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수필가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 한국 수필 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킨 명산문으로, 오랜 시간 서정적·명상적 수필의 대명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전 작품이 희박한 한국 수필 분야에서 "인연"은 1996년 초판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독보적인 스테디셀러다.
"인연"은 피천득 특유의 천진함과 소박한 생각, 단정하고 깨끗한 미문(美文)으로 완성된 담백하고 욕심 없는 세계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기존에 수록된 원고 이외 '기다리는 편지','여름밤의 나그네' 등 2편을 추가했다. '기다리는 편지'가 상해 유학 시절 편지를 기다리는 일을 희망 삼았던 애달픈 마음의 무늬라면, '여름밤의 나그네'는 한여름 밤 길 위에 선 나그네의 풍경을 한 편의 서사시처럼 그렸다.
그 외에도 박준 시인의 발문과 생전에 박완서 작가가 쓴 추모 글, 피천득 작가의 아들 피수영 박사의 추모 글을 수록해 다양한 관점에서 피천득 작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준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인연"을 꼽았을 정도로 피천득 선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지금도 두 달에 한 번은 "인연"을 읽는다는 박준 시인은 "인연"과의 남다른 인연을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전해 온다. 박완서 작가의 글은 생전에 두 작가가 나누었던 우정의 깊이를 짐작케 할 정도로 다정다감하다. 아들을 잃고 상심에 빠져 있던 박완서 작가를 불러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누구보다 깊은 위로를 전한 피천득 선생의 사려 깊은 마음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