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63) - 주말에 찾은 김치 페스티벌과 한인교회
한글날이 낀 주말, 아침 식사에 앞서 가족과 함께 한글날 노래를 불렀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이를 확인하듯 10월 둘째 주말에 매사추세츠 한인회가 주관하는 김치 페스티벌과 보스턴 한인교회를 찾아 교민사회의 일단을 살폈다. 이역에서 우리말과 글로 소통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기회가 뿌듯하여라.
김치 페스티벌에 참가한 교민과 현지 주민들
10월 8일(토), 보스턴 교외의 렉싱턴 헤이스팅스 파크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미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김치 페스티벌이 열렸다. 약간 쌀쌀한 날씨, 오전 9시 반에 아들의 승용차로 숙소를 나서 행사장으로 향하였다.
김치 페스티벌에 가는 도중 먼저 들른 곳은 행사장 인근의 미닛 맨(Minute Man) 국립공원의 Visitor Center, 이곳은 1775년 4월 19일에 영국의 식민지배에 항거한 독립군과 영국군이 본격적인 충돌을 일으켜 독립전쟁이 시작된 지역으로 이 부근 노스 브리지(North Bridge)에서 긴급 소집된 민병대(Minuteman, 미국 독립 전쟁에서 활약했던 민병을 가리킨다. 평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에는 1분<minute>만에 무장하여 소집할 수 있는 남자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와 영국군이 전투를 벌였다. 이 싸움에서 민병대가 승리하여 독립의 기틀을 마련한 전적지를 돌아보며 그 발단인 1775년 4월 19일이 우리나라 민주화의 디딤돌이 된 1960년 4월 19일의 4‧19혁명일과 겹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Visitor Center에서 접한 팸플릿에는 1775년 4월 19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곳에서 벌어진 전투상황이 시간별로 소상하게 적혀 있다. 새벽에 집을 나선 민병대원(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둔)이 저녁에 죽음이 되어 돌아온 사연과 함께. 미닛 맨 Visitor Center 인근의 국립공원 숲길을 오가며 세계역사의 흐름을 바꾼 현장을 살핀 발걸음이 뜻깊어라.
미닛 맨 Visitor Center에 전시된 1775년 4월 19일의 전투장면
김치 페스티벌이 열리는 헤이스팅스 파크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넓은 잔디공원에 많은 교민과 주민들이 계속 들어선다. 접수처에서 티켓을 구입하여 김밥, 떡볶이, 김치전 등 먹을 것을 사들고 잔디밭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행사는 개회선언에 이은 기념사, 노래와 고전 무용 등의 공연, 재기차기와 매운음식먹기 등 게임, 태권도시범과 추첨 등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예쁜 한복차림이 여럿이고 희망에 따라 김치 담그기에 나서기도. 아내와 처제도 김치 담기에 동참하여 한몫 거들었다. 행사장에서 일찍이 미국에 정착한 간호사 출신의 교민과 반가운 인사, 낯선 땅에서 열심히 사는 교민들이 자랑스럽다. 주최 측을 대표한 보스턴 부총영사의 인사말, ‘한미수교 140년을 맞아 열리는 김치 페스티벌이 뜻깊다. 한류의 세계화에 힘입어 김치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 2011년에 280만 달러이던 김치수출이 지난해에는 2800만 달러로 급증하였다. 김치 페스티벌을 통하여 이를 더 확산시키고 한국문화를 통한 친교의 장이 활성화되기 바란다.’
페스티벌에서 김치 담기에 참여한 가족과 교민들
행사 후 한국 상품 전문인 H 마트에 들러 쌀과 부식 등 식료품을 한아름 사들고 돌아오는 길의 은은한 단풍 물결이 아름다워라.
10월 9일(일), 오전 8시 반쯤 인근에 있는 보스턴한인교회를 찾았다. 도로변에 위치한 제법 큰 교회, 8시 45분부터 1부 예배가 시작된다. 이영길 담임목사의 설교 주제는 ‘약속, 고난, 승리’, 누구나 겪는 삶의 역정을 다윗이 몸소 체험한 약속의 성취에 이르는 좌절과 고난을 승리의 확신으로 이겨낸 예화가 마음에 닿는다. 며칠 전 하버드대학의 건학정신에서 살핀 다윗의 성찰과 함께.
담임 목사의 메시지 요지, ‘빈센트 반 고흐는 불행한 일생을 살았다. 그건데 요즘 고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그가 살았던 곳응 최고의 관광지가 되어 가난했던 마을 사람들이 유복하게 살게 되었다. 고흥의 기림을 소장했다가 후에 바젤 시에 기증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고흐의 작품 앞에 서면 영감이 뿜어져 나오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고흐는 그의 그림에 신념과 힘 그리고 창조성을 쏟아 넣었다. 보고 있으면 그림이 눈으로 달려든다.’
그는 약 800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생전에는 단 한 작품만 팔렸다. 그러나 사후에 그의 그림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는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는 믿었다. 하나님이 자기를 화가로서 살게 하신 약속을… 깊은 고난 가운데도 그는 확신을 잃지 않았다. 자기는 위대한 화가인 것을… 그래서 그는 끝까지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그가 확신 가운데 그림을 그린 모든 장소도 이제는 특별한 장소로 바뀌게 되었다. 고흐의 승리의 확신이 세상 곳곳을 아름답게 가꾼 것이다. 이처럼 승리의 확신은 우리들의 뼈다. 이 뼈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약속, 고난, 승리, 이것들은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주님의 이야기다. 주님께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해 십자가에서 모든 약속을 이루셨다.‘
예배 중의 한인교회 담임목사와 성가대 모습
폐회에 앞서 담임목사의 소개로 교인들에게 인사, 코로나의 영향으로 예배참석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예배 후 친교도 간소화하여 예배가 끝난 뒤 서둘러 숙소로 향하였다. 보스턴 지역의 한인교회가 여럿인 듯, 모두들 굳건한 믿음으로 고난을 견디고 승리하는 삶을 이루시라. ‘의인은 고난이 많으나 여호와께서 그 모든 고난에서 건지시느니라.’(시편 34:19)
* 지인과 제자가 보내온 메시지 중에서
‘즐거운 여행을 하고 계시지요? 어느 대학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구두코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만졌던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사모님과 함께 건강한 여정이기 바랍니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구두코를 만진 곳은 하버드대학의 존 하버드동상입니다. 우리도 만졌지요!’
‘오늘은 프리덤 트레일과 하버드를 네이버로 찾았습니다. 교수님의 빨강패딩, 사모님의 핑크외투가 잘 어울리네요. 보스턴의 하늘이 한국의 가을보다 더 푸릅니다.’
맑은 가을하늘의 찰스 강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