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눈물
제가 군에 입대하기 전 어느 날 시장 모퉁이를 돌다가 좌판에서 금빛이 번쩍이는 반지를 팔고 있는 가판대를 보았습니다. 금으로 도금한 것이기에 가격 역시 무척 저렴하였습니다.
저는 장난기가 작동되어 두툼한 반지를 하나 사서 어머니의 손에 끼워 드리며 입대하기 전 선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갑자기 눈물을 훔치시면서 “이렇게 비싼 반지를 어떻게 사 왔어! 빛깔이 곱고 예쁘구나”라며 감격스러워서 하시는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께 차마 금도금한 것이라 말씀드리지 못하고 속으로 “돈 벌면 진짜를 꼭 사드려야지”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머니는 휴가 올 때마다 반지를 끼고 계셨고,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도금한 금이 벗겨져 색이 바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제가 군에서 제대할 때도 여전히 손에 끼고 계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사실을 고백하며 이제는 반지를 빼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처음부터 알았지. 그런데 내가 금이라 여기면 금인 거지 다를 게 뭐가 있겠니? 나는 네 마음을 받았을 뿐이야.” 그러시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그만 제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들의 마음을 받아 주셨던 어머니의 너그러운 마음이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형제들이 마음을 모아 40여 년간 성남의 삼성공원묘원에 안치되었던 부모님의 묘를 파 강원도 인제의 <하늘내린 도리안>에서 화장을 한 후 아버님의 고향인 강원도 인제 월학리의 고향 땅 선산에 이장을 해드렸습니다.
아버님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마을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산 위에 소나무 숲에 매장해드린 것입니다. 어머니께 약속한 금반지를 해드리지 못한 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못나고 어리석어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은 모두 사라지고 보잘것없이 작은 것이라도 잘한 것은 기억하는 어머니의 눈물이 오늘따라 더욱 울컥하게 했습니다.
하나님 역시 우리에게 향하신 뜻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예수그리스도의 피로 모든 악한 것은 걸러내시고 작은 것이라도 충성스러운 마음은 담아 두시지 않을까요?
마 10:42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