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나는 편리한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착각하지는 않나요? ⠀ 2024/7/11/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 마태오 복음 10장 7-15절 “전대에 금도 은도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 청빈 서원 수도자로 살다 보면 소임 이동으로 이삿짐 쌀 기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깜짝 놀랍니다. 청빈 서원을 한 수도자인데 무슨 짐이 이렇게나 많은지! 수도원에 들어올 때 큰 등산용 배낭 하나와 기내용 캐리어 하나에 짐을 꾸렸는데 사는 세월이 늘면서 짐도 하나둘 늘었는지 어느 순간 부끄러울 만큼 짐이 불어나 있는 겁니다. 공동체를 옮겨다니다 보니 이것도 필요한 것 같고, 상황에 따라 저것도 필요한 것 같아 끌어안고 있는 것들이 이제는 말 그대로 짐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예전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는데 나는 과연 행복한가?’ 결론은 ‘아니요’였습니다. 분명 삶이 편리해지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더 행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편리한 삶과 행복한 삶은 꼭 함께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음에서 사도들은 청빈한 모습으로 말씀을 선포하였습니다. 이것은 그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복음을 선포하고, 예수님에 대한 믿음만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우리도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감사의 마음 위에 ‘보다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 이웃이 이것을 보고 ‘성당 다니는 사람은 다르네!’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이미 복음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 김상태 사도 요한 신부(도미니코 수도회) 생활성서 2024년 7월호 '소금항아리'에서