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2-10 2 석로釋老 10 제승희도인시권題昇曦道人詩卷 승희 도인 시권에 쓰다
1
사념혜인체운발斜拈慧刃剃雲髮 지혜의 칼 비껴 잡고 구름 같은 머리 깎았으니
상죽선심세막반霜竹禪心世莫攀 서리 맞은 대 禪의 마음 세상에서 붙들 길 없어
절의가전량사필節義可傳良史筆 절과 의는 옳은 史家 그 붓으로 전할 것이요
청한감투조사관清閑堪透祖師關 청한淸閑함은 祖師의 관문 뚫어 낼 수 있으리.
향첨금압연초세香添金鴨烟初細 뇌 향로에 향 더하니 연기 처음 가늘고
경독청렴록상반鏡匵青奩綠尙斑 푸른 경대에 거울 넣어 푸른 반점 그대로일세.
봉추공문무일사奉箒空門無一事 공문空門에 비[箒]들고 섰어도 한 가지 일도 없어
치진담적염화안緇塵澹寂染花顏 검은 먼지 담적澹寂하게 꽃 같은 얼굴 물들이네.
►‘더위잡을 반攀’ 더위잡다(높은 곳에 오르려고 무엇을 끌어 잡다)
무엇을 붙잡고 오르다. 매달리다
►절의節義 의절義節. 절개節槪(節介)와 의리義理.
►청한淸閑 청아淸雅하고 한가閑暇함.
►금압金鴨 금金으로 만든 향로香爐의 별칭임. 모양이 오리같이 생겼음.
►‘궤 독匵’ 궤櫃(나무로 네모나게 만든 그릇) 상자箱子 널.
►‘화장 상자 렴(염)奩’ 화장 상자(부인들의 화장용 제구를 담는 그릇) 2경대鏡臺
►공문空門 제법개공諸法皆空의 진리를 푸는 불교의 法門. 禪宗의 이칭異稱.
►치진緇塵 지저분한 티끌. 世俗의 더러운 때.
2
소병오궤척금전素屏烏几擲金鈿 흰 병풍 검은 안석에, 황금 던져 자개 박고
정좌포단열묘련靜坐蒲團閱妙蓮 창포 방석에 고요히 앉아 蓮華經을 읽어 가네.
월백조정행도후月白祖庭行道後 조사祖師의 뜰 달 밝은 건 道를 행한 그 뒤요
운회예좌강경변雲廻猊座講經邊 불좌佛座 앞에 구름 도는 건 불경 강의하는 그 언저릴세.
총지불법무다자總持佛法無多子 불법을 다 가진 이 여러 사람 없으리니
실제고풍유기전實際高風有幾傳 높은 風度 실제로 전한 이 몇인가?
천고방종음운격千古芳蹤音韻閴 천고千古의 꽃다운 자취 소리조차 고요한데
금우가명산경전今又嘉名産經田 좋은 이름 이제 또 불문[緇田]에 났소 그려.
►오궤烏几 검은 빛깔의 책상.
►‘비녀 전鈿’ 비녀. 나전螺鈿. 세공細工. 금장식金粧飾
►예좌猊座 부처가 앉는 자리. 高僧이 앉는 자리. 사자獅子자리.
►총지總持 부처의 말을 외어서 모든 法을 가진다는 뜻. ‘다라니陀羅尼’를 번역한 말.
►무다자無多子
임제가 황벽을 찾아가서 불법적적대의佛法的的大意를 3번이나 물었다.
황벽은 그때마다 몽둥이질을 해댔다.
임제가 깨닫지 못하고 이별을 하자 황벽이 대우를 찾아가라고 했다.
임제가 대우에게 이르자 대우가 물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황벽 스님의 처소에서 왔습니다.”
“황벽은 어떤 말을 하시던가?”
“제가 3번이나 불법의 대의를 물었다가 3번을 얻어맞았습니다.
저에게 어떤 허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황벽이 이렇게 노파심을 내며 너를 위해 정말로 정성을 다해 가르쳤건만
너는 나에게까지 와서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 묻는가?”
임제가 이 한마디 말에 크게 깨닫고는 뱉었다.
“아, 황벽의 불법도 별거 아니구나(元來黃蘗佛法 無多子)
(無多子 당나라 때 속어)
그러자 대우가 멱살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 오줌싸개 같은 놈아.
조금 전에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 말하더니
이제 와서 도리어 황벽의 불법이 별거 아니라고?
너는 도대체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빨리 말해라. 어서 빨리 말해봐.”
그러자 임제가 대우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3번 쥐어박았다.
대우가 움켜쥐었던 손을 놓고 밀치면서 말했다.
“너의 스승은 황벽이다. 내가 간섭할 바가 아니다.”
►‘고요할 격閴’ 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3
독락정전멱주장獨樂亭前冪酒漿 독락정獨樂亭 그 앞에는 술 항아리 덮여 있고
금선상하환다향金仙床下換茶香 금선상金仙床 그 아래엔 차 향기로 바꾸네.
명고렬전언비상名高列傳言非爽 열전列傳에 이름 높은 거야 그 말 틀린 말 아니요
도투선등운기창道透禪燈韻己彰 선둥禪燈에 道 통하여 운치 벌써 드러났네.
류수부운삼세과流水浮雲三世過 흐르는 물 뜬 구름처럼 三生이 다 지나가고
락화제조백년망落花啼鳥百年忙 지는 꽃 우는 새같이 백년 세월도 총망하네.
조심담박진무루操心澹泊真無累 조심하고 담박하니 참말로 누될 일 없어
정정가종몰불망貞靜佳蹤沒不亡 안존한 좋은 자취 죽어도 그대로이리.
►삼세三世=삼제三際
과거세過去世(과거ㆍ전세ㆍ전생ㆍ전제)와
현재세現在世(현재ㆍ현세ㆍ현생ㆍ중제)와
미래세未來世(미래ㆍ내세ㆍ내생ㆍ당내ㆍ후제)의 총칭.
거래현去來現이라고도 사금당巳今當이라고도 하고
현재세와 거래세去來世를 합하여 현당이세現當二世라고도 한다.
하나의 인간에 대해서 현재의 한 생애를 현세,
그 출생이전의 생애를 전생, 명종命終이후의 생애를 내세라고도 하는데,
또 현재를 1찰나刹那로 보고 그 전과 그 후로서 삼세를 말하는 수도 있다.
겁劫을 단위로 하여 현겁賢劫을 현재,
장엄겁莊嚴劫을 과거, 성수겁星宿劫을 미래라고 한다.
►삼생三生
(1) 전생前生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의 일생.
(2) 금생今生 이 세상에서의 일생.
(3) 후생後生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서의 일생.
화엄종에서 설하는 성불成佛에 이르는 3단계.
(1) 견문생見聞生 전생前生에 부처를 만나 가르침을 듣고 성불할 바탕을 닦음.
(2) 해행생解行生 금생今生에 화엄경을 완전히 이해하고 원만한 수행을 함.
(3) 증입생證入生 내세來世에 깨달음을 이루어 부처의 경지에 듦/시공불교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