되는 일일지니, 노자에서 이르기를, '그 자식(子)을 알게 됨에, 반드시 돌아가서 그 어미(母)를 지키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터득하면, 어디를 간들 번성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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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旨略 - 王弼
사물(物)이 생겨나고 공(功)이 이루어지는 바는 필경 무형(無形)에서 생겨나고 무명(無名)으로 말미암는 것이므로, 무형(無形), 무명(無名)이 만물의 종주(宗) 내지는 근원이다. (그것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궁음(宮音)도 상음(商音)도 아니고, 들어도 들을 수 없고, 만져봐도 알 수 없고, 맛을 보려해도 맛볼 수가 없는 것이다. 고로, 물(物)로는 혼돈 속에서 이루어졌고(混成), 그 상(象)으로는 무형(無形)이고. 그 음으로는 듣기 어렵고, 맛으로는 무맛이다. 고로, 능히 만물의 종주(宗主)가 되어 천지를 관장할지니(苞通), 이를 거치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뜨겁다면 차가울 수 없고, 궁음이라면 상음이 될 수 없고, 형체(形)는 반드시 구분할 데가 있고, 소리(聲)는 반드시 속하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고로, 상(象)으로 있으면서 형체(形)가 있다는 것은 대상(大象)이 아닌 것이요, 음(音)으로 있으면서 소리가 난다는 것은 대음(大音)이 아니리라.
그러할지니. 사상(四象)이 형체를 띄지 않는데, 대상(大象)이 드러날 이유가 없고, 오음(五音)에 소리가 나지 않는데, 대음(大音)이 들릴 리가 없는 것이다. (다만) 사상(四象)이 형체를 띄더라도 만물이 그를 주(主)으로 삼지 않는다면(형체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대상(大象)이 드러나고, 오음(五音)이 소리가 나더라도 그 소리에 마음 쏠리는 바가 없으면 대음(大音)이 들릴 수 있게 되는 법이다. 고로, 이러한 '대상(大象)을 잡으면 천하가 모여들고' 이러한 대음(大音)을 쓰면 풍속이 달라지리라. 무형(無形)으로 대상이 드러나면 천하가 모여들고, 모여들더라도 그 연유를 알지못하고, 듣기 어려운 소리(希聲)로 대음(大音)에 이르면 풍속이 달라지고, 달라지더라도 그 연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천(天)은 다섯 가지 물(物, 金ㆍ木ㆍ水ㆍ火ㆍ土)을 내더라도 무(無)를 쓰임(用)으로 삼고, 성인은 다섯 가지 가르침(인의예지신)을 행하지만 말없음으로 교화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도는 도라고 하면 항상 그러한 도가 아니고, 이름에 이름을 붙이면 항상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물건의 근원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단단하지도 않으며, 다섯 가지 가르침의 근원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은혜롭지도 해롭지도 않다. 비록 옛날과 지금이 같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풍속이 달라지더라도 이 점만은 변하지 않으니, 이를 일러, '예나 지금이나 도라는 이름이 사라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니고서는 하늘이 사물을 낳을 수 없고, 이것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곧 공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고로,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바가 있고, 끝이나 시작이 같은 것이므로, 옛 것을 잡으면 지금 것을 맞이하고, 지금 것을 증거삼아 옛 (도의) 시원을 아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이르기를, 상(常, 영원함, 항상됨)이라 하리라. 이 상(常)이라는 것은 밝고 어두운 형상(狀)이 없고 따뜻하고 차가운 상(象)이 없는 것이기에, 이 영원한 내지는 항상된 이치(常)를 아는 것이야말로 밝음 내지는 깨달음(明)이라 하리라. (또한) 만물이 생겨나고 공이 이뤄지는 것에 이러한 이치를 따르지 않은 것이 없겠기에, 이를 통해 만물 시원(衆甫)을 살핀다고 한 것이다.
번쩍이는 번개가 빠르긴 해도 일시에 (한 바퀴를) 다 돌 수 없고, 바람을 타고 다닌다 해도 한숨에 이르기를 기약할 수 없다. 아주 빠른 것은 달리지 않고, 잘 이르는 것은 가지 않는 법이다. 고로, 아무리 성대한 말(道)이라고 해도 천지를 본받기에 부족하고, 아무리 형체가 커도 만물을 갈무리하기 부족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아무리 찬미해도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고, 아무리 잘 그려내도 그 넒음을 담아낼 수 없다. 이름을 지어도 마땅하지 않고, 일컫어도 마땅하지 못하다. 이름이란 필경 구분하는(分) 바가 있고, 일컫는다는 것도 필경 말미암는(由) 것이 있는 법이다. 구분하는(分) 게 있으면 포용하지 못하고, 말미암는(由) 게 있으면 다하지 못함이 있다는 것이다. 포용하지 못하면 곧 참 모습과는 크게 다른 것이고, 다하지 못함이 있으면 그렇게 이름부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이야 미루어보면 깨칠 수 있을 일이다.
대저, 도라는 것은 '만물이 말미암는 길'이라는 데서 취한 것이고, 현(玄, 그윽하다)이라는 것은 그윽하고 어두운(幽冥) 곳에서 나왔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심(深, 심연하다)이라는 것은 깊고 심오해서 알 수가 없다는 데에서 취한 것이다. 대(大, 크다)라는 것은 널리 두루 싸고 있어서(彌綸)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원(遠, 멀어진다)이라는 것은 아득히 멀어서(綿邈) 미칠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고, 미(微, 미세하다)라는 것은 그윽하고 미묘해서(幽微) 볼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다. 그러므로, 도, 그윽하다, 심연하다, 크다, 멀어진다, 미세하다(道ㆍ玄ㆍ深ㆍ大ㆍ微ㆍ遠)는 말은 각기 그 뜻이 있는 것으로, 그 끝까지 미치지 않고 있다(혹은 그 끝을 소진하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끝없이 연결된 것을 미세하다(細)고 할 수 없고, 미묘해서 형체가 없는 것을 크다(大)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노자에서 '글자로는 도라 치자,' '그를 일러 그윽하다고 하자'라고 했으니, 제대로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는 자는 그 영원한 이치(常)를 잃는 것이고, 이름을 붙이는 자는 참 본성(性)을 놓치는 것이고, 잡고자 하는 자는 그 근본(原)을 잃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성인은 말로 주(主)를 삼지 않아 그 영원한 이치(常)에서 멀어지지 않고, 이름으로 상(常)을 삼지 않아 그 참 본성(性)에서 벗어나지 않고, 잡음으로 다스리지 않으므로 그 근본(原)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러할지니, 노자 글을 변론하여 캐묻고자 한다면 그 문장의 종지(旨)를 잃는 것이고, 이름으로 따지고자 한다면 그 문장의 본 뜻(義)을 망각하는 것이다. 고로, 노자 글의 대략적인 귀치(大歸)는, 태초의 시원(太始之原)을 논함으로써 '스스로 그러함'의 본성(自然之性)을 밝히고, 그러한 그윽하고 신비로운(幽冥) 세계의 극치를 연역, 유추함으로써 미혹과 기망의 미혹됨을 바로 잡는 것이다. 인순할 뿐(因) 작위 내지는 인위하지 않는 것, 덜어줄 뿐 베푼답시고 드러내지 않는 것, 근본(本)을 높이고 이로써 말단(末)을 삼가는 것, 어미를 지키고 이로써 자식을 보전하는 것, 교묘한 술수를 천하게 보라는 것, 일이 드러나기 전에 미리 하라는 것, 다른 사람을 책망하지 않는 것, 반드시 자기부터 다져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노자의 요지(大要)이리라.
법가는 획일함(齊同)을 숭상하여 형벌로써 그를 단속하고, 명가는 진리를 가리는 것(定眞)을 숭상하여 말(言)로써 그를 바로잡고, 유가는 온전한 사랑(全愛)을 숭상하여 명예(譽)로써 그를 북돋고자 한다. 또한, 묵가는 검약함(儉嗇)을 숭상하여 바로잡음(矯)으로써 그를 세우고, 잡가는 이들의 장점을 숭상하여 이 모두를 합한 것을 이루려 한다. 대저, 형벌(刑)로 사람들을 단속하면 필경 교묘한 위선이 생기고, 명(名)으로 사물을 규정하면 필경 사물의 이치 그리고 동정하는 마음을 잃고, 명예(譽)로 사람을 북돋고자 하면 필경 숭상받으려고 다투게 되고, 바로잡음(矯)으로 사람을 세우고자 하면 거스르는 것들이 나타나고, 이것 저것 섞어서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필경 잡스러운 혼란이 따라온다. 이 모든 것은 그 자식(子)을 쓰고 그 부모(母)를 버린 것으로, 자신을 실어주는 근본을 잃고 있으므로 지키기에 족한 것이 아니다. 이렇듯이, 이르는 곳이 같아도 길이 다르고 뜻은 같아도 취향이 다르니, 배우는 사람은 그 이르는 결과(所致)에 현혹되기도 하고 그 취향(所趣)에 미혹되기도 한다. 획일화시키는 것(齊同)을 보고는 법(法)이라고 하고, 참을 가리는 것(定眞)을 보고는 명(名)이라 하고, 순수한 사랑(純愛)을 살펴보고는 유(儒)라고 하고, 검약함(儉嗇)을 비춰보고는 묵(墨)이라 하고, 얽메이지 않는 것(不係)을 보고는 잡(雜)이라 하니, 제각기 보는 바를 따르면서 바르고 그름을 따지고(正名), 제각기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자기 뜻에 천착한다. 고로, 어지럽고 잡다하고 분분한 논의가 있게 되고, 갖가지 취향에 따른 온갖 논쟁이라는 것도 모두 여기에서 말미암는다.
반면에, 노자는 종말(終)을 들어 시원(始)을 밝히고, 시원(始)을 근본(本)으로 하여 종말(終)까지 밀고간다. 열어주기는 하나 일일히 깨쳐주지는 않고, 인도해주지만 이끌지는 않고, 찾게 하여 끝에 가서는 그 뜻을 온전하도록 해주고, 가늠하게 하여 결국에는 그 이치를 다 깨치게 한다. 일의 시작 내지는 시원(始)을 잘 드러냄으로써 논의를 시작하고, 되돌아가는 이치(會歸)를 밝힘으로써 글을 마친다. 고로, 취향이 같고 공감하는 사람은 시원을 둘러싼 엄청난 시단(言)에 찬탄을 금치 못하다가 그 뜻을 이어받아서 더욱 더 통하게 되고. 생각이 다르고 자기 견해를 내세우던 사람도 '되돌아가는 이치(會歸)'의 징험함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에 가서는 그 시단(言)에 부응하게 된다. 대저, 가는 길은 비록 다 다르지만 필시 돌아가는 길은 동일하고, 사람 생각은 비록 다 다르나 필시 그 이르는 것에는 다름이 없는 법이다. 이 되돌아간다는 점(歸致)을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해서 그 지극한 이치(理)를 밝히는 것이다. 고로, 제대로 유추하는 생각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노자의 생각에 응하게 됨에 즐겁게 하고 결국 노자의 뜻을 얻게 하는 것이다.
대저, 사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오히려 그 형(形)에 반하기 때문이고, 공이 세워지는 이유는 오히려 그 명(名)에 반하기 때문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지는 것을 잊지 않는 때문이요. 편안하다는 것은 편안함으로 편안한 것이 아니라, 위태로운 것을 잊지 않는 때문이다. 고로, 존재하는 것만을 지키면 망하고, 망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존재할 수 있는 법이요. 그 자리를 편안하다고 하면 위태롭고, 위태로운 것을 잊지 않아야 편안할 수 있는 법이다. 정말 힘을 잘 쓰는 사람은 가벼운 털을 드는 사람이고 정말 잘 듣는 사람은 천둥소리를 듣는 것이니, 이러한 도는 형(形)과 상반되는 것이다. 편안함이 실제로 편안하다면, 편안하지 않음이 편안하게 한 것일 뿐이요. 존재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존재하지 않음이 존재하게 한 것일 뿐이다. 왕과 군주가 실제로 존귀한 이유는 존귀하지 않은 것들이 존귀하게 만든 때문이고, 천지가 실제로 큰 것은 크지 않은 것들이 크게 한 것이고, 성스러운 공(聖功)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성스러움(聖)을 끊어서 세워진 것이고, 인덕(仁德)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도 인(仁)을 버려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고로, 형(形)은 알고 도를 모르는 사람은 노자의 말에 성내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대저, 사물의 근본(本)을 정하고자 하는 사람은, 비록 가까운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먼 데 가서 그 시원(始)을 따져봐야 하고, 대저, 사물이 말미암는(由) 바를 밝히고자 하는 사람은, 비록 드러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보이지 않는 데서 그 근본(本)을 풀어가야 한다. 고로, 천지 밖의 것을 취함으로써 형해(形骸) 내의 것을 밝히고, 임금과 군주가 외로운 자(孤), 짝잃은 자(寡)라고 자칭하는 의의를 밝힘으로써 도가 하나됨을 따르고 그로써 그 시원을 밝힐 일이다. 고로, 가까운 것만을 살피고 물줄기의 원천을 알지 못하면 그 말에 기혹되어 공허해지는(爲虛) 것이다. 이런 연유로, 설왕설래하는 자들은 제각기 자기 주장(說)을 풀어대니, 그 혼란스러움을 훌륭하다고 하기도 하고, 혹여 그 말을 에둘러 강변하기도 하고, 혹여 그 논거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훤히 아는 것 같지만 몽매하고, 명백한 것 같지만 혼란스러운 게 다 이 때문이다.
명(名)이라는 것은 대상 내지 객체(彼)를 정하는 것이고, 칭함(稱)이라는 것은 일겉는(謂) 것에 부속된다. 명(名)은 대상 내지는 객체(彼)에서 생겨나고, 칭함(稱)은 나(我)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고로, 만물이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는, 곧 이를 도라고 칭하는 것이요. 오묘함이 나오지 않는 것이 없는 경지에서 구하기로는, 곧 이를 현(玄, 그윽하다)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신묘함은 현에서 나오고, 뭇 사물은 도에서 말미암는다. 고로, 낳고 길러주면서, 억지로 가두고 막지 않으며 사물의 본성을 통하게 해주니, 이 모든 것이 도를 일컬는 것이다. 낳았음에도 소유하지 않고, 위하였음에도 기대하지 않고, 길러줌에도 부리지 않으니, 덕이 있지만 주인되고자 하지 않음이 현(玄)의 덕이다. 현(玄)은 심오함을 이르는 것이요. 도는 위대함을 일컫는 것이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은 형상에서 나오고,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은 두루 구하는 것에서 나오니,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이 헛되어 생기는 게 아니요,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이 헛되이 나오는 게 아니다. 고로, 이름을 부른다는 것(名號)은 그 본지를 크게 잃게 되어 있고, 칭하여 일컫는다는 것(稱謂)은 그 지극함을 다하지 못하는 법이다. 이런 연유로, 현(玄)을 이를 때 현묘하고 또 현묘하다고만 한 것이고, 도를 칭할 때 이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게 있다고만 한 것이다.
노자(老子之書)를 가히 한 마디로 해서 모두 담을 수 있거니와, 아! '근본(本)을 높이고 말단(末)을 잠재우는 것', 이 한마디면 족하리라. 그 말미암는(由) 바를 관찰하고 그 되돌아가는(歸) 바를 탐구하면, 말(言)은 종지(宗)에서 멀어지지 않고 일(事)은 종주(主)를 잃지 않으리라. 그 글이 비록 오천언이나, 관통하는 것은 단 하나(一)요. 그 뜻이 비록 넓고 넉넉하나, 모두 같은 부류(同類)이다. 그 한 마디 말(一言)을 헤아리고 노자를 담을 것이니, 즉, 그윽하고 아득하지만 알지 못할 게 없으리라. 매사에 각기의 뜻으로 풀이한다면, 즉, 변별한다(辯)고는 하나 구차할 정도로 미혹스러워지리라.
시험삼아 논의를 해보자면, 대저, 간사함이 일어나는 게 어찌 간사함이 그리 하게 하겠으며, 음탕함이 일어나는 게 어찌 음탕함이 조장하겠는가? 고로, 간사함을 막는 것은 내지는 진심(誠)을 보존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간사하지 않도록 잘 살피는(察) 데에 있는 게 아니다. 음탕함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그 화려함(華)을 버리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모범 내지 법령(章)을 늘리느냐에 있는 게 아니다. 도둑을 근절하는 것은 욕심(欲)를 줄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형벌(刑)을 엄격하게 하는(嚴) 데에 있는 게 아니다. 다툼을 그치게 하는 것은 재물을 숭상하지 않는(不尙) 것에 달려 있는 것이지, 판결을 잘 내리는데에 있는 게 아니다. 고로, 그 행위를 근절할 것이 아니라 그런 행위에 대해 (애초부터) 무심하도록 할 일이다. 그 욕구를 잘라버릴 것이 아니라 그런 욕구에 대해 (애초부터) 무심하도록 할 일이다. 조짐이 보이기 전에 도모하도록 하고, 아직 시작되기 전에 일을 처리하라는 말이 그 말이다.
고로,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사용하여 교묘함(巧)과 위선(僞)을 다스릴 것이 아닐지니, 소박한 자질(質素)을 보게 하여 백성의 욕심을 가라 앉히는(靜) 것만 못하다. 인(仁)과 의(義)를 일으켜 각박한 풍속을 도탑게 할 것이 아닐지니, 통나무같은 질박함(樸)을 안도록 하고 독실(篤實)함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만 못하다.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을 늘려 일의 용도를 늘리는 것이 아닐지니, 사사로움(私)과 욕심(欲)을 줄이도록 하여 사치스러움과 경쟁의식을 잠재우도록 하는 것만 못하다. 고로, 사찰함(司察)을 끊고, 총명(聰明)을 가라 앉히고, 부추기는 것(勸進)을 버리고, 화려한 명예(華譽)를 없애고, 교묘한 쓰임(巧用)을 내버리고, 재물을 천히 여길 일이다. 오직, 백성으로 하여금 애욕이 생겨나지 않도록 함이 중요한 것이지 백성의 그런 행위를 다스리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리라. 고로, 명주의 소담함(素)과 통나무의 질박함(樸) 내지는 소박(素樸)함을 따름으로써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버릴 일이며, 사사로움(私)과 욕심(欲) 내지는 사사로운 욕심(私欲)을 줄임으로써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을 버릴 일이다. 이 모든 게 '근본(本)을 높이고 말단(末)을 잠재우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리라.
대저, 소박함(素樸)의 도(道)는 드러나지 않으나, 호욕(好欲)의 아름다움(美)은 숨으려 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실로 지극한 성스러움(聖)과 명철함(明)으로 살피고, 지모(智)와 온갖 궁리(慮)를 다하여 다스린다면, 교묘함(巧)이 점점 정밀해지고, 위선(僞)이 점점 변화무쌍해질 뿐이다. 다스리는 것이 점점 심해질수록, 피하고자 하는 것도 점점 주도면밀해지리라. 즉, 지모있는 자와 어리석은 자들이 서로 속이고, 육친이 서로 질시하고, 소박함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참됨도 없어지고, 일에는 간사함이 넘쳐나는 것이다. 생각컨대, 근본(本)을 버리고 말단(末)을 다스린다면, 비록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를 다 쓴다고 하더라도, 점점 그런 재앙에 빠져들 수밖에 없으리라. 하물며 (성스러움과 지모보다 못한) 술수(術)를 쓸 때에는 그 재앙이 얼마나 더 하겠는가! 대저, 소박(素樸)함으로 그를 진정시킨다면, 곧, 인위함 없이도 스스로 바르게 될 것이다. 성스러움과 지모로 그를 다스린다면, 곧, 백성은 더 곤궁해지는 동시에 점점 교묘해질 뿐이다. 고로, 소박(素樸)함을 안을 것이고 성스러움(聖)과 지모(智)는 버릴 일이다. 무릇, 사찰을 단순하게 하면, (사찰을) 피하는 행위도 단순해지는 법이다. (사찰함에 있어) 더 치밀해질수록, 곧, 그를 피하는 방법도 점점 주도면밀해진다. 단순하게 하면 소박함을 해치는 것도 줄어들고, 치밀하면 할수록 교묘한 위선이 뿌리깊어지는 법이다. 대저, 그윽하게 깊은 데까지 살피고 뒤지는 재주를 갖고 있는 게 바로 성스러움(聖)과 지모(智)가 아니던가? 이들이 끼치는 해로움이야 어찌 다 쓸 수 있을 것인가! 고로, '(성스러움과 지모를 버리면) 백성에게 좋은 일이 백배가 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리라.
대저, 이름(名)을 논변할 수 없으면 그에 따른 이치(理)를 말할 수 없고, 이름(名)을 정할 수 없으면 그에 따른 실질(實)을 논할 수 없기는 하다. (다만) 모든 이름이야 형체에서 생겨나지만, 형체가 이름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고로, 이름(名)이 있으려면 반드시 그 형체(形)가 있어야 하고, 그 형체(形)가 있으려면 반드시 그를 구분하는(分) 것이 있어야 한다. 인(仁)을 성스러움(聖)이라 이를 수 없고, 성스러움(聖)을 인(仁)이라 이를 수 없는 식이다. 즉, 각자 제 나름의 실질(實)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대저, 지극히 미세한 것을 살펴볼(察見) 수 있다면 밝음(明)이 지극한 것이고, 은밀히 숨어 있는 것을 알아 맞힐(探射) 수 있다면 그 헤아림(慮, 사려함)이 지극할 것이다. (어쩌면) 그 밝음(明, 깨닳음)의 극치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성스러움(聖)이 아니겠는가? 그 헤아림(慮, 사려함)의 극치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지모(智)가 아니겠는가? (성스러움과 지모를 제대로 갖추려면) 실질(實)을 제대로 고찰하고 정확한 이름(名)을 제대로 규정할 일이다. 이로써 (왜 어중간한) 성스러움(聖)을 끊어야 하는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 하여야, 가히 미혹될 일이 없으리라.
(하지만) 대저, 도타운 소박의 덕(敦樸之德)은 드러내지 않으려 하나, 명예로운 행동의 아름다움(名行之美)은 드러내서 숭상받고자 하는 게 있다. 즉, 숭상하는 바를 닦아서 그에 따른 명예를 바라고, 일컫는 바를 닦아서 그에 따른 이로움을 기대하는 것이다. 명예를 바라고 이로움을 기대하면서 행실에 힘쓰게 되는 것이니, (결국) 명성이 아름다워질수록 진정성은 점점 도외시되고, 이로움이 커질수록 마음이 점점 갈급해지는 측면이 있다. 부자지간, 형제지간에 품고 있는 정이라는 것도 바르지 못해서, 부모에 대한 효도에도 정성이 배어 있지 않고 자식을 위한 자애에도 실질이 배어있지 않게 된다. 생각컨대, 명예로운 행동(名行, 명행)을 드높인 것이 초래한 것이리라. 풍속이 각박해지는 것을 우려하여, 명예로운 행동을 조장하고 인(仁)과 의(義)를 숭상한다고 하나, 위선의 경지가 점점 지극해질 뿐이다. (인과 의의 경우가 이러할진대) 하물며 천한 술수(術)에 대해서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고로, 인은 끊고 의를 버리면 효자로 돌아간다 했으니, 이 어이 틀린 말인가?
대저, 성(城)이 높아지면 그를 치는 수단이 생겨나는 법이고, 이로움(利)이 생기면 그를 추구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법이다. 진실로 무욕하다면, 곧, 상을 준다고 해도 훔치려하지 않을 것이다. 사사로운 욕심(私欲)이 제대로 횡행하면서, 곧, 교묘한 재간과 이득에 연연함으로 점점 혼미해지는 것이다. 고로, 교묘한 재간을 끊고 이득에 연연함을 끊을지니, 대신해서 욕심을 줄일 수 있으면, 도적이 사라지리라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대저, 성스러움(聖), 지모(智)란 뛰어난 재질이요, 인(仁), 의(義)란 훌륭한 행실이요, 교묘함(巧)과 이득에 연연함(利)도 씀새에 있어서는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근본(本)이 몰각된 상태에서 이 세가지 미덕(聖智, 仁義, 巧利)을 추구하면, 그 해로움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을진대, 하물며 온갖 술수야 그 이로움이 있다고 해서 소박함(素樸)을 소홀히 하랴!
옛 사람이 탄식한 바 있기를, '심하구나, 그런 걸 깨닫기가 그리도 어려운가! 성스럽지 않은 것(不聖)이 성스럽지 않다(不聖)는 걸 익히 알면서, 성스럽고자 하는 것(聖之)이 성스럽지 않다(不聖)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구나. 인자하지 않은 것(不仁)이 인자하지 않다(不仁)는 걸 익히 알면서, 인자하고자 하는 것(仁之)이 인자하지 않다(不仁)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구나. 고로, 성스러움을 끊은 연후에야 성스러움과 그 공이 제대로 세워지고, 인자함을 끊은 연후에야 인자함과 그 덕이 두터워지리라. 대저, 강함(强)을 싫어한다는 말은 강하지 않고자 함(欲不强)이 아니라, 강하고자(爲强) 하면 그 강함을 잃기 때문이요, 인(仁)을 끊는다는 말은 인하지 않고자 함(欲不仁)이 아니라, 인하고자(爲仁) 하면 위선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다스리고자 하면 결국 혼란스러워지고, 편안함을 보존하고자 하면 결국 위태로워지는 법이다. 자신을 뒤에 둠으로 앞설 수 있는 것이지, 자신을 앞세우겠다고 해서 앞세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을 밖에 둠으로 보전할 수 있는 것이지, 자신을 보존하겠다고 해서 보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功)이란 (취하겠다고 해서) 취할 게 아니고 아름다음(美)이란 (쓸만하다고 해서) 쓸 게 아니다. 고로, 반드시 공을 이루게 하는 어미(爲功之母)를 취하면 되는 일일지니, 노자에서 이르기를, '그 자식(子)을 알게 됨에, 반드시 돌아가서 그 어미(母)를 지키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터득하면, 어디를 간들 번성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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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필의 주를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 덧붙일 게 있다. 『노자지략』老子指略에 대해서다. 『노자지략』은 『노자』의 주제에 대한 전체적인 해설이라고 할 수 있다. 왕필이 읽은 『노자』의 핵심개념과 구조에 대한 간결한 논문이다. 『주역』의 언어와 개념을 동원해 『노자』를 자유롭게 해설했는데 『노자』 본문 구절에서 짧게 해석하고 지나간 개념을 보충 설명해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노자지략』은 앞서 언급한 하소(何劭)가 왕필이 『노자』에 주석을 하고 『지략』을 썼다는 기록을 남겼기에 누구나 알고 있었던 것인데 실물을 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쉽게 구해볼 수 있는 『노자지략』의 현행본은 1956년에 와서야 『정통도장』(正統道藏)(『도장경』[道藏經]이라고도 한다)에서 발견되었다. 『도장경』에는 노자미지예략(老子微旨例略)이란 제목으로 실려 있었는데 하소는 미지예략(微旨例略)을 줄여 지략(指略)이라고 했던 것. 『정통도장』은 불교의 대장경과 같이 도교의 경전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당나라·송나라를 거쳐 명나라 영종(英宗) 정통년간(1436-1449)에 완성된 방대한 규모의 책들이다.
주목할 만한 몇 가지를 들어 본다.
“‘도’(道)라는 것은 만물이 생겨나는 것에서 취한 명칭이고, ‘현’(玄)은 가믈하고 어두운 의미가 생기는 것에서 취한 것이며, ‘심’(沈)은 깊은 이치를 탐색하지만 다 파악하지 못하는 것에서 취한 것이며, ‘대’(大)는 채우고 채워도 그 끝에 도달할 수 없는 것에서 취한 것이며, ‘원遠’은 아득히 멀어 도달할 수 없다는 데서 취한 것이며, ‘미’(微)는 헤아리지 못할 만큼 작아서 볼 수 없다는 것에서 취한 표현이다. 그러하니 도(道)·현(玄)·심(沈)·대(大)·원(遠)·미(微)라는 말은 각자 자기 뜻을 가졌지만 의미를 완벽하게 다 드러내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채우고 채워도 끝이 없는 것을 세(細 : 작다)라고 이름 붙일 수 없고 너무 작아 오묘하게 존재해 형체는 없는 것을 대(大)라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본문에서 ‘이름을 붙여 도라고 한다’라든가 ‘이를 일러 현이라고 한다’는 식으로 말했지 특정한 명칭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다.”[夫道也者, 取乎萬物之所由也;玄也者, 取乎幽冥之所出也;深也者, 取乎探賾而不可究也;大也者, 取乎彌綸而不可極也;遠也者, 取乎綿邈而不可及也;微也者, 取乎幽微而不可覩也. 然則道·玄·深·大·微·遠之言, 各有其義, 未盡其極者也. 然彌綸無極, 不可名細;微妙無形, 不可名大. 是以篇云;字之曰道, 謂之曰玄, 而不名也.]
왕필의 말은 개념을 이해하는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먼저 도(道)를 고정된 실체로 파악하는 방식이 도를 오해하는 일임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도를 최고의 실체로 보고 현(玄)·심(沈)·대(大)·원(遠)·미(微)를 하위범주로 놓아 도의 다양한 속성이나 현상으로 본다. 왕필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에 도를 현(玄)·심(沈)·대(大)·원(遠)·미(微)와 동일한 차원에 놓고 논의를 벌인 것이다. 도 역시 임의로 붙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노자』에서 도가 다양한 이름, 예컨대 무(無)로 불린다든지, 통나무[樸]로 호칭한다든지 하면서 본질이 아니라 성격이나 속성으로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유명한 1장의 발언을 상기해도 좋을 것이다. 이 발언에는 언어에 대한 한계를 지적함과 동시에 좀 더 중요한 지점은, 언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노자나 장자를 읽을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언어의 한계에 대한 독자의 과한 몰두인데 왕필의 발언을 잘 읽어 보면 언어의 한계에 대한 경계 위에 언어를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하면 안 된다는 사고가 분명하게 담겨 있다. 언어의 한계를 자각하면서 언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왕필은 노자의 핵심을 무엇으로 보았을까.
“노자의 근본 취지는, 태초의 근원을 논해 스스로 그러한 본성[自然之性]을 밝혔으며 아득한 깊이의 극점을 설명해 홀리고 속이는 미망을 판정하는 것이다. 도를 따르고 인위를 행하지 않으며, 덜어내고 일을 펼치지 않는다. 근본을 숭상하고 말단을 종식시키며, 모태를 지켜 자식을 보존한다. 교묘함과 기술을 천하게 보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미리 일을 한다. 남을 책망하지 않으며, 반드시 자신에게서 찾는다. 이것이 핵심이다.”[其大歸也, 論太始之原而明自然之性, 演幽冥之極以定惑罔之迷. 因而不爲, 損而不施;崇本以息末, 守母以存子;賤夫巧術, 爲在未有;無責於人, 必求諸己; 此其大要也]
“아득한 깊이의 극점”이라고 번역한 “유명지극”(幽冥之極)은 심오해 알기 어려운 것의 최고 경지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까닭에 사람들을 홀리고 속이고 혹하게 만들어 오도하기 쉬운데 그 심오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고 밝혀 헷갈리지 않게 했다는 찬탄이다. 현대의 독자들에겐 풀기 어려운 숙제가 주어진 것 같은 데 왕필은 미망(迷妄)을 깨뜨렸다고 노자를 칭찬한 것이다. “도를 따르고”부터 끝까지는 “미망을 판정”했다는 말의 부연설명으로 봐도 무방하다. 인용한 말 가운데 “근본을 숭상하고 말단을 종식시킨다”[崇本以息末]는 말이 보이는데, 왕필을 이 구절을 노자의 키워드로 본다.
“노자란 책은 한 마디로 포괄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아, 근본을 숭상하고 말단을 종식시키는 것일 뿐이다. 시작되는 곳을 관찰하고 귀착점을 찾으면 말은 근본에서 멀지 않을 것이며 일은 근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노자의 글은 5천 자지만 관통하는 것은 하나다. 의미가 넓고 풍부하지만 그 많은 뜻은 같은 종류다. 말 한 마디를 이해해 포괄하면 심오하더라도 알지 못할 것이 없는데 매 구절을 볼 때마다 각자 뜻이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설명을 잘 한들 더욱 헷갈릴 뿐이다....오직 백성들이 사랑하고 욕망하는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지 그들의 사악한 행위를 공격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소박함을 알아 성스러움과 지식을 끊어버리고 사사로운 욕망을 적게 해 교묘함과 이익을 버리는 것은 모두 근본을 숭상하고 말단을 종식시키는 것을 말한 것이다.”[老子之書, 其幾乎可一言以蔽之. 噫, 崇本息末而已矣. 觀其所由, 尋其所歸, 言不遠宗, 事不失主. 文雖五千, 貫之者一;義雖廣贍, 衆則同類. 解其一言以蔽之, 則無幽而不識; 每事各爲意, 則雖辯而愈惑....唯在使民愛欲不生, 不在攻其爲邪也. 故見素樸以絶聖智, 寡私欲以棄巧利, 皆崇本以息末之謂也.]
『논어』의 문장을 빌려와 펼치는 왕필의 논의는 “숭본식말”崇本息末을 추상적으로 논의하는 것에서 마지막에 사회정치사상으로 구체화된다. 『노자』 전체가 일관된 논리로 설명 가능하기에 왕필 자신 “말 한 마디를 이해해 포괄”[解其一言以蔽之]한 작업을 보여 주었다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추상에서 구체로, 심오한 것에서 현실세계까지 아우르는 왕필의 사고는 정녕 노자를 자기 방식으로 독해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출처: https://bookdramang.com/2507?category=929045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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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 자경문이란?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은 갓 출가한 사미승 기본서로
고려 보조국사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과
신라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그리고
고려말 야운선사의 자경문(自警文)을 합본한 책이다.
이 책은 첫 발심수행자의 지침서이며 처음 출가한 사미승의 기본서이다.
계초심학인문은 수행청류를,
발심수행장은 부처의 마음을 일으켜 거룩한 행을 닦는 글이다.
자경문은 수행인이 스스로를 일깨우고 경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저 울울창창한 장경의 숲을 가로지르는 곧은길은 없을까?
가르침을 알고자 경서를 처음 펴드는 이들은 불자건 아니건 우선 그 방대함에 질리게 된다. 마치 미로에 들어선 느낌이다. 무언가 좀더 체계적이고 단출한 입문서같은 것이 있었으면···. 이런 바램을 안고 산문 안으로 들어가 본다.
갓 삭발한 스님들은 어떻게 하는지, 그 교과과정의 경서를 차례로 쉽게 풀어 옮겨 본다.
夫初心之人 須遠離惡友 親近賢善
부초심지인은 수원리악우하고 친근현선하며
무릇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고자 처음으로 마음먹은 이(초발심자)는 모름지기 나쁜 벗(계율을 지키지 않고 세속적 욕망을 즐기는 이)을 멀리하여야 한다. 반면 계행이 청정하고 지혜가 밝은이를 가까이 하여야 한다.
受五戒十戒等 善知持犯開遮
수오계십계등하여 선지지범개차하라
오계·십계(또는 일체의 비구·비구니계를)등을 받고 어떻게 하여야 계율을 생명처럼지켜 잘 따르고, 어떤 경우에 계율을 어기고 범하게 되는 지도 잘 알아야 한다.
但依金口聖言 莫順庸流妄說
단의금구성언이언정 막순용류망설이어라
오로지 부처님의 거룩한 말씀에만 의지할 것이며 용렬하고 어리석은 무리들의 부질없는 말을 따라서는 안된다.
旣己出家 參陪淸衆 常念柔和善順
기기출가하여 참배청중하니 상념유화선순하되
이미 이 몸 출가하여 세속의 욕망 버리고 청정한 수행의 무리에 참여하였으니 항상 부드럽고 온화하고 착하고 공손하기에 힘쓸지언정
不得我慢貢高니라
부득아만공고니라
교만한 생각으로 잘난 척 자기를 높이는 짓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大者爲兄 小者爲弟 儻有諍者
대자위형하고 소자위제니 당유쟁자거든
나이 많은 이 형이 되고 적은 이 아우가 되며 혹시라도 다투는 이가 있거든
兩說和合 但以慈心相向 不得惡語傷人
양설화합하여 단이자심상향이지 부득악어상인하라
양쪽 주장을 잘 화합시키되 오로지 자비심으로 서로를 대하도록 할 것이지 모진 말로써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아니된다.
若也欺凌同伴 論說是非
약야기릉동반하여 논설시비이면
만약에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을 속이거나 업신여겨서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식의 시비를 따지려 한다면
如此出家 全無利益
여차출가는 전무이익이다
그같은 출가는 하나마나, 마음공부에 아무런 이득이 없게 된다.
財色之禍 甚於毒蛇
재색지화는 심어독사하니
재물과 여색의 화는 독사의 독보다 더 심하다.
省己知非 常須遠離
성기지비하여 상수원리하라
항상 자신의 마음자리를 관하고 그릇됨을 밝혀 모름지기 이를 멀리 여의도록 할 일이다.
無緣事則不得入他房院 當屛處 不得强知他事
무연사즉부득입타방원하며 당병처하여 부득강지타사하라
참여해야 할 일이 없으면 이 방, 저 방, 이 집 저 집으로 드나들지 말아야 하며, 숨기려 하는 일을 궂이 알아서 도움될게 없으니 억지로 캐어내려 해서는 아니된다.
非六日 不得洗浣內衣
비육일이면 부득세완내의하며
엿새가 아니면 속 옷을 빨아서는 안되며(6일·16일·26일에는 빨래하느라 이·벼룩따위를 죽이게 되어도 살생이 되지 않는다는 율법에 근거함)
臨盥漱 不得高聲涕唾
임관수에 부득고성체타하고
세수하고 양치질 할 때는 왝왝 소리를 내거나 큰 소리로 코풀고 침뱉지 말 것이며,
行益次 不得塘揬越序
행익차에 부득당돌월서하고
모든 대중행사(법요식·공양등)에서는 당돌하게 차례를 어겨서는 안되고
經行次 不得開襟掉臂
경행차에 부득개금도비하며
거닐 때는 옷깃을 풀어 헤치거나 활개쳐서는 아니된다.
言談次 不得高聲戱笑
언담차에 부득고성희소며
말할때는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서는 안된다.
非要事 不得出於門外
비요사거든 부득출어문외하고
요긴한 일이 아니거든 산문 밖으로 나다니지 말고
有病人 須慈心守護
유병인이면 수자심수호하며
병든 이가 있거든 모름지기 자비심으로 돌보아 주고
見賓客 須欣然迎接
견빈객이거든 수흔연영접하여
손님을 보거든 모름지기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여
逢尊長 須肅恭廻避
벙전징이어든 수숙공회피하며
윗 어른을 만나거든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비켜서야 한다.
辦道具 須儉約知足
판도구하되 수검약지족하고
생활도구를 가려 쓰되 모름지기 검약하며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齋食時 飮啜不得作聲
재식시엔 음철부득작성하고
공양할 때에는 후루룩 쩝쩝 마시는 소리, 씹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고
執放 要須安詳 不得擧顔顧視
집방엔 요수안상하고 부득거안고시하며
수저나 그릇을 다룸에 있어서는 소리나지 않게 조심스레 다루며 고개를 들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지 말고
不得欣厭精麤
부득흔염정추하고
맛 있는 음식은 반기고 거친 음식은 싫어하거나 해서는 안된다.
須默無言說 須防護雜念
수묵무언설하고 수방호잡념하며
모름지기 공양 중에는 말을 하지 말며 잡념이 일지 않도록 심신을 단정히 하고
須知受食 但療形枯 爲成道業
수지수식 단료형고하여 위성도업이라
음식을 받는 것은 다만 이 몸뚱이 말라 시드는 것을 다스려 도업을 성취하기 위한 것인 줄 잘 알아야 하며, 수지수식은
須念般若心經 觀三輪淸淨 不違道用
수념반야심경하고관삼륜청정하여불위도용이라
모름지기 반야심경을 호념하되(모름지기 물질과 마음이 둘 아닌 줄을 길이 관하되) 무주상 보시의 청정함을 생각하여 도에 어긋남이 없도록 할 것이다.
赴焚修 須早暮勤行 自責懈怠
부분수하되 수조모근행하여 자책해태하며
향 사르고 예불 올릴 때는 모름지기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하여 게으르지 않게 스스로 늘 채찍질하고
知衆行次 不得雜亂
지중행차에 부득잡란하며
대중의식을 행할 때는 어수선하지 않게 하며
讚唄祝願 須誦文觀義 不得但隨音聲
찬패축원하되수송문관의언정부득단수음성하며
범패하고 축원 함에 있어서는 모름지기 글을 외어 참 뜻을 관할지언정 단지 소리를 따라 외지 말고
不得韻曲 不調
부득운곡부조하며
소리와 곡조가 고르지 못하게 해서도아니되며
瞻敬尊顔 不得攀緣異境
첨경존안하되 부득반연이경하며
(일념으로)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 보되 다른 경계에 끄달려 (형상으로 보아) 얽매여선 안된다.
須知自身罪障 猶如山海
수지자신죄장이 유여산해하여
모름지기 자신의 죄·업장이 마치 저 산 같고 바다 같은 줄 알되
須知理懺事懺 可以消除
수지이참사참으로 가이소제하며
모름지기 이참·사참으로 이를 녹일 수 있음을 알라
(모름지기 죄업엔 본래 자성이 없어 오직 삼독심·번뇌 망상의 생각따라 일어 난 것임을 깊이 관하여 그것이 나온 자리에 몰락 놓고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으리라 사무치게 느끼면 이로써 가히 죄업이 소멸될 수 있음을 알라).
深觀能禮所禮 皆從眞性緣起
심관능례소례가 개종진성연기하고
예배 하는 자신과 예배 받는 부처가 본래 둘이 아니어서 다같이 진여성품으로부터 인연따라 나툰 줄을 깊이 (믿고) 관해야 하며,
深信感應不虛 影響相從
심신감응불허하야 영향상종이라
그렇게 함으로써 중생과 부처가 둘 아니게 감응함이 (결코) 헛된 게 아니라 물체에 그림자 따르고 소리에 메아리가 서로 좇아 오는 것 같음을 깊이 믿을 지어다.
居衆寮 須相讓不爭 須互相扶護
거중료하되 수상양부쟁하며 수호상부호하며
대중 밤에 거처할 적에는 모름지기 서로 양보하여 다투지 말고, 서로간에 북돋우고 도와서
愼諍論勝負 愼聚頭閒話
신쟁론승부하며 신취두한화하며
옳으니 그르니 논쟁하여 승부 가리기를 삼가하며 또한 머리 맞대고 모여 않아 한가히 쑥덕거리지 말며,
愼誤着他鞋 愼坐臥越次
신오착타혜하며 신좌와월차하라
다른 이의 신발을 잘못 신을 정도로 들뜨거나 예의를 몰라서는 안되고 자리 잡아 않거나 누울 때도 차례를 어기지 않도록 조심하라.
對客言談 不得揚於家醜
대객언담에 부득양어가추하고
손님과 대화를 나눌 때는 절 집안의 잘못된 점을 드러내지 말고
但讚院門佛事 不得詣庫房
단찬원문불사언정 부득예고방하여
다만 사원의 불사를 찬탄할 지언정 고방(창고·사무실)을 드나들며
見聞雜事 自生疑惑
견문잡사하고 자생의혹이어다.
이 일 저 일 듣고보아 일없이의혹을품지말라.
非要事 不得遊州獵縣
비요사면 부득유주렵현하여
요긴한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이 고을 저 고을로 노닐며 떠돌지 말고
與俗交通 令他憎嫉 失自道情
여속교통하여 영타증질하고 실자도정이어다
속인들과 서로 사귀어 오가며 다른 이로 하여금 미워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내게하여 도 닦는 뜻을 스스로 저버리지 말지어다.
儻有要事出行 告住持人 及菅衆者 令知去處
당유요사출행이어든 고주지인과 급관중자하여 영지거처하며
혹시라도 요긴한 일이 있어 꼭 나다녀야 하거든 주지나 대중을 통솔·관장하는 이에게 고하여 가 머무는 곳을 알게하라.
若入俗家 切須堅持正念
약입속가어든 절수견지정념하되
(그때) 만약 속인의 집에 들게 되거든 부디 바른 생각을 굳게 지니되
愼勿見色聞聲 流蕩邪心
신물견색문성하고 유탕사심인데
보고 듣는 경계에 끄달려 방탕하고 삿된 마음에 휩쓸리지 말아야 할 것인 바,
又況披襟戱笑 亂說雜事
우황피금희소하여 난설잡사하며
하물며 옷깃을 풀어 헤치고 웃고 떠들면서 쓸데없이 잡된 일이나 지껄이고,
非時酒食 妄作無碍之行 深乖佛戒
비시주식으로망작무애지행하여심괴불계이다뇨
때도 아닌 때에 밥먹고 술 마시며 망녕되이 무애행을 하노라 하여 부처님이 정해주신 계율을 크게 어길 것인가?
又處賢善人 嫌疑之間 豈爲有智慧人也
우처현선인의혐의지간이면기위유지혜인야리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어질고 착한 이들과 싫어하고 의심하는 사이가 된다면 어찌 지혜있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住社堂 愼沙彌同行 愼人事往還
주사당하되 신사미동행하며 신인사왕환하며
공부하는 처소에 머물 때는 어린 사미와 함께 행동하기를 삼가하고 세속의 인사로 오가는 것을 주의하며
愼見他好惡 愼貪求文字
신견타호악하며 신탐구문자하며
다른 이의 잘 잘못을 밝히려 하지말고 지나치게 문자를 구하려 하지말며
愼睡眠過度 愼散亂攀緣
신수면과도하며 신산란반연이어다
잠 자는 것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하고 인연 경계에 끄달려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도록 할것이다.
若遇宗師陞座說法 切不得於法 作懸崖想 生退屈心
약우종사승좌설법이어든 절부득어법에 작현애상하여 생퇴굴심하거나
만약 종사(선지식)가 법상에 올라 설법하는 때를 만나거든 그 법을 듣고 부디 벼랑에 매달린 것 같은 생각(나 같은 범부가 어찌 까마득이 높디 높은 법을 이룰 수 있으랴 하는생각)을 지어 물러서려는 마음을 내서는 아니 되며
或作慣聞想 生容易心
혹작관문상하여 생용이심하고
또는 익히 들어본 법문이라는 생각에 그렇고 그렇노라는 식의 쉬운 마음을 지어서도 아니된다.
當須虛懷聞之 必有機發之時
당수허회문지하면 필유기발지시하며
(법문을 들을 때는) 모름지기 마음을 텅 비우고 들으면(이렇다 저렇다 분별하지 않는 텅 빈듯한 마음에서 그윽히 귀를 기울일 뿐이면) 반드시 깨달음의 기연을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不得隨學語者 但取口辦
부득수학어자하여 단취구판이어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 문자와 말만 배우는 사람을 따라서 다만 입으로 판가름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
所謂蛇飮水 成毒 牛飮水 成乳
소위사음수면 성독하고 우음수면 성유하니
이른바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된다 하듯이
智學 成菩提 愚學 成生死 是也
지학은 성보리하고 우학은 성생사라함이 시야니라
뜻을 취해 슬기롭게 배우면 깨달음을 이루고 문자나 말에 얽매어 어리석게 배우면 생사에 빠진다 함이 바로 이를 두고 이름이니라.
又不得於主法人 生輕薄想
우부득어주법인에 생경박상하라
또한 법사에 대해 업수히 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因之於道 有障 不能進修 切須愼之
인지어도에 유장이면 불능진수리니 절수신지어다
그런 생각으로 말미암아 도에 장애가 생기어 닦아 나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니 지극히 삼가하고 삼가할지어다.
論 云 如人 夜行 罪人 執炬當路
논에 운하되 여인이 야행에 죄인이 집거당로인데
논에 이르기를 ‘어떤 사람이 밤길을 가는데 죄진 이가 횃불을 들어 앞길을 비춘다고 할 때에
若以人惡故 不受光明 墮坑落塹去矣
약이인악고로 불수광명이면 타갱락참거의라하니
만약 그 사람이 나쁘다는 이유로 불 비춰줌을 마다할것 같으면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 것이다’라 하였다.
聞法之次 如履薄氷
문법지차에 여리박빙하여
그러니 설법을 들을 때는 마치 살얼음을 밟고 가듯이
必須側耳目而聽玄音 肅情塵而賞幽致
필수측이목이청현음이며숙정진이상유치하다가
간절히 이목을 기울여 깊고 깊은 진리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마음 속의 번뇌티끌 밝히고 그윽한 뜻을 맛보도록 해야한다.
下堂後 默坐觀之
하당후에 묵좌관지하되
그런뒤 법사가 당에서 내려가면 묵묵히 앉아서 관하되
如有所疑 博問先覺
여유소의어든 박문선각하며
어떤 의심되는 게 있거든 선지식에 널리 물을 것이며
夕惕朝詢 不濫絲髮
석척조순하여 불람사발이어다
아침 저녁으로 간절히 안으로 찾아 의심나는 것을 털끝만큼도 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如是 乃可能生正信 以道爲懷者歟
여시라야 내가능생정신하여 이도위회자여인저
이와 같아야 이에 가히 바른 믿음을 지녔다 할 수 있고 도로써 자기 마음자리를 삼는 자라 할 것이다.
無始習熟 愛欲恚痴 纏綿意地
무시습숙한 애욕에치이 전면의지하여
처음을 알 수 없는 옛부터 버릇처럼 익혀온 애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마음에 얽히고 설켜있어
暫伏還起 如隔日瘧
잠복환기하여 여격일학하니
잠시 숙어진듯 했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게 마치 하루 걸러 앓는 학질과 같나니
一切時中 直須用加行方便智慧之力 痛自遮護
일체시중에 직수용가행방편지혜지력하여 통자차호이언정
(먹고 잠자고 일하는) 일체시에 모름지기 수행을 돕는 방편과 지혜의 힘으로써 스스로 뼈를 깍는 아픔으로막고 지킬지언정
豈可閒謾 遊談無根 虛喪天日
기가한만으로 유담무근하고 허상천일하고
어찌 한가하고 게으른 마음으로 근본없는 잡담을 즐기면서 (금쪽같은) 세월을 허송하며
欲冀心宗而求出路哉
욕기심종이구출로재리요
마음깨치기를 바라고 삼계로부터 벗어날 길을 구하고자 할 것인가.
但堅志節 責躬匪懈
단견지절하여 책궁비해하며
다만 (출가한:발심한) 뜻과 절개를 굳게 다지고 스스로 채찍질해 게으르지 않도록 하고
知非遷善 改悔調柔
지비천선하여 개회조유어다
그른줄 알면 바르게 고치며 회개하고 뉘우쳐 마음을 조어하고 늘 부드럽게 할 것이다.
勤修而觀力 轉深 鍊磨而行門 益淨
근수이관력이 전심하고 연마이행문이 익정하리라
부지런히 닦아 나아가면 관하는 힘이 더욱 깊어지고 단련하고 갈아 나아가면 수행문이 더욱 청정해지리니
長起難遭之想 道業 恒新
장기난조지상하면 도업이 항신하고
(억겁 윤회 중에)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천행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생각을 오래 오래 일으키면 도 닦는 일이 새록새록 새롭고
常懷慶幸之心 終不退轉
상회경행지심하면 종불퇴전하리니
언제나 마음으로 발심한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경축할 일인가 생각하면 끝까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如是久久 自然定慧圓明 見自心性
여시구구하면 자연정혜원명하여 견자심성하고
이와같이 오래오래 닦아 나아가면 자연히 정과 혜가 원만하게 밝아져 스스로 마음 성품을 보게 될 것이며
用如幻悲智 還度衆生
용여환비지하여 환도중생하여
(비록) 법계가 공한 줄 아나 자비와 반야의 지혜를 굴려서 중생을 (고해의 길에서) 돌이켜 제도하고
作人天大福田 切須勉之
작인천대복전하리니 절수면지하라
인·천 가운데 큰 복밭을 일구리니 부디 간절히 바라노니 모름지기 힘쓰고 힘쓸지어다. 초발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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