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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너더리통신 101/181012]떴다! 총생산행회. 들어보았나? 총생산행회
10월 9일 화요일, 달포 전에 약속한 D데이. 오남매가 원주 치악산에 오르기로 한 날이다. 지난해 제주도를 2박3일 다녀온 재미가 넘 쏠쏠하여 틈만 나면 만나서 ‘놀자’고 다짐했었다. 모두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슨 재미가 있을 것인가. 총생(자녀)들 성가(成家)시키고나면 결국 남는 것은 양주(兩主)가 아니던가. 둘이도 외롭다. 그리하여 한 부모에서 나고 자란 피붙이(혈육)와의 어울림이 최고의 재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전날 광양에서 큰동생은 강강수월래 공연을 끝마치고 부평의 매제에게로 와 새벽에 합류하기로 하고, 논산의 막내동생부부는 학교가 끝난대로 출발, 8시쯤에 여주 점동학교에 도착했다. 우리는 오후 네 시에 도착, 텃밭의 고추를 한 푸대 따 꼭지를 따고 장아찌 담을 준비를 마쳤다.
아내와 동생들은 내일 점심준비에 바쁘다. 묵은 김치를 빨아서 볶고, 돈 주고도 못살 계란말이를 푸짐하게 말았다. 먹다 남은 삼겹살로 제육볶음도 훌륭하게 만들었다. 논산의 사돈어르신은 100% 국산 도토리묵을 한 상자 가득 쑤여주셨다. 얼마나 맛있던지, 쫀득쫀득 도토리묵은 이런 것이다. 목표는 원주 치악산(雉嶽山). ‘치가 떨리고 악-소리가 나온다’는 험한 산이다. 하지만 가을단풍으로는 설악산 만폭동에 버금가게 유명하여 적악산(赤嶽山)이라고 했다던가. 얼마나 험하면 그런 말까지 있을까. 가볍게 맥주 한 캔씩을 하고 내일을 위하여 잠을 정하고, 다음날 새벽 5시, 두세두세 눈을 떠 6시 출발. 부평팀과 치악산주차장에 만나기로 하고 길을 서둘렀다.
7시 30분. 내비가 ‘치악산국립공원주차장’과 ‘치악산주차장’을 다르게 알려주는 바람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지만, 만날 사람은 언제나 만나기 마련. 만난 지 한달도 안됐거만, 늘 새롭다. 40분, 구룡사를 향해 산뜻한 기분으로 출발. 청량(淸凉)한 아침공기에 정신이 더욱 맑다. 구룡사는 용 아홉 마리에서 시작해 거북과 용이 합쳐진 태고종의 큰 절이다. 꿩의 보은(報恩)신화로 기억하리라. 세렴폭포까지야 쉬이 오를 수 있는 트래킹수준의 산길. 문제는 거기서부터다. 비로봉(해발 1288m)을 오르는데 사다리병창길로 갈 것인가, 계곡길로 오를 것인가. 하도 험하다는 말을 들어 지레 겁을 먹었지만, 까짓것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있겠냐’는 마음으로 여덟 명은 주저없이 사다리병창길을 택했다. 병창은 강원도 방언으로 벼랑이나 절벽을 뜻하며, 사다리는 오르는 길이 사다리같다 하여 붙여졌다. 요즘 산행이야 어지간하면 데크가 설치돼 있는 통에 큰 문제는 없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숨이 가빠진다. 저질 체력 때문에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한 나는 의외로 시나브로 한 발짝 한 발짝 떼다보니 갈만해 다행이다. 앞선 1진은 오늘의 선두를 장담한 아내와 막내부부. 막내매제는 산다람쥐같아 가쁜 숨 하나 없이 심심한 듯 하품까지 한다. 대단하다.
말등바위 전망대 등에서 바라보는 산의 전경, 단풍이 칠부능선까지는 들었다. 아, 좋다. 눈이 시원하다. 얼굴이 단풍빛으로 홍조를 띤다. 탄성. 일주일후 오면 만산(萬山)이 홍엽(紅葉)이겠다. 저 무더웠던 8월초 기록적인 폭염이 언제인 듯 싶다. 큰동생은 여기저기 사진 찍기에 바쁘다. 힘들어도 오기 잘 했다는 말이 터져 나온다. 3시간 여만에 도착한 비로봉 정상. 탑 3개가 우리를 반긴다. 신기하다. 이 꼭대기에 1964년 3년에 걸쳐 탑을 쌓은 용머시기라는 제빵왕은 누구인가. 대체 꿈에 무슨 계시를 받았길레 이 탑을 쌓은 것일까. 우리집과도 인연이 깊은 마이산 이갑룡처사가 생각난다. 탑을 쌓는 모습의 사진도 있다. 12시 좀 미쳐 시장기가 가득할 때 정상 움푹진 곳에서 먹는 점심,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요리를 잘하는 아내와 동생들의 합작품, 이런 호사豪奢가 없다. 아쉬운 건 정상주(頂上酒) 딱 한잔. 가을산 단풍 속으로 “풍덩” 빠진 기분이다.
하산길은 짜증이 날 만큼 엄청 지루했다. 삐죽삐죽한 계곡 돌길을 걷는 건 고역 중의 고역. 4.7키로가 이리 멀 줄이야. 끝도 갓도 없이 보인다. 사람을 사뭇 지치게 한다. 정말 치가 떨리고 악 소리가 난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래도 가족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종말은 있는 법. 어느새 구룡사이다. 다온 셈이다. 이런 모임이야말로 우리가 팍팍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우리 아예 정기적으로 산행을 다니자는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럼 이름부터 짓자. 무엇이라고 지을까. 산악회는 너무 거창하니까 산행회라고 하자. 1년에 최소 분기별로 네 번은 합시다. 오늘 오지 못한 점빵사장 셋째오빠 부부도 다음엔 꼭 참가하는 걸로 하고. 평생산행회, 죽을때까지 산행회도 좋지만, 재작년 방송을 탄 ‘인간극장’ 제목을 본따 ‘총생산행회’로 하면 어떨까. 그게 좋겠다. 만장일치, 짝짝짝. 총생이란 식물의 줄기가 무성한 것을 뜻하는 전라도와 경상남도 일부의 방언. 한자로 叢生이라고 쓸까. 이렇게 산행회 이름이 정해졌다. 아, 이 아니 좋은 일인가. 살면서 형제들끼리 이리 시도때도 없이 만나 즐겁게 노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하여, 고등학교때 배운 한문 문구 중에 ‘열친척지정화(悅親戚之情話)’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까닭이다. 아버지 어머니, 덕분에 총생들이 모여 즐거운 산행 끝에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언제나, 늘, 항상, 영원히 고맙습니다.
6시간이 약간 넘은 산행, 힘들었다. 하지만 즐거웠고, 우리는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아침 8시 40분 오르기 시작해 3시에 하산했으니, 정상 점심 30여분을 포함하여 6시간 30여분의 길고긴 고행은 끝났다. 아, 장하다. 나도 기특하고 우리 세 동생내외도 기특하다. 산행회의 전초기지는 여주의 점동학교. 네 팀중 한 팀은 급하게 교통체증을 우려해 논산으로 핸들을 돌리고, 나머지 세 팀은 여주에서 체류, 가벼운 저녁을 한 후 무조건 눈을 붙였다. 오후 9시, 부스스 일어나 핸들을 잡고 판교로, 부천으로 차를 몰았다. 얼마나 뿌듯한 공휴일인가. 다음 산행은 ‘악산’은 피하자. 오대산 전나무숲길이 어떨까? 좋다. 좋다. 다음에는 3번 형님내외도 반드시 같이 가도록 하자.
“꽃보다 우래” 지난해 제주도 2박3일에 이은 제2탄, 아니 정확히는 올해 2월 코타키나바루에 이어 3탄이다. 4탄이면 어떻고 5탄이면 어떤가. 탄(彈)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횟수가 더할수록 우리의 우애는 쌓이고 깊어간다. 여동생들이 예쁘다. 매제들이 고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혈육이 이렇게 좋은 것을. 이렇게 낳아 잘 키워주신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고맙다. 얼마든지 사이좋게 잘 먹고 잘 살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 날. ‘총생산행회’가 드디어 떴다! 눈이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한라산 백록담에도 올라야 하리. 고산병에 시달릴지어도 히말라야 트레킹도 함께 해야 하리. 아아, 머지 않아 백두산 천지못가에서 세수할 날도 있으리라. 총생산행회, 앞으로도 파이팅만 남았다. 씩씩한 우리 동생들아, 매제들아, 고맙다. 트래킹에 이어 등반에도 앞장을 선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다. 최근의 잔병치레로 저질체력이 된 나도 민폐를 끼치지 않아 대견하다. 모두 모두 고마운 일이다.
첫댓글 다른 모임도 그렇겠지만 호흡이 잘 맞는 가족끼리의 모임은 남다르지요!
반대로 죽이 잘 맞지 않는 남매간은 애경사 때마다 조용할 날이 없기도 하고 ㅎ
옛생각 나네요!
우리는 7남매중 막내가 62살인지라 첫째, 둘째는 80을 넘어 90을 향하기 때문에 이제 예전같지 않지만....
(누이가 장모님보다 나이가 많다!ㅎ)
자녀라는 것이 복불복인게.....
한 뱃속에서 나온 자식들이 어쩌면 그렇게 서로 다른지 ㅎㅎ
7~9명 낳다보면 죽이 잘 맞는 형제가 있는가하면 다리 밑에서 주서온 거 같은 유전자도 있고....
어머니 마음 같은 남매가 있는가 하면
뺀질 뺀질하니 늘 자기 밖에 모르는 남매도 있고 ㅎㅎ
유전자의 다양성으로 해석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