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는 사랑이시다
필리핀에서는 매일 마사지를 받았다. 오전에 골프를 시작하여 오후 2시쯤 끝나면 샤워 후에 바로 마사지 샾에 가서 그날의 피로를 푼 것이다. 마사지를 받는 방법은 마사지 샾으로 찾아가는 것과 마사지사를 숙소로 부르는 출장 마사지, 2 가지이다. 아무래도 전자가 비용이 약 1 만원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우리는 샾으로 갔다. 찾은 곳은 클락의 ‘Plus massage'로, 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나는 오일 마사지를 받았는데, 은은한 조명 아래 독방 침대에 누워 젊은 처자의 손길을 기다린다. (엉뚱한 상상은 하지 말 것!) 잠시 후 들어온 마사지사는 공손하게 인사 후 먼저 등 쪽부터 오일을 바르기 시작한다. 주로 손과 팔꿈치를 이용해 마사지를 하는데 얼마나 열심히 꼼꼼하게 하는지 나는 곧 감사한 마음을 넘어 송구한 기분마저 든다. 마사지 중 간간히 상냥한 목소리로 “안 아파요?”, “괜찮아요?”하며 나의 반응을 살핀다. 나도 낮은 목소리로 “네. 괜찮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지난날의 추억에 잠긴다. 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께도, 아버지, 어머니께도 10분 이상 마사지해 드린 적이 없다. 처음에는 큰맘 먹고 시작하지만 곧 너무 힘들고 귀찮아서 “시원하시지요? 이것으로 끝!” 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 역시 내 자식과 아내로부터 5분 이상 마사지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은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쉬지 않고 내 온몸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손길은 무척 부드럽다. 돈만을 위해 억지로 하는 느낌은 전혀 없다. 점점 더 깊은 감동이 밀려오면서 찔끔 눈물이 나려 한다. 마사지사의 손을 통해 깊은 사랑을 전해 받으며, 이제는 내가 그녀를 걱정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힘을 주며 누르다 보면 손마디의 관절이 상할 텐데...’ 그런 걱정도 잠시,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는 꿈조차 꾸지 않는 달콤한 잠을 잔다. 얼마 후 “다 끝났습니다. 일어나세요.” 하는 소리에 눈을 뜨면 잠시 현실감을 찾지 못하고, ‘여기가 어디지. 우리집은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어리둥절해 한다. 내가 정신을 차리면,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갔다가 곧 냉커피를 들고 와 대령한다. 나는 얼마 안 되는 팁으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 나는 그녀들이 정말 고맙다. 남의 몸을, 내가 봐도 그저 평수만 넓을 뿐 아무 매력 없는 내 몸뚱이를 그토록 정성스럽게 어루만져 준 그녀!
내 마음 속에는 이런 소리가 절로 울려 퍼진다.
Massage is love! Not god but massage is LOVE!
내 몸과 마음을 이토록 위로해준 자는 아내도, 자식도, 신도 아닌 오직 그녀뿐이었으니!
(2018. 7.20.)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마사지에 맛 들이면, 중독이 어마어마합니다.
네. 제가 그러합니다.
상남동에 1시간에 현금3만원이라는
저렴하고도 아늑한 단골집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