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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마케팅 - 윤지영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이미 세상을 이루는 영역들 간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마케팅에서 오랫동안 타깃이 되어온 ‘대중’은 사라졌고, 불특정 다수가 특정한 한 명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세상을 이루는 사람들의 사고는 다양해졌고, 자유로워졌다. 사회와 시장, 개인과 고객, 미디어와 네트워크가 더 이상 분리되지 않고, 안과 밖이 없는데,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기 위하여 자신의 분야에 경계를 세우려는 행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가?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긴밀히 연결되어 움직이는 지금의 미디어 세계 속에서 이제는 마케팅의 본질적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제품과 고객, 경험, 가치, 광고, 브랜드 모두 일사분란하게 유동적인 이 시장에서 더욱 더 마케팅의 본질이 진정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오가닉 마케팅>의 저자 윤지영은 마케팅을 전문으로 공부한 석학은 아니지만 이 시대의 커다란 특징 중 ‘네트워크’라는 ‘연결된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경험하며 현대 비즈니스의 진화에 대해 실험중이다. 이 책은 전통 미디어와 전통 마케팅에 대하여 오가닉 미디어와 오가닉 마케팅과의 비교와 분석으로 현대에 존재하고 진화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접근과 새로운 정의를 정리하고 있다.
오가닉 미디어가 단순히 소셜 미디어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듯, 오가닉 마케팅은 마케팅 기법의 일부가 아니다. 이것은 마케팅의 본질적 진화이다. 전통적 의미의 미디어, 제품, 소비자, 유통, 영업의 개념이 통째로 바뀌고 유기적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진화하는 가운데 마케팅의 진화가 있다. 현대의 마케팅은 ‘연결’과 ‘관계’가 지배한다. 따라 구시대적인 마케팅의 목적과 과정 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결과는 이미 세계의 미래를 지배하고 있다.
과거의 마케팅에서 고객은 한 사람의 니즈, 욕구가 무엇인지 중요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사랑하는 가족, 공동체 단위, 고객이 참여하는 사회, 고객이 살고 있는 지구 단위로 가치가 확대되었다.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신제품과 정보와 데이터 속에서 이제는 예전처럼 사업자가 일방향으로 가치를 제안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가치의 기준도 달라진 세상이다. 완전히 달라진 세계의 시장에서 이제는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첫째, 고객의 경험에 기반을 둔다.
둘째,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연결 가치뿐이다.
셋째, 네트워크를 만든다.
저자의 연구를 통한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연결된 세상의 오가닉 마케팅을 정의하자면,
-고객의 경험을 기반으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 제품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유기적 과정, 네트워크가 제품임을 체득하는 과정이다. 그 성과는 네트워크로 나타난다.
이렇게 초연결 시대의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관계’에 있다. 비즈니스가 미디어가 되고, 제품이 바로 네트워크가 되는 사회인 것이다. 따라 연결을 만들고 능동적 개인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 그러한 개개인의 다양성이 하나의 사회적 특징이 된 이 시대에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자신답게 표현해내는 욕구가 내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네트워크로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 자신이 자신답게 살아있다는 수많은 시도들이 이 시대의 트랜드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에게 가장 오래된 오가닉 미디어인 ‘언어’의 사용부터 인간은 타자와의 연결과 관계 속에서 살아왔고, 진화할 수 있었고, 미래를 만날 수 있었다.
사회의 시스템은 최첨단으로 무장되어가고 있지만, 인간과 시대의 진화에서 어쩌면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2. 나를 확장 시킨 책 속의 내용
p 14
전통적 의미의 미디어는 네트워크 속으로 융해되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가? 더 중요한 질문은 심지어 기존의 마케팅의 정의가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마케팅은 제품, 서비스 브랜드의 가치를 고객과 소통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케팅은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정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마케팅협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에 의하면 마케팅은 고객, 파트너, 사회 전반을 위해 가치 있는 제품offerings 등을 만들고 전달하고 소통·교환하는 일련의 과정, 제도 활동이다.
과거의 마케팅에서 고객 한 사람의 니즈, 욕구가 무엇인지 중요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사랑하는 가족·공동체 단위tribalism, 고객이 참여하는 사회, 고객이 살고 있는 지구 단위로 가치가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를 기업이 혼자서 만들고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 결과 자사의 브랜드를 설득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이 오가닉 미디어 세상에서 말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신제품과 정보와 데이터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이제는 사업자가 예전처럼 일방향으로 가치를 제안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가치의 기준도 달라졌다. 우리가 회의실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합의한 브랜드 가치, 제품 가치 고객 가치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어떻게 검증된 가치인가?
위의 사례들은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방식으로 가치를 만들고 있다. 이는 세 가지 공통적 특성으로 수렴된다.
첫째, 고객의 경험에 기반을 둔다. 샤오미의 제품, 우버의 서비스를 먼저 접한 고객들의 경험은 지인들에게 유익한 정보다. 그 순간 선경험자들은 능력자가 된다. 주변에 정보원도 많고 앞서가며 모험을 즐기는 얼리어답터로 평가받는다. 그들 덕택에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싸게 남보다 빨리 접할 수 있다 소수만 만들 수 있는 일상의 특종이다.
이때 제품은 고객들 간의 유익한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다. 샤오미 공기청정기를 산 사람이 선풍기와 연결되도록 돕고, 아마존에서 베이킹소다를 산 노푸어No Pooer가 사과 식초와 연결되도록 돕는 것이다.
둘째, 마케팅은 거들 뿐이다. 모든 것이 넘쳐나고 부족한 것은 시간뿐인 세상에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연결 가치뿐이다. 그것은 고객이 필요한, 공감하는, 원하는 정보 제품, 고객과 정보의 연결을 말한다. 고객과 고객, 고객과 제품, 고객과 정보 또는 잠재적 관심의 연결이다.
p 24
네트워크가 제품임을 체득하는 과정
지금까지 오가닉 미디어 세상의 마케팅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그럼 대체 어디까지를 마케팅 활동으로 봐야 하는가? 제품을 기획하고 실험하고 완성해가는 개발 과정까지를 포괄한다는 말인가?
플리트 러닝 네트워크와 같은 사업자의 전략 방향 기술 시스템까지도 마케팅의 예시로 봐야 하는가?
오가닉 미디어 세상에서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활동이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하다. 제품을 고객과 분리되지 않는 유기체로 만들기 때문이며, 이 네트워크는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네트워크가 곧 제품이다. 이 관점에서 마케팅은 제품의 가치를 기업이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체험을 통해 직접 매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팅은 기획·개발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기획 개발과 분리되지 않는 유기적 활동이다. 결국 어떻게 모두를 매개자로 만들 것인가가 마케팅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면 기획·개발 과정이 곧 마케팅이며 마케팅이 곧 기획·개발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마케팅이 유기적organic 인 것은 첫째, 고객을 만나고 검증하고 배우는 과정이 유기적이기 때문이며 둘째, 그 과정이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매개자들의 참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며 셋째, 결과로 얻어지는 네트워크가 유기적이기 때문이다. 오가닉 마케팅은 미디어·비즈니스를 살아 있는 네트워크, 누구도 통제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유기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래서 오가닉 마케팅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체화될 수밖에 없다. 제품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 네트워크가 제품 자체임을 배우는 과정이 바로 오가닉 마케팅 이 시대의 마케팅이다.
p 33
연결된 세상의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관계에 있다. 비즈니스가 미디어가 되고 제품이 네트워크가 되는 것은 사회적 현상이다. 즉 비즈니스의 사회적 진화인 것이다. 여기가 사업자, 고객, 제품, 마케팅, 광고 등 기존 비즈니스 주체의 역할과 개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p 39
"지금 젊은 세대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 참여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고 만져볼 뿐 아니라 참여를 통해 그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한다."
p 47
비즈니스의 사회적 진화
비즈니스(기업)는 사회적 관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관점이다. 이를 조직, 경제 활동 재화의 거래 관점에서 설명할 뿐이다. 과거에는 흩어진 개인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관료제bureaucracy가 필요했고, 한정된(언제나 불충분한) 재화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했다.
그런데 이미 개인들이 연결되어 있고 재화(생산자)가 넘쳐나며 부족한 것은 시간뿐인 세상이 왔다.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되었고 연결된 개인이 매 찰나 생산하는 관계들이 모여 역사를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서 비즈니스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산물로서 길을 묻고 길을 내고 있다. 사회적 연결을 돕는 주체로서 비즈니스는 진화하고 있다.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다시 미디어의 사회적 확장을 증거한다.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자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주체로서 미디어를 다시 정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끼 식사를 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장소 좀 이동하는 데 무슨 정의로운 의식이 필요한가. 비즈니스는 이 하찮은 기록이 의미가 되고 연결이 되고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정체성을 민들어가는 여정 중에 있다. 그 결과가 미디어로, 즉 네트워크로 나타날 뿐이다. 비즈니스는 이 사회적 관계의 결과물이자 액셀레이터다.
p 63
연결된 세상에서는 지속 가능한 힘이 없으면 무엇이든 소멸한다. 지속성은 연결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 결과는 네트워크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는 노드로서, 링크로서, 더 나아가 네트워크로서 존재한다.
이것을 이해한 브랜드들은 제품의 소비 가치보다 ‘참여’ 가치에 집중한다. 지속 가능한 팬을 만들고 이들이 미디어로서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널리 알려진 코카콜라의 'Liquid and linked content'는 고객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결’ 전략이다. 살아 있는 이야기, 체험, 이벤트의 합이 곧 브랜드라는 것을 실천하는 사례다. 샤오미처럼, 코카콜라처럼 설득이 아니라 공감을, 체험을, 연결을 만드는 것이 기업 활동의 목적이자 전략인 것이다.
여기서는 네트워크가 곧 제품이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브랜드 저널리즘’도 주목을 위한 것인지, 전통 미디어의 역할을 하려는 것인지, 고객과 함께 가치를 찾고 배우는 과정을 일관되고 꾸준하게 실천하려는 것인지, 즉 고객과 분리되지 않는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것인지에 따라 그 운명을 달리할 것이다.
p 74
1) 고객이 컨테이너다
우리의 말과 행동과 일상은 광고의 연속이다. 사용자들은 광고 제작자들이자 광고판이다. 우리는 제품을 경험하고 직접 만든 광고 즉 직접 쓴 포스트, 트윗 동영상 리뷰 등을 지인들에게, 팔로어들에게 전달한다. 킥스타터에서처럼 우리는 출시되지도 않은 제품의 개발을 돕고 (물질적 지원을 통한 참여) 하나하나의 참여가 더해진 숫자마저 제품 광고가 되게 한다. 또 그 결과(예를 들어 제품의 성공적 출시, 펀딩의 성공)가 광고가 되는 데 기여한다.
2) 제품이 컨테이너다
킥스타터에서 제품의 개발 과정, 출시 과정, 펀딩 과정 자체가 알고 보면 모두 광고다. 제품으로 제품을 알리는 것이다. 바이럴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핫메일도 비싼 지면 광고 대신 자신의 제품을 광고 컨테이너로 사용했다. 그들은 핫메일 사용자들이 메일을 보낼 때 "Get your free email at Hotmail'이라는 문구를 자동으로 삽입해 보냄으로써 사용자들의 편지지가 광고판이 되도록 했다.
3) 알고리즘이 컨테이너다
친구들이 좋아한 제품(페이스북의 타임라인 광고), 내가 오늘 관심 가질만한 콘텐츠의 추천이 페이스북의 엣지랭크를 통해 이뤄진다.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이 아마존의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된다.
광고를 공간 구매 관점에서 탈피해서 보면 이 모든 추천이 제품·서비스의 광고를 실어나르는연결을 만드는 컨테이너다. 고객의 컨텍스트와 경험의 반복을 통해 이 알고리즘은 계속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4) 네트워크가 컨테이너다
이런 다양한 컨테이너들은 광고의 네트워크를 사후적으로 조직한다. 이 네트워크가 자랄수록 담겨 있는 내용이 일관적일수록 광고의 가치는 커진다. 그렇다고 전통적 컨테이너가 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통적 컨테이너도 오가닉 광고의 네트워크로부터 더 이상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는 어렵게 되었다는 뜻이다. 어디에 담겼든 그들의 메시지가 네트워크를 만드는 밀알이 되지 못하면 스팸일 뿐이다.
3. 광고 콘텐츠: 설득할 것인가, 경험하게 할 것인가?
고객의 주목을 끌기 위한 콘텐츠는 설득적일 수밖에 없다. 큰 소리로 떠들든 드라마틱한 영상을 제작하든,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든 마찬가지다. 전통적 광고는 뭔가 극도로 멋지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깜짝 놀랄 만한 뭐 그런 것들이다. 이런 것을 느끼는 30초 동안 고객의 마음속에서는 동일시와 차별화의 순환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영화 <그녀>를 패러디한 삼성카드의 재기 넘치는 광고처럼 말이다. 공감 정도가 높을수록 설득은 쉬워진다.
반면 오가닉 광고의 콘텐츠는 경험적이다. 우리는 더 이상 광고주의 메시지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 이제는 경험만이 고객을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다. 이 경험에 대한 보살핌만이 이미 확보한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만든다. 여기서 경험은 일시적이고 이벤트적인 광고 상품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접경험까지 함하면 그 횟수와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p 80
어떻게 경험을 연결할 것인가?
지금까지 오가닉 광고의 현상을 컨테이너, 콘텐츠, 컨텍스트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왜 이 글을 스스로 우버의 광고라 칭했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광고의 법칙은 공간에서 네트워크로 이동했고 경험이 광고가 되었다. 단순히 시음회, 체험 쿠폰, 입소문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광고는 이제 제품의 발견, 선택, 소비, 공유가 끊김이 없이 연결되는 과정 전체를 포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제품의 경험은 체화된다. 우리 각자가 미디어이고 경험을 담은 그릇이고 통로다. 나는 경험을 통해 “아뇨, 우버를 불렀어요"라는 광고 카피 만들었고 나를 통해 주변인들은 광고에 노출되었다. 우리의 경험 바이러스는 전염된다. 연결된 시대에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조력자로서 우리의 경험은 그 어떤 광고보다 강력하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오가닉 광고는 어떻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의 고민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단발적인 공급자의 광고가 아니라 유기 적인 사용자의 광고를 만든다. 아니, 우버라는 제품이 해결할 일이지, 어떻게 광고의 문제라는 말인가? 아직 의문이 남아 있는 분들을 위해 요점을 한 번 더 환기한다.
첫째, 제품은 구매(판매)할 대상이 아니라 경험할 대상이다.
둘째, 제품에 대한 경험이 광고다. 광고는 경험을 연결한다.
셋째, 경험의 연결은 고객의 문제 해결이 우선할 때만 유효하다.
넷째, 고객-경험-제품의 네트워크가 광고의 유기적 성장을 만든다.
p 125
컨텍스트의 4 요소:
발견, 선택, 경험, 공유
사용자의 개입을 통해 발현되는 모든 컨텍스트는 발견, 선택, 경험 공유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들은 컨텍스트의 컨텍스트이자 작용이자 결과다. 이 요소들은 독립적·배타적이지 않고 순차적으로 발생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끊김이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중적으로 발생한다. 컨텍스트란 정지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가는 하나의 상태status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관심 영역에 따라 이들을 컨텍스트의 하위 컨텍스트 또는 컨텍스트 비즈니스의 종류 또는 마케팅에서의 고객 여정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하고 적용해도 무방하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점이다.
1, 발견의 컨텍스트(Discovering context)
발견 컨텍스트는 콘텐츠, 제품, 메시지 등을 만나는 접점이자 계기다. 예전에는 편성표로 시청자를 만나고 광고로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는 그 접점이 도처에 깔려 있다. 페이스북에서 지인이 어떤 영화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한 문장 적어 올린 포스팅은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한 번, 두 번 더 보이면 곧 봐야겠다 마음속에 메모를 해둔다.
p 142
정보, 행위 그리고 기억의 선순환
이러한 전통적 관점의 인터페이스는 점차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연결된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인터페이스를 존재하게 하는 정보, 행위라는 요소에 ‘기억’ 요소가 더해지면서 인터페이스와 사용자의 관계는 비로소 역동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영상을 수신하는 장치도, 영상을 보는 화면도, 편집 장치도 모두 내 손 안에 있다. 이에 따라 정보의 종류도, 나의 행위도 늘어났다. 사용자의 행위가 다시 정보로 반영된다.
p 148
인터페이스가연결하는 세상
지금까지 인터페이스의 쟁점을 정보-행위-기억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인터페이스는 결국 정보-행위-기억 간의 역동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연결 구조를 총칭한다. 정보는 행위를 낳고 행위는 기억(기록)되며 이는 다시 정보로 쓰인다. 이때 정보는 복잡한 기억력과 인지 활동을 요구하지 않으며, 가장 단순하고 즉각적인 '반응으로서의 행위'를 일으켜야 한다. 그 무의식적인 연결의 경험이 반복 행위를 낳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 없이는 그 어떤 연결의 실체도 없다.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도, 그러므로 네트워크도 없다. 인터페이스는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행위자다. 한 번의 거대한 연결이 아니다. 사소하고 작은 연결의 행위가 반복되어 만드는 결과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 있든 각종 인터페이스를 통해 아침부터 밤까지 세상과 심지어 내 과거(경험)와 항시 연결되어 있다. 매 찰나 인터페이스에서 인터페이스로 끊김이 없이 옮겨 다닌다. 매 순간 찾고 보고 대화하고 듣고 만들고 구경하고 즐기고 중계하고 구매하면서 미디어로서 우리가 만드는 연결은 끝이 없다. 일상이 모두 연결 행위다.
이에 따라 우리와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도 모두 능동적 행위자actor로 정의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터페이스가 능동적일수록 우리의 행위는 끊기지 않고 연결된다.
다만 인터페이스가 기억하는 세상은 나의 거울이다. 인터페이스가 연결하는 세상은 내 의도에 꼭 맞는 그래서 가장 좁은 세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인터페이스가 타인과 세상을 연결하는 구조, 접점, 경험이 되고 있다. 연결된 세상에서는 사소한 버튼 하나도 사회관계를 디자인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메이커로서, 창작자로서, 이용자로서, 매개자로서 연결을 만드는 과정에 행위자로서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매개하고 세상에 매개되는 끝없는 순환 과정이다. 인터페이스와의 공생이 시작되었다.
p 158
인터페이스가 매개하는 관계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처음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의 의도를 이해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길고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면, 그 인터페이스의 수명은 시작하기도 전에 끝이다. 다행히 이제 인터페이스가 점차 발전하여 사용법을 배우기 위한 시행착오의 시간도, 매뉴얼도 없어지고 있다. 점점 더 직관적이고 촉각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 익숙함은 인터페이스를 사라지게 만든다. 인터페이스는 없고 의미만, 즉 관계만 남는다. 우리가 한국말을 할 때 ‘내가 내 입을 통해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어떤 구조로 나열하면서 내 의사를 전달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화면을 열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인스타그램 인터페이스와 글을 쓸 수 있는 빈 공간이 먼저인 페이스북의 관계는 다르다. 그림판과 연필이 주어지는 아이패드와 키보드가 달려 있는 노트북의 인터페이스는 다른 행위를 낳는다. 각각의 인터페이스는 저마다 활자 이미지 메모 사진 생각 해시태그, 음악 파일 등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매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터페이스가 다시 매개하는 정보, 사람, 컨텍스트가 모두 다른 것이다.
이러한 매개가 반복적으로 일어남에 따라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이 달라진다. 사회 그룹은 더 잘게 쪼개지고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잘게 묶이는 현상, 좌우 진영이 섞이지 않는 현상 등은 모두 우리가 매 순간 사용하는 인터페이스의 매개 결과라고 하겠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보는 세상은 동그랗고 좁은 원이다. 우리가 대면하는 모든 인터페이스가, 그 인터페이스와 나의 상호작용의 합이 세상을 인지하는 틀이 되었다.
p 186
오가닉 네트워크의 작동 원리
How Organic Networks Work
이 책은 안과 밖이 구분이 없는 마케팅, 끝이 시작인 마케팅을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글을 읽으며 눈치챘겠지만 오가닉 마케팅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이 아니다. 연결을 만드는 과정이다. 능동적 개인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가 사용자든 소비자든 시민이든 우리가 주목하는 출발점은 개인성individuality이다. 개인으로서 각자의 유일한 경험이 연결되어 안과 밖이 없는 네트워크를 이룬다.
이 단락에서는 제품 고객이라는 표현을 잠시 내려놓을 것이다. 대신 관계를 만드는 미디어 오가닉 네트워크의 작동 원리에 충실하고자 한다. 오가닉 네트워크란 결국 오가닉 미디어의 다른 표현이다. 살아 있다는 속성, 그러므로 연결을 통해 구조적으로 진화한다는 속성에 방점이 있다. 이 글에서는 사용자 고객의 관점보다 개인으로서의 시민, 시민으로서의 개인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오가닉 네트워크의 작동 원리와 산물을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p 202
네트워크가 제품이다
Networks are Products
콘텐츠, 상품 서비스 등 가치를 지닌 모든 것은 네트워크를 통해 정의된다. 어떤 정보를 생성하고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매개하는지 그 결과 어떤 네트워크를 만드는지가 제품 서비스 개체를 정의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출시 전에 끝나지 않는다.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이 궁극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며, 제품의 출시는 이 연속적 과정 중 하나의 이벤트일 뿐이다. 기획과 개발을 포함하여 제품의 가치를 고객과 함께 찾아가는 모든 여정이 곧 마케팅이다.
제품은 사용자의 행위action를 낳는다. 이 행위는 기록되고 다른 사용자의 행위와 연결되며 서로 참조될 수 있다. 이 연결의 합이 곧 네트워크 즉 제품을 정의하게 된다. 문제는 경험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확장되면서 발생한다. 행위의 연결이 사용자들 간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체들이 연결에 참여한다면, 그것도 실시간으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어떨까? 이 통제되지 않는 네트워크 즉 유기체는 지급 이 순간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는 무엇으로 나타나는가?
이 단락은 연결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여 제품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사물, 장소 등을 포함한 모든 개체가 연결의 대상이 되고 우리의 눈과 귀, 피부가 됨에 따라 우리의 삶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현상을 포괄하고 있다.
연결 대상의 확장
사물인터넷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계속적인continuous 커뮤니케이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관계를 만드는 방식도 네트워크의 속성도 달라지고 있다. 내가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모든 개체의 센서들이 대화하고 데이터 클라우드가 말을 한다. 모든 개체가 눈과 귀, 피부, 입을 가졌다. 끊김이 없이 데이터를 생산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의 의식적인 연결이 네트워크(관계)를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무의식적 연결로 그 범위와 가능성이 확대된 것이다.
의식적인 연결에서는 드러내고 싶은 나만이 드러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멋진 저녁 사진은 매일 먹는 밥보다 많이 공유된다. 내가 선택한 내게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이벤트의 연결이 나를(정확히 말하면 나의 프로필을) 정의한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또는 모든 것이 초연결되는 세상에서는 나의 모든 행위, 심지어 잠재적 의도까지 컨텍스트에 따라 연결되는 환경이 가능해졌다.
아침 일찍 조깅하는 사진이 어쩌다 한 번 일어난 이벤트인지, 아니면 내가 진짜 부지런한 인간인지는 내 침대가, 내 대문이, 내 신발이 알고 있다. 나와 스치는 커뮤니티가 알고 있다. 의도적으로 포장하는 ‘나’가 경험의 기록으로 드러나는 나를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되는 세상이 되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스스로 피곤해지는 세상이다.
내가 여행을 기획할 때쯤이면 구글이 이미 여행지의 숙소를 추천해주고 있고, 내가 주로 몇 시에 퇴근하는지 현관문이 알고 있으며, 그 시간에 내가 어디 있었는지 내 스마트폰이, 시계가 PC가 자동차가 알고 있다. 싫든 좋든 모든 것이 기록되는 세상은 결국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그 결과는 편리한 일상으로, 그러나 동시에 끔찍한 프라이버시 침해로 나타난다. 연결된 세상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이 기로에 있다. 어떤 연결을 만드느냐가 제품을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네트워크의 유형
경험을 매개로 생성되는 네트워크의 유형을 연결의 속성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연결하며 그 결과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현상을 그루핑하고 시사점을 정리했다. 각각의 네트워크는 서로의 속성을 중복적으로 내포한다. 예를 들어 소셜 네트워크도 매개 네트워크의 일종이다. 다만 가장 두드러지는 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유형화한 것이다.
p 264
소유자가 없는 관계가 만드는, 오가닉 브랜드
여기서 네트워크란 첫째 연결되어 있고, 둘째 열려 있으며, 셋째 사회적이고 넷째 유기적인 성격을 띄는 관계망을 말한다. 네트워크 관점에서 본다면 브랜드는 특정 노드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김기사라는 상표, 그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는 누군가가 소유하겠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네트워크는 소유할 수가 없다. 내 회사의 브랜드지만 내가 혼자서 소유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네트워크의 진화를 위해 네트워크의 개방성과 연결성을 끊임없이 최적화하는 것뿐이다. 사용자들을 매개로 만들어진 수많은 이야기의 합이, 데이터의 합이, 경험의 합이 내 브랜드이고 그 실체는 네트워크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케터의 역할은 이들이 끝없이 발견하고 쉽게 선택하고 최적의 경험을 하며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그렇게 발견의 소속감의 제품의 네트워크를 쌓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를 측정하고 인사이트를 얻고 다음 단계로 한발씩 나아가는 것, 그렇게 유기체로서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뿐이다.
노푸 경험의 연결, 김기사의 개방적 커뮤니케이션, 테슬라의 놀라운 스토리를 전파하는 우리의 참여가 브랜드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네트워크를 성장시킨다 이때 참여자들은 모두 체험자이고 통신원이고 기자이며 마케터, 광고주, 직원이다.
물론 테슬라처럼 비즈니스 모델도 이미 차별화되어 있고 창업자도 상징적 인물이라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일 것이다. 에피소드이지만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의 공짜 광고를 알려 사용자가 매개한 이야기가 죽지 않고 다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동영상 자체도 재미있고 외부에서 만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창업자가 나서서 ‘이런 거 발견했어요. 앞으로 이렇게 하겠어요’ 트윗을 날린다. 고객과 함께 써가는 브랜드 이야기가, 그것도 생방송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브랜드의 실체를 네트워크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 글은 이어지는 글의 서론에 해당한다. 다음 글에서 연결된 세상의 브랜드의 진화를 투명성 관점에서 더 깊숙하게 짚어볼 것이다. 연결된 세상에서 투명성이 브랜드에 던지는 본질적 이슈는 이 책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 다리다.
우리에게 수백 년 동안 익숙해 있던 미디어는 진화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이 미디어만 바뀐 것이 아니라 한 사회를, 관계를, 비즈니스를, 모든 것을 정의하고 지배해온 주체가 살아 있는 네트워크로 변모했다.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 나는 이 변화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브랜드가 네트워크가 되는 순간 브랜드 역시 네트워크의 문법을 그대로 따를 것이다. 네트워크에서는 사용자 개개인이 각각의 중심점이며, 연결을 만드는 주체다. 그들이 만드는 모든 발견, 소속감 제품의 네트워크가 모여 내 브랜드를 만들 것이다. 그들은 네트워크와 분리되지 않는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부 즉 그들 자신이 네트워크이며 결국 브랜드인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노푸어로서 내가 김 기사를 운전하는 마케터로서 내가 테슬라의 미래를 사고 싶은 투자자로서의 내가 브랜드인 것이다.
p 269
브랜드의 새로운 환경, 투명성
오가닉 미디어 세상에서 개인은 정보를 생성, 연결, 진화시키는 주제다. 이것은 세상의 가치 구조를 바꿔놓았다. 가치를 만드는 모든 행위가 양방향이며 연결(링크)을 통해 사후에 얻어진다. 비밀보다 공유, 설득보다 공감, 물질보다 경험이 가치를 만든다. 비밀은 혼자 간직해야 가치가 있지만 공유는 규모가 가치를 만든다. 설득은 일방향이지만 공감은 양방향이다. 경험은 연결의 결과이며 새로운 연결의 시작이다.
서로 연결되고 참고하는 과정에서 각각 평판의 네트워크로 얽힌 관계를 만들고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쌓이는 신뢰만이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도 여기서 출발한다.
p 289
이 에피소드는 신뢰와 정보의 직접적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은 신뢰를 “앎과 모름 사이에 위치하는 중재적 상태”로 정의했다. 신뢰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스스로 구축하는 일종의 가설이다. 달리 말하면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도를 포함한다. 이 관점은 니클라 12의 신뢰는 복잡성을 제거한다는 관점과도 연결된다. 즉 신뢰의 기준이 없다면 인생의 모든 선택에 있어서 매번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결정을 망설임과 의심 속에서 반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신뢰를 통해 그런 복잡한 절차들을 계속 제거하면서 살고 있다.
신뢰의 작동 방법만을 놓고 보면 짐멜의 정의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연결된 세상에서 더욱 유효하다. 이 ‘앎’을 정의하는 방법(간접 지식, 직접경험, 기억, 규범, 상식 데이터 등)이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앎과 모름으로 구성된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연결된 세상에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정보의 속성이 있다면 바로 투명성이다. 보여주는 나와 보이는 나가 일치할 것을 요구하는 투명성은 앞선 글에서 설명한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문제다.
환기하자면 투명성이 중요해진 이유는 첫째, 연결된 세상에서는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전제가 있는 반면 우리가 모르는 정보의 범위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딜레마다. 정보를 요구하는데 묵묵부답이면 그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는 결과가 되고 비밀을 없앨수록 권력은 축소된다. 진실, 오류, 거짓, 비밀 등은 모두 앎과 모름의 범주 안에 있다. 둘째, 따라서 나와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여 신뢰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연결된 세상에서는 네트워크(시스템)에 대한 나의 관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주면 판단은 우리가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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