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중층구조란 한마디로 마음은 위층과 아래층이라는 두 개의 층으로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개의 층과 두 개의 서로 다른 마음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동일한 하나의 마음이 두 개의 층으로 구분 된다는 뜻이다. 두 개의 층으로 구분된다는 것도 마치 물건에 관하여 말하는 것처럼, 위층과 아래층이라고 불리는 것이 무슨 칸막이 같은 것을 경계로 서로 구획되어있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마음을 파악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이 온 세상에 가득 차 있다. 마음에 관해서는 마음이라든가, 마음이 있다라는 말을 위시하여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원칙상 형체를 가진 물건에 관해서만 할 수 있는 말을 형체 위의 것을 표방하는 데에 차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형이상자로서의 마음과는 달리, 물건과 구분되면서 물건을 마주 대하는 마음 또는 없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등등의 모든 의식적 활동을 하는 마음, 한 마디로 기능으로서의 마음을 가리킨다. 이 마음은 물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이상, 형체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체와 동일한 수준, 즉 아래층에 속한다. 다시 말하여 마음은 위층과 아래층이라는 두 개의 층을 이루고 있다. 이것을 마음의 중층구조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개인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어떻게 하여 생기게 되는가? 마음의 중층구조에 의하면, 개인 각자의 경험적 마음은 처음부터 개인의 것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동일한 하나의 형이상학적 마음을 개인 각자가 나누어 가짐으로써 가지게 된다. (형이상학적 마음은 모든 사람이 나누어 가진다고 하더라도 부분으로 쪼개어지거나 줄어드는 법이 없다.)
즉, 경험적 마음은 형이상학적 마음을 ‘원인’으로 하여 각 개인이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의 원인은 중층구조의 아래층인 경험적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만들어 낸’ 위층의 형이상학적 마음이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런 뜻에서의 원인이며, 따라서 형이상학적 마음이 경험적 마음의 원인이라는 말은, 그 의미로 보면 아래층의 경험적 마음은 형이상학적 마음이 각 개인에게 현상적으로 표현된 것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경험적 마음이 형이상학적 마음의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각 개인의 경험적 마음은 바깥의 물건을 접하는 동안에 지각, 기억, 추리, 판단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마음의 기능’으로서 뚜렷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러한 마음의 기능은 물건을 다루는 동안에 갖추어지지만 그것은 또한 물건을 다루는 데에 쓰이기도 한다. 이것이 형식도야이론에서 파악한 마음이다. 형식도야이론에서 교과를 가르침으로써 도야 또는 단련된다는 정신능력은 바로 바깥의 물건을 다루는 데에 기능을 발휘하는 아래층의 경험적 마음이다. 형식도야이론이 과학적 교육과정에 쉽게 그 자리를 내어준 것은 따지고 보면 그 이론이 오직 마음을 아래층에서만 파악하고 교과가 위층의 마음을 형성한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