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승효상 설계의 청담동 소재 '갤러리508' 개관이 어언 2년이다. 지인의 소개로 방문한 이후 관심있는 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져 전시가 바뀔 때마다 방문하는 곳이다. 금번에는 <Modern Masters 모던 마스터스>(2021.9.15~11.27)이다. 2021년 10월말까지 거행된 '키아프 서울 (KIAF SEOUL)'에서 두드러진 것은 2,30대의 예술품 구매였다고 한다. 세상은 계속 변한다^^

건물 앞 대표 작품으로 프랑스 작가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 1936~)의 <무제 Sans Titre>가 선정되었다. 그의 작품은 화사한 색깔의 사선 물결무늬가 특징으로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 surface) 회화 그룹에 속해 있다.

갤러리 담당자에게 작품에 대한 정보를 문의하면 위와 같이 태블릿으로 정보를 공유해 준다. 비알라의 패턴은 현대예술 작품이라기 보다 공예품 무늬 혹은 의류 디자인 처럼 보이기도 하다. 현대예술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진다.

금번 전시는 위의 입구에 적혀 있는 13명의 작가들의 판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판화 작품들은 원판을 찍어내는 것이므로 번호가 매겨져 있으며, 작품의 가격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수채화나 유화와 같은 작품들 대비 상대적으로 싸다.

이전에 갤러리508에서 전시한 적이 있는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의 작품이다. 스케치 작품으로 위의 형태는 조각으로 구현된 작품들이 더 유명하긴 하다.

예술가도 변천을 겪는다. 때때로 유명 예술가의 패턴을 하나로 알고 있기도 한데, 몬드리안과 피카소도 초기에는 구상회화를 그렸다가 점차 추상적으로 변했다. 개념미술가 베르나르 브네도 둥글게 곡선 패턴을 이어가다가 최근에 위의 콜라쥬 처럼 각진 형태로 돌아섰다.

가운데 작가 레이노의 금빛 화분이 놓여 있고, 그 뒤로 물결 모양 다양한 색채의 클로드 비알라의 판화 작품들이 걸려 있으며, 오른쪽에는 조각가 폴 뷰리의 작품들, 그 뒤로 베르나르 브네의 스케치 작품들이 걸려 있다. 화분과 그 뒤의 꽃다발 모양의 작품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화분 위의 꽃다발' 처럼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주었다. 아래 각각의 그림들을 나누어 업로드했다.



코브라(COBRA) 창립멤버인 폴 뷰리(Paul Bury)의 작품들은 벽에 붙어 있는 판화 작품이지만, 공간성과 시간에 따른 움직임이 동시에 포착된다. 한시도 정지해 있을 수 없는 초당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키네틱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인데, 뭘 그리려고 한 것인지는 작자 자신도 모를 수도 있다. 예전엔 그림을 보았을 때 분명히 무슨 목적이 있었을 거야 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을 버렸다. '나는 분명히 무슨 목적이 있어 이 세상에 태어났을 거야' 혹은 '내가 태어난 의미가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ㅣ^^

장 피에르 레이노의 속이 막인 화분 작품 <르팟 Le Pot>은 과천현대미술관, 양평 구하우스 등지에 빨간색 등 다른 색깔의 화분으로 전시되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엄지 조각 <520 t>으로 유명한 세자르 발다치니(Cesar Baldaccini, 1921~1998)의 판화작품 <퀴리>이다. 퀴리부인의 그 퀴리의 수많은 얼굴들이다. 그는 1960년대 전위적인 프랑스 누보레알리슴의 기수로 알려져 있다.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의 작품으로, 실제 나뭇잎 위에 유화로 물방울을 그려냈다.


추상화 사이에서 그나마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구상판화 작품들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 1928~1999)이다. 추상이 대세인 시대에 구상화로 인정받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음이리라.

'66/250'이라고 되어 있다. 250개 찍어낸 것 중 66번째 판화라는 뜻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산세바스티안 출신 에두아르도 치이다(Eduardo Chillida, 1924~2007)의 작품이다.

미국 작가 샘 프랜시스(Sam Francis, 1923~1994)의 lithography 판화작품이다. 그는 프랑스에 계속 거주했지만 잭슨 폴록의 드리핑 기법을 원용했다.
바르셀로나 출신 안토니 타피에스(1923~2012)의 작품들이다. 법대를 졸업하고, 초현실주의로 예술가의 길에 들어섰다가 혼합매체를 활용한 스페인 앵포르멜 작가가 되었다.

장 샤오강(Zhāng Xiǎogāng, 1958~)의 작품들은 일찌감치 판매가 완료되어 전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갤러리 관리자가 태블릿을 보여줘서 그의 작품을 접했다. 예술은 특히 취향(taste)에 좌우되는데, 인물의 얼굴에 오점을 표현한 것이 포인트이다. 옛 사진들을 보면서 교묘한 집단주의에 젖은 표준화된 얼굴을 보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헝가리 출신 옵아트 작가인 빅토르 바사렐리(Victor Vasarely, 1908~1997)의 작품들이다. 계산된 조형적인 화면에 착시 현상을 주는 옵아트 작품 활동을 했다.

다카시 무라카미의 작품인데, 작품을 보는순간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에 설치되어 꽃들이 심어져 있으면 그냥 '화분'이지만, 갤러리에서 플라스틱 보관상자에 얌전히 들어앉아 있으면 작품 '르폿(Le pot)'이 된다.

아줄레주갤러리를 같은 날 방문하여 추상과 구상의 느낌을 하루에 맛보기로 했다^^ 아줄레주(Azulejo)는 이베리아 반도의 이슬람 문화 잔재로 파란색 타일을 가리키는데, 갤러리명에서 내부의 작품들이 다색깔 환한 그림들일 것 같은 분위기이다.

작가 이지은의 전시 타이틀은 '녜피데이(My nyepiday)'인데, 인도네시아 발리의 최대 명절명이라고 한다.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하루 전체를 자연에 내어주는 날이라고 한다. 그 날에는 전기와 인터넷도 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날이라는데, 현대 문명에 젖어든 인간은 이제 자연만으로는 살기 불편할 것이다^^

첫번째 그림의 클로즈업 부분인데, 자세히 가운데를 들여다 보면 사람이 동물과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파묻혀 있다.

작가의 그림들을 보면 거대한 자연 안에 인간의 모습은 지렁이처럼 묻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인간인지는 잘 드러나 있다.


자연 속에 있는 전원주택 한가운데 개미처럼 보이는 것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다. 아래에 계속...

인간이 아니라 강아지였다.

자연 속에 하얀 집이다. 누구나 저런 곳에 한번쯤은 지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녜피데이에서처럼 전기가 없다면 과연 살고 싶을까^^

작가의 그림은 특이하지는 않지만,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있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을 적절히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위와 같은 풍경화 속에서 자세히 보면 인간들은 어김없이 하나 둘씩 들어앉아 있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며 문명을 만들어왔지만, 자연으로 가야 결국은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 같다. 모순된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그런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