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아홉 아들 (龍生九子)
신령스러운 전설의 동물인 용은 우리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용을 구분하여 비늘이 있는 것을 교룡(蛟龍), 날개가 있는 것을 응룡(應龍), 뿔이 있는 것을 규룡(虯龍), 뿔 없는 것을 이룡(螭龍), 승천하지 못한 것을 반룡(蟠龍), 물을 좋아하는 것을 청룡(蜻龍), 불을 좋아하는 것을 화룡(火龍), 울기를 좋아하는 명룡(鳴龍), 싸우기를 좋아하는 석룡(蜥龍)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규룡(虯龍)을 여러 용들의 우두머리로 여긴다. 용에 관한 내용으로 특별히 흥미를 끄는 것은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이다.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은 시대와 문헌에 따라 설명이 조금씩 다른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명나라 때 호승지라는 이가 지은 「진주선(眞珠船)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용의 아홉 아들은 각각 나은 순서에 따라 그 이름을 비희(贔屓), 이문(螭吻), 포뢰(浦牢), 폐안(狴犴), 도철(饕餮), 공하(蚣蝦), 애자(睚眦), 산예(狻猊), 초도(椒圖)라고 한다.
(1) 첫째 아들; 비희(贔屓). 이름을 이루는 한자를 보자면 ‘힘쓸 비(贔)’와 ‘힘들일 희(屓)’로 한자사전에는 ‘힘을 버쩍 씀’이라고 뜻을 풀이하고 있다. 이름 풀이 그대로, 비희라는 짐승은 무거운 것을 들기 좋아해 비석을 받들고 있다. 뿔 없는 용모양을 새긴 비석의 머릿돌을 이수(螭首)라고 한다. 달리는 패하(覇下)라고도 부른다.
▲ 여주 고달사터 원종대사혜진탑비: 보물 제6호
(2) 둘째 아들; 이문(螭吻) 또는 치미(鴟尾). 높은 곳에서 먼 데를 바라보기를 좋아하므로 건물 지붕에 올려놓는다. 궁궐이나 절의 지붕을 보면 지붕 양쪽 끝에 용의 꼬리마냥 위로 치켜 올라간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치미(鴟尾)라고도 부르는 이문(螭吻)의 꼬리이다. ‘교룡(螭)’의 ‘(뾰족하게 내민)끝(吻)’이니 이보다 어울리는 이름은 없을 듯 싶다. 또다른 이름인 치미(鴟尾)도 ‘솔개(鴟)’의 ‘꼬리(尾)’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하필 용을 지붕 위에 올려놓았을까.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용은 바람과 비를 부른다. 그 용이 건물의 지붕 위에 있다면 어떤 불도 끌 수 있을 것이다. 목재 건축물이 대다수였던 옛날에 화재 예방은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화재를 막는다는 소망을 담아 지붕 위에 이문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 펑창 오대산 월정사
▲ 북경 자금성 태화전
▲ 경주 황룡사 치미 모형
황룡사 치미는 (높이 182cm, 너비105cm)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또한, 용의 둘째 아들을 조풍(嘲風)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때는 건물의 지붕 모서리에 조각하며, 상서러움이나 아름다움, 위엄을 상징한다.
▲ 완주 송광사 일주문
▲ 몽골 에르덴 죠(Erdene zuu) 寺院
▲ 경주 토함산 불국사
▲ 몽골 에르덴 죠(Erdene zuu) 寺院
▲ 몽골 에르덴 죠(Erdene zuu) 寺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