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현재 영국에 체류중인 <토탈사커> 컬럼니스트 송전헌 기자(KBS)가 지난 26일 울버햄튼의 몰리뉴 경기장에서 벌어진 울버햄튼-레딩전을 현장에서 관전한 뒤 보내온 컬럼입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울버햄튼 홈구장 몰리뉴는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였다.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 날에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27,980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매운 것도 영국 사람들의 하염없는 축구사랑을 여전히 느끼게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풀타임을 뛰기가 쉽지 않았던 이적선수에서 수비수를 제외하면 출장횟수가 가장 많은 팀의 주전선수로 자리 잡은 설기현의 위상이었다.
그의 등번호인 19번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팬들을 찾아보는건 어렵지 않았고 팬샵에 진열된 갖가지 기념품들에서도 설기현을 모델로 한 물품들이 즐비했다.
53년째 울버햄튼의 서포터로 활약하고 있다는 한 할머니 팬은 “Seol”이 잘 해야 팀도 산다면서 자못 기대에 찬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이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 듯 설기현의 플레이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현재 챔피언십리그 선두인 레딩(Reading)과의 홈경기에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선 그는 원정팀인 레딩의 파이팅 넘치는 공격에 수비수들이 쩔쩔매는 힘든 경기에서도 유일하게 상대팀을 위협하는 선수였다.
그래서인지 설기현이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찾을 때나 위협적인 슛을 날릴 때면 2만 7천여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Seol” “Seol” “Seol”을 연호하며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다.
골대를 맞히는 아쉬운 슈팅을 비롯해 고군분투한 설기현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울버햄튼은 레딩에 2대0으로 지면서 리그 순위도 8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하나일게다. 그렇다면 박지성과 이영표에 이어 또 하나의 프리미어리거 탄생을 기대하는 한국축구팬들의 꿈도 멀어지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말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것.
리그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으니 치고 나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우리 귀를 솔깃하게 하는 영국 축구계의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설기현이 어떻게든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는 팀이 6위 이내에 들어 플레이오프를 거친 뒤 승격티켓을 잡는 정석적인 방법이 있다.
두 번째는 글랜 호들 감독을 따르는 방법이다.
울버햄튼의 글랜 호들이 머지않아 프리미어리그 팀의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고 그럴 경우 글렌 호들의 과거 이력을 보면 눈에 든 선수들은 (팀을 옮기면서도) 데려간다는 것이다.
영국 축구계 인사들은 프리미어리그로 자리를 옮기는 글렌 호들이 누군가를 데려간다면 그 0순위 선수가 설기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시즌 25경기 중 23경기를 뛴 것은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설기현은 2004년 8월 이적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 호들 감독을 만나 위기를 극복했다며 항상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감독덕분에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설기현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인간성면에서도 팀과 팬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아스톤 빌라와 교섭중이라는 둥 잉글랜드 진출 이후 끊임없이 1부로 갈 것이라는 설이 나도는 중에도 설기현은 흔들리지 않고 착실히 팀 성적 끌어올리기에 앞장서며 의리의 사나이로도 불리고 있다.
이처럼 팀에서 인정받고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2000년 벨기에 주필러리그를 시작으로 6년째 유럽무대에서 착실한 전진을 거듭하고 있는 설기현에게 프리미어리그 입성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국 울버햄튼에서
ⓒ 남경은, 2005
첫댓글 후.. 설기현 선수 경기 하는거 보니깐 프리미어 체험단 보러 가고 싶네요.. 인간적으로 토토에서 보내주는거 신청한거 이번에도 떨어지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